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분노의 도시 -2 >
* * *
연구소가 있던 마계 107구역에서 목적지인 분노의 도시가 있는 100구역까지.
이안 일행은 막힘없이 뚫고 지나갔다.
마계의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구역 앞에 붙어있는 숫자가 작아질수록 조금씩 강해진다.
하지만 일의 자리수가 바뀔 때는 그 정도가 확 와닿을 정도는 아니었고, 10의 단위가 바뀔 때 마다 한 단계씩 대폭 강력해 지는 시스템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107구역을 무리 없이 돌파해 낸 이안의 전력이면 100구역까지도 어렵지 않게 뚫어 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모든 마정석을 전부 사용하여 또 한 단계 강력해진 것도 한 몫 했다.
공격력이 3천이 넘어버린 괴물 같은 무기가 된 ‘정령왕의 심판’은 마수들의 외피를 두부 썰듯이 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역시, 새로 얻은 스킬들도 히든스킬답게 엄청나단 말이지.’
이안이 ‘테이밍 마스터’ 클래스의 티어를 한 단계 높이는데 성공한 뒤, 새로 얻게 된 두 가지의 히든스킬.
그 중 하나인 ‘교감 Ⅰ’ 스킬은 유틸스킬에 가까운 기능을 가지고 있었으며, 다른 하나인 ‘희생 Ⅰ’ 스킬은 전투보조 스킬의 성격을 가진 스킬이었다.
하지만 두 스킬 모두 이안의 전투력을 증가시켜주는 데 지대한 도움을 주는 스킬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우선 ‘교감 Ⅰ’ 스킬을 살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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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감 Ⅰ -
분류 - 패시브 스킬
스킬레벨 - lv 0
숙련도 - 0%
재사용 대기 시간 - 없음
지속 시간 - 제한 없음
(소환수와의 거리가 소환술사의 통제범위보다 멀어질 시 300분의 제한시간이 생긴다. 제한시간이 지난 후에도 소환수가 소환술사의 통제범위 밖에 있다면, 소환수는 강제로 소환 해제 된다.)
사용조건 - 소환술사와의 친밀도가 최대치인 소환수들에게만 적용되는 패시브 스킬이다.
뛰어난 소환술사는, 자신의 소환수들과 깊이 교감할 수 있다.
교감능력이 한계 이상으로 발전한다면, 소환술사는 자신이 없는 곳에서도 소환수들을 부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소환술사가 접속을 종료하더라도 일정시간동안 소환수들을 소환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 ‘교감 Ⅰ’의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소환수들의 통제범위가 넓어지며, 통제범위 밖의 소환수들이 유지되는 시간이 증가하게 된다.
* ‘교감 Ⅰ’스킬의 숙련도가 최대치가 되면, ‘교감 Ⅱ’ 스킬을 오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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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Ⅰ’ 스킬은, 얼핏 봐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소환술사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뛰어난 이안은, 이 스킬의 내용을 읽는 순간 대번에 스킬의 활용방향과 그 핵심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별 생각 없이 읽으면 단순히 소환수 컨트롤 가능한 범위가 늘어나는 패시브 스킬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 스킬의 진가는 거기에 있는 게 아니지.’
소환술사가 소환수들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는 기본적으로 ‘통솔력’ 능력치에 비례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통제범위 자체가 넉넉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안이 소환수를 통제할 수 있는 최대 범위는 거의 800~900m 수준이었고, 이안조차도 이 범위를 전부 활용하며 전투를 이끌어나간 적은 거의 없었다.
다시 말해 범위가 더 늘어나는 건 전투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애초에 1km에 가까운 먼 거리에 있는 상대는 육안으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소환수를 그렇게 멀리까지 보내서 컨트롤하겠어.’
그렇기에 이 스킬의 핵심 능력은 다른 부분에 있었다.
‘소환술사가 접속종료를 하더라도 소환수들이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능력. 이게 진짜 꿀 같은 기능이지.’
소환술사의 통제범위 밖에 있는, 그리고 소환술사가 게임에 접속한 상태가 아닐 때의 소환수들도 최대 300분 동안 전투를 가능하게 해 주는 능력.
