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73화 (200/1,027)

< (1). 셀라무스 최강의 전사 -3 >

*          *          *

“그러니까… 요행이 아니라는 말이죠?”

사무엘 진의 물음에 림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진님. 제가 지금껏 본 영지 방어 요새중에 가장 뛰어난 수준의 방어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크흠….”

“당시보다 더 방어력이 탄탄해졌으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납득할 만한 수준입니다.”

림롱의 말에 사무엘 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전부 다 돌아보고 온 건 맞습니까?”

“흐음… 한 7~8할 정도는 확인했다고 할 수 있겠군요. 디텍팅 타워가 촘촘히 지어져 있는 몇 군데는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사무엘 진은 말없이 눈을 감았고, 림롱은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사무엘 진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럼 림롱님은 앞으로 파이로 영지가 며칠이나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흐음….”

림롱은 요새 내부에 지어져 있던 방어타워들의 레벨과 규모를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이제 곧 그 일대의 모든 거점들이 카이몬 제국군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겠죠?”

“저는 그 날을 대충 2일 정도 뒤로 보고 있는데….”

사무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저랑 생각이 비슷하시군요.”

림롱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렇다면 아마 3일 뒤 쯤에 파이로 영지를 향한 대대적인 공세가 있을 겁니다.”

림롱이 원탁 위에 놓여 있는 지도를 손으로 짚으며 말을 이었다.

“파이로 영지의 동부지형은 산세가 험해서 공격하기 애매하고, 아마 서, 남, 북 세 방향에서 공격에 들어갈 텐데….”

림롱은 잠시 눈을 감고 턱을 만지작거렸다.

‘방어타워 숫자도 숫자지만… 등급을 알 수 없는 상위 테크 방어타워도 제법 보였고….’

림롱이 다시 눈을 떴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일주일 정도는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길면 보름 정도가 될 지도 모르겠구요.”

림롱의 말에 무심해 보였던 사무엘진의 두 눈동자에 동요의 빛이 어렸다.

“…! 아니, 카이몬 제국군의 총 공세를 일주일이나 버텨낼 여력이 로터스 길드 따위에 있을 거란 말입니까?”

사무엘진은 자존심이 상했다.

명실공히 루스펠 제국 소속 길드 중 가장 높은 랭크를 차지하고 있는 자신의 길드, 스플렌더 길드라고 하더라도 제국군의 총 공세는 3일 이상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일주일, 길면 보름이라니.

조금 상기된 목소리로, 사무엘진이 입을 열었다.

“믿기 힘들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큰일이군요.”

이번에는 림롱이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큰일… 이라구요? 어째서죠? 로터스 길드에서 오래 버티면서 저들의 군사력에 조금이라도 타격을 줘야 차후에 우리가 막아내기 더 수월해 질 것 아닙니까?”

림롱의 말에, 사무엘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림롱님은 하나만 보고 둘은 보지 못하시는군요.”

“…?”

“지금 로터스 길드의 길드랭킹 한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사무엘진의 말에, 림롱은 의아했지만 곧바로 랭킹목록을 열어 로터스 길드의 랭킹을 확인했다.

그리고 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로터스 길드 - 랭킹 : 37위]

“이게…?”

분명히 다크루나 길드와의 전투가 있기 전만 하더라도 100위권 밖에 있던 로터스 길드의 랭킹이 무려 40위권 이내로 껑충 뛰어오른 것.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잠시 뜸을 들인 사무엘 진이 다시 입을 떼었다.

“로터스 길드는 다크루나 길드와의 일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거의 두 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다크루나의 5천 병력을 잡아내면서 얻은 경험치와 전공포인트, 그리고 명성 덕분에 말이죠.”

림롱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사무엘 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 배 이상의 급성장이 말도 안 되는 만큼, 로터스 길드가 다크루나 길드의 5천 병력을 막아낸 것도 비현실적이죠.”

사실 로터스 길드는 다크루나 길드로부터 얻은 보상만으로 37위까지 단번에 성장해 낸 것은 아니었다.

물론 수성전의 승리가 가장 큰 성장 동력이 된 것은 맞았지만, 그동안 로터스 영지의 영지등급도 한 단계 더 올려 대영지로 만들었고, 조련소를 통해 얻은 자원으로 꾸준히 보유중인 영지들을 발전시킨 것이었다.

림롱이 사무엘진을 향해 물었다.

“그럼 혹시 사무엘님은, 로터스 길드가 저희 길드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사무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성장속도만 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흐음….”

“만약 림롱님의 예측대로 로터스 길드가 카이몬 제국 연합군을 일주일, 아니 보름 동안 막아낸다면 이번에는 다크루나 길드를 막아냈을 때 보다도 훨씬 커다란 보상을 얻을 수 있겠지요.”

얘기를 다 들은 림롱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사무엘의 말도 일리가 있다. 아니 분명히 로터스 길드는 수성에 성공할 때 마다 비약적으로 성장하겠지.’

보름간 카이몬 제국 연합군을 막아낸다면, 로터스 길드는 파이로 영지를 빼앗기더라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전공 포인트와 경험치, 그리고 명성을 얻을 것이었다.

“제가 괜히 림롱님같이 고급 자원에게 정찰을 부탁했겠습니까.”

림롱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정찰이었군요.”

사무엘의 말이 이어졌다.

“파이로 영지 요새의 구조… 머릿속에 잘 넣어 오셨지요?”

“그렇지 않아도 간략하게 정리해서 메모해 뒀습니다.”

사무엘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림롱을 응시했다.

“최대한 기억을 전부 살려내셔서… 아니, 필요하다면 몇 번 더 염탐을 감행하더라도 요새 내부 지도를 좀 만들어 주세요.”

