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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35화 (357/1,027)

< (2). 뜻밖의 재회 -2 >

*          *          *

이안이 게이트를 열었던 곳은, 마계 20구역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가장 가까운 위치는 샤켈리크를 잡을 수 있는 지역인, 마계 19구역.

하지만 이안은 17구역을 첫 번째 행선지로 정했고,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훈이가 이안에게 물었다.

“샤켈리크…? 그리고 그림자 괴조 라고?”

“그래, 그런 별명으로 불린다고 하더라고.”

이번에는 카노엘이 말했다.

“그림자… 라면, 혹시 우리가 신전에서 싸웠던 어둠의 소환수랑 관련이 있는 건가?”

이안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빙고.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전설등급의 마수 중, 유일하게 어둠의 소환수 라고 하더라고.”

“아하.”

“그리고 어둠의 보주가 바로, 그 어둠소환수들의 천적이래.”

“그래?”

베히모스를 사냥하고 나면 얻을 수 있다는, 신물의 재료이자 퀘스트 아이템인 어둠의 보주.

하지만 이 어둠의 보주는, 아무 능력 없는 잡화 아이템이 아니었다.

인벤토리에 가지고만 있어도 어마어마한 옵션을 부여해 주는 토템같은 아이템인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디텍팅 능력이 있는데다, 모든 어둠속성의 피해를 20%만큼 감소시켜주고, 반대로 어둠속성의 상대에게 30%만큼의 추가피해를 입힐 수 있게 해 주는 강화옵션.

게다가 모든 공격을 어둠속성 공격력을 15%만큼 증가시켜주는 기능까지 있었으니, 지금 이안의 파티가 그 아이템을 얻는다면, 샤켈리크를 잡는데 지대한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훈이는 아직 전부 납득하지 못했는지, 다시 물었다.

“확실히 어둠의 보주가 있으면 샤켈리크는 쉽게 사냥할 수 있겠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베히모스라는 녀석은 샤켈리크보다 훨씬 강력하다며? 같은 전설등급의 마수라고 하더라도, 발록과 베히모스에 비해서 샤켈리크가 훨씬 약체라고 형이 말했잖아.”

“그랬지.”

“그럼 샤켈리크 먼저 간 한번 보고 베히모스를 잡으러 움직이는 게 낫지 않을까?”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샤켈리크가 약해도, 19구역의 샤켈리크 서식처는 군락이야. 아직 데이터도 없으니 몇 마리나 있을지 알 수 없는 거지. 잘못 싸우다가 주변 녀석들의 시선까지 끌게 되면, 한번에 열 마리도 넘는 전설등급의 마수와 싸워야 할 수도 있어.”

“흠… 그건 그러네.”

물론 어둠의 보주를 지키고 있는 베히모스가 한 마리라는 보장도 없었지만, 이안은 굳이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어둠의 보주를 무조건 먼저 얻어야 하니까.’

사실 이안에게는 꿍꿍이가 하나 더 있었던 것이다.

이안은 세르비안과의 대화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그러니까… 어둠의 소환수를 포획하기 위해서는 그 어둠의 보주 라는게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그렇다네. 만약 어둠의 보주를 먼저 손에 넣을 수 있다면, 한번 샤켈리크 포획을 시도해 보게나. 자네 정도의 능력이라면 잘하면 가능할지도….]

[베히모스나 발록을 포획하는 건 어떻습니까?]

[글세, 베히모스와 발록은, 전설등급의 마수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개체들이야. 난 아직, 역대 어떤 소환마들도 녀석들의 포획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네.]

[그렇게나 어렵나요?]

[그렇다니까. 심지어 마왕들 중에도 발록이나 베히모스 포획에 성공한 이가 없어.]

[그럼… 발록이나 베히모스는 아직 소환마수로 사용하는 마족이 아무도 없는 건가요?]

이 대목에서 이안은 놀랐다.

하지만 그 순간 이안의 기억에 스쳐지나간 것이 하나 있었다.

[어, 아닌데. 저 그러고 보니, 마왕 레카르도님이 발록을 부리는 걸 봤어요.]

