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81화 (305/1,027)

< (7). 두 가지 보물 -1 >

*          *          *

마계의 몬스터 웨이브가 열린지도 보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당연하겠지만, 이 기간동안 대부분의 유저들이 관심사는 차원전쟁이었으며, 게임채널이나 기사들도 이 차원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를 가장 뉴스거리로 많이 다루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방송국에서 나와 있는 전쟁터는, 당연히 중부대륙의 차원전쟁 현장이었다.

중부대륙에 열린 몬스터 웨이브가 북부대륙의 웨이브보다 규모가 더 큰 데다, 중부대륙에 열린 두 웨이브는 멀지 않은 위치에 열려 있어서 거의 하나의 전장이나 마찬가지인 반면, 북부대륙에 열린 두 개의 웨이브는 극과 극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게임방송국 중 가장 큰 메이저 방송사인 YTBC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최근 YTBC의 주력 방송 컨텐츠도 이 차원전쟁과 관련된 것이었고, 그 증거로 YTBC의 간판 MC인 루시아와 하인스가 중부대륙의 전쟁터에 파견되어 있었다.

[아, 방금 상황은 정말 위험했던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방금 샤크란님의 오더가 아니었더라면, 타이탄 길드 공격대의 절반이 날아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에요!]

[어, 그 광역기술이 그렇게나 강력한 기술이었나요?]

[네, 그렇습니다. 방금 여러분이 보셨던 냉기 계열의 광역 기술은, 최상급 마수인 키엘라의 ‘프로즌 헬’ 이라는 기술인데요, 이게 데미지 자체도 무척 강력한데, 추가로 지속해서 들어오는 한기피해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180레벨대의 기사 클래스도 무방비 상태로 직격당하면 한 방에 사망할 수 있는 데미지죠.]

[‘프로즌 헬’이라면 빙계 마법사 클래스의 스킬과 이름이 비슷하네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름만 같고 스킬 자체는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죠.]

하인스는 카일란에 대해 무척이나 박식했다.

그는 게임 방송을 중계할 때면, 항상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할 부분을 콕 찝어서 설명해 주었고, 덕분에 카일란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앵커 1위에 오른 적도 있었다.

[이제 오늘 전쟁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단 2시간! 과연 유저들은 오늘도 칼로니스 사막을 마수들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지…!]

하인스는 목청을 높여 열을 올리며 계속해서 전장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그 때, 전장에 있던 모든 유저들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앵커들 또한 게임에 접속해 현장에 나와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예외 없이 그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띠링-

[차원전쟁에 최초로 ‘마족’ 종족을 가진 유저가 입장했습니다.]

[‘마족’ 종족을 가진 유저는 ‘마계’ 진영에 합류하게 되며, ‘인간’ 종족의 유저와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상대 진영의 유저를 상대로 승리해 킬 포인트를 따 내면, 일반 마수나 마족을 죽여 얻는 킬 포인트의 5배를 획득하게 됩니다.]

[상대 진영의 유저를 사살하는데 성공하면, 대상의 레벨에 비례하는 명성치를 획득하게 됩니다. (대상의 레벨 x 10)]

:

:

떠오르는 메시지를 확인한 유저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마족으로 종족변환 성공한 유저들이 전쟁에 투입되는 건가?”

“그런가봐. 크… 보상 장난 아닌데? 5배 킬포인트에, 명성은 레벨 곱하기 10이라니…. 150레벨만 잡아도 1500명성이라는 거 아니야?”

“그렇지.”

“근데 마족 애들 쎄지 않을까?”

“노노, 아마 지금 당장은 약할 걸? 아무리 전투 스텟이 강해져도 스킬 숙련도가 죄다 바닥일 텐데.”

“그으래? 찾으면 바로 달려가서 킬포인트랑 명성 빨면 되는 건가?”

“그렇지!”

전장에 참여중이던 유저들은 더욱 전의를 불태우며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방송국의 앵커들 또한 시청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차원전쟁에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었다.

*          *          *

“레비아님, 이제 약속장소로 돌아가서 좀 쉬고 계세요. 저는 퀘스트 좀 더 해야 할 게 있어서요.”

