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88화 (215/1,027)

< (6). 몰락의 징조 -2 >

*          *          *

두 달 내내 사냥에 매진한 이안은 170레벨에 근접할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그동안 다른 유저들도 놀고 있지는 않았다.

공식적으로 랭킹에 등록된 유저들의 레벨은 이미 170이 넘은 것이었다.

이안은 여전히 정보가 비공개였기에 레벨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는 않았지만, 현재 레벨로 랭킹 차트에 대입해보면, 10~15위 정도일 것이라고 예측 할 수 있었다.

이안처럼 정보를 비공개로 해 놓은, 다른 숨은 랭커들 까지 따진다면 15~20위 정도.

‘으음… 그래도 이젠 정말 많이 따라왔어.’

20위 안쪽이라고 하더라도, 1,2위를 다투는 랭커들과 이제 5레벨도 채 차이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최상위권 유저들이 100~110레벨 정도인 상황에 새로 캐릭터를 만들어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쾌거인 것이다.

게다가 이안만 제외하면 소환술사 공식 랭킹 1위인 로렌의 레벨이 140대 중반 정도이니, 같은 소환술사군 안에서는 정말 독보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 카르세우스 레벨도 140이 넘었고… 슬슬 직업퀘스트를 하러 떠날 때가 됐어.’

히든 퀘스트인 셀라무스 전사의 연계 퀘스트는 레벨제한이 200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요원했고, 이안은 그간 밀려있던 직업 퀘스트들을 모조리 해치울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엄청 신기하네. 테이밍마스터가 히든 클래스여서 그런 거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레벨업한 과정은 일반적인 성장루트랑은 정말 거리가 멀어.’

일반적으로 50레벨이 넘으면, 유저들은 각자 직업의 탑에서 퀘스트를 받는다.

그리고 그 퀘스트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서 차근차근 레벨업을 하는데, 이안의 경우에는 온갖 특이한 퀘스트와 사건에 휘말리다보니 정작 직업의 탑에서 얻을 수 있는 직업 퀘스트들은 한 적이 없는 것이다.

‘직업퀘스트 싹 다 하고 나면, 통솔력에 여유가 좀 생기겠지.’

그간 통솔력을 올리는데 정말 최선을 다했음에도, 이안은 카르세우스를 소환하고 나면 다른 소환수는 한 마리밖에 소환이 불가능했다.

직업퀘스트는 클리어 할 때 마다 해당 직업능력치를 보상으로 얻을 수 있었고, 그래서 이안에게 가장 시급한 것이었다.

‘자… 그건 그렇고…. 이제 거의 다 온 건가’

이안은 안력을 돋우어 멀찍이 휘날리는 깃발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씨익 미소 지었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군.”

이안의 시선이 카르세우스를 향해 돌아갔다.

“모질이, 준비 됐지?”

이안의 말에, 카르세우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싸울 준비라면 언제든 되어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카르세우스가 폴리모프한 인간형이 평소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본래 날카롭게 생긴 얼굴을 한 흑발의 검사였던 그의 외형이, 좀 더 얄상한 외모를 한 궁사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

그리고 그 외형은 다름 아닌 사무엘진의 모습이었다.

카르세우스가 사무엘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것이었다.

뒤에 있던 카이자르가 한마디 했다.

“어이, 용가리. 너 활도 쏠 줄 알아?”

그 말에 카르세우스가 카이자르를 째려보았다.

“물론. 나는 다루지 못하는 무기가 없다.”

자신만만한 표정을 한 카르세우스를 보며, 이안은 등 뒤에 메고 있던 무기를 꺼내어 들었다.

그 무기는 창도, 활도 아닌 대검이었다.

그것은 이안의 정체를 숨기기 위함이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이안과 카이자르, 그리고 카르세우스.

세 사람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스플렌더길드였다.

카르세우스를 오클란 길드의 길드마스터인 사무엘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시킨 뒤 스플렌더 길드의 진영에서 깽판을 쳐서 두 길드간의 분열을 일으키려는 계획인 것이었다.

카이자르가 얼굴에 복면을 뒤집어쓰며, 이안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영주 놈아. 저놈들도 바보가 아니라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텐데… 그렇게 쉽게 속아줄까?”

이안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뭐, 사실 나도 저들이 속아 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럼?”

“그냥 속 시원하게 깽판이나 놓으려는 거지. 잠깐 동안의 분열은 덤이고.”

