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02화 (325/1,027)

< (6). 마지막 혈투 -3 >

*          *          *

이안이 중부대륙에서 고군분투하던 그 무렵.

북서부와 북동부에 각각 하나 씩 있는 또 다른 차원전장들은, 심각할 정도로 커다란 피해를 입고 있었다.

다른 전장들은 중부대륙의 전장보다는 약한 마병들이 투입되었지만, 그래도 양쪽 모두 마왕 하나에 발록 두셋 정도는 포함되어 있었던 것.

중부대륙보다 훨씬 전력이 약한 북부의 방어군이, 그들을 막아낼 수 있을 리 없었고, 북부의 방어군들은 순식간에 두세 개의 맵을 마계에 내어주고 말았다.

북동부 전장에서 고군분투하던 훈이가 이안에게 메시지를 보내었다.

[간지훈이 : 이안형, 여긴 이제 힘들 것 같아.]

[이안 : 짐작은 하고 있어. 상황이 어느정돈데?]

[간지훈이 : 지금 중립필드는 거의 다 마계 진영으로 넘어갔고, 이제 마지막 협곡만 지나면 바로 루스펠 제국의 땅이야.]

[이안 : 그래?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심각하네.]

[간지훈이 : 북부 영지들이 마족들에게 점령당하기 시작하면… 로터스 영지까지도 순식간일 거야. 어떡할거야 형?]

[이안 : 어쩔 수 없어. 로터스 영지를 빼앗기더라도, 난 여길 막아야 해.]

[간지훈이 : 거기도 지원 보내줄 만한 여력은 없겠지?]

[이안 : 응… 힘들겠어.]

[간지훈이 : 알겠어 형. 일단 최선을 다해 볼게.]

[이안 : 오케이. 최대한 시간만 끌어 줘봐,]

훈이와의 메시지 연락을 끝낸 이안의 눈썹이 살짝 구겨졌다.

‘어쩔 수 없지. 그쪽까지 막아내려는 건 욕심이야.’

차원전쟁 마지막 날의 전장이 열리기 직전.

이안은 북동부와 중부 중 어느 곳으로 출정해야 할지 적잖이 고민했었다.

북동부 대륙과 중부 대륙 모두 로터스 영지의 중요한 거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파이로 영지와 로터스 영지… 둘 다 잃어서는 안 되는 영지지만….’

파이로 영지는 지금의 로터스 길드가 있게 해 준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초 고도의 성장이 진행된 최고의 영지였다.

중부대륙의 한복판에서 살아남으며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룬 곳인 것이다.

그리고 북동부에 있는 로터스 영지.

이곳은 로터스 길드의 커다란 자금줄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로터스 길드의 첫 번 째 영지이기 때문에 제법 성장도 이루어져 있었지만, 안전한 지역에 있어서인지 군사력과 관련된 성장보다는 경제, 문화쪽으로 성장이 이루어진 곳.

특히 이진욱 교수가 관리하고 있는 대규모의 시설물인 ‘조련소’는, 아직까지도 모든 소환술사 클래스 유저들이 필수적으로 방문해야만 하는 시설물로 자리매김되어 있었다.

‘그래도 영지의 가치를 냉정히 따진다면 파이로 영지가 가장 중요하지.’

훈이와의 메시지 교환 이후 이안이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맹렬한 기세로 돌진해 온 마병들이 지척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이안은 선두에 달려오는 세 마리의 발록을 응시하며, 오더를 내릴 준비를 했다.

‘일단, 진동파 고유능력은 무조건 다 막아내야 돼.’

진동파는 파괴력 자체는 약하지만 ‘공포’라는 무시무시한 상태이상을 광역으로 걸어버리는 기술이었다.

지금 견고하게 방어진영을 구축하고 있는 인간계 유저들에게는, ‘공포’ 만큼이나 무서운 상태이상이 없었다.

단제로 공포에 걸린다면, 우왕좌왕하다가 진영이 모조리 붕괴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었다.

[죽어라! 쥐새끼 같은 놈들!!]

쿵-!

선두에 서 있던 발록이 지면을 박차고 뛰어 오르자, 바로 뒤쪽에 있던 두 기의 발록이 추가로 그를 따라 도약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이안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도약해서 떨어지는 데 까지 3초, 지면에 닿고 1초 정도 후에 발동되겠지?’

이안은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손에 이 전쟁의 승패가 달려있었다.

“이세이님, 빛의 방벽! 그다음은 김청님 스킬 준비!”

이안의 오더가 떨어지기 무섭게, 긴장하고 있던 사제 유저가 준비하고 있던 스킬을 발동시켰다.

