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44화 (269/1,027)

< (2). 발록의 비밀 -2 >

*          *          *

파이로 영지의 영주 집무실.

집무실 안에는 하린과 피올란이 맛있는 브런치(?)를 즐기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파이로 영지 치안대의 오후 전투 시작시각은, 낮 12시 정도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항상 10시 30분 쯤 영주 집무실에서 만나 아침 겸 점심을 먹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

“언니, 오늘 만든 ‘푸아그라’는 좀 어때요? 처음 해보는 거라서 좀 불안하긴 한데… 아까 한 조각 먹어 보니까 맛이 나쁘진 않은 것 같더라고요.”

푸아그라는 원래 담백한 거위의 간을 조리해서 만든 프랑스의 고급 요리였다.

거위의 간은, 현실에서 먹으려면 1kg당 50~1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지불하고 사야 하는 무척이나 비싼 식재료.

하지만 카일란에서 거위의 간은 무척이나 저렴했다.

1레벨부터 20레벨 수준의 능력치를 가지고 시작한 이안은 패스했지만, 일반적인 유저들이라면 거쳐가야만 하는 ‘초심자의 사냥터’.

그 곳에 등장하는 ‘거대 거위’들이 낮은 확률로 드랍하는 식재료였기 때문이었다.

확률은 높지 않았지만 워낙 많은 초보들이 거위를 사냥했기 때문에 물량은 넘쳐났고, 덕분에 싸구려 음식이 될 수 있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푸아그라를 한 입 베어 물은 피올란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와… 완전 맛있어…!!”

피올란은 어지간히 맛있었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 했고, 그녀의 격한 반응에 감동한 하린이 손뼉을 치며 덩달아 좋아했다.

“그쵸! 맛있죠?!”

“그래, 맛있다니까? 하린이 요리실력이 진짜 날로 일취월장하네?”

“그거 저 기분 좋으라고 하는 빈말은 아닌 거죠?”

피올란은 포크로 한 덩이를 더 잘라 먹으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 너도 먹어봤으면 알 거 아니야.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니?”

그 말에 하린이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카윈이 녀석이 그냥 분식집에서 먹는 순대 간 같다고….”

피올란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대체 어느 분식집 순대에서 이런 맛이 나는 간을 끼워 주는 건데? 나도 좀 알려달라고 하자.”

“그러니까요! 제말이!”

어쨌든 피올란으로 인해 자신감을 다시 얻은 하린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맛이 괜찮다는 말이지…? 있다가 오후에는 식재료를 사다가 현실에서 직접 요리해 봐야겠어. 오늘은 진성이도 8시에 정확히 저녁 먹을 거라고 했으니까….’

요즘 하린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가 현실에서 고급 식재료를 구입해 마음껏 요리하는 것이었다.

파이로 영지에서 그녀가 운영하는 식당이 장사가 무척이나 잘 되었기 때문에, 그녀는 제법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때문에 비싼 식재료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진성이와 함께 고급스러운 저녁식사를 할 생각에 들뜬 하린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몫으로 올려 져 있는 푸아그라를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 두 사람의 뒤쪽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익-

그에 두 사람의 고개가 자동으로 그 쪽으로 돌아갔다.

“무슨 소리죠, 언니? 누구 오기로 한 사람 있어요?”

하린의 물음에, 피올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글쎄…? 카윈이도 12시에 맞춰서 접속한다고 했고… 올 사람이 없을 텐데?”

그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머물러있는 코너에서, 한 여인이 등장했다.

“저기… 안녕… 하세요…?”

하린과 피올란은 둘 다 벙찐 표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두 사람이 완전히 처음 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피올란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오신 거죠?”

그에 의문의 여인이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파이로 영지의 영주이신 피올란님 맞으신가요?”

피올란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데요?”

그리고 그녀의 다음 말에, 하린과 피올란은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 제가 제대로 찾아왔군요. 영주성이 하도 넓어서 길을 좀 헤멘 것 같네요. 반가워요, 저는 레비아라고 해요.”

그녀는 바로, 지금껏 베일에 쌓여 있던 사제 클래스의 공식 랭킹 1위 유저인, ‘레비아’ 였기 때문이었다.

