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36화 (358/1,027)

< (2). 뜻밖의 재회 -3 >

*          *          *

“타르베로스…?”

이안 일행의 눈 앞에 나타나 으르렁거리고 있는 거대한 마수.

머리가 세 개 달린 거대한 호랑이의 형상을 한 이 녀석은, 과거 50구역의 관문을 돌파할 때 만났던 전설등급의 마수, 타르베로스였다.

이안은 순간적으로 타르베로스의 고유능력과 공격패턴에 대한 기억들을 머릿속에서 끄집어 내었다.

‘도트 광역기랑, 시간 돌리는 능력만 조심하면 되는 녀석이었지.’

당시 이안은, 타르베로스를 어렵지 않게 처치했었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고전하기는 했었지만, 전설등급 치고 특별히 전투능력이 강력하지는 않았던 녀석.

한편 이안의 중얼거림을 들은 훈이가, 이안을 향해 물었다.

“타르베로스? 아는 녀석이야?”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50구역 관문지기로 있었던 녀석이다.”

이안이 창대를 고쳐 쥐며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 어려운 녀석은 아니니까, 내 오더대로만 잘 움직여.”

“알겠어.”

훈이와 카노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투를 시작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이안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니까.

그런데 그 때, 타르베로스를 향해 달려들려던 이안이 순간 멈칫 했다.

변수가 하나 생긴 것이다.

‘뭐야, 한 마리가 아니었어?’

크르르-

어둠을 뚫고 어슬렁어슬렁 기어나오며, 으르렁거리는 타르베로스들.

시야가 어두워서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느껴지는 기척으로 미루어 볼 때 최소 3~4마리는 되어 보였다.

이안이 카이자르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이자르, 모션 기억하지?”

“물론이다.”

“고유능력 발동만 전부 끊어 보자고.”

“알겠다, 주인.”

이안은 더욱 의욕 넘치는 표정으로, 선두에 있는 타르베로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상대가 어려울수록 돌아오는 전리품은 많은 법이었으니까.

녀석들의 숫자가 많다고는 해도, 시간 되돌리는 고유능력만 놓치지 않고 잘 끊어내면 충분히 해볼 만 한 싸움이었다.

정확한 고유능력의 스펙을 알 수는 없었지만, 타르베로스의 시간 되돌리는 능력도 약간의 캐스팅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 타이밍을 잘 맞춰서 끊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난전 속에서 발동하는 모든 고유능력을 끊어내기란 어렵겠지만, 한두 번 정도는 허용하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라이, 측면! 노엘이랑 훈이는 좌측 두 놈 맡아줘!”

“오케이!”

“알겠다, 주인.”

이안의 지시에 따라 일행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굳어있던 훈이도 막상 전투가 시작되자 능숙하게 언데드들을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물론 타르베로스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커허엉-!

타르베로스들이 울부짖자, 고막이 찢어질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타난 타르베로스는 총 5마리였지만, 머리는 총 15개였던 것.

열 다섯 개의 머리가 포효하자 그 울림은 엄청났다.

“고막 찢어지겠네!”

이안은 우선 라이와 함께 선두에 있던 한 녀석을 협공하기 시작했다.

놈의 공격패턴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저 무식하게 생긴 어금니에 현혹되면 안 돼! 앞발을 조심해!”

“오케이!”

타르베로스는 턱 밑까지 길쭉하게 튀어나온 날카로운 어금니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무척이나 위협적으로 보였지만, 사실 타르베로스의 주 무기는 어금니가 아니라 강력한 앞발이었다.

세 개나 되는 머리를 피하느라 앞발공격을 허용하면 무지막지한 데미지가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난전에 가까웠던 전장의 구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안과 카이자르, 라이가 한 놈을 맡아 협공하기 시작했고, 뿍뿍이와 카르세우스가 다른 한 녀석을 맡았으며, 핀과 할리는 훈이와 카노엘을 도와 나머지 타르베로스들을 막아내는 구도.

그렇게 어둠 속에서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          *

혼돈의 도시 외곽에 위치한 소규모의 광장.

그 곳에 열댓 정도 되어 보이는 마족 유저들이 모여 있었다.