수면이나 식사와 같은, 어쩔 수 없이 게임을 떠나(?) 있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흐르는 시간조차 아까운 이안에게, 이 스킬은 정말 엄청난 보물과도 같은 능력을 선사해 주었다.
‘이제, 내가 침대에 누워 자는 동안에도 내 소환수들은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거야!’
신룡 카르세우스를 1레벨부터 키워내는 기간.
그동안 통솔력의 부족으로 다른 소환수들을 소환하지 못하고 카르세우스만 레벨업을 시켰기 때문에, 지금 이안의 소환수들은 이안 캐릭터에 비해 레벨이 많이 부족한 편이었다.
최소 3에서 최대 15레벨까지도 이안보다 레벨이 부족한 소환수들.
하지만 이 능력이라면 소환수들이 다시 이안의 레벨을 따라잡는 것은 금방일 것이었다.
‘빡세게 굴려줘야지.’
소환수들이 알았다면 그야말로 식겁할 만 한 이안의 음모(?)!
‘일단 지금 진행 중인 퀘스트부터 끝내고 나서… 소환수마다 사냥터를 지정해줘야겠어.’
이안은 속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시시덕거리는 이안의 옆으로, 카이자르가 다가왔다.
“이제 곧 101구역도 끝이 보이는 것 같군.”
카이자르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잘하면 오늘 접속종료 하기 전에 100구역까지 들어설 수는 있겠어.”
이안에게 슬쩍 말을 건 카이자르가 자신의 대검을 들어 이안에게 내밀며 본론을 꺼냈다.
“그런데 영주놈아, 내 대검 강화좀 더 해주면 안 되냐? 내 검도 네놈 창처럼 8강까지 올려줘라.”
“마정석 부족하다 가신놈아. 나중에 마정석 많이 생기면 해 줄게.”
“거짓말 치지 마라. 하급 마정석 다섯 개도 넘게 가방에 집어넣는 거 봤다.”
“…어쨌든 지금은 안 돼. 나중에.”
“쳇.”
“저기 가서 라이랑 빡빡이나 좀 도와줘라. 네가 제일 쎈데 놀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
“알겠다, 이안. 대신 분노의 도시인지 뭔지 도착하면 내 검 강화해줘야 된다.”
이안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알겠어. 그러니까 빨리 가서 일해라 가신놈아.”
강화해준다는 말에 신이 난 카이자르가 번개같이 앞으로 뛰어나가자,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후, 카이자르는 무슨 아이템 욕심이 어지간한 유저들보다 많네. 뭐 그래도 강화 한번 해 줄 때마다 충성도가 조금씩 오르니까 그거로 위안을 삼아야 하나….’
아직까지도 일행 내 최대 전력인 카이자르.
그런 카이자르의 충성도가 오른다는 것은 곧 전력상승을 의미했다.
물론 이안의 말을 듣지 않아도 적들을 마구 때려잡는 카이자르였지만, 충성도가 높아져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더 훌륭한 전력이 되어줄 것이었으니까.
‘그나저나, 할리 전투불능은 언제 풀리는 거지?’
이안은 소환수 창을 열어 할리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소환수 할리 - 등급 : 영웅 / 상태 : 전투불능 (남은 시간 : 02:49:23)]
앞으로도 거의 세 시간 가까이 소환할 수 없는 상태인 할리.
하지만 할리는 전투 중에 데미지를 입고 전투불능이 된 것이 아니었다.
이안이 새로 얻은 히든스킬인 ‘희생 Ⅰ’을 할리에게 사용하여 전투불능이 된 것이었다.
‘확실히 1레벨 다운이라는 디스어드벤티지가 크기는 하지만, 내가 가진 버프 중에 이만한 버프는 없으니까.’
‘희생 Ⅰ’ 스킬은, 보유한 소환수 중 하나를 말 그대로 ‘희생’시켜, 일정시간동안 팀 전체에 막대한 버프를 거는 능력이었다.