하지만 세르비안은 피식 웃으며 다시 이야기했다.

[자네… 영혼석의 존재를 잊었나?]

[아…!]

[모르긴 몰라도, 아마 레카르도님의 발록 또한 영혼석을 모아서 소환된 녀석일 확률이 높아. 레카르도님 정도의 힘을 가진 분이라면, 발록의 영혼석 정도는 손쉽게 모으실 수 있으니까. 직접 발록을 사냥하셔도 금방이실 테고, 영혼의 신단에서 가져오셨을수도….]

[영혼의 신단은 또 뭔가요?]

[그건 나중에 알려주겠네.]

이안은 이번에 세르비안을 찾아가서, 생각보다도 더 많은 정보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보들은, 이안이 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가깝게는 이번 퀘스트의 진행에 도움이 되었고, 길게는 최종 여정이라고 할 수 있는 신화등급의 마수연성 계획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확실히 한번 들르길 잘 했지.’

세르비안에게서 얻은 정보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발록과 베히모스를 포획하는 데 쓸 데 없는 힘을 낭비했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고 포획시도를 아예 안할 건 아니지만, 마왕조차도 잡은 적이 없다는 녀석들을 잡기 위해 시간낭비 할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어둠의 보주의 숨겨진 능력까지 알았으니….’

어둠의 보주는, 확실히 어둠의 마수들에게 천적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게다가 이안에게는 한 가지 비장의 무기가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카카의 고유능력!

‘카카의 꿈꾸는 악마 능력에 이 어둠의보주 효과까지 중첩시키면… 샤켈리크인지 뭔지 쓸어 담을 수 있겠어.’

이안의 노림수는 바로 이것이었다.

어둠의 보주와 꿈꾸는 악마에 붙어있는 어둠속성 피해감소 효과가 중첩되면, 총 70%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된다.

10만 데미지를 입어야 할 게 3만 정도밖에 들어오지 않는 것.

게다가 이안의 항마력은 또 몇인가?

마수인 샤켈리크의 기본 공격속성은 당연히 마기였고, 그러니 감소된 피해량에서 다시 또 60~70% 정도 되는 피해가 깎여 나갈 것이다.

모든 옵션이 중첩되어 총 91%의 피해가 흡수되어 버리는 것.

거기에 장비 방어력은 폼이 아니었으니, 이쯤 되면 아무리 전설마수의 공격이라 하더라도, 간지러울 수 밖에 없었다.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야. 샤켈리크를 있는 대로 전부 다 포획해서, 마수연성 숙련도를 맥스까지 올려야겠어.’

어둠의 보주는 그야말로 사기적인 아이템.

하지만 그렇기 때문인지, 데미드몬에게 가져다 바쳐야 하는 물건이었다.

그렇다면 퀘스트를 완료하기 전까지 최대한 써먹어야만 했다.

어쨌든 이안일행은 17구역을 향해 그대로 쭉 이동했고, 19구역과 18구역에 있는 몬스터들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았다.

특히 19구역의 몬스터들은 샤켈리크를 제외하고도 죄다 어둠의 마수들로 구성되어있었기에, 어둠의 보주를 얻은 뒤 무한사냥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형, 저기 게이트!”

“오케이. 저 앞쪽에 마수들만 빠르게 처리하고 곧바로 들어가자.”

“알겠어.”

*          *          *

“오호, 이게 누구신가.”

혼돈의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성벽.

그리고 도시의 안으로 통하는 유일한 문인 혼돈의 문 앞에서, 마틴은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얼굴을 마주했다.

“오랜만이군, 이라한. 한동안 잠잠하더니… 이제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건가?”

마틴과 마주친 인물은 바로, 며칠 전부터 무섭게 세력을 확장중인, 다크루나 길드의 마스터 이라한이었다.

차원전쟁이 끝나고 한동안 잠잠했던 다크루나길드가, 최근 들어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마틴은 조금 놀란 상태였다.

‘아무리 다크루나길드라고는 하더라도, 그렇게 오래 쉬었으면 세력이 줄었을 텐데….’

