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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51화 (82/1,027)

< (6). 이안의 활약 -1 >

“네, 시청자여러분! YTBC 리포터 루시아입니다!”

“반갑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리포터 하인스입니다.”

한국의 대표 게임방송인 YTBC가 투기장과 같은 커다란 행사를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투기장의 현장에는 YTBC의 남녀 리포터가 나란히 파견 나와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루시아님, 오늘 정말 사람 많죠?”

“그러네요. 투기장의 열기가 한달 전보다 더 뜨거워 진 것 같아요. 특히 여기는 메이저리그도 아닌 루키리그 인데 말이죠.”

두 사람은 능숙하게 진행을 이어갔다.

“그건 신규직업이 오픈 된 뒤, 처음 열리는 투기장 이어서 가 아닐까요?”

루시아의 말을 하인스가 자연스럽게 받으며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그렇습니다. 신규직업이 열린 뒤 처음 있는 투기장! 그래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이 ‘루키리그’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최고 랭커들이 자웅을 겨루는 메이저급 리그와 거의 맞먹을 정도죠!”

“네, 맞아요.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화면으로 보고 계시다시피, 수천이 넘는 사람들로 투기장이 꽉 들어찼어요!”

두 리포터의 말 대로였다.

루키리그가 열리는 경기장 주변의 관중석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만석을 이루고 있었다.

이것은 역시 신규직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의 반증.

방송을 송출하는 수정구슬이 경기장을 비추는 동안 두 사람은 잠시 숨을 돌리며 대본을 한번 더 읽었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자 루시아의 진행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하인스님, 혹시 새로 생긴 세 신규직업들 중 이 투기장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보여줄 만한 직업이라면 어떤 직업을 꼽을 수 있을까요?”

루시아의 말에 하인스가 설명을 시작했다.

“역시, 일대일로 대결을 펼치는 투기장에서 가장 강력한 직업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클래스는 ‘암살자’입니다.”

“왜죠?”

“기본적으로 흑마법사나 소환술사에 비해 대인공격능력이 무척이나 뛰어난 직업이기 때문이죠.”

“그런가요? 하지만 소환술사나 흑마법사는 수많은 언데드들과 강력한 소환수를 부릴 수 있는데, 혼자인 암살자가 더 불리하지 않을까요?”

두 사람의 질문 형식을 한 친절한 설명은 계속되었다.

“하하, 루시아 리포터님의 말도 일리는 있지만, 숫자가 많다는 것은 암살자 클래스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큰 장점이 되지 못하거든요.”

말을 많이 해서 숨이 찬지 잠시 숨을 고른 하인스가 말을 이어갔다.

“암살자 클래스는 짧은 거리를 순간적으로 이동하거나 잠시 동안 투명상태가 되는 등, 순간적으로 포커싱을 흩트릴 수 있는 스킬들을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움직임이 무척이나 날렵해서, 순식간에 상대 유저 캐릭터와의 거리도 좁힐 수 있죠!”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그러면 암살자의 입장에서는 흑마법사나 소환술사의 소환물들을 피해 순식간에 적 유저에게 접근해서 강력한 일격을 날리면 되는 거군요!”

“바로 그겁니다 루시아님. 그래서 많은 분석가들이 이번 루키 리그의 우승자로 암살자를 강력한 우승 후보로 보고 있는 거구요.”

주로 하인스는 설명을 담당했고, 루시아는 시청자의 입장이 되어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질문들을 물어봐 주었다.

“어어? 그런데 하인스님. 제가 궁금한 부분이 또 있어요.”

“어떤 부분이죠?”

“제 생각에 접근기가 뛰어나고 대인 공격력이 뛰어난 암살자이지만, 기존의 전사 클래스나 기사 클래스에는 취약할 수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하인스는 루시아의 다음 말을 잠시 기다렸고, 루시아의 말이 이어졌다.

“암살자는 한방 공격력이 뛰어난 대신, 한번 스킬을 쏟아 붓고 나면 힘이 쭉 빠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방어력과 공격력이 고루 뛰어난 전사 클래스나, 탱킹에 특화되어있는 기사 클래스에게는 당연히 약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다시 하인스의 설명이 이어졌다.

“맞는 말씀입니다 루시아님. 방금 말씀하신대로 암살자 클래스는 전사나 기사 클래스에는 상성이 안 좋은 편이죠.”

“그러면 암살자가 어째서 루키리그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인 걸까요?”