“빛의 방벽!”

위이이잉-!

허공에 얇은 막이 쳐 지면서, 하얀 빛이 유저들의 정면을 가로막았다.

빛의 방벽은 사제 클래스의 가장 기본적인 광역 방어스킬이었다.

그렇기에 방벽의 내구도는 25만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약한 수준.

하지만 그 25만이라는 내구도도, 이안은 철저히 계산한 상태였다.

[크오오오…!]

쾅- 콰쾅-!

첫 번째 발록이 떨어져 내리며, 방벽에 쩌저적 하고 금이 갔다.

[마수, 발록의 고유능력인 ‘진동파’ 스킬이 발동합니다.]

[‘빛의 방벽’의 내구도가 77525만큼 감소합니다.]

[방벽으로 인해 디버프 효과가 차단됩니다.]

그리고 추가로 떨어져 내리는 두 마리의 발록들.

콰아앙-!

[마수, 발록의 고유능력인 ‘진동파’ 스킬이 발동합니다.]

[‘빛의 방벽’의 내구도가 78122만큼 감소합니다.]

[‘빛의 방벽’의 내구도가 78442만큼 감소합니다.]

[방벽으로 인해 디버프 효과가 차단됩니다.]

대지가 진동하며 어마어마한 굉음이 울렸지만, 빛의 방벽은 아직까지 버텨내고 있었다.

[빛의 방벽 | 내구도 - 15911/250000(6.36%) ]

내구도가 거의 걸레짝이 되기는 했지만, 용캐도 세 방의 진동파를 모두 막아낸 빛의 방벽.

그것을 본 유저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으으, 처음부터 왜 이렇게 아슬아슬한거야?!’

‘이안님이 너무 스킬을 아끼시는 거 아니야?’

유저들은 불안한 것이 당연했지만, 이안은 단순히 스킬을 아낀 것이 아니었다.

이전 필드에서 유저들에게 들어가는 진동파 데미지 량을 이미 확인해 놓았던 것이다.

발록의 진동파는 순수한 ‘마기’로 이루어진 스킬이었고, 그렇기에 방어력에 영향 받지 않는 고정데미지로 들어온다.

이전 필드에서 이안이 확인했던 피해량은 8만이 조금 안되는 정도.

그렇기에 세 방의 기술을 막아내는데 최적의 내구도를 가지고 있는 빛의 방벽을 사용한 것이었다.

‘추가로 진동파, 그리고 이제 투사체들이 날아오겠지.’

퉁- 퉁-!

방벽을 부수기 위해 거대한 발톱을 휘두르는 발록들을 보며, 이안의 두 번째 오더가 내려졌다.

“김청님! 엘루의 가호! 할리쿠스님, 거신상 소환!”

그리고 그 오더가 끝나자 마자, 방벽의 앞에 커다란 굉음을 내며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쿵-!

그것은 높이만 족히 5M는 넘을 법 한 거대한 석상이었는데, 이것은 고 레벨의 기사클래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거신상 소환’ 스킬이었다.

거신상 소환 스킬은, 모든 생명력을 다해 파괴되기 전까지 넓은 범위에 지속적으로 ‘도발’을 시전하며, 광역피해를 제외한 모든 피해를 흡수한다.

또한 범위 내의 아군들에게 자잘한 버프들도 걸어주는 훌륭한 기술.

게다가 생명력도 무려 300만이나 되기 때문에 쉽게 깨지지 않는 토템이었다.

“뭐지, 거신상? 저건 광역기 못 막아 주는데…! 이안님이 스킬 잘못알고 오더하신 거 아니야?”

“서, 설마!”

거신상이 보호막류 스킬보다 월등하게 내구도가 높은 이유는, 광역기술에 취약하기 때문이었다.

거신상이 깔리더라도 광역 위주의 스킬운용을 하면 적을 섬멸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

하지만 유저들의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쩌정-!

처음 소환되었던 빛의 방벽이 깨어지자 마자, 그 위에 새로운 보호막이 생성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법사 클래스의 희귀스킬 중 하나인 ‘엘루의 가호’ 라는 스킬이었는데, 광역보호와 생명력 회복 능력을 가진 보호막 생성스킬이었다.

이 스킬의 특이한 점은, 회복량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엘루의 가호의 회복량은 매 초당 7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

하지만 이 7만이라는 수치가 범위 내의 모든 개체에 적용되는 수치는 아니었다.

범위 내에 있는 이들 중 회복이 필요한 이들의 숫자로 7만이라는 수치가 분산되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범위 내에 회복이 필요한 10명의 유저가 들어가 있으면, 각각 초당 7천의 회복효과를 얻게 되는 것.

