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79화 (303/1,027)

< (6). 파티사냥, 그리고 관문 -2 >

“표식폭발!”

훈이의 양 손에 일렁이던 시커먼 어둠의 기류가, 마치 빨려 들어가기라도 하듯 산적두목 ‘체일스’에게로 쇄도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안의 공격이 격중됐던 그 세 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쾅- 콰콰쾅-!

이안의 치명타 공격으로 인해 남겨진 세 개의 어둠의 표식.

그것들이 폭발하며, 네임드 몬스터인 체일스에게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주었다.

[표식 중첩으로 인해, 체일스의 생명력이 157989만큼 감소합니다.]

[표식 중첩으로 인해, 체일스의 생명력이 157989만큼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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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데미지가 아닌 이안이 남겨놓은 표식의 잔여 데미지만도 15만이 넘어가는 수준이었으니, 그 십 수 배는 넘는 표식폭발의 데미지는 정말 어마어마한 파괴력이었다.

이 쯤 되면, 아무리 400레벨이 넘는 네임드 몬스터라 해도 버텨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체일스는 쓰러지지 않았다.

생명력이 10%미만으로 남기는 했지만, 죽지는 않은 것이었다.

“뭐야?! 안 죽었잖아?”

당연히 모든 콤보가 성공한 순간 놈이 죽을 것이라 예상했던 훈이는 당황했다.

그러나 이안은 여기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

“뿍뿍아, ‘욕심많은 포식자’!”

“뿍- 알겠뿍!”

이안의 명령에 따라, 어느새 뿍뿍이가 체일스의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던 것.

그리고 뿍뿍이는, 체일스를 향해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소환수 ‘뿍뿍이’가 ‘욕심많은 포식자’ 고유능력을 발동시켰습니다.]

[대상의 생명력이 최대 생명력의 20% 이하이므로, ‘포식’이 발동됩니다.]

“끄아악-!”

체일스는 뿍뿍이의 입에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소용없는 몸부림일 뿐이었다.

‘욕심많은 포식자’ 스킬은, 일단 사정거리 안에 들어와 발동이 되기만 하면, 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확정 공격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스킬 발동을 방해할 시, 또다른 패시브 능력이 터지기 때문이었다.

체일스의 몸부림으로 인해, 뿍뿍이의 ‘먹을 땐 방해하지 마!’능력이 추가로 발동되었다.

[소환수 ‘뿍뿍이’의 고유능력, ‘먹을 땐 방해하지마!’가 발동됩니다.]

[343762만큼의 내구력을 가진 보호막이 생성됩니다.]

꿀꺽-

찰진 뿍뿍이의 목넘김 소리와 함께, 체일스의 몸 밖으로 빨려 나온 생명력이 모조리 뿍뿍이의 입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털썩-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져 회색빛이 되어 버린 네임드 몬스터 체일스의 사체.

훈이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좋았어! 한 놈!”

10초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만에 환상적인 연계 플레이를 보여준 이안과 훈이.

다른 팀원들도 이번에는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지금까지 계속 사냥을 해 왔고, 충분히 놀라운 모습들을 많이 봐 왔지만, 방금 전의 전투는 정말 그림 같았기 때문이었다.

헤르스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크으, 예술인데?”

사실 방금의 연계 플레이는, 여기 있는 파티원들 정도의 게임 이해도가 아니라면, 보고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할 수 조차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알고 본다면 그야말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플레이였다.

“와, 어둠의 인장 스킬 쓰레기라고 흑마법사 직업게시판에 말 많더니… 쓰레기 아니었네요?”

레미르의 말에 훈이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사실… 좀 쓰레기 맞아요.”

“…?”

“이안 형이나 그 5초 안에 공격을 박아 넣지, 누가 저렇게 저 기술을 받아줘요? 뭐 이안형 아니라도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런 파티원 구하기가 어렵죠.”

“아하….”

둘의 대화처럼, 어둠의 인장은 대부분의 흑마법사가 사용하지 않는 스킬 중 하나였다.

훈이조차도 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숙련도가 아직 3레벨도 채 되지 않은 수준.

어쨌든 완벽한 연계플레이를 성공시킨 둘은, 남은 네임드 몬스터들과 보스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다시 자세를 잡았다.

*          *          *

“키야아… 지렸다. 대리님. 저 팬티 좀 갈아입고 와도 됩니까?”

LB사의 유저 플레이 모니터링실.

가장 큰 스크린에 이안 파티의 영상을 띄워 놓고 모니터링 중이던 김의환 대리는, 바로 옆에서 탄성을 내지르는 나지찬 주임의 뒷통수에 꿀밤을 한 대 먹였다.

콩-

“지리긴 뭘 지려 이 오줌싸개야. 이 자식은 뭐 툭하면 지린대.”

나지찬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아 왜 때리십니까~ 이거 사내폭력 아닙니까아.”

김의환이 인삭을 팍 찡그리며 대꾸했다.

“얌마, 그걸 지금 몰라서 물어? 쟤가 잘 할수록 지금 우리 야근이 더 늘어나는 거야 인마. 넌 어째 애가 그렇게 태평하냐.”

김의환 대리는 직책은 대리였으나, 업무능력이 뛰어나 거의 팀장급의 기획업무를 맡아 진행하고 있는 인재였다.

그리고 조금 어리버리해 보이기는 해도, 나지찬 또한 기획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에이스 중 하나였다.

나지찬의 머리에서 기가 막힌 기획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 대리님. 쟤들 둘이 지금 어둠의 인장 쓰는 거 보시지 않았슴까.”

“그래, 봤지. 기가 막힐 정도로 완벽한 연계였지.”

“저거 제가 기획한 스킬인거 아시죠?”

