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최초의 듀얼 클래스 -1 >
이안이 돌아오기까지 몇 달을 예상했던 세르비안은, 이안을 발견하자마자 벙 찐 표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괴물 같은 놈!”
세르비안은 이안을 보자마자 그가 반인반마가 되는 데 성공했으며, 심지어 상급마족의 수준까지 한번에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안이 씨익 웃으며 대꾸했다.
“오랜만에 보는데 인사가 너무 과격한 거 아닙니까?”
하지만 사실, 세르비안의 반응은 오히려 담백하다고 할 수 있었다.
너무 놀라서 두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으니까.
그는 십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동안 이안이 이뤄낸 성과를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저기요, 세르비안님. 왜 말씀이 없으세요. 이제 저 전직시켜 주셔야죠.”
“어? 그… 그래야지.”
이안의 재촉에 겨우 정신을 차린(?) 세르비안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나….”
“네…?”
미안해서 어쩌냐는 말에 이안은 잠시 불길함을 느꼈지만, 곧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자네가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 몰라서, 아직 내 연구실이 준비가 덜 되었다네.”
“아, 뭐 그런거라면야…. 그런데 얼마나 기다려야 하죠?”
세르비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글쎄… 못해도 일주일 정도는 더 걸리지 싶어.”
이안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일주일? 일주일이나 기다리라고…? 그럴 순 없지. 그 때가 되면 최초 듀얼클래스 타이틀을 뺏길 지도 모르잖아?’
마음이 조급해진 이안이 재차 말했다.
“혹시, 제가 세르비안님을 도우면 좀 더 일찍 일을 마칠 수 있을까요?”
이안의 말에 세르비안이 반색하며 대답했다.
“오! 자네가 도와준다면야, 나야 너무 고맙지.”
그리고 이안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불쑥 허공으로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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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 연성술의 시작 Ⅲ (히든)(연계)-
엘프 최초의 반마이자, 소환마인 세르비안은, 당신의 실력과 자질에 무척이나 감탄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빠른 시일 내로 당신을 자신의 제자로 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당신이 너무 빨리 과제를 달성해온 탓에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세르비안의 연구실을 복원하는데 힘을 보태어 가능한 빨리 복원을 마무리 짓도록 하자.
퀘스트 난이도 : S
퀘스트 조건 :
세르비안의 두 번째 시험을 통과한 유저.
‘반인반마’이자 소환술사인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카오스 스톤 x20, 하급 연마석 x20
*퀘스트 성공시, 소환마-召喚魔(마수연성술사)로 전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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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안은 곧바로 퀘스트를 수락했고, 일분 일초가 아깝다는 듯 재빨리 세르비안을 향해 물었다.
“그럼 제가 해야 할 일은 뭐죠?”
“아니, 자네 뭐 이리 마음이 급해?”
“아 됐고, 빨리 얘기좀 해 줘요.”
“… 으음…. 그렇다면 일단 하급 마수인 슈플리의 깃털을 70개만 좀 구해다 줄 수 있겠나?”
세르비안의 말이 끝나자 마자 퀘스트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띠링-
[퀘스트 - 슈플리의 깃털 채집 : 0/70]
메시지를 보자마자 뒤돌아 나가려던 이안은, 다시 고개를 돌려 세르비안을 향해 말했다.
“한 번에 필요한 거 전부 다 불러 봐요. 왔다갔다 않고 한 번에 전부 구해오게.”
세르비안은 조금 당황했는지, 이마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천천히 읊기 시작했다.
“그, 그래? 그렇다면….”
그리고 이안의 눈 앞에 연달아 퀘스트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퀘스트 - 비거의 어금니 채집 : 0/35]
[퀘스트 - 카트로의 발톱 채집 : 0/95]
:
:
메시지를 전부 확인한 이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구실을 다시 나섰다.
세르비안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 밖에 없었다.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구만.”
그리고 그의 입 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하지만 마음에 든단 말이지.”
세르비안도 걸음을 돌려 작업실로 들어갔다.
괴물같은 녀석이 또 순식간에 과제를 전부 달성해서 돌아올 게 분명하니, 최대한 빨리 다른 일들을 마무리해 놓아야 했다.
* * *
“세일론.”
“예, 마스터.”
“이거 도저히 안 되는 걸까?”
“그걸 제게 물어보시면….”
마왕의 시험에 세 번이나 연속으로 실패한 타이탄 길드의 파티는 침울한 분위기였다.
나름 길드 내에서 각 클래스 별로 가장 뛰어난 유저들만 모아서 퀘스트 진행에 나선 것이었는데, 정말 턱도 없이 무참히 실패한 것이었다.
“아오, 진짜! 어떻게 될 것도 같은데!”
샤크란이 신규 클래스 유저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처음에 걱정했던 소환술사를 제외하고도, 흑마법사 유저나 암살자 유저 또한 거대한 구멍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무조건 전투력 높은 고레벨 유저들만 영입하다보니까 상대적으로 신규클래스 전력모집을 너무 등한시 한 것 같아.’
신규 클래스 유저들의 레벨이 낮은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레벨은 다들 그래도 나름대로 그 클래스 내에서는 높은 유저들이었는데, 실력이 너무 형편없었던 것이다.
카일란은 레벨이 같더라도 컨트롤 능력에 따라 그 전투력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에, 사태는 더욱이 심각했다.
‘후우, 어떻게 해야 한담….’
사실 이미 답은 알고 있었다.
퀘스트 구성원을 타이탄 길드 유저들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드의 유저들도 파티에 받아서 각 클래스 별로 최상의 전력을 가지고 트라이하면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크란은 아직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 얻은 길드 퀘스트인데…! 이걸 다른 길드들과 나눠가질 순 없지!’