이것은 수십, 수백 명이 난전을 벌이는 전장에서, 그리 효율좋은 광역회복이라고는 할 수 없는 수치였다.

그래서 엘루의 가호는, 그냥 약간의 힐도 되는 유틸성 좋은 광역 방어막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스킬이었다.

그저 빛의 방벽 같은 기본적인 방어막 스킬 보다는 조금 좋은 스킬 정도로 평가되고 있달까.

하지만 이런 식으로 스킬이 응용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뭐야? 석상이랑 엘루의 가호를 이렇게도 쓸 수 있어?”

“미친, 지렸다!”

거대한 석상 뒤에 푸른 빛의 방어막이 생성되었고, 방어막은 석상의 생명력을 치유하기 시작했던 것.

지금 인간계 유저들은 생명력이 모두 온전히 보전되어있는 상태였다.

모든 공격을 방어막으로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치유가 필요한 개체는 ‘거신상’ 하나 뿐.

7만이라는 회복량이, 온전히 거신상을 치료하게 되는 것이었다.

위이잉-!

엘루의 가호에서 뻗어나온 초록색 빛이 거신상을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마병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거신상의 생명력은 줄어들 줄을 몰랐다.

“사제들, 거신상에 계속 힐 넣어줘요! 그 다음은 오유안님 준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바로바로 대응해서 스킬을 발동시키는 이안.

일차적으로 방어가 안정되자 레미르의 공격오더가 시작되었고, 이안의 스킬운용능력과 어마어마한 센스를 두 눈으로 확인한 유저들은, 마음 놓고 마병들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쾅- 콰쾅-!

협곡 곳곳에 자리잡은 마법사 랭커들이, 먼저 광역 공격마법들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우웅 우우웅-!

마법사들의 광역 마법은 그 공격력이 무척이나 강력했다.

다만 그러한 광역마법들은 캐스팅 시간이 무척이나 길었다.

그리고 그 긴 캐스팅 시간동안 단 한번의 공격이라도 허용하면 마법이 캔슬된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

하지만 이렇게 안정적인 대치상황에서라면, 마음 놓고 가장 강력한 광역기를 캐스팅할 수 있었다.

쿠릉 쿠르르릉-!

여기저기서 수많은 캐스팅이 이루어지자, 협곡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나의 파동이 모이고 모이자 커다란 진동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조금, 조금만 더…!’

이안은 캐스팅되는 마법들을 확인하며 이를 악물었다.

적들의 딜이 생각보다 더 강력해서,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빠듯하게 스킬을 운용해야했기 때문이었다.

마왕을 비롯한 수많은 마병들이, 모든 유저들의 광역 보호스킬 사이클을 완벽하게 돌리더라도 아슬아슬할 정도의 무지막지한 딜을 퍼붓고 있었다.

석상도 이제 거의 다 부서져 가고, 보호막은 10초를 넘기기가 무섭게 깨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뒤쪽에 엘루의 보호막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이중으로 보호막을 쳐 주지 않으면 언제 틈이 생겨 몰살당할지 알 수 없었다.

‘광역기만 다 들어가면 여유가 좀 생길거야…!’

마법사들의 고급 광역스킬들은 짧게는 30초에서 길게는 2분 정도의 캐스팅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안은, 이 광역스킬들만 성공적으로 다 발동된다면 마족 진영의 공격력도 30%는 줄어들 것이라 예측했다.

생명력이 많지 않은 마수들과 마족들은 한 번에 퍼붓는 광역스킬들을 전부 버텨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부서져가는 석상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으, 지금 쓰면 안 될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지.’

이안이 뿍뿍이에게 명령했다.

“뿍뿍아, 심연의 축복!”

“알겠뿍!”

후우웅-!

뿍뿍이의 몸에서 푸른 광채가 새어나오며, 광역 회복스킬인 심연의 축복이 발동되었다.

심연의 축복은 석상 하나의 내구도를 회복시키기에는 효율이 썩 좋지 않았지만, 지금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석상 스킬을 가진 유저가 너무 적어. 석상하나로 최대한 오래 버텨줘야 해.’

끊어지지 않고 계속 하나 이상의 석상이 유지되려면, 벌써 첫 번째 석상이 무너져서는 안 되었다.

이안은 심연의 축복 스킬을 희생해서라도, 일단은 석상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억겁같이 느껴지던 1분의 시간이 지나갔고.

“화염지대!”

“광풍난무!”

여기저기서 마법사들이 캐스팅하던 광역 공격마법들이, 이제껏 일방적으로 공격만 하던 마족 진영을 향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 (6). 마지막 혈투 -3 > 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