광장에 꼽혀 있는 두 개의 길드 깃발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들은 호왕길드와 다크루나길드의 유저들인 듯 보였다.

“흐음, 그래서… 최 정예로 각각 10명씩 꾸려서 움직이자?”

“그게 가장 효율적일 테니까. 숫자만 많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건, 그쪽도 잘 알고 있지 않나?”

가장 앞쪽에서 마주본 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은, 다름 아닌 마틴과 이라한이었다.

그들은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흐음… 하긴, 15구역까지 뚫으려면 최정예만 움직이는 게 좋겠지.”

사이가 좋을 리 없는 호왕길드와 다크루나길드.

그들이 뭉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혼돈의 도시 길드등록퀘스트를 어떻게든 클리어하기 위함!

이라한 또한 마틴과 마찬가지의 퀘스트들을 받았고, 결국 발록사냥 퀘스트에서 막힌 것이다.

고작 길드사무소에 길드등록을 하기 위한 퀘스트들 치고는, 그 난이도가 무지막지했지만, 아쉬운 것은 그들이지 얀쿤이라는 괴팍한 npc가 아니었다.

‘그나저나 얀쿤, 그 놈은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데… 착각인가?’

이라한은 머릿속에 얀쿤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무척이나 못마땅하다는 듯 자신을 응시하는 얀쿤의 표정이, 어딘지 모르게 낯익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하긴, 근육돼지 비주얼을 가진 마족이 한둘은 아니니까.’

어지러워진 머릿속을 정리한 이라한이, 다시 마틴과의 협상에 집중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얀쿤의 생김새 같은 것이 아니었다.

얀쿤이 자신을 이미 알아보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면 얘기가 달랐겠지만 말이다.

이라한이 다시 마틴을 향해 입을 열었다.

“확실한 친구들로만 데려오는 게 좋을 거야. 20구역대 관문보스들의 난이도는, 정말 어마어마할 테니까.”

마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이라한. 다크루나에 네놈 말고 또 쓸 만한 자원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짐짝이 될 만한 인원은 데려오지 않는 게 차라리 나아.”

고난이도의 맵을 뚫는 것은, 인원이 많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다.

유저의 인원이 많아질수록 많은 어그로를 끌게 되고, 결국 더 많은 마수들과 싸우며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애초에 일정 수준 이하의 전력은 짐만 될 뿐.

이라한과 마틴이 생각하기에, 최적의 인원은 사실 합해서 10인 파티 정도였다.

그러나 합을 맞춰보고 최종적으로 파티를 구성해야 했기에, 일단 열 명 씩을 선출해 오기로 한 것이었다.

두 시간 정도의 긴 회의 끝에, 호왕길드와의 합의를 마치고 난 이라한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관문 보스만 아니어도 그냥 나 혼자 15구역까지 돌파하는 게 나을 텐데….’

맵을 돌파하는 데에는 많은 인원이 짐이 되지만, 결국 관문 보스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파티가 필요했고, 발록을 사냥하기 위해서도 혼자서는 안 될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마뜩찮은 호왕길드와 연합하게 된 이라한은, 기분이 무척이나 언짢았다.

차라리 호왕길드가 아닌 림롱의 천살길드였다면 오히려 나았을 것이다.

만약 천살길드와 함께였더라면, 4~5인 파티 정도로도 15구역까지 가는 게 가능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고난이도 맵을 뚫고 지나가기에, 암살자만큼 좋은 직업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여기서는 이라한만 아는 사실이었지만, 림롱이 길드 마스터로 있는 천살 길드에는 림롱 말고도 ‘혈사신’이라는 뛰어난 실력자가 한명 더 있었다.

아이디만 봐서는 무협덕후 아재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유저였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확실했다.

심지어 이라한이 보기에, 그 혈사신이라는 유저가 마틴은 몰라도 사무엘진 보다는 강할 것 같았다.

자신과 비슷한 전투력을 가진 림롱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어쨌든 협상을 끝낸 두 길드는, 빠르게 인원을 추렸고, 곧바로 마계 15구역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노엘이, 훈이. 쭉 점검 한번 해봐. 전력손실 얼마나 돼?”

“나는 소환해제했던 소환수들만 다시 소환되면 곧바로 움직여도 될 것 같아.”