“안다.”

“그럼 지금 제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아시지 않슴까.”

“그치, 알지.”

나지찬은 게임 기획자가 천직인 인물이었다.

게임 기획이 너무 재밌어서, 자나 깨나 게임만을 생각하는 덕후였던 것.

그런 그에게 있어서, 유저가 자신의 기획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줄 때 만큼 보람이 느껴질 때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 카일란 기획팀 안에서 유일하게 이안의 팬이었다.

야근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나지찬에게 있어서 야근이란, 재밌는 일을 조금 더 오래 하는 것 정도였으니까.

할 일이 없을 때도 남아서 새 기획 구상을 하던 그였으니, 이안이라는 존재가 반갑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직속상사인 김의환은 나지찬과 달랐다.

그 또한 게임기획자라는 직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인물이었지만, 게임 기획이 재밌는 건 재밌는거고, 야근이 싫은 건 싫은 거였다.

“어쨌든 지찬이, 내가 친히 모니터링실까지 널 데려온 이유를 알겠지?”

나지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마족쪽의 랭커들과의 밸런스 때문에 그러신 거죠?”

김의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말귀는 잘 알아먹어서 좋네.”

“아무래도 이 파티가, 현재 랭커들 전투력 측정하기는 제일 좋죠. 클래스별 랭킹 1위가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렇지.”

말을 하며 김의환은, 바로 옆의 꺼져 있던 스크린을 하나 틀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는, 노블레스가 되기 위한 퀘스트를 수행중인 이라한이 나타났다.

김의환이 말을 이었다.

“오늘부터 3일 동안, 네 일정 전부 캔슬이다. 내일부턴 출근도 모니터링 룸으로 해.”

나지찬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이라한의 전투영상을 지켜보며 김의환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대충은 짐작 했겠지만… 네가 할 일은… 3일동안 마족 랭커들이랑, 이안 파티랑 전투력 분석해서 다음 주 월요일 회의 때 브리핑할 자료 만들어 오는 거다. 알겠지?”

김의환의 말에, 나지찬은 투덜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 새로 스킬기획 구상 중이던 거 있는데… 무튼 알겠어요. 이 편도 재밌어 보이긴 하니까.”

김의환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원한다면, 옆 세미나실 모니터 몇 개 더 들여와서, 샤크란이나 세일론 같이 다른 랭커들 영상도 같이 살펴보든가.”

나지찬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알겠슴다.”

김의환은 나지찬과 몇 가지 대화를 더 나눈 뒤 기획팀으로 돌아갔고, 나지찬은 아예 탁자에 주전부리까지 가져다 놓고 하나씩 주워 먹으며 영상들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계에서 마족 퀘스트를 진행중인 유저들의 영상을 보고 있던 나지찬의 두 눈이, 살짝 확대되었다.

“뭐지? 쟤 어디서 본 놈 같은데….”

그리고 잠시 후, 테블릿을 열어 유저의 데이터를 확인한 나지찬의 입 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것은 뭔가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와 같은 표정이었다.

“이거… 생각보다 더 재밌게 흘러가는데…?”

*          *          *

마족들이 가장 신성시 하는 곳이자, 마왕조차도 함부러 발을 들일 수 없다는 이곳.

마신이 마계를 창조한 뒤 가장 먼저 만들었다는 장소인 마령의 첨탑 꼭대기에,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눈높이는 같지 않았다.

한 남자는 손을 뻗은 채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고, 다른 한 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상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수고했다, 이라한.”

“감사합니다, 마왕님.”

“드디어 노블레스가 될 자격을 모두 갖추었군. 단 하나만 제외하고 말이야.”

“그렇습니다, 마왕님. 마왕님께서 분부하신 임무. 금방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남자, 이라한의 말에, 마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믿고 있겠네, 이라한. 이제 이 마지막 시험만 통과한다면, 그대는 진정한 마계의 귀족. 내 기대를 져 버릴 일은 없을 것이라 믿네.”

이라한이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마왕의 한 쪽 입 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그래, 그래야지.”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자 마자, 첨탑의 주변을 수놓으며 회오리 치고 있던 붉은 기운들이 첨탑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빨려들어온 그 기운들은, 이라한의 주변을 맴돌더니 그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크아아앗…!”

고통스러운 듯 괴성을 내지르는 이라한.

하지만 사실, 이라한이 정말로 괴로운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노블레스 마족이 되기 위한 퀘스트의 과정 중 일부였고, 마왕과의 대화부터 시작해서 모든 일련의 전개는, 이라한이 직접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AI가 말하고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니까.

유저 이라한은 단지 퀘스트가 진행되는 모습을 관조하고 있었다.

‘이로서… 예전의 능력치 이상은 발휘할 수 있게 된 건가?’

현재 노블레스를 눈 앞에 두게 된 이라한의 스텟은, 진마가 되기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진 상태였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아직까지도 그 때 보다 턱없이 부족한 스킬 숙련도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감안하더라도, 이라한은 이제 확실히 예전보다 강해졌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라한은 의식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온 몸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기다려라, 이 이라한이 왜 랭킹1위의 유저인지를 다시 한번 모두에게 각인시켜주도록 하지.’

퀘스트가 전부 마무리되면, 이라한은 곧바로 차원전쟁에 참전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이라한의 진영은 마족 진영일 것이었다.

‘500명? 아니, 천 명 이라도 상관없어. 모조리 PK해주지.’

다른 노블레스 마족과의 경합을 통해 노블레스의 자격을 얻어내는 대신, 이라한이 선택한 것은 500인 이상의 인간 플레이어를 PK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라한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퀘스트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모든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피의 맹약 Ⅳ’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 (6). 파티사냥, 그리고 관문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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