무관에서 모든 공적치를 소모한 뒤, 레비아는 카필라성까지 이안을 따라왔다.

처음 접하는 차원계의 컨텐츠들을 보고싶다는 이유로 따라온 것이었지만, 이안은 뭔가 미심쩍었다.

‘이 무서운 여자가 여기까지 왜 따라온 거지?’

게임폐인인 이안이 보기에도, 레비아는 정말 강철의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수준의 플레이 타임을 소화하고도,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데다, 끝까지 컨트롤미스를 한번도 내지 않을 정도로 기계같은 움직임을 보여준 레비아.

현실의 모습에서 크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없는 카일란의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이안은 그녀의 성별을 의심했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그녀의 체력은 대단했으니까.

레비아가 무표정한 얼굴로 이안을 잠시 응시하더니, 큰 눈을 깜빡이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2일 동안 할 것도 없는데… 이안님 퀘스트 도와드리면 안 될까요?”

“어… 음….”

레비아의 도움이야, 이안도 무척이나 반가운 것이었지만, 지금 이안이 해야 할 퀘스트인 시험의 관문은 파티로 입장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혹시나 해서 퀘스트 창을 한번 열어 보았던 이안은, 아쉽지만 그녀의 호의를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제가 진행중인 퀘스트가 파티로 공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요.”

레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아쉽지만 저는 그럼 따로 사냥이나 하고 있겠어요.”

그에 이안은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사냥이요?”

“네.”

“지금 사냥을 또 하신다구요?”

“네. 뭐가 잘못됐나요?”

이안이 어이없는 데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파티원들이 전부 로그아웃한 지금 사냥을 하려면 레비아는 혼자로 솔로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사제가 솔플이 아예 불가능한 클래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모든 클래스 중에서 가장 솔플이 힘든 클래스였다.

둘째로는, 지금이 20시간 연속사냥을 한 직후라는 점이었다.

이안 자신이야 매번 이런 식으로 사냥을 해서 적응이 된 상태였지만, 자신과 비슷한 사고방식(?)을 지닌 다른 유저를 처음 만나보니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아뇨. 뭐 그렇게 하세요 그럼. 카필라성 주변에는 그나마 사냥할 만한 필드가 좀 있으니 솔플이 가능하기는 할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모레 약속장소에서 다시 뵙도록 하죠.”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넵.”

대답을 한 이안은 발걸음을 돌려 카필라성의 외곽에 있는 시험의 관문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 레비아가 이안을 불렀다.

“아, 이안님.”

“네?”

“죄송한데… 혹시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실 수 있나요?”

레비아의 말에, 이안은 뭔가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 이번에 절 많이 도와주셨으니, 저도 도움드릴 수 있다면 드려야죠.”

이안의 대답에, 순간 레비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레비아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와아, 고마워요 이안님.”

이안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아직 확답을 한 건 아닌데….’

어쨌든 부탁이 뭔지 들어봐야 했기에, 이안의 시선이 다시 레비아를 향했다.

“이안님의 이번 연계퀘스트가 전부 끝나면, 제 퀘스트를 좀 도와주세요.”

조금 의외의 부탁이었지만, 예상범주 밖에 있던 수준은 아니었기에, 이안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 그러도록 하죠. 그런데 어떤 종류의 퀘스트죠?”

레비아가 다시 무표정한 표정이 된 얼굴로 대답했다.

“뭐, 그냥 좀 빡센 퀘스트예요.”

“….”

이안은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지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내 퀘스트가 언제 빡세지 않은 적 있었나….’

그렇게 레비아와 계약(?)을 체결한 뒤 헤어진 이안은, 걸음을 더욱 빠르게 옮기기 시작했다.

이안의 목적지는, 물론 시험의 관문이었다.

*          *          *

쾅- 콰쾅-!

[‘폭마검’스킬이 발동됩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일반공격이 반경 10m 이내의 모든 적에게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차원전쟁에 합류한 첫 번째 ‘마족’ 유저.