“그건, 기존 클래스의 유저분들 중 특출난 분들은 이미 50레벨이 다들 넘어서 루키리그에 출전할 수 없을 것이라 분석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신규 클래스 유저들은 가장 뛰어난 최상위권 유저분들이 이제 50레벨에 근접해 있는 상태구요.”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낮은 눈높이에 맞춘 해설!

물론 시청자들 중에는 게임에 대한 식견이 뛰어난 골수 게이머들도 상당했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인들의 비중이 훨씬 더 많았다.

그래서 해설이 뛰어나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YTBC 미디어가 다른 게임 방송국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 하인스님께서 말씀하시는 동안, 드디어 예선전 첫 경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루시아의 말처럼 투기장에서 드디어 첫 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오! 첫 경기부터 신규직업이 등장한 것 같습니다!”

“하인스님 저 반대편 쪽에 흑의도복을 입고 있는 유저분이 암살자 클래스가 맞죠?”

“그렇습니다. 아이디가 ‘림롱’님 이시네요. 반대로 림롱님을 상대하실 분은, 전사 클래스인 ‘플리오’님 이시군요.”

루시아가 수정구슬을 보며 멘트를 이었다.

“자, 흥미진진한 대결!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도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녀의 말과 함께 수정구슬은 다시 투기장을 비추기 시작했고, 첫 예선 경기가 시작되었다.

*          *          *

‘음… 암살자라…. 암살자에 대한 정보는 아는 게 많지 않은데….’

플리오는 48레벨 정도의 평범한 전사 클래스 유저였다.

카일란을 누구 못지않게 좋아하지만, 단지 취미로 즐기는 평범한 게이머.

그는 50레벨이 되기 직전에 마침 루스펠 제국의 투기장이 열려 루키리그에 참가해 보고자 뮤란으로 왔다.

‘그래도 오히려 신규직업인 게 다행이겠지? 아직 50레벨에 근접한 유저는 몇 없을 테니까….’

3일 전, 암살자의 탑을 마지막으로 뮤란에 모든 신규클래스의 직업의 탑이 다 생성되었다.

그 말은 이제 소환술사와 흑마법사, 그리고 암살자 모두 50레벨인 유저가 생겼다는 이야기.

하지만 3일 전에 최초의 50레벨 암살자가 탄생했다는 말은, 다시 말하면 일반적인 암살자 유저들은 40레벨도 아직 달성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눈앞의 상대가 최고레벨대의 암살자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후우.”

플리오는 대검을 고쳐 쥐었다.

투기장에 처음 나와 보는 만큼 쉽게 패배하고 싶지는 않았다.

‘걱정하지 말자…. 져 봐야 죽는 것도 아니고 경기장에서 아웃되는 것 뿐인데.’

투기장 안에서 유저는 죽지 않는다.

생명력이 5%이하로 떨어지거나, 그에 준하는 판정이 나오는 순간 경기장 밖으로 아웃되며 모든 생명력이 회복되기 때문.

출전하는데 들어가는 소정의 비용 말고는 아무런 리스크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플리오의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것도 같았다.

“흐읍…!”

플리오는 작게 기합을 넣으면서 속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걱정은 어느정도 덜었지만, 긴장되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투기장에 처음 나온 데다, 오늘 경기의 가장 첫 순서였으므로.

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할 때, 투기장 안에 들어와 있는 모든 유저들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5초 후, 경기가 시작됩니다.]

[5… 4… 3….]

플리오는 대검의 손잡이를 말아 쥐어 들어올리고, 곧바로 튀어나갈 수 있게 자세를 잡았다.

‘그래, 암살자 클래스는 전사클래스에 상성이 좋지 않다는 게 중론이야. 겁먹을 것 없어.’

상대의 표정이 무척이나 평온해 보이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이 순간 잡념은 모두 떨쳐내고 전투에 집중해야 했다.

[2… 1… 시작!!]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 플리오는 기다렸다는 듯 기합성을 내지르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흐아아앗!!”

그런데 당연히 자신을 향해 몸을 날려 올 것이라 생각한 상대 암살자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자신을 노려보기만 하고 있었다.

‘뭐지…?’

플리오가 이상함을 느낀 순간, 눈 앞에 있던 상대의 신형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암살자의 대표기술이라던 투명화인가?!’

투명화는 10초간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암살자로 전직하자마자 배우는 기초 스킬이면서 대표 격 기술이었다.