스플렌더 길드의 깃발을 노려보며, 이안이 말을 이었다.

“오히려 진짜로 속아서 제대로 된 분열이라도 일어나면 곤란해. 그럼 이 방어전선이 너무 쉽게 깨져 버리니까.”

이안은 루스펠 제국이 무너지기까지 최소 4개월~반년 정도의 시간을 잡고 있었다.

‘루스펠이 너무 빨리 무너져 버리면, 우리가 힘을 키울 기간이 너무 부족해.’

그렇기 때문에 이안은, 적당히 약 올리며 분탕질이나 치다가 빠질 계획이었다.

“오늘은 스플렌더, 내일은 오클란이다.”

물론 오클란 길드의 진영을 들쑤실 땐, 스플렌더 길드의 마스터인 마틴의 외형으로 카르세우스가 활약할 예정이었다.

*          *          *

쿵- 쿵- 쿵-!

오클란 길드의 영주성.

그리고 성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영주실에 앉아있던 사무엘진은 바닥이 울리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일어섰다.

“뭐야? 어떤 놈이 소란스럽게…!”

하지만 그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벌컥-

영주실의 문이 활짝 열리며 마틴이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들어오자마자 영주실의 탁자를 내리쳤다.

쾅-!

“사무엘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씩씩거리며 분통을 터뜨리는 마틴.

그에 당황한 사무엘진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아니, 마틴님. 무슨 일이십니까? 제가 뭘 어쨌다고…?”

사무엘진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대응했고, 마틴은 곧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을 이어나갔다.

“어제 저녁에, 저희 영지 전진막사 보초병들이 절반 가까이 몰살당했습니다.”

그에 사무엘진은 두 눈이 휘둥그래지며 되물었다.

“네에? 어제 저녁에는 분명 카이몬 진영에 아무 움직임도 없었는데…?”

마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야 그렇겠죠. 우리 병사들을 죽인 건 카이몬 제국이 아니었으니까.”

“네? 그럼 대체 누가 그런 짓을…!”

마틴이 손가락으로 사무엘진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바로, 당신. 현장에서 살아남은 병사들과 유저들이 사무엘진, 당신의 얼굴을 봤답디다.”

*          *          *

처음 이 일을 계획할 때, 이안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위해서 카이자르와 카르세우스만을 대동하고 두 진영을 번갈아 들쑤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큰 어려움이 없자, 아예 가신들을 전부 대동하여 소규모 공격대를 꾸려 체계적으로 그들을 괴롭혔다.

이안은 그동안 인재양성소에서 높은 등급의 가신들을 제법 많이 고용했고, 덕분에 가신만으로도 스무 명 규모의 공격대를 만들 수가 있었다.

이안은 가신들만 들을 수 있게 채팅설정을 해놓은 뒤 체계적으로 명령을 내렸다.

[궁사들은 이제 뒤로 빠지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외곽만 돌려 깎는다!]

이안의 목표는 두 길드를 깨부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당연히 이안 혼자의 전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피잉- 피잉-!

길드 막사의 외곽을 지키고 있는 보초병들과 유저들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꿰뚫고 지나가는 화살!

[힐러들은 부상당한 인원 회복시켜주고, 멀쩡한 인원들은 포위당할 일 없게 활로부터 미리 뚫어!]

이 공격의 목적은 단지 지칠 때까지 두 길드를 괴롭히는 것이었고, 무척이나 성공적이었다.

벌써 오일 째.

스플렌더와 오클란 길드의 후방 병력들이 제대로 된 저항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의 대부분의 전력은 카이몬 제국 연합군과의 전선에 투입되어 있었고, 후방에는 비교적 레벨이 낮은 길드원들과 병사들만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안 하나 때문에 주력 병력을 후방으로 빼는 것도 불가능했다.

루스펠 연합군 전선에서 가장 강력한 두 길드의 전력이 빠진다면, 그렇지 않아도 열세인 루스펠 제국 연합군의 방어전선이 그대로 무너져 버릴 것이었다.

어찌되었든 스플렌더와 오클란은 이안의 괴롭힘 때문에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버렸고, 이안은 정말 원 없이 두 길드에게 쌓였던 화풀이를 할 수 있었다.

*          *          *

“헉… 헉…. 아우님, 이제 한계입니다. 좀 쉬도록 하는 게 어떨까요.”

