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35화 (164/1,027)

< (4). 작위 승급 -2 >

*          *          *

“길드 전체에 공유되는 퀘스트라니. 이런 건 처음 보네요.”

“게다가 제국 퀘스트야. 난이도는 더블S등급이고.”

카이몬 제국의 문양이 멋들어지게 수놓아진 커다란 깃발과 그 아래 함께 펄럭이는 타이탄 길드의 깃발.

그리고 깃발을 필두로 이백여 명도 넘는 타이탄길드의 길드원들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준비해라 에밀리. 곧 시카르 사막이다.”

“예, 샤크란님.”

검붉은 핏빛 갑주, 그리고 허리 양쪽에 매달려 있는 두 자루의 기다란 장검.

한국서버 전사클래스의 랭킹 1위로 유명한 샤크란은, 성큼 성큼 시카르 사막 안으로 진입했다.

일반 몬스터들의 평균 레벨대가 130이 넘는 시카르 사막은, 아직 보통의 유저들에게는 불가침의 구역으로 통했지만, 샤크란의 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샤크란님.”

“왜.”

“시카르 사막은 몰라도, 이어서 나오는 천공의 사막을 이 전력으로 지날 수 있겠습니까?”

세일론의 물음에, 샤크란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흐음.”

천공의 사막은 이안이 그리핀 부화 퀘스트 당시 제국의 기사단과 함께 뚫었던 지역이었다.

천공의 고원을 둘러싸고 있는 널따란 사막지역인 천공의 사막.

천공의 고원 보다야 등급이 낮은 지역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평균레벨이 150도 넘는 어마어마하게 위험한 곳이었기에, 세일론의 걱정도 무리는 아니었다.

현재 타이탄 길드 원정대의 평균 레벨은 120대 후반이었다.

길드 마스터인 샤크란은 140레벨도 넘는 초 고레벨 이었고, 기사랭킹 2위인 세일론 또한 130대 후반의 무지막지한 레벨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150레벨대의 몬스터가 득실득실한 천공의 고원은 위협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생각을 마친 샤크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금 우회하더라도 뚫어야 한다. 그곳을 지나야 중부대륙으로 갈 수 있으니.”

옆에 있던 에밀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전 오히려 아예 북부대륙 통해서 국경을 넘는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되면 루스펠 제국군에 공격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오히려 천공의 사막에 등장하는 미이라들이나 몽크들보다는 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에밀리의 말에 샤크란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럼 늦는다. 그리고 이동중에 루스펠의 상위길드에 들키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져.”

“그건 그러네요.”

발목까지 움푹움푹 들어가는 사막길을 걸어 나가며, 샤크란은 속으로 생각했다.

‘중부대륙의 땅을 밟는 최초의 길드는 타이탄 길드가 될 것이다.’

카일란 오픈 초기부터 항상 모든 컨텐츠를 선점해온 그였다.

전사클래스 최초의 전직유저는 아니었지만, 50레벨을 최초로 달성해서 전사 직업의 탑을 지어낸 것도 그였고, 수많은 필드와 던전들의 최초발견 보상까지 독식해온 그였다.

샤크란은 게임에서 ‘선점’과 그로 인한 ‘선이익’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유저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는 그에게 또 한번의 기회였다.

‘며칠 전에 완료한 제국퀘스트 덕에 전공 포인트도 2천이나 먼저 쌓았다. 빠르게 중부대륙을 선점해서 길드 차원의 이득도 챙겨야 해.’

그리고 문득, 그의 머릿속에 한 유저가 떠올랐다.

최근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화제가 되고 있는 소환술사 유저.

그리고 퀘스트 때문에 들렀던 파스칼 군도에서, 잠깐 동안 이지만 검을 맞대었던 유저.

이안을 생각하며 샤크란의 입 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이안이라, 이안… 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를 만나기 전까지 샤크란은, ‘소환술사’ 클래스 자체를 대체로 쓸모없는 PVE전용 클래스라고 생각해 왔었다.

지금까지 그가 만나온 소환술사들은 대부분 허약하기 그지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안은 달랐다.

비록 본신의 능력을 절반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분신으로 상대한 것이었지만 그를 궁지에 몰아넣기까지 했으니까.

‘중부대륙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군. 물론 제대로 붙는다면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샤크란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당시 샤크란을 상대했던 이안도,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당시에는 이안의 소환수들 중 할리밖에 전장에 없었던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본체가 없었던 샤크란에 못지 않은 패널티였다.

샤크란이 상념에 잠겨있을 때, 길드 일행의 후미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우측에 적이 등장했습니다!”

샤크란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140레벨 정도 되는 일단의 몬스터 무리였다.

