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29화 (255/1,027)

< (5). 노가다의 신 -1 >

이안은 노가다를 좋아한다.

‘노가다는 배신하는 법이 없지.’

게임은 현실과 다르게, 노력하는 만큼 그대로 수치화 되어 능력치로 나타난다.

이안이 게임을 사랑하는 이유였다.

‘현실에서는 내가 영어공부를 두 시간 한다고 영어실력이 두 시간어치 만큼 늘어나지 않잖아? 설령 늘어난다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어.’

하지만 카일란에서는, 사냥을 하면 ‘경험치’라는 게 수치화 되어 오르고, 스킬을 사용하면 ‘숙련도’ 라는 수치가 상승한다.

이 얼마나 합리적인 시스템인가?

그렇다고 이안이, 아무 생각 없이 무식하게 노가다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최고효율을 뽑아낼 수 없는 노가다는 진정한 노가다가 아니다.’ 라는 것이 이안의 게임신조 와도 같은 말이었으니까.

‘쓸 데 없는 스킬 숙련도를 올리거나 효율 나쁜 아이템을 강화하느니, 차라리 허공에 삽질을 하겠어.’

그래서 항상, 이안은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남들은 찾지 못한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어 최대한의 이익을 취하고, 다른 유저들보다 더 빠른 길을 찾아서 뚫고 나가 성장할 때의 쾌감이 곧 이안이 게임하는 원동력이었다.

만약 학교 과목 중 ‘카일란’ 과목이 있었더라면 전교 일등을 하고도 남았을 열정!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는 그런 과목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안의 성적표에 찍힌 성적은, 무척이나 참담했다.

이안의 한학기 학점의 평점은 4.5점 만점에 무려 0.55.

놀랍게도 이제 팔순을 바라보고 계시는 할아버지의 시력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괜찮아…! 교수님께서 학고는 면하게 해주신다고 했으니까….’

이진욱 교수가 아니었더라면, 이미 학사경고뿐 아니라 제적을 받았어도 이상하지 않을 자신의 성적을 떠올린 이안은 잡념을 떨쳐버리기 위해 고개를 강하게 휘저었다.

“후우, 그런 의미에서 딱 네 놈만 더 잡고 쉴까?”

이안의 중얼거림을 들은 소환수들이 더욱 열정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얘들아, 주인 놈이 네 마리만 더 잡으면 쉬겠대.”

꾸룩- 꾸룩-!

“할리 거기서 뭐해!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움직여랏!”

그리고 상황(?)을 눈치 챈 가신들도 다를 것 없었다.

평소 전투에 수동적이기 그지 없었던 세리아마저 적극적으로 돌변했다.

“카이자르님 지금 쉴 시간이 어디 있어요! 빨리 움직여요. 폴린님! 폴린님도 이쪽으로!”

그리고 일행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이안은 빠르게 목표량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급 마수 ‘비거’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듀얼 클래스 ‘소환마-召喚魔(마수 연성술사)’의 직업 숙련도가 0.15%만큼 상승합니다.]

[하급 마수 ‘슈플리’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듀얼 클래스 ‘소환마-召喚魔(마수 연성술사)’의 직업 숙련도가 0.15%만큼 상승합니다.]

“후우, 모두 수고했다! 잠깐 휴식!”

이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소환수들은 전부 자리에 주저앉았다.

“헉… 헉… 드디어 휴식이야!”

그리고 빡빡이가 자리에 엎드리자마자, 가신들이 재빨리 다가와 거대한 빡빡이의 등껍질에 기대어 앉았다.

“역시, 빡빡이가 최고군.”

“빡빡아 등껍질 좀 빌릴게.”

이안은 그 모양을 잠시 둘러본 뒤, 피식 웃음 짓고는 마수 정보창을 열었다.

다시 이안의 마수 연성 노가다가 시작되었다.

잡아놓은 재료들을 전부 소모할 때 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마수 연성술’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셨습니다!]

[‘마수 연성술’의 숙련도가 1.0%만큼 상승합니다.]

[연성등급 : C+]

:

:

[‘마수 연성술’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셨습니다!]

[‘마수 연성술’의 숙련도가 1.2%만큼 상승합니다.]

[연성등급 : B-]

:

:

[‘마수 연성술’에 실패하셨습니다.]

[메인 재료인 ‘비거’의 충성도가 5만큼 감소합니다.]

[서브 재료인 ‘슈플리’가 소멸되었습니다.]

이안의 최초의 마수 연성은, 한 번에 B+의 연성등급이 나왔지만, 항상 그렇게 연성이 잘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땐 아마 최초 연성 시도라서 확률 보정이 있었던 것일 테지.’