“…!”

사무엘진의 의도가 무었인지 깨달은 림롱의 두 눈이 커졌다.

“설마…?”

사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이탄길드에 넘길 생각입니다.”

림롱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래도 그것은 좀… 과한 것 아닙니까?”

하지만 사무엘의 표정은 단호했다.

“더 자라기 전에 그 싹을 잘라버려야지요.”

잠시동안 림롱의 얼굴에 갈등이 스쳐지나갔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          *          *

잠재력 개방으로 인해 추가로 얻은 50%만큼의 전투능력치.

이것은 이안의 전투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주었다.

펑- 퍼펑-!

화살 끝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력이 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력해졌음은 물론, 이제 민첩성 스텟 하나 만큼은 이클립스를 넘어설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쯤 되자, 이안은 이클립스와 거의 호각으로 싸울 수 있게 되었다.

[놀라운 전투력이군, 이안.]

절반 이상의 생명력을 잃어, 게이지가 깜빡이고 있는 이클립스.

그는 이안의 전투감각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 잠재력 개방인지 뭔지 하는 버프… 언제까지 발동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에는 이 전투를 끝내야겠어.”

이안의 말에 이클립스가 실소를 지었다.

[승부욕 하나만큼은 정말 대단하군.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그 버프는 나와의 전투가 끝나기 전까지는 없어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두 사람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도 전투를 쉬고 있지 않았다.

대검을 휘두르며 위협적으로 달려드는 이클립스.

그리고 그와의 거리를 벌리며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입히는 이안.

팅- 팅-!

날아드는 이안의 화살을 빠르게 쳐내며, 이클립스가 대검을 치켜들었다.

[마지막이다, 이안. 이 공격을 막아낸다면 네 승리를 인정해 주도록 하지.]

“…?!”

지금까지의 전투양상이 계속된다면 이안이 조금씩 유리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새롭게 자세를 잡는 이클립스의 모습에 이안은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이길 각이 나왔었는데… 역시 이렇게 쉽게 끝내 줄 리 없지.’

무슨 공격을 감행하려고 하는지는 몰랐지만, 이클립스의 공격을 방해하기 위해 이안은 쉴 새 없이 화살을 날려댔다.

핑- 피핑-!

대검을 정면으로 들어올려 한 대의 화살을 막아낸 이클립스는, 전면으로 발돋움하며 기합성을 내질렀다.

[하압!]

그리고 그 순간.

이클립스의 신형이 어지러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그의 모습은 점점 쪼개지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이안은 질겁하며 몸을 움직였다.

‘뭐야, 분신술이라도 쓰는 거야? 아니 분신이라기엔 뭔가 느낌이 다른데… 무협지에서 보던 이형환위 라도 쓰는 건가?’

잠시 후 총 셋으로 나뉜 이클립스의 몸은 일제히 검을 치켜들고 이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흐아압!]

이안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화살을 빼어 들었다.

‘아니 스킬사용 불가능하다며! 저런 이상한 능력을 쓰는 건 반칙 아니야?’

하지만 아무리 툴툴대봐야 달라질 게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안이었기에, 그의 몸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제기랄, 저렇게 무작위로 움직이면 하나도 맞추기 힘든데 셋이나 되면 어쩌자는 거지?’

이안이 최대한 거리를 벌려놓은 탓에 아직 20m 정도의 여유가 남아있었지만, 그 정도는 단숨에 좁혀질 수 있는 짧은 거리였다.

이안은 지체없이 활 시위를 놓았다.

“제기랄, 다 맞춰준다 내가!”

그리고 시작된 이안의 속사.

핑- 핑- 핑-!

단 세발로 이클립스의 세 개의 분신을 정확히 맞춰낼 수 있으면 베스트였지만, 그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한 이안은 계속해서 화살을 쏘아 대었다.

핑- 핑-!

정확히 분신을 맞춘 것 같이 보였음에도 허무하게 그림자를 통과해서 날아가는 이안의 화살.

이안도 가만히 서서 쏘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신술(?)을 사용하는 이클립스의 이동속도는 이전에 비해 두배 이상 빨라졌고, 이클립스와 이안의 거리는 점점 더 좁혀질 수 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된 것이었다.

‘아오, 좀 맞아라!’

쉴 새 없이 활 시위를 퉁겨대는 이안과 교묘하게 그 사이를 비집으며 계속해서 거리를 좁히는 이클립스.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눈에 갑작스레 빠르게 움직이는 하나의 분신이 들어왔다.

“…!”

그리고 순간,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기운.

이안은 본능적으로 허리를 비틀며 들고 있던 화살을 등 뒤로 던져버렸다.

퍽-!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것은 이안이 던져낸 화살이 무언가를 두들겼다는 의미였다.

이안은 빠르게 새로운 화살을 시위에 걸어 쏘아 보냈다.

쾅-!

화살촉에 걸려있던 폭발력이 터져 나가며 굉음이 울려 퍼졌고,

우우웅-!

투기장 전체를 뒤흔드는 커다란 공명음과 함께, 이안을 향해 달려들던 분신들이 그 자리에서 하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맞춘… 건가?’

아직까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이안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쳐 이클립스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가 이안의 승리를 말해주었다.

띠링-

[S등급의 셀라무스 전사인 ‘이클립스’를 성공적으로 제압하셨습니다.]

[셀라무스 명예의 전당이 갱신됩니다.]

[셀라무스 명예의 전당 가장 높은 곳에 유저 ‘이안’의 이름이 새겨집니다.]

[1560만의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30만의 명성을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51레벨이 되었습니다.]

< (1). 셀라무스 최강의 전사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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