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영약을 찾아서 (下) -1 >
[앞으로 10분 뒤인 00시00분에, 마계 서버가 전부 닫힐 예정입니다.]
[서버가 닫히면 접속 중이시던 모든 유저 분들께서는 강제로 게임이 종료되오니, 미리 접속을 종료해주시길 바랍니다.]
[남은 시간 - ( 00:09:58 )]
월드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마계 서버 오프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마계에 남아 있던 유저들은, 그 10분 동안 마정석 한 개라도 더 얻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사냥했으며, 카운트가 1분 정도가 남자 하나 둘 로그아웃하기 시작했다.
“휴우, 조금 아쉽지만… 그래. 이정도면 충분히 많이 했어.”
“맞아, 이 마정석만 다 팔아도 한동안 골드 걱정은 없을 거야.”
“나는 전부다 강화해서 모든 장비 전부 풀초월 해서 갖고 다녀야지…! 번쩍번쩍 빛나는 장비 들고 다니면 사냥할 맛도 더 날 것 같아.”
그렇게 드디어 마계의 서버가 닫혔고.
[마계의 서버가 닫힙니다.]
[이 시간부로 마계로 이동할 수 있게 열려있는 차원문은 모두 소멸되며, 당분간 더 이상 마계 컨텐츠를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또한 앞으로 12시간 뒤, 미리 공지되었던 총 네 군데의 위치에서 마계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될 예정이오니, 유저 분들 께서는 마계의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남은 시간 - ( 11:59:59 )]
마계 몬스터 웨이브가 열릴 시간이 공지되었다.
유저들은 저마다 참가할 몬스터 웨이브의 위치를 찾아 움직였고, 그 위치에 있는 몬스터 토벌대에 가입하여 자신의 아이디를 등록했다.
그렇게 다들 몬스터 웨이브에 참가하기 위해 정신이 없는 이 무렵.
이안은 몬스터 토벌대에 가입하는 대신, 사랑의 숲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오랜만에 뵙네요, 이안님.”
이리엘의 거처에 도착한 이안은, 멋쩍게 웃으며 그녀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 동안 좀 많이 바빴네요.”
그리고 이안은, 이리엘 뿐 아니라 낯익은 얼굴 하나를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오, 그리퍼님도 계셨군요!”
그는 바로, 오래 전 이안에게 많은 퀘스트를 주었던 차원의 마도사 그리퍼였다.
“오랜만일세, 이안. 그동안 몰라보게 성장한 것 같군.”
이안이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까요.”
이리엘이 이안을 향해 말했다.
“일단 앉죠. 해야 할 얘기가 많네요.”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고, 그리퍼 또한 그들의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유감스럽게도… 마룡 칼리파가 깨어나고야 말았어요.”
이리엘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차원전쟁이 일어나게 된 것고, 칼리파가 깨어났기 때문이라고 하고….”
이안의 말에, 이리엘과 그리퍼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자네는 어떻게 그 사실을 아는 겐가?”
“그러게요? 이안님이 그걸 대체 어떻게 아시는 거죠?”
이리엘은 이안을 마계로 보내준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녀조차도 그 짧은 시간 안에 이안이 마계의 중심부까지 발을 들였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안이 마계 외곽에서 겉돌며 정보를 수집하는 정도가 다였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칼리파와 차원전쟁의 연관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놀라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게 말이죠….”
이안은 그 동안 마계에서 있었던 일들을 간결하게 요약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마계에 대한 정보를 좀 뿌리면 뭔가 콩고물이라도 좀 떨어지겠지. 분명 둘 다 전설등급 이상의 npc들일 텐데 말이야.’
그리고 이안의 활약상(?)을 전부 들은, 두 npc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이리엘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니까… 이번에 부숴진 소환마석 두 개 중 하나를 파괴한 게 이안님께서 하신 일이라는 거죠?”
이안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하나를 부쉈고, 하나는 마왕 레카르도님이 부쉈죠.”
두 개 전부 자신의 업적(?)이라고 거짓말을 할까 잠시 고민했었지만, 조금 찔린 나머지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npc는 왠지 거짓말을 해도 다 알 것 같단 말이지.’
그리퍼가 상기된 표정으로 이안에게 말했다.
“오… 이안, 자네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뛰어난 인재였군! 이번에 소환마석 두 개가 파괴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어떻게 된 일인지 무척이나 궁금했었는데….”
이리엘도 감격한 표정이었다.
“전 그런 줄도 모르고… 칼리파가 깨어날 때 까지 연락이 없던 이안님을 잠시 원망 했었네요.”
이안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이리엘’과의 친밀도가 20 만큼 상승합니다.]
[‘그리퍼’와의 친밀도가 10 만큼 상승합니다.]
[차원의 마도사 ‘그리퍼’와의 친밀도가 이미 최상이기 때문에,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이안은 아리송한 표정이 되었다.
‘이건 뭐지? 추가보상…? 이럴 수도 있나? 그런데 추가보상은 준다면서 왜 다른 메시지가 더 안 뜨는 거야?’
그렇게 이안이 의아해 하고 있을 때, 그리퍼가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자네가 지금껏 내가 알던 것 보다 더욱 뛰어난 영웅인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이 물건을 맡겨도 되겠어.”
이안은 손을 내밀어 그리퍼가 건네 준 작은 주머니를 받아 들었다.
그러자 추가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띠링-
[‘차원의 구슬’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뭐지 이게? 차원의 구슬…?’
이안은 궁금한 나머지 곧바로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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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원의 구슬 -
분류 - 잡화
등급 - 전설
* 이 구슬의 주인은 차원을 넘나들 수 있게 됩니다.
*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구슬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 유저‘이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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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템의 설명을 확인한 이안이 당황한 표정이 되어 그리퍼에게 물었다.
