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25화 (154/1,027)

< (1). 파스칼 군도 -1 (6권 시작) >

이카엘에게서 받은 서신을 들고 가자, 황성에는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붉은 서신 바깥쪽에 찍혀있는 이카엘의 문장을 확인한 근위병들이 이안을 곧바로 통과시켜줬던 것이었다.

‘이카엘, 그리퍼 이 두 쌍둥이 마법사가 루스펠 황실에서 제법 영향력이 있나보네.’

하지만 내성부터는 세리아는 들어갈 수 없었기에, 이안은 혼자서 황제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황제 셀리어스는 이안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안경, 오랜만일세.”

“오랜만에 뵙습니다 폐하.”

“그래, 이카엘경이 보낸 서신을 가져왔다고?”

“그렇습니다.”

셀리아스가 손을 까딱 하자, 항상 그의 옆을 지키는 헬라임이 이안에게로 다가와 서신을 받아갔다.

그리고 그것을 쫙 펼쳐 읽는 셀리아스를 보며 이안은 마른침을 삼켰다.

‘뭐야, 황제는 또 왜 저렇게 표정이 심각해? 뭘 시키려고….’

쉽지 않은 퀘스트일 것임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의 심각한 표정을 보자 괜히 더 긴장되었다.

셀리아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군, 파스칼 군도에 있었단 말이지….”

서신을 다 읽고 난 셀리아스는 이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안 경.”

“예, 폐하.”

“혹시 대륙 서남쪽에 있는 파스칼 군도 라는 곳을 아는가?”

“파스칼 군도라면….”

이안은 열심히 머리를 굴려 파스칼 군도 라는 지명을 기억해 내기 위해 애썼다.

‘군도라면, 섬인가? 유명한 곳은 아닌것 같은데….’

하지만 아무리 머릿속을 뒤져봐도 그러한 지명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폐하.”

그리고 셀리아스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군. 하긴, 자네가 아무리 뛰어난 모험가라 하더라도 적국에 가 봤을 리는 없지.”

그 말에 이안은 저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적국? 적국이라고…? 설마 카이몬 제국?’

이안은 서둘러 인터페이스 상단에 있는 대륙의 지도를 열어 보았다.

그리고 대륙 서남쪽 해안, 즉, 카이몬제국 남단의 바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들 위에 ‘파스칼 군도’라고 쓰여 진 지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안은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적국 안에서 국적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순식간에 척살당할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셀리아스의 말이 이어졌다.

“파스칼 군도는 총 열 여덟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네. 그리고 이 중 하나의 섬에 ‘파스칼 뇌옥’ 이라는 카이몬 제국의 감옥이 지어져 있다는 사실을 이카엘이 알아냈다는군.”

딱히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은 이안은,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십여 년 전, 칼라비어스 전쟁 때 카이몬 놈들에게 잡혀간 전쟁포로들이 갇혀 있다네.”

칼라비어스 전쟁 이라는 말은 무척이나 생소했지만, 어쨌든 이안은 어떤 퀘스트가 주어질지 대충 감이 왔다.

‘전쟁포로를 구출해 오라는 퀘스트인가…?’

셀리아스의 말이 이어졌다.

“머지않아 칼라비어스 협곡에 드리워진 칠흑의 안개가 걷힐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왔다네.”

“칼라비어스 협곡…이요?”

이안의 물음에 셀리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칼라비어스 협곡은, 이안 자네가 그리핀을 부화시키기 위해 갔었던 천공의 고원에서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있는 어둠의 땅이라네.”

그 얘기를 들은 순간, 이안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 그 대륙을 반으로 가르고 있는 기다란 협곡을 말하는 거구나.’

그런데 의문점이 생겼다.

‘칼라비어스 협곡에 드리워진 칠흑의 안개라면… 아직 미오픈인 대륙의 중부지역으로 통하는 길목을 차단하는 역할일 텐데, 그게 걷힌다고?’

이안의 머리가 복잡한 것과는 별개로, 셀리어스의 말이 이어졌다.

“칼라비어스 협곡에 드리워진 안개가 걷히는 순간, 우린 또 카이몬 제국과 전쟁을 치러야 할 터. 그 전에 무조건 전쟁포로를 되찾아 와야 한다네.”