그 이후로 수십 번이 넘는 시도 동안 이안이 B등급 이상의 연성에 성공해 상위 등급의 마수를 얻은 것은 총 5번.

그래도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성공 빈도가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안의 노가다에는 더욱 탄력이 붙고 있었다.

‘이제 숙련도가 몇 정도나 되었으려나….’

이안은 스킬창을 열어서 마수 연성술 스킬의 숙련도를 확인해 보았다.

[마수 연성술 : Lv 0 (숙련도 - 73.3%)]

‘좋아, 이제 내일 오전 까지만 좀 빡세게 노가다 하면… 1레벨은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그 때, 노가다를 하며 뿌듯해 하는 이안의 곁으로 카이자르가 다가왔다.

“영주 놈아.”

“왜 부르냐, 가신 놈아.”

이제 카이자르와는 제법 친밀도도 많이 쌓였고, 충성도도 어느덧 50이 넘었기 때문에, 이안은 거리낌 없이 카이자르를 대하고 있었다.

“우리 근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냐.”

“응?”

“계속 마계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잖아. 목적지가 없어서 가신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음….”

“혹시 계속 노가다 하다가 다시 연구소로 돌아갈 생각인 건가?”

지금 이안 일행이 위치해 있는 곳은 마계 103구역.

기본적으로 보이는 마수란 마수는 전부 잡거나 사냥하며 이동하고 있었기에 일행의 이동속도는 무척이나 느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금씩 낮은 번호대로 이동하고 있었기에 카이자르가 물어본 것이었다.

“우린 이렇게 계속 사냥하면서 분노의 도시로 이동할거야.”

생각지 못했던 이안의 말에, 카이자르가 곧바로 되물었다.

“분노의 도시?”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거기서 데려와야 할 새로운 식구가 하나 있거든.”

카이자르를 비롯한 가신들은 분노의 도시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 했었다.

그렇기에 그 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아무것도 몰랐다.

당연히 ‘얀쿤’과 있었던 일에 대한 부분도 알 턱이 없었다.

“새로운 식구? 새로운 마수나 소환수라도 하나 얻는 건가?”

그에 이안은 아무런 대답 없이 피식 웃을 뿐이었다.

‘크크, 이제 카이자르 녀석 상전이 하나 생길 텐데….’

카이자르의 레벨도 처음 이안이 가신으로 들였을 때 보다는 무척이나 많이 올랐다.

현재 카이자르의 레벨은 280도 넘은 수준.

물론 아직 200레벨도 채 찍지 못한 이안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레벨이었지만, 얀쿤에 비하면 어린아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둘의 만남이 기대되는데?’

이안은 실실 웃으며 계속해서 마수 연성 노가다를 했고, 카이자르는 어깨를 한번 으쓱 해 보인 뒤 빡빡이의 곁으로 돌아갔다.

이안은 노가다를 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 소환술도 마스터 4레벨이 넘었고… 듀얼클래스 얻는 것도 성공했으니까, 이리엘에게 한번 가 볼 때가 된 듯 하네.’

이안은 오래 전 이리엘에게서 받았던 히든 퀘스트인 ‘마룡 칼리파의 그림자’ 퀘스트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퀘스트의 진행조건이 소환술 마스터 3레벨 이었기 때문이었다.

‘후, 퀘스트 받은 지 반년도 넘게 지났는데 이제야 하게 되다니….’

남들 같았으면 퀘스트를 잊고도 남을 만큼의 시간이 지났지만, 치밀한 이안이 무려 히든 퀘스트를 잊었을 리가 있는가!

이안은 세라핌에게서 받은 퀘스트만 마무리가 되면, 다음 연계 퀘스트를 진행하기 전에 마룡 칼리파 퀘스트를 할 생각이었다.

‘엄청 중요한 퀘스트일거야, 분명. 어쩌면 카르세우스의 각성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지.’

카르세우스는 지금도 무척이나 강력한 전설등급의 드래곤이었다.

하지만 각성을 하고 난다면 신화등급이 될 것이 분명했다.

‘크으… 신화등급이라니. 아직 구경도 해 본적 없는 등급이야. 생각만 해도 설레는군.’

일반적인 유저들의 기준으로는, 과부하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이안의 과제들!

하지만 이안은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오늘도 마계의 하루는 빠르게 지나갔다.

*          *          *

훈이와 카노엘은, 비교적 빠른 기간 내에 100구역까지 뚫고 들어올 수 있었다.

거기에는 둘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두 사람이 110구역의 수문장을 처치해버렸다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수많은 인원이 한 번에 쏟아져 나왔고, 수 백명이 넘는 인원이 동시에 100구역을 향해 움직이다보니, 몇몇 랭커들이 개별적으로 뚫을 때 보단 훨씬 속도가 빨랐던 것이다.