스킬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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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생 Ⅰ -
분류 - 엑티브 스킬
스킬레벨 - lv 0
숙련도 - 0%
재사용 대기 시간 - 320분
지속 시간 - 300분
사용조건 - 현재 소환되어 있는 소환수, 혹은 소환술사 자신에게 사용 가능하다.
다른 유저나 NPC, 다른 유저의 소환수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동료 소환수의 희생은, 일행에게 슬픔과 동시에 분노를 가져다 준다.
일행은 희생된 소환수(혹은 소환술사 본인)의 전투력에 비례하여 강력한 버프를 얻게 된다.
이동속도 : +(희생된 소환수의 레벨/3)%
재사용 대기 시간 : -(희생된 소환수의 레벨/5)%
전투능력 : +(희생된 소환수의 전투능력/2)
* 희생된 대상은 전장에서 사망했을 때와 동일한 패널티를 받게 된다.
* 소환술사 본인과 보유한 모든 소환수들, 그리고 가신들에게 버프가 적용된다. (파티를 맺은 다른 유저들이나 NPC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 소환수가 아닌 소환술사 본인에게 희생 능력을 사용했을 시, 소환술사는 지속시간동안 영혼의 상태로 전장을 떠돌게 된다.(영혼 상태에서는 적을 공격할 수 없으며 어떤 스킬도 사용할 수 없다.)
영혼 상태가 끝나면 자동으로 게임 접속이 종료되며, 사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24시간동안 게임에 접속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소환술사 본인에게 희생능력을 사용하면, 모든 버프 계수와 지속시간이 2배로 적용된다.
* ‘희생 Ⅰ’의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버프 계수가 조금씩 증가하며, 지속시간이 대폭 증가한다.
* ‘희생 Ⅰ’스킬의 숙련도가 최대치가 되면, ‘희생 Ⅱ’ 스킬을 오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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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잃는 것이 많은 만큼, 버프 효과도 지금껏 얻었던 그 어떤 스킬보다 대단한 수준.
이안은 시험삼아 할리에게 희생 스킬을 사용해 보았으며, 그 위력을 톡톡히 보았다.
‘버프가 지속되는 5시간 동안, 진짜 전력이 2~3배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었지.’
할리는 순발력에 특화된 소환수였고, 그런 할리의 모든 능력치의 50%만큼을 다른 소환수들과 가신이 옮겨 받았으니, 그 효과는 엄청났다.
순발력이 가장 느렸던 빡빡이 마저도, 중상급 이상의 순발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모든 스킬들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34%나 줄어들었고. 모든 움직임이 56.6%만큼 더 빨라졌어.’
할리의 레벨은 170이었기 때문에, 그 1/5만큼의 수치인 34%만큼의 계수가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에 적용된 것이었고, 1/3만큼의 수치인 56.6%만큼 움직임이 빨라진 것이었다.
‘1레벨 감소라는 패널티가 어마어마하긴 하지만… 그래도 종종 쓰게 될 것 같은 능력이야.’
감당하기 힘든 보스를 상대해야 하는 보스전이나, 중요한 영지전 같은 때에는 필수로 써야만 하는 스킬!
이안은 생각을 정리하고는 한창 마수들과 전투중인 소환수들을 둘러보았다.
“지금 상대하고 있는 놈들만 다 잡고 2시간 정도 휴식한다!”
이안의 말에 소환수들이 반색했다.
[오오! 주인이 뭘 잘못 먹은 것 같다!]
[이럴 수가. 다섯 시간 밖에 사냥하지 않았는데 두 시간이나 쉰대!]
[믿기 힘든 일이군.]
하지만 이안이 쉬어가려는 이유는 정말 쉬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할리의 전투불능 지속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려서 100구역에 진입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100구역엔 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까….’
이안은 등에 메고 있던 정령왕의 심판을 꺼내 들고는 전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빨리 다 쓸어버리고 쉬러 가자 얘들아!”
이안의 외침에 힘을 얻은 소환수들이, 더욱 투지를 불태우며 마수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알겠다 주인!]
카르세우스는 커다란 입을 쩍 벌리며 입김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좋아! 다 통구이로 만들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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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분노의 도시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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