옆에 잠자코 서 있던 헬라임이 부언했다.

“특히 ‘카이자르’라는 이름을 가진 무사만큼은 꼭 구해 와야 해, 이안 경. 그는 우리 루스펠 제국에서 가장 강력한 검사 중 한명이야. 이카엘님의 정보가 틀리지 않다면 그 또한 그곳에 갇혀있네.”

잠시 셀리어스와 헬라임에게서 들은 정보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이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칼라비어스 협곡의 안개가 걷히는 날짜도 신탁으로 내려왔습니까?”

이안은 큰 기대 없이 물어본 것이었지만 놀랍게도 셀리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다네. 정확히 보름 뒤, 칼라비어스 협곡의 안개가 걷힐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왔지.”

순간, 이안은 머릿속에서 떠돌던 정보들의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것을 느꼈다.

‘보름 뒤…! 신규업데이트 일정이다.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에선 중부대륙이 오픈 되는 거야…!’

뜻밖의 정보를 얻게 된 이안의 표정이 살짝 상기되었다.

‘중부대륙이 오픈되면서 카이몬제국과 루스펠 제국이 연결되고… 그러면 전쟁은 필연적이겠지.’

어쩐지 대규모 업데이트의 중심이 되는 곳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은 이안은, 뿌듯함을 느겼다.

“어쨌든, 이안. 자네가 파스칼 군도에 가서 포로들을 구출해 왔으면 하네. 어떤가, 할 수 있겠는가?”

셀리어스의 말과 함께, 이안의 눈 앞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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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포로 구출하기-

얼마 전, 루스펠 제국의 황제 셀리어스는 ‘칼라비어스 협곡의 검은 안개’가 걷힌다는 신탁을 받았다.

검은 안개는 10여 년 전 칼라비어스 대전쟁이 끝난 직후 초자연적 현상으로 인해 생겨난 결계이다.

이 결계가 걷히면 두 제국간에 필연적으로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이며, 셀리어스는 그 전까지 전쟁포로로 잡혀있는 루스펠 제국의 포로들을 구출해 오길 바란다.

특히 그들 중 ‘카이자르’라는 이름의 검사는 제국간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다.

보름 안으로 포로를 구출하여 무사히 황성으로 돌아오자.

퀘스트 난이도 : S

퀘스트 조건   : 루스펠 황실의 귀족인 유저.

황제와의 친밀도가 500 이상인 유저.

제한 시간     : 15일 (포로구출까지의 제한시간.)

보상 -  전공 포인트 2000

황실 공헌도 (클리어 등급에 따라 차등지급)

명성 (클리어 등급에 따라 차등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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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의 내용을 다 읽은 이안은, 생소한 단어를 발견하고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다른 건 다 그렇다 치는데, 전공 포인트는 뭐지?’

보상 탭에 쓰여 있는 ‘전공 포인트’라는 말은 지금껏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보상이 어쨌든, 무조건 퀘스트는 진행할 생각이었기에, 이안은 망설임 없이 퀘스트를 수락했다.

그리고 S등급 퀘스트라면 이미 한번 클리어한 전적이 있었기에 자신감도 충분했다.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 폐하.”

그리고 이안의 수락에 셀리어스는 흡족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안경이라면 내 기대를 져 버릴 리 없다 생각했지.”

헬라임을 향해 고개를 돌린 셀리어스가 말을 이었다.

“헬라임, 이안 경에게 갈레온선 세 척을 내어 주도록 하게.”

‘갈레온’ 이란 선박의 이름은, 중세시대에 지중해에서 활약하던 ‘갈레(galea)’에서 유래한 것으로 3∼4층 갑판의 대형범선이다.

그리고 루스펠 제국 수군의 주력을 이루는 군함이기도 했다.

헬라임이 절도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폐하.”

*          *          *

“이쪽으로 오십시오, 이안 남작님.”

루스펠 제국 최남단의 해안도시인 이스룬.

황성에서 곧바로 워프를 통해 이곳에 도착한 이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뭐야, 이런 식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했어?’