“상대하고 움직인다. 모두 전투대형으로 움직여!”

샤크란의 말에, 타이탄 길드의 유저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샤크란의 신형이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어디 몸 한번 풀어 볼까…?’

*          *          *

“흐아암…!”

잠에서 깬 진성은 무척이나 깜깜한 눈 앞에 살짝 당황했다.

아무리 한밤중이라도 가로등 빛이라도 새어 들어와서 앞이 조금은 보여야 정상인데, 시야가 아예 칠흑같이 어두웠기 때문이었다.

“아, 어제 캡슐에서 잠들어 버린 건가?”

캡슐 안 임을 인지한 진성은 손을 더듬어 버튼을 찾은 뒤 꾹 누르며 중얼거렸다.

“대충 생각 나네…. 퀘스트 완료 뜨자마자 바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은데….”

캡슐에서 나온 진성은 양 팔을 쭉 뻗어 올리며 커다랗게 기지개를 켰다.

“으아아…! 지금 몇 시야? 새벽?”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5시.

어제 잠들어던 시간을 생각하니 얼추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열 두 시간 넘게 잤네. 어쩐지 개운하더라니….”

진성의 시선이 신형 캡슐을 잠깐 향했다.

구형 캡슐도 내부가 제법 안락하게 되어있기는 했지만, 신형 캡슐은 정말 침대에서 자고 일어난 것 같이 개운한 느낌이었다.

진성은 방 한쪽 구석에 있는 침대로 시선을 돌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침대… 버려버릴까…?’

진지하게 생각하는 진성.

하지만 왠지 그랬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폐인이 되어 버릴 것 같았기에 참기로 했다.

본능적으로 퀘스트 성공 보상들을 확인해 보고 싶었던 진성은 캡슐 안으로 다시 들어가려다가 멈춰 섰다.

뱃속이 요동쳤기 때문이었다.

“아… 밥 먹은 지도 만으로 이틀이 넘었구나….”

진성은 캡슐을 다시 닫고 부엌으로 향했다.

배고픔을 인지한 순간,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허기가 몰려온 것이다.

‘음, 그런데 이건 무슨 냄새지?’

탁자에 올려 져 있는 의문의 쇼핑백.

그것을 들여다 본 진성은 순간 당황했다.

약간의 온기가 남아있는 도시락이 안쪽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작은 포스트잇에 앙증맞은 글씨체로 메모도 적혀 있었다.

[보온병에 들어있는 국은 그냥 먹어도 되구, 볶음밥은 레인지에 3분정도 데워 먹어!]

“….”

메모를 읽은 진성은 당황했다.

‘엄만가? 아냐, 엄마 왔다 가셨을 리도 없지만… 왔다 가셨으면 내가 아직 살아있을 리가….’

그리고 곧 하린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하린이가 다녀갔나 보네. 게임 좀 하다갔나?’

그러고 보니 집 안에서 하린의 향수 냄새가 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끼익-

의자를 당겨 앉은 진성은 도시락을 열어 식사를 시작했다.

쪽지에는 데워 먹으라고 써 있었지만, 하린의 볶음밥은 그냥 먹어도 충분히 맛있었다.

“와… 이거 진짜 맛있잖아?”

48시간 만에 먹는 밥은 그야말로 꿀맛이었고, 진성은 순식간에 도시락을 뚝딱 해치우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침대 머리맡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스마트폰을 든 진성은 하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하린아 잘 먹었어! 정말 고맙…ㅠㅠ 이따가 학교에서 보자!]

그리고 이안이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기도 전.

곧바로 하린의 답장이 도착했다.

[오후 세시 반까지 역 앞으로 데리러 나오도록!]

“….”

메시지를 본 진성은 당황했지만,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이렇게 맛있는 밥도 얻어먹었는데, 그 정도 못해줄까.”

한껏 기분이 좋아진 진성은 가벼운 걸음으로 캡슐로 들어갔다.

아직 오후 세시 반이 되려면 아홉시간 가까이 남아있었다.

*          *          *

[카일란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익숙한 접속 알림음을 들으며 게임에 접속한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영주 개인 침실이네. 강제 로그아웃되서 이쪽으로 이동됐나 보군.’

일어난 이안은 가장 먼저 정보창을 열어 보상들을 확인해 보기 시작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명성치였다.

‘크, 명성이 이제 일곱자리수가 넘었네.’

그동안 누적되어 쌓인 명성은 102만.

이안은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이 정도면 이제 자작으로 승급해도 괜찮지 않을까?’

남작이 자작으로 승급하는데 소모되는 명성치는 80만이었다.