*          *          *

“마기는 1만 포인트 당 3씩 오르고… 마기 발동률은 100만 포인트 당 0.1%씩 오른다라….”

이안이 퀘스트가 끝나고 얻은 포인트는 19784K, 즉 1980만 정도였다.

이 포인트들로 교환할 수 있는 것은 각종 능력치들 뿐만 아니라 아이템들도 있었지만, 이안은 결국 능력치를 올리기로 했다.

‘정확히 어떤 아이템을 주는지도 나와 있지 않은 랜덤상자를 고르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야.’

이안은 게임 플레이 중에 자신의 예측 범위 밖의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마음을 확실히 정한 이안은 시스템 창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그 수치로 얻을 수 있는 능력치들은 각각 이러했다.

마계 능력치

[마기           -  마기      3 : 10000P    ]

[마기 발동률    -  발동률 0.1% : 1000000P ]

[항마력         -  항마력 0.1% : 2500000P ]

일반 능력치

[전투 능력치    -  All Status 1 : 400000P  ]

[직업 능력치    -  All Status 1 : 800000P  ]

그리고 물론 이안은, 그 효율을 하나씩 비교하기 시작했다.

‘음… 일단 포인트를 전부 다 몰빵 해 버린다 치면, 마기는 6천 정도, 마기 발동률은 2%정도, 항마력은 1%정도 올릴 수 있는 건가?’

밑에 있는 일반 능력치의 효율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안은 마계 능력치 위주로 올려 줄 생각이었다.

‘일반 능력치는 마계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올릴 방법이 있으니까.’

이안은 지금 가장 필요한 스텟이 어떤 부분인지를 열심히 고민했다.

‘세 스텟 중에 뭐에 투자해도 결코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건…!’

이안은 결국 모든 포인트를 투자해 ‘마기’ 능력치를 올리기로 결정했다.

“포인트를 전부 사용해 ‘마기’ 능력치를 올린다.”

그러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퍼졌다.

[유저 ‘이안’님께서 보유하고 계신 포인트는 총 19784K입니다. 모든 포인트를 사용하시면, 총 5934만큼의 마기를 얻으실 수 있으며, 4288 만큼의 포인트가 남습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Y / N)]

이안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포인트를 교환합니다.]

[‘마기’ 능력치가 5934만큼 증가해, ‘22764’가 되었습니다.]

메시지를 본 이안은 흡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가 한 3천 마기 정도를 모으는데, 최소 몇 주일은 걸렸었는데 말이지.’

그것을 생각하면 반 나절 만에 얻은 6천이라는 마기량은 정말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마기 발동률이나 항마력도 탐이 나기는 하지만, 일단 노블레스로 승급하기 위한 마기량을 채우는 게 먼저니까.’

이안이 마기를 최종적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미 반마로서 진급하기 어려운 등급인 ‘상급마족’의 등급인 이안이었지만, 그 다음 단계인 ‘노블레스’ 등급이 무척이나 탐이 났기 때문이었다.

노블레스 등급의 마족이 전투하는 것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그 강력함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등급별로 차이나는 마족의 전투력을 보면, 노블레스가 정말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정도는 추측할 수 있었다.

어쨌든, 이안이 모든 포인트 소모를 마무리 한 뒤 전투 결과 창을 종료하자, 자연스레 퀘스트가 이어졌다.

띠링-

[숨겨진 임무를 모두 클리어 하셨습니다.]

[명성이 추가로 10만 만큼 증가합니다.]

그리고 멀찍이서 전장을 정리하고 있던 마왕, ‘레카르도’가 이안에게 다가왔다.

“이안… 이라고 했나?”

레카르도의 물음에 이안이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레카르도님.”

레카르도는 이안을 한번 훑어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반마에, 상급마족. 게다가 마계 클래스로 ‘소환마’를 택한 인간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레카르도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이안을 응시하며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데 이안, 자네는 소환마이면서 왜 아직 마수를 다루지 않는 거지?”

그에 이안이 멋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직은 소환수들을 다루는 게 더 익숙해서 그렇습니다. 곧 마음이 맞는 마수를 테이밍하게 된다면, 한번 다뤄 볼 생각입니다.”