황실마법사들이 매스 텔레포트를 사용해 이안을 곧바로 이동시켜 주었기 때문이었다.

배를 타기 위해 대륙 최남단까지 이동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줄로만 알았던 이안은, 만족스런 표정이 되었다.

‘이동하는데 쓰는 시간이 제일 아까웠는데… 다행이야.’

이안을 안내하는 남자는 헬라임이 붙여준 황실 근위기사단의 상급기사였다.

그의 이름은 폴린.

레벨은 무려 170이었다.

이안은 그의 레벨을 확인해 보고는 식겁했다.

‘친하게… 지내야지….’

이안은 폴린에게 밝은(?)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이런 도시도 있었군요. 처음 보네요.”

그 말에 폴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여길 처음 와 보셨다구요? 제국 남부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 중 하나인데요.”

이안은 멋쩍은 표정이 되었다.

“아, 제가 동부나 북부 쪽에 주로 머물러서 그런가 보네요.”

그리고 흐르는 침묵.

하지만 다행히도 둘 사이의 어색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워프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루스펠 제국의 함대가 주둔해 있는 항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제로부터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이안과 함께 움직일 배 세 척이 선착장에 대기 중이었다.

이안과 폴린, 그리고 세리아 일행을 발견한 함장이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충! 오셨습니까, 이안 남작님.”

함장의 깍듯한 경례에 어색해진 이안은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인 뒤, 슬쩍 그의 정보를 확인해 봤다.

‘이 함장이라는 사람… 어쩐지 폴린보다 더 대단해 보이는데….’

그 근거는 우락부락한 체격과 외모.

루스펠 제국 함대의 장교였지만, 외모는 거의 해적 뺨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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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란트 -

레벨 : 195

직책 : 이스룬 함대 제3 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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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안은 말을 잃었다.

195레벨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확인하자, 그렇지 않아도 험상궂은 그의 외모가 거의 흉악범 수준으로 보였다.

“바, 반갑습니다. 이안이라고 합니다.”

함장과 악수를 나눈 이안은 배를 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의 옆에 바짝 붙어서 따라오던 세리아가 이안의 귀에 대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영주님, 저 사람 좀 무서워요….”

이안 역시 그녀의 말에 격하게 동의했다.

“나도….”

그렇게 이안은 카일란을 하면서 처음으로 배에 몸을 실었다.

심지어 이것은 가상현실과 현실을 통틀어 진성 20평생의 첫 항해였다.

*          *          *

그그긍-!

음습한 기운이 일렁이는 지하뇌옥.

듣기 거북한 쇳소리와 함께 철문이 횡으로 열렸다.

“카이자르. 이제 포기할 때가 되지 않았나. 루스펠에선 네놈을 잊었다.”

어두침침한 석옥 한 가운데 사지가 묶인 채 한 남자가 앉아 있었고, 은빛 갑주로 온 몸을 무장한 사내가 그의 앞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은빛 갑주의 사내는 라크로뮤라는 이름을 가진 카이몬 제국의 기사단장이었다.

“웃기는 소리. 그럴 일은 없을뿐더러,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남자, 카이자르는 앉은 채 걸걸한 목소리로 대꾸했고, 라크로뮤는 그 옆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석좌에 걸터앉았다.

“십년이 지났다. 그리고 얼마 전 칼라비어스 협곡의 안개가 걷힐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왔지.”

“…!”

신탁이라는 말에 미동도 없던 카이자르의 고개가 살짝 들어 올려졌다.

길게 자란 백발이 얼굴 전체를 가려서 그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에는 묘한 빛이 어려 있었다.

“또다시 피의 전장이 열리려는가….”

자조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카이자르.

그를 향해 라크로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우리를 돕는다면, 이번 기회에 콜로나르 대륙을 일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카이자르.”

라크로뮤는 뜨거운 열망을 담아 카이자르를 설득했다.

하지만 카이자르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웃기지 마라 라크로뮤. 전장은 한 두 명의 힘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리고 그의 입 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루스펠에는 내가 없더라도 헬라임이 있고, 그리퍼가 있다. 네놈 생각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야.”

< (1). 파스칼 군도 -1 (6권 시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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