“알겠습니다, 형님. 그럼 잠시 쉬었다가 다시 움직이도록 하죠.”

파이로영지의 수성전이 전부 끝나고, 훈이는 카이자르로부터 반쯤 자유를 얻었다.

사실 자유를 얻었다기보다는 카이자르가 훈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것이었지만.

‘흥, 내가 임모탈의 권능만 얻으면 제일 먼저 카이자르 놈부터 잡으러 간다!’

카이자르와 묶여있는 족쇄를 끊어내는 것이야말로, 훈이가 해 내야 할 가장 첫 번째 과제.

그리고 훈이는 자신 있었다.

몇 달 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임모탈 퀘스트의 끝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훈이는 이제 260도 넘어버린 무지막지한 카이자르의 레벨은, 아직까지도 알지 못했다.

훈이의 옆에 앉아있던 카노엘이 입을 열었다.

“크으, 그래도 아우님 덕에 제 레벨도 130이 다 됐네요.”

“후후, 전 이제 160레벨이 넘었습니다, 형님.”

카노엘이 훈이에게 어둠군주의 맹약 아이템을 사준 이후로, 두 사람은 무척이나 친해졌다.

훈이는 세 살 정도가 더 많은 카노엘을 형님이라 불렀고, 카노엘은 훈이를 아우님이라 부르며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된 것.

훈이의 옆에 항상 붙어다니는 데스나이트 발람까지, 이렇게 셋은 임모탈 퀘스트를 공유하는 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험난한 여정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형님 컨트롤 실력도 확실히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다 아우님 덕분 아니겠습니까.”

허세가 좀 있기는 했지만, 간지훈이는 이안이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카일란의 실력자였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실력이란 능력치나 아이템을 배제한 순수한 컨트롤 능력이었다.

그리고 심각한 ‘겜알못’ 이었던 카노엘은, 훈이의 가르침을 받아 점점 사람다운 실력을 갖춰가는 중(?) 이었다.

십여 분 정도 쉬면서 정비를 마친 두 사람은, 계속해서 던전을 뚫기 시작했다.

“발람! 뒤쪽에 몰려있는 샌드 스컬 아처들부터 좀 처치해 줘!”

[알겠다 훈이.]

“용용이, 브레스!”

크아아오오-!!

이제 제법 손발도 척척 맞는 두 사람.

처음에 카노엘은 훈이에게 파티원이라기보다는 심각한 ‘짐짝’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는, 최소 짐이 되지는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길고 긴 던전의 끝자락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후, 아우님. 이번에는 제대로 찾아온 던전이 맞겠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카노엘을 힐끗 본 훈이는, 심호흡을 한번 한 후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럴 겁니다. 이번엔 틀림없을 겁니다.”

저벅- 저벅-

천천히 걸어가 던전 끝에 놓여있는 석판에 손을 올린 훈이.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임모탈의 권능이 봉인되어있는 수정구슬을, 그 위에 가져다 올렸다.

그리고 훈이의 입에서 석판을 작동시키기 위한 시동어가 울려 퍼졌다.

“어둠의 힘이여… 깨어나라!!”

우우웅-!

훈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비동 전체에 울려 퍼지는 커다란 공명음.

새까맣던 수정구슬의 안쪽에서 서서히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숨죽여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줄기줄기 퍼지는 빛을 따라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그것은 어떤 거대한 형상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대는 진정 어둠의 군주가 될 자격이 있는가!]

던전 전체를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크고 기괴한 목소리.

동시에 훈이의 눈 앞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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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군주 임모탈 (히든, 연계 퀘스트)-

천 년 전. 지저에 언데드의 제국을 건설했던, 군주 임모탈의 권능을 깨워내기 위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당신은 임모탈의 영혼으로부터 받은 모든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 내었고, 임모탈로부터 차기 어둠의 군주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받았습니다.

이제 지저 던전 100층에 잠들어있는 임모탈을 깨우고, 그를 제압하여 어둠의 군주로 거듭나십시오.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조건   :

임모탈의 영혼에게 인정받은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흑마법사(어둠의 군주)로 전직.

(보상은 퀘스트에 참여하는 유저의 직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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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신없이 퀘스트의 내용을 읽어내려가는 훈이의 시야에, 한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다.

[주종관계가 성립되어있는 유저, ‘이안’에게 자동으로 퀘스트가 공유됩니다.]

“…?!”

< (6). 몰락의 징조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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