하지만 딱 80만정도의 명성일 때 승급하는 것은 별로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영주가 가지고 있는 명성치가 낮으면 가신들의 충성도가 떨어지고, 민심 수치가 낮아지기 때문이었다.

이번 제국 퀘스트를 하기 전까지는 85만 정도에 불과했던 이안의 명성치.

하지만 100만이 넘은 지금은 승급을 하고 나도 20만이나 남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이안은 정보 창을 열어 작위 승급 텝으로 들어갔다.

‘그래, 승급 시키자.’

어차피 영지 등급의 다음 단계인 대영지로의 승급을 위해서도 자작 작위는 필수였다.

이안은 망설임 없이 승급 버튼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초록색 메시지로 떠오르는 것을 보아, 모든 길드원에게 전해지는 메시지인 듯 보였다.

[‘영주’ 이안 유저의 작위가 ‘남작’에서 ‘자작’으로 승급되었습니다.]

[영주의 작위가 한 단계 승급되어, 길드명성이 1만 만큼 증가합니다.]

[영주의 작위가 상승하여, 영지의 민심이 5 만큼 상승합니다.]

:

:

한번에 주르륵 나열되는 시스템 메시지들.

그리고 초록색 메시지가 끝이 나자, 이안 개인에게만 떠오르는 백색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작위가 상승하여, 가신으로 등록할 수 있는 npc의 최대치가 5만큼 늘어납니다.]

[작위가 상승하여, 가신들의 충성도가 5 만큼 상승합니다.]

메시지들을 쭉 읽어 내려가던 이안은 가신들의 충성도가 상승했다는 내용을 보고, 문득 궁금해진 것이 있었다.

‘원래 내 가신들의 충성도가 몇이었지…?’

이안은 가신목록에 있는 정보창을 열어 충성도를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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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 목록(충성도)-

[충성도 최대치는 100입니다.]

- 세리아 -

레벨 : 110 / 직업 : 소환술사 / 등급 : 영웅

충성도 : 98

- 말라임 -

레벨 : 107 / 직업 : 전사 / 등급 : 희귀

충성도 : 85

- 텐푸스 -

레벨 : 114 / 직업 : 사제 / 등급 : 일반

충성도 : 82

- 세리우스 -

레벨 : 109 / 직업 : 마법사 / 등급 : 유일

충성도 : 90

- 로르텐 -

레벨 : 110 / 직업 : 전사 / 등급 : 희귀

충성도 : 85

- 카이자르 -

레벨 : 246 / 직업 : 전사 / 등급 : 신화

충성도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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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신경을 많이 써줄수록 충성도가 높구나….’

이안이 가장 신경썼던 가신은 카이자르를 등용하기 전까지 가장 등급이 높았던 세리아였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등급이 높은 세리우스가 역시 세리아 다음으로 충성도가 높았다.

그것을 본 이안은 속으로 뜨금했다.

‘내가 좀 속물이었나…?’

약간의 반성(?)을 하며, 가신목록의 마지막을 확인한 이안은 표정이 확 구겨질 수 밖에 없었다.

“…역시, 괜히 영주놈이라고 하는 게 아니었어….”

새로운 가신인 카이자르의 충성도는 무려 5.

이마저도 방금 이안이 자작으로 승급해서 생긴 충성도였지, 원래의 충성도는 0 이었던 것이다.

이안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카이자르가 혹시 깽판이라도 치면 어떡하지?’

충성도 5 정도면, 사냥중에 이안의 뒤통수를 후려갈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수치.

이안의 등줄기를 타고 순간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카이자르가 뒤통수를 갈기면 난 바로 게임아웃이겠지….’

호환마마보다 두려운 가신 카이자르!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영주실을 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끼이익-

그리고 방 문을 여는 순간.

“자작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이안의 귓전으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안의 시선이 자연히 그 쪽을 향해 돌아갔다.

“음?”

이안을 부른 이는 다름아닌 폴린이었다.

‘아니, 폴린이 왜 여기 있지?’

이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폴린을 향해 물었다.

“아니, 폴린 경이 왜 여기에…?”

이안의 물음에 폴린은 가볍게 예를 취해 보이며, 붉은 천으로 만들어진 두루마리를 이안을 향해 공손히 내밀었다.

“폐하께서 자작님이 깨어나시면 전하라신 서신입니다.”

그리고 이안이 그것을 받아들자, 폴린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폐하께서, 제게 앞으로 자작님을 모시라 명하셨습니다.”

척-

절도 있는 동작으로 다시 예를 취하는 폴린.

이어서 이안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뇌전의 기사 폴린’이 당신의 가신이 되길 원합니다.]

*          *          *

< (4). 작위 승급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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