그리고 100구역에 도착한 두 사람의 시야에, 거대한 분노의 도시의 성곽이 들어왔다.

“크으, 저기가 분노의 도신가봐 형.”

훈이의 말에 카노엘이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네. 드디어 우리도 본격적으로 마계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건가?”

두 사람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빠르게 분노의 도시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훈아, 분노의 도시 들어가려면 치안대 퀘스트를 해야 한다고 했지?”

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커뮤니티에 누가 공략 올려놨더라고. 타이탄 길드의 세일론인가? 광휘의 기사인지 뭐시긴지.”

일반적으로 처음 컨텐츠를 발견한 유저는, 그 공략이나 정보에 대해 곧바로 커뮤니티에 풀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른 사람이 공략을 올리기 전에는 길드 차원에서 공략을 올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게 길드 이미지에도 큰 도움이 되었고, 공략의 조횟수가 높아지면 공식 커뮤니티 차원에서의 보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세일론은, 110구역의 수문장이 처치되었다는 정보를 듣자마자, 길드 이름으로 재빨리 공략을 올린 것이었다.

카노엘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나도 공략 올라온 것 전부 읽어 봤는데… 우리 둘 만의 힘으로는 조금 힘들 것 같지 않아? 타이탄 길드도 풀파티로 진행했다고 하던데….”

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봤어. 근데 타이탄 길드 풀파티는 비교적 여유있게 퀘스트 클리어한 것 같고… 내 생각에는 한 5~10명 정도만 모아도 클리어는 가능할 것 같아.”

카노엘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흐음… 같이 110구역 수문장 트라이했던 분들에게 귓말이라도 드려봐야 하나?”

그렇게 두 사람이 치안대 퀘스트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훈이의 시야에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띠링-

[세일론 : 안녕하십니까, ‘간지훈이’님 되시죠?]

훈이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이놈! 호랑이도 제 말 하면 나타난다더니…!”

반면에 메시지를 볼 수 없는 카노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게 뜬금없이 뭔 말이야, 훈아.”

그리고 훈이가 대답 메시지를 보내기도 전에, 세일론으로부터 메시지가 하나 더 날아 왔다.

[세일론 : 지금 분노의 도시 근처까지 진입하셨을 것 같은데… 저희가 치안대 퀘스트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          *          *

분노의 도시에 도착한 이안은, 곧바로 세라핌에게 들러 얀쿤의 안부에 대해 확인했다.

“세라핌님, 듀얼클래스를 얻고 돌아왔습니다.”

“오오… 생각보다 금방 돌아왔군.”

“얀쿤은 어떻게 됐습니까? 징벌의 탑에서 풀려난 겁니까?”

이안의 말에 세라핌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일세. 내가 곧바로 손을 썼지.”

“감사합니다.”

“아니야. 사실 내 힘이라기 보다는 자네 덕이 크네. 자네가 이미 얀쿤의 죄몫으로 되어있던 문제들을 전부 해결해 주었는데, 풀어주는 거야 무에 어렵겠는가?”

이안이 고개를 살짝 숙여보였다.

“어쨌든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전 얀쿤을 만나러 한번 가 보겠습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시게. 얀쿤은 아마 분노의 도시 동문 앞에 있는 커다란 여관에 묵고 있을 걸세. 자네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이안의 입 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크으! 상급마족… 아니 곧 노블레스가 될 스펙 빵빵한 쫄따구를 하나 또 얻는 건가 이제!’

이안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뒤돌아 걷기 시작했고, 세라핌이 그의 뒷모습에 대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자네, 이제 18일 남았네!”

밑도 끝도 없는 세라핌의 말에, 이안의 걸음이 잠깐 멈춰졌다.

“예?”

“레카르도 님을 만나서 내 서신을 전하는 것 말이야. 앞으로 18일 내로는 해야 한다는 말일세.”

이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 물론이죠! 얀쿤을 만나고 나면 곧바로 출발할 테니 걱정 마십쇼.”

그 말을 끝으로 이안은 재빨리 세라핌의 자택을 벗어났고, 얀쿤이 머물고 있다는 여관으로 향했다.

‘어디보자… 동문 앞쪽에서 가장 큰 여관이라고 했지?’

그곳은 세라핌의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기 때문에, 이안은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끼이익-!

‘어디 보자… 선술집 주인에게 얀쿤의 방이 어딘지 물어 보면 되는 건가?’

이안은 선술집 내부에 들어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선술집은 제법 넓었기 때문에, 카운터의 위치조차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으음….”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뒤쪽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왔는가, 이안.”

이안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은, 무척이나 낯익은, 그리고 이안이 찾던 바로 ‘그’ 였다.

*          *          *

< (5). 노가다의 신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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