샤크란은 주먹을 불끈 뒤며 벌떡 일어났다.
“세일론, 좀만 더 해 보자.”
세일론이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다.
“너무 어려운데 말입니다….”
“그래도, 다른 길드를 끼우는 건 절대로 안 돼!”
“그거야 저도 그러고 싶죠….”
“하다가 정 안되면 신규 클래스 랭커 유저 중에 길드가 없는 유저들이라도 영입해서 진행해 보자고.”
그런데 샤크란의 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세일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마스터! 저 갑자기 생각난 게 하나 있습니다!”
“뭔데?”
“바로 어제였나? 길드 정보통을 통해서 재밌는 소식을 하나 들었었거든요.”
“…?”
세일론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110구역의 마계 수문장이 처치됐는데, 그 처치에 성공한 파티의 주역이 흑마법사 유저였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어느 길드 소속도 아니라고 하더군요.”
“…정말이냐?!!”
세일론은 고개를 끄덕였고, 샤크란의 입 가에는 함박웃음이 맺혔다.
“당장 영입 추진해!”
* * *
이안은 무려 하루만에, 세르비안이 내준 과제들을 모조리 완수해 내고 돌아왔다.
그리고 세르비안의 입이 쩍 벌어졌음은 물론이었다.
“이제는 더 놀랄 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끝없이 마수들을 사냥한 이안은, 퀭한 눈을 하고 있었다.
‘아씨, 졸려 죽겠네…! 그래도 듀얼 클래스로 전직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확인하기 전 까지는, 편히 눈 감을 수 없지!’
듀얼클래스를 향한 이안의 의지는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후우, 어쨌든 이제 정말 끝난거죠?”
이안의 눈빛을 보고 움찔한 세르비안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뭔가 더 퀘스트를 줬다가는, 들고 있는 창으로 자신의 몸을 난도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렇다네. 수고했어, 이안! 자네는 정말 대단해!”
그리고 이안이 그토록 기다려왔던 메시지가 눈 앞에 주르륵 펼쳐졌다.
띠링-!
[마수 연성술의 시작 Ⅲ (히든)(연계)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SS]
[명성치를 85000만큼 획득하셨습니다.]
[‘카오스 스톤’ 아이템을 20개 만큼 획득하셨습니다.]
[‘하급 연마석’ 아이템을 20개 만큼 획득하셨습니다.]
:
:
[반마, ‘세르비안’이 당신에게 ‘소환마-召喚魔(마수연성술사)’ 클래스로의 전직을 제안합니다.]
[‘소환마-召喚魔(마수연성술사)’ 클래스는 마계에서만 얻을 수 있는 듀얼클래스입니다.]
[듀얼 클래스는 본래 가지고 있던 클래스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전직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클래스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소환마-召喚魔(마수연성술사)’ 클래스로 전직하시겠습니까?]
세르비안과 이안의 눈이 마주쳤다.
“내게 마수 연성술을 한번 배워 보겠는가?”
이안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떠올랐다.
“오케이! 당연하죠! 바로 전직하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자네는 분명 훌륭한 연성술사가 될 수 있을게야.”
이어서 그토록 보기 위해 노력했던 메시지들이 이안의 눈 앞에 나타났다.
[‘소환마-召喚魔(마수연성술사)’로의 전직에 성공하셨습니다!]
[최초로 듀얼클래스를 얻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지금부터 일주일 간, 모든 듀얼 클래스 스킬의 숙련도가 1.5배 만큼 빠르게 증가합니다.]
[명성을 20만 만큼 획득하셨습니다.]
[‘알 수 없는 마수의 알’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 * *
“휴우, 난이도가 생각보다 크게 어렵지는 않네. 마지막 단계까지 클리어 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했어.”
양 손으로 흡수되는 붉은 구슬을 보며 중얼거리는 레미르.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둥실 둥실 떠있던 카산드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레미르에게 말했다.
[확실히 네 능력이 뛰어나긴 해, 레미르. 악마의 시험을 마지막 단계까지 이렇게 쉽게 클리어할 줄은 몰랐어. 비록 악마의 순혈 자체가 평마족의 것이었다고는 해도 말이야.]
레미르는 발 밑에서 일렁이는 붉은 기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쉬워. 네 말에 의하면 악마의 순혈이 상급 마족의 것이었다면… 한 번에 상급 마족의 등급을 얻을 수도 있었던 거잖아?”
카산드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상급 마족의 순혈을 네가 어디서 구할 수 있겠어. 지금 네가 해 낸 정도가 거의 최상일 거야. 게다가 넌, 마지막 시험상대까지 압도적인 차이로 처치했기 때문에 평마족 등급 안에서도 엄청나게 높은 판정을 받았고.]
“그런 거야?”
[응. 반마가 되자마자 마기가 1만이니까… 앞으로 5천만 더 모으면 상급마족이 될 수 있어.]
그제야 레미르는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그렇군. 그렇다면 얼른 상급 마족이 되어야 겠어.”
[그 전에 듀얼클래스부터 얻는 게 좋지 않을까? 아마 듀얼클래스를 얻는다면 네 사냥속도도 지금보다 1.5배는 더 빨라질걸?]
레미르의 붉은 입술에 슬쩍 미소가 얹혔다.
“그래야겠지…?”
하지만 그녀의 그 미소는, 곧바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 이유는, 마계 전역에 떠오른 한 줄의 월드메시지 때문이었다.
[유저, ‘이안’이 최초로 듀얼클래스를 얻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레미르의 고운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고 말았다.
< (4). 최초의 듀얼 클래스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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