이안의 말에, 레카르도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좋군, 좋은 생각이야. 무작정 높은 등급의 마수를 많이 다룬다고 해서 뛰어난 소환마가 될 수는 없지.”

레카르도는 이안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나는 힘을 숭상하는 마족이며, 그들을 통치하는 제왕이다.”

레카르도와 이안의 눈이 마주쳤다.

“그대가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소환마’ 여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그대의 강함이 마음에 드는 군.”

그에 이안이 의이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저는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레카르도님의 휘하에 있는 마족들이 저보다 훨씬 강하지 않습니까?”

이안의 의문은 당연했다.

방금 전투에 참여했던 레카르도의 부하들 만 해도, 상급 마족 이상인 괴물처럼 강력한 마족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안의 물음에, 레카르도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런 1차원적인 강함을 의미하는 게 아니야. 나는 그대의 잠재력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

“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던 이안은 결국 퀘스트를 진행하기 전에, 궁금했던 부분을 먼저 묻기로 결정했다.

‘일단 나에 대한 호감도는 제법 괜찮은 것 같으니까… 질문 정도는 몇 개 들어 주겠지.’

이안의 입이 열렸다.

“그런데 레카르도님,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 조금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시종일관 창백하고 무표정한 레카르도의 얼굴.

그 입가에 아주 옅은 웃음이 살짝 맺혔다.

“좋아, 뭐가 궁금한 거지?”

이안이 곧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은 어찌 보면 좀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레카르도님의 발록은 어떻게 그렇게 강력한 겁니까?”

“음…?”

당연히 레카르도는 당황한 표정이 되었고, 이안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제가 방금 전투 중에 계속 발록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조금 보였습니다.”

“어떤 부분이 그렇지?”

이안이 대답했다.

“발록은 전설 등급의 마수입니다. 그리고 발록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치들을 보면, 다른 일반적인 전설 등급의 소환수나 마수들과 비슷한 수준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발록은 이안의 마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세부 능력치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모든 버프가 적용된 뒤 겉으로 드러나 있는 공격력 수치는 간단한 정보 창을 여는 것으로 확인이 가능했기에, 이안이 미리 봐 두었던 것이다.

게다가 마계에 오기 전 이리엘에게서 받은 마수 도감에, ‘발록’에 대한 단편적이 정보들이 쓰여 있었고, 그것이 이안이 발록에게 의문점을 갖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평소에 이안이 소환수나 마수들에 대해 연구하고 분석하는 취미가 없었더라면, 결코 이런 의문 따위는 가지지도 않았으리라.

이안이 마왕의 뒤편에 가만히 서 있는 발록을 힐끗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레카르도님의 발록은, 가지고 있는 능력치에 비해서 이상할 정도로 강한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이안의 설명을 들은 레카르도는 좀 전과는 또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조금 전에 이안을 보는 시선이 조금 흥미로운 장난감을 보는 눈빛 정도였다면, 지금은 조금 놀란 표정랄까?

“오호…? 그걸 캐치해 냈단 말이지…?”

레카르도는 빙글빙글 웃으며 발록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뒤편에 서 있던 발록이 쿵쿵거리는 소리를 내며 레카르도의 옆으로 다가왔고, 그의 입 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맞아, 이안. 자네의 말대로… 발록은 전설 등급의 마수이긴 하지만, 다른 전설등급의 마수들보다 조금 특별한 능력을 하나 가지고 있지.”

이안이 귀를 쫑긋 세우고 레카르도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레카르도가 한 쪽 손을 슬쩍 들더니 손바닥을 쫙 펼쳐 보였다.

그러자 그의 손아귀에서 강력한 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 마기는 발록에게로 빨려 들어가며 시뻘겋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륵-

그리고 두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던 발록이, 눈을 번쩍 뜨며 돌연 포효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오오-!!

그에 살짝 움찔한 이안이, 발록과 레카르도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이안의 시선이, 레카르도의 손바닥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붉은 구슬에게로 고정되었다.

“이게… 뭐죠?”

이안은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레카르도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튀어 나왔다.

“저것은… 마령보주…!”

그리고 그 곳에는, 카카가 멍한 표정으로 카이자르의 어깨 위에 앉아 있었다.

*          *          *

< (2). 발록의 비밀 -2 > 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