“그리퍼님, 이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물건이죠?”
“그건 아마… 때가 되면 알게 될 걸세.”
“음….”
더 말해 봐야 그 이상 알려줄 것 같지 않았기에, 이안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무튼, 감사합니다, 그리퍼님.”
그리고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동안 잠시 가만히 있던 이리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안님.”
이안의 시선이 이리엘을 향해 돌아갔다.
“말씀하세요.”
“칼리파를 저지하기 위해서, 이안님께서 해 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는데….”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기가 무섭게, 퀘스트 창이 주르륵 하고 떠올랐다.
아이템 창을 닫자 마자 연속적으로 떠오르는 정보창 때문에, 이안은 정신이 빠지는 것 같았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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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룡 칼리파의 그림자 Ⅱ (히든)(연계)’ -
어찌 된 일인지, 마룡 칼리파가 예정보다 빠르게 봉인에서 풀려나 버렸다.
덕분에 천년 전과 마찬가지로 차원전쟁은 시작되어 버렸고, 이제 곧 칼리파를 비롯한 수많은 파괴마들이 차원을 넘어 공격해 올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은 천년 전 보다 나약해 졌고, 파괴마들은 그때보다 더욱 강력해 졌다.
그들을 막기 위해선, 고대의 지혜가 담긴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칠보(七寶)중 하나인 ‘주병신보(主兵臣寶)’가 필요하다.
그리퍼가 여는 차원의 문을 통해 전륜성왕의 황성으로 들어가, 그의 일곱 가지 보물 중 하나인 주병신보를 빌려오자.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조건 : 알 수 없음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알 수 없음
* 거절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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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를 전부 읽은 이안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거 뭐지…? 안 그래도 뿍뿍이도 진화시켜야 하고 할 일이 많은데…. 뭔가 스케일이 엄청난 퀘스트를 받아 버린 것 같단 말이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제한 시간이 없다는 부분이었다.
‘퀘스트 난이도도 트리플 에스 등급이고… 일단 이 퀘스트는 뿍뿍이를 진화시킨 다음에 해야겠어.’
언제 또 제 멋대로 퀘스트가 실패했다며 이안의 통수를 칠 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지금 이안에게 가장 급한 것은 뿍뿍이를 진화시키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해 보도록 하죠.”
이안의 대답에, 그리퍼와 이리엘의 표정이 환해졌다.
“오, 역시… 자네라면 그렇게 대답해 줄 줄 알았네.”
이안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제가 안한다고 했어도 시키셨을 거잖아요.”
그리퍼가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아니 어떻게 그걸…!”
이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떻게 알았겠니. 거절할 수 없는 퀘스트라고 저렇게 떡 하니 써 있는데….’
어찌 됐든, 또 하나의 스케일 터지는 퀘스트를 받아 버린 이안은, 한 층 무거워진 마음으로 사랑의 숲을 나서게 되었다.
“그럼, 준비가 끝나는 대로 마탑으로 오시게나.”
대륙 동쪽 끝에 있는 그리퍼의 차원의 마탑을 말하는 것일 터.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리퍼님. 그럼 곧 뵙도록 하죠.”
“알겠네.”
사랑의 숲을 나선 이안이 다음으로 한 일은, 중부대륙으로 향하는 일이었다.
‘어디보자… 공식 커뮤니티에 보니까… 릴슨인지 뭔지, 그 탐험가 유저가 중부대륙에 있다고 했지?’
이안은 망설임 없이 유저검색을 하여 릴슨을 찾았다.
‘다행히 나처럼 메시지를 차단해 놓진 않았네.’
이안은 피식 웃으며 릴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안 : 안녕하세요, 릴슨님. 제가 여쭤볼 게 하나 있어서 연락드렸는데… 혹시 지금 시간 좀 괜찮으신가요?]
그리고 이안이 메시지를 보낸 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릴슨의 대답히 돌아왔다.
[릴슨 : 이안님…? 혹시 그 유명한 소환술사 유저 이안님이신가요?!]
유명하다는 말에 멋쩍어진 이안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답 메시지를 보냈다.
[이안 : 네, 뭐…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소환술사 이안이 맞습니다. 카일란이 아이디 중복생성이 안 되니까 저 말고는 이안이 없을 듯 하네요.]
[릴슨 : 오! 이안님…! 꼭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이안님이라면 없던 시간도 만들어서 뵈어야지요!]
이안은 릴슨의 격한 반응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내가 좀 유명해지기는 했나보네. 하긴… 최초업적 몇 개를 달성했는데 유명하지 않은 게 이상한건가?’
어찌됐던 뿌듯해진 이안은, 릴슨에게 메시지를 보내어 만나기 위한 약속 장소를 잡았다.
[이안 : 릴슨님 공식 커뮤니티에 보니까 지금 중부대륙쪽에 계신 것 같던데… 아직 거기 계신가요?]
[릴슨 : 오 마이갓! 이안님 제 개인 채널에 들어와 보신 건가요?]
[이안 : 그… 그런데요?]
[릴슨 : 크으으…! 영광입니다! 저 당연히 아직 중부대륙에 있죠! 아니, 제가 북부대륙에 있건 어디 동부대륙 변방에 있건, 중부대륙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이안 : 아… 가, 감사합니다. 어쨌든 지금 중부대륙에 계신 거면, 파이로 영지 영주성으로 좀 와주실 수 있을까요?]
[릴슨 : 물론입죠! 곧바로 그리로 가겠습니다!]
[이안 : 예, 그럼 한 시간 뒤에 파이로 영지 영주성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릴슨 : 옙!!!]
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안의 등줄기를 타고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5). 영약을 찾아서 (下)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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