마틴은 평소에 조금 둔한 면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눈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라한과 그의 뒤에 도열해 있는 다크루나의 정예 길드원들.

그들의 행색을 대충 보니, 이 혼돈의 도시까지 정면으로 길을 뚫고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이라한이 마틴을 향해 웃었다.

“그렇지. 그동안 충분히 쉬었으니까.”

그리고 한 쪽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한 마디 덧붙였다.

“그동안 호랑이 없는 굴에서, 왕 노릇은 재밌었나?”

마틴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초로 마계에 입성하여 어마어마한 세력을 길렀던 다크루나길드.

차원전쟁에서 이라한이 이안에게 탈탈 털리지만 않았더라면, 지금까지도 마계의 독보적인 길드랭킹 1위는, 다크루나길드였으리라.

하지만 그것은 만약의 가정이었고, 지금은 달랐다.

마틴은 굳었던 표정을 풀며 실실 웃었다.

“후후, 네 녀석이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을까? 이안 하나에 아주 영혼까지 털린 주제에….”

마틴의 말에, 이라한의 여유롭던 표정도 살짝 굳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는 다시 여유를 찾으며 말했다.

“내가 녀석보다 부족했으니, 그거야 어쩔 수 없던 일이지.”

“흠….”

의외의 담담한 반응.

기존에 마틴이 알던 이라한이었더라면, 여기서 더욱 발끈했어야 정상이었다.

마틴은 살짝 불안해졌다.

‘이 녀석이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생긴 건가…?’

하지만 이라한의 다음 말에, 그러한 고민은 더 이어질 수 없었다.

“보아하니, 길드관리사무소에 다녀온 모양인데, 아직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한 모양이군. 아직 혼돈의 도시 길드목록에 등록되어있지 않으니 말이야.”

“…!”

마틴의 머릿속에 얀쿤을 만날 이라한의 모습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크흡.”

마틴은 뿜어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이라한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무슨 수를 써서 우리보다 먼저 도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혼돈의 도시에 세워지는 첫 번째 길드는 우리 다크루나가 될 거다.”

이라한은 마틴을 지나 길드관리사무소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리고 그 뒷모습을 보며, 마틴은 명복을 빌었다.

‘그래, 고생 한번 제대로 해 봐라 이놈아.’

*          *          *

사령의 탑은, 이름에 어울리는 외관과 분위기를 가진 던전이었다.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음산한 분위기에, 온 몸을 적시는 기분 나쁘게 축축한 습기.

어디선가 울려퍼지는 음울한 귀신의 울음소리까지.

그것은, 항상 언데드들과 부대끼는, 흑마법사인 훈이까지도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여기, 뭐 이렇게 기분 나쁘냐.”

이안의 말에 카노엘이 맞장구쳤다.

“별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은 던전이네요.”

기분 나쁜 것은 둘째 치고, 던전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물론 이렇게 음침한 던전이야 기존에도 많이 존재했지만, 사령의 탑은 그 정도가 훨씬 심했다.

따로 불을 밝히지 않으면, 아예 앞이 보이지 않을 수준이었던 것이다.

훈이가 입을 딱딱거리며 말했다.

“형, 여기 꼭 들어가야 할까?”

이안이 피식 웃었다.

“왜? 무섭냐.”

“….”

차마 자존심이 상했는지, 아니면 공포에 몸이 굳어버렸는지, 훈이의 입은 굳어버렸다.

하지만 이안이 던전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훈이의 입이 다시 떨어졌다.

“자, 잠깐!”

물론 이안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무서우면 오지 말던가. 대신 베히모스의 가죽은 나랑 노엘이랑 나눠 갖을게.”

훈이는 울상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걸음은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 안 돼. 그런 게 어딨어! 나 없이 베히모스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이안의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응.”

결국 이안과 카노엘이 시야에서 멀어지자, 훈이도 어쩔 수 없이 던전의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던전에 들어서자마자.

이안은, 생각지도 못했던 마수와 마주쳤다.

< (2). 뜻밖의 재회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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