“나는 스킬 쿨만 전부 다 돌아오면.”

타르베로스들과의 전투를 치르고 난 이안은, 일행의 상태를 한번 씩 쭉 점검했다.

생각보다 피해가 큰 탓이었다.

라이와 할리가 죽을 뻔 했고, 지금껏 한 번도 위기가 없었던 뿍뿍이를 소환해제 해야 했던 것.

그나마도 카이자르와 카르세우스의 막강한 화력 덕에 피해를 최소화시킨 것이었다.

“오케이, 그럼 여기서 한 30분 정돈 쉬어가야겠네. 나도 뿍뿍이 다시 불러오려면 그 쯤 걸리니까.”

“알겠어 형.”

대충 상황이 정리되자, 이안은 죽어있는 타르베로스들을 향해 다가갔다.

전리품들을 회수할 시간이었다.

‘능력석이라도 하나 건지면 정말 대박인데….’

이안 일행이 생각보다 더 고전한 이유는, 타르베로스의 고유능력이 생각보다 더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능력 자체가 원래 알던 것과 차이가 있지는 않았지만, 타르베로스 한 마리가 시간을 되돌리자 죽었던 타르베로스까지 살아난 것이다.

마지막 한 마리가 네 마리의 동료들을 전부 되살렸을 때는, 정말 다 포기하고 누워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이 고유능력… 정말 탐난단 말이야.’

최고의 소환마수들 연성해 낼 때 집어넣어야 할 재료가 하나 더 늘었다.

이안은 이 타르베로스의 능력석을 어떻게든 얻어서, 연성해 낼 신화등급의 마수에게 이 ‘시간 되돌리는 능력’을 장착시켜주고 싶어졌다.

가진 스킬들을 최고의 효율로 활용하는 이안의 전투스타일에, 무척이나 어울리는 고유능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우선 가장 가까운 곳에 죽어있던 타르베로스 한 마리를 향해 다가가 손을 뻗었다.

띠링-

[‘타르베로스의 영혼석’ (등급 : 전설) (분류 : 잡화) x9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중급 마정석’ x3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타르베로스의 가죽’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시간의 보석’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획득한 아이템 목록을 확인한 이안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원했던 ‘능력석’ 아이템은 얻지 못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이득을 봤기 때문이었다.

‘시간의 보석이라고…?’

시간의 보석은 이안도 알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차원의 마탑주이자 이안의 오랜 친구(?)인 그리퍼가, 마법사 클래스 유저들에게 주는 히든 퀘스트.

레벨제한이 무려 210인 그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필요한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껏 시간의 보석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아직 아무도 클리어 한 유저가 없었다.

이안의 뇌리에 곧바로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거면… 레미르님을 꼬실 수도 있겠는데?’

레미르는 이안과 헤르스의 끊임없는 러브콜에도 아직 로터스 길드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 정도 떡밥이라면 레미르도 흔들릴 것이라 생각했다.

“흐흐흐….”

음침한(?)웃음을 흘린 이안이, 이번에는 영혼석을 집어 들고 살펴보았다.

데빌 드래곤을 사냥했을 때 이후 오랜만에 보는 전설등급 마수의 영혼석.

[‘타르베로스의 영혼석’ x9을 획득하셨습니다.]

[영혼석의 조각을 모두 모아 영혼이 모두 완성되면, 타르베로스를 소환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보유중인 영혼석 : 9 / 200 (4.5%)]

그리고 이안의 머리가 또다시 회전하기 시작했다.

‘가만… 이거 잘하면…?’

일단 이안은 나머지 네 마리의 타르베로스 사체도 전부 회수했다.

그러자 모인 타르베로스의 영혼석은 총 41개.

한 마리당 평균 8조각 정도의 영혼석을 획득한 것이다.

그 외에는 딱히 눈에 띄는 아이템이 없었지만, 이안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잘하면 영혼석을 모아서, 타르베로스를 완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약간의 협박과 회유(?)가 필요했다.

이안이 카노엘과 훈이를 향해 다가갔다.

“너희 혹시 영혼석 몇 개나 먹었냐?”

훈이와 카노엘은, 알 수 없는 오한을 느끼고는 몸을 떨었다.

< (2). 뜻밖의 재회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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