그는 물론 이라한이었으며, 전장에 합류하자마자 이라한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원래도 준수한 컨트롤에 독보적인 스킬활용능력을 가지고 있던 이라한은, 가지고 있는 파괴적인 공격스킬을 모조리 퍼부으며 유저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인간계’ 진영의 유저 ‘케이트리안’을 처치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킬 포인트를 +5만큼 획득합니다.]

[명성을 1750(175x10)만큼 획득합니다.]

:

:

이라한의 검은, 마룡 칼리파를 봉인하고 있던 마왕의 봉인검이다.

그것은 이안의 정령왕의 심판에 준할 정도로 강력한 무기였고, 강력한 무기에 강화된 능력치. 거기에 노블레스에 준하는 어마어마한 마기까지 더해지니, 유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의 이라한은, 어지간한 최상급 마수들보다 강력한 수준.

쉽게 말해서, 지금까지 마계의 웨이브에 등장했던 그 어떤 몬스터보다 강력한 것이다.

유저들은 이라한의 사기적인 강력함에 혀를 내둘렀다.

“미친, 쟤 뭐야. 어떻게 저렇게 쎄?”

“방금 봤어? 175레벨 기사가 칼질 몇 번에 누워버렸어. 저 공격력이 말이 되는 거야?”

이라한은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그는 유저였기 때문에 유저들의 파티플레이 매커니즘을 전부 꿰고 있었고, 당연히 ai로 움직이는 다른 마족이나 몬스터들보다 훨씬 영악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당장 일대 일로 이라한을 상대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없었기 때문에, 이라한은 최대한 마계 진영의 마족들과 마수들을 이용하며 교묘하게 인간계 진영의 유저들을 하나씩 처치했다.

레벨도 200이 넘는 최고레벨인데다, 마족 보정으로 인해 스텟이 30%가 추가로 뻥튀기되기까지 했으니, 민첩성도 이라한을 따라올 수 있는 유저가 없었다.

‘크으, 이 맛에 PK하는 거지. 흐흐… 내가 너희한테 악감정은 없다. 미안하다 친구들아.’

이라한은 자신의 검에 픽픽 쓰러지는 유저들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

마족 유저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지금, 최대한 꿀을 빨아야 한다는 게 이라한의 생각이었다.

콰앙-!

[유저 ‘마두이’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유저 ‘마두이’의 항마력으로 인해, 피해량이 3.56%만큼 감소합니다.]

[유저 ‘마두이’의 생명력이 228900만큼 감소했습니다.]

[‘인간계’ 진영의 유저 ‘마두이’를 처치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킬 포인트를 +5만큼 획득합니다.]

[명성을 1880(188x10)만큼 획득합니다.]

이라한은 시스템 메시지를 슬쩍 보더니 피식 웃었다.

‘마계 차원전쟁에 나왔다는 놈들이 항마력을 5%도 안 맞춰놨다니. 이거 완전 멍청이들 아니야?’

이라한은 바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무척이나 영리하고 똑똑한 유저였다.

그렇기에 이라한은, 항마력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템까지 신경 좀 써서 맞췄으면… 랭커들은 10~20% 정도 항마력까지는 충분히 맞출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항마력 5% 맞춰놓은 유저도 하나도 안 보이는 거지?’

결론적으로 이라한은 싱글벙글했다.

항마력이 낮은 유저들이야말로, 그의 밥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라한의 마기발동률은 무척이나 높았고, 마기 데미지는 방어력을 무시하는 고정데미지였다.

20만에 육박하는 이라한의 마기가 두어번 발동하면, 항마력이 낮은 유저들은 그대로 지워져 버리는 것이 당연했다.

‘좋아, 벌써 20명도 넘게 잡았군. 이 정도 속도면 500명 금방이겠어.’

이라한은 싱글벙글 웃으며 다음 목표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 차원전쟁의 현장은, 이라한에게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다.

한편, 이라한이 날뛰는 동안, 마족으로 종족변환에 성공한 후발 유저들이 하나둘 마계 진영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계 진영의 유저들에게 재앙으로 다가왔다.

< (7). 두 가지 보물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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