투명화가 된 암살자는 10초가 지나는 상황 이외에도, 공격모션 혹은 다른 어떤 스킬을 시전하거나 적으로부터 어떤 피해든 입으면 모습이 보이게 된다.

‘놈은 분명 내 근처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을 거야…!’

나름대로의 판단을 마친 플리오는 대검을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보이지 않는 적에게 10초의 시간을 주지 않고 선제공격을 가해보겠다는 계산!

후우웅-

하지만 플리오의 대검은 커다란 바람소리와 함께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그런데 그 때, 플리오의 앞에 검은 그림자가 불쑥 나타났다.

촤라락-!

림롱은 플리오가 대검을 휘두름으로 인해 역동작이 걸린 틈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틈을 타 단검으로 그의 옆구리를 긋고 지나갔다.

“크으윽-!”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는 마치 플리오의 움직임을 읽기라도 하는 듯, 물 흐르듯 그의 뒤로 움직여 다시 한번 공격을 성공시켰다.

“허억- 허억-!”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공방!

사실 공방이라고 하기에도 뭐했다.

플리오가 암살자 림롱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상황이었으니까.

‘미친…!! 생명력이 반절 가깝게 빠졌잖아?!’

어이가 없었다.

자신은 공격력 위주로 키운 전사도 아니었다.

공격력과 맷집을 골고루 키웠으며, 굳이 따지자면 탱킹형 전사로 키운 캐릭터였다.

그런데 아무리 대인공격이 강력한 암살자라고 해도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7천에 육박하는 생명력을 깎아버릴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전투감각이 타고난 놈이다…!’

플리오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카일란을 플레이하다 보면, 가끔 가진 바 능력치에 몇 배 이상의 전투력을 보여주는 타고난 싸움꾼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상대인 암살자에게서 그런 타고난 게이머의 감각이 느껴졌다.

‘그래도 이렇게 포기할 순 없지!’

플리오는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스킬인 ‘폭류참’을 시전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이 스킬의 스킬북을 얻기 위해 그가 들인 골드가 거의 50만 골드에 육박했다.

상대의 공격력이 강력하긴 해도, 클래스가 암살자인 만큼 생명력은 종이쪼가리처럼 가벼울 것이었다.

이 ‘폭류참’ 한 방만 맞추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으리라.

운 좋게 정통으로 맞추기라도 하면 단 한방에 암살자를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흐아아압-!!”

플리오가 대검을 대각선으로 크게 휘둘러 살짝 기울어진 십자 모양을 그렸다.

그러자 그의 대검에 붉은 기운이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림롱’은 그 모습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죽어라 이놈…!!”

플리오는 대검을 든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그 거대한 검이 엄청난 속도로 림롱을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검의 주변으로 붉은 기운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는 그 순간.

놀랍게도 림롱은 대검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검을 향해 뛰어들었다.

“어… 어어…!”

경기장 안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입을 쩍 벌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탓- 타탓-!

놀랍게도 림롱은 가벼운 도약과 동시에 플리오가 날린 검의 검면을 밟고 높이 뛰어오른 것이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 벌어진 기가 막히는 움직임.

묘기에 가까운 엄청난 장면을 본 관중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림롱은 플리오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쐐애애액-!

허공을 가로지르는 날카로운 파공성!

림롱의 양 손에서 각각 세 자루씩 총 여섯 자루의 묵빛 단검이 쏘아져 무방비 상태의 플리오를 향해 쇄도해 갔다.

팍 파팍-!

그리고 이 예측 불가능한 곡예의 가까운 공격에 플리오가 반응할 수 있었을 리 없었다.

[플리오 유저의 생명력이 5% 이하가 되어 경기장에서 아웃됩니다.]

[림롱 유저가 경기에서 승리합니다.]

[퍼펙트 게임으로 승리하여 승점을 두 배로 획득합니다.]

경기가 끝나고 시스템 메시지 까지 울려 퍼졌지만, 장내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모두가 너무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암살자 ‘림롱’이 특별한 스킬을 사용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가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스킬은 암살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킬인 ‘투명화’와 ‘비도술’, 이 두 가지 뿐.

그리고 잠시 후, 누군가를 기점으로 투기장이 떠나갈 듯 커다란 함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모두의 열광적인 함성 속에서.

루키 리그의 예선 첫 경기가 시작한 지 고작 2분 만에 종료되었다.

< (6). 이안의 활약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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