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99화 (419/1,027)

< (1).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 -1 (18권 시작) >

‘신룡 엘카릭스를 준다고……?!’

파격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퀘스트의 보상.

이안은 혹여 잘못 읽은 것이 아닌지, 다시 한 번 보상내용을 또박또박 읽어 보았다.

하지만 분명히 보상은 ‘엘카릭스’였고, 앞에는 친절하게 ‘신화 등급의 소환수’ 라는 수식까지 붙어 있었다.

정령왕의 심판을 쥔 이안의 오른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대박이다……!’

이안은 퀘스트의 난이도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난이도 란에는, 역시나 최고의 난이도를 상징하는 트리플S 등급이 박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의구심이 들었다.

‘트리플 S도 부족한데……. 쿼드라나 펜타 S등급의 난이도가 박혀 있어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보상이야 이건.’

하지만 의심도 잠시.

이안의 양쪽 입 꼬리가 실룩거리기 시작했다.

신화등급의 소환수, 그것도 신룡이라니.

‘이거이거……. 이러다가 신룡들로 콜렉션이라도 만드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이안은 다시 한 번 김칫국을 들이키며 에르네시스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절대로.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에르네시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잘 해 내리라 믿는다.]

이안의 믿음직스런 답변 덕에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진 빛의 여신 에르네시스.

하지만 그 대답은 사실, 에르네시스를 향한 말이라기보다는, 이안 자신을 향한 다짐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          *          *

중부대륙의 북쪽.

어둠의 힘에 의해 진입이 막혀있던 미지의 대지가 드디어 유저들에게 오픈되었다.

필드의 레이드 보스였던 사령의 군장이 사라지고 나자, 게이트가 오픈된 것이다.

북부 말라카대륙과, 중부 시카르 사막을 잇는 드넓은 고원.

중부대륙만큼 거대하진 않지만 그 절반 정도는 될 수준의 새로운 맵이 오픈되자, 유저들은 너도나도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항상 컨텐츠가 넘치는 카일란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새로운 컨텐츠는 유저들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부대륙의 북쪽에 있는 협곡을 지나면, 유피르 산맥을 시작으로 광활하게 펼쳐지는 백색 고원.

이 새로운 맵의 이름은 ‘헤인츠 고원’이었다.

덕분에 최근 카일란의 공식 커뮤니티에는, 헤인츠 고원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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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헤인츠 고원 사냥중이신 유저분들! 뉴비 좀 도와주세요!

안녕하세요. 얼마 전 운 좋게 길드 파티에 껴서 유피르 산맥 마실 다녀 온 쪼랩 입니다.

궁금한 부분 몇 가지만만 물어볼게요.

1. 헤인츠 고원 진입장벽 어느 정도인가요? 그리고 좀 부족한 스펙으로도 비벼볼 만한 지역이 따로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헤인츠 고원에 젠 되는 언데드들, 정말 흑마법사 전용 영웅템 드랍률이 그렇게 높나요? 지인들 얘기 들어보니 흑법 템 드랍률 되게 높다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명당 있으면 자리 잡고 닥사 하려고 하는데…….

실제 후기 있으면 들어보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공헌도는 시간당 몇 정도 쌓이는지도 궁금하네요.

(중략)

참고로 제 스펙은, 257레벨 흑마법사입니다. 2티어 히든 클래스 가지고 있고요.

추천 맵이나 파티구성, 아이템 세팅 등 알려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세부 스펙은 아래 스크린샷에서 참고하시면 될 듯 합니다.

(스크린 샷)

PS. 천만골 정도 여유자금 있으니, 아이템 세팅 알려주시면 전부 다 투자해서라도 스펙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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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인츠 고원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의 몬스터가 ‘언데드’들로만 구성되어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여기서 파생되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신규 에피소드에 대한 ‘공헌도’였다.

이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샬리언과 관련된 모든 언데드를 사냥할 시 공헌도가 쌓이는 것이다.

리치 킹이 잡히고 에피소드가 끝나기 전까지는 이 공헌도가 곧 아이템이고 경험치이자 돈이었으니, 이것은 엄청난 메리트가 아닐 수 없었다.

또, 흑마법사 전용 아이템의 드랍율이 무척이나 높아서, 흑마법사 유저들이 특히 극성이었다.

무리를 해서라도 헤인츠 고원에 진입하고 싶어 하는 흑마법사 유저들이 한 두 명이 아닐 정도였으니 말이다.

바로 위의 게시물처럼 말이다.

- ㅋㅋㅋ님 헤인츠 고원이 무슨 중랩들 놀이터인 줄 아시나요? 257렙으로 진입하시겠다고요?ㅋㅋ

- 윗님, 257렙이 확실히 헤인츠 고원 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레벨이긴 하지만, 그래도 중랩이라고 하는 건 좀 오바인 것 같은데요? 200 중반 정도면 그래도 상위 30%는 될 텐데요.

- 맞음. 스샷 보니까 템 세팅도 제법 잘 되어 있으시고, 천오백만 골 추가로 바르시면 외곽지역 정도는 비벼볼 만 하실 것 같은데.

- 꼭 세 자리 수 레벨도 못 찍은 허접들이 저렇게 입으로 카일란하지. ㅉㅉ

(후략)

처음 에피소드가 시작된 직후에는, 북쪽으로부터 밀려내려오는 언데드 군단에 의해 중부대륙에 있는 영지들이 제법 피해를 보기도 했었다.

언데드들의 높은 레벨도 문제이지만. 물량이 정말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헌도의 가치에 대해 알게 되고 언데드들에 대한 정보가 많이 풀리기 시작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대륙 각지에서 사냥하던 고 레벨 유저들이, 중부대륙의 북쪽으로 벌떼처럼 몰려든 것이다.

북부에서 내려오는 족족 유저들이 앞 다투어 사냥하는 통에, 중부대륙을 공격하던 어둠의 군대들이 씨가 말라 버린 것.

게다가 이제는 중부대륙의 북부를 넘어 헤인츠 고원으로 갈 수 있는 길 까지 열려버렸으니, 이전과는 완전히 반대의 형국이 되어 버렸다.

그에 유저들은, 역으로 걱정하기 시작했다.

- 그런데 님들, 이번 에피소드 너무 싱거운 거 아님?

- ㅇㅇ? 뭐가요?

- 아니 그렇잖아요. 요즘 기세면 헤인츠 고원도 순식간에 전부 개척될 것 같고, 거기 어디에 숨어있다는 리치 킹만 잡으면 뉴 에피소드 끝나잖아요.

- 그러네. 윗님 말처럼 리치킹 이제 찾기만 하면 랭커들이 끔살 시킬 것 같은데요?

- 에이 설마. LB사가 그렇게 싱겁게 뉴 에피소드를 끝내겠음? 좀만 기다려 보셈. 또 어디서 분명 폭탄 터질 거임.

- 흐음, 그러려나? 물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왠지 LB사에서 유저들 과소평가하고 에피 짠 것 같기도 하네요……. 사실 지금 헤인츠 고원 난이도가 낮은 게 아니라, 한국 유저가 극성인 게 팩트 아닙니까.

- 크으, 진짜 LB사 불쌍하다 ㅋㅋ 이렇게 컨텐츠 쉴 새 없이 뽑아내는데도 부족하다니. 진짜 우리나라 게이머들 컨텐츠 소모속도가 미쳤네. 개발사 직원들 일 못하겠다고 때려치면 어떡하지.

급기야는 개발사 직원들의 안위(?)까지 걱정해 주는 유저들.

하지만 그러한 걱정들은 그야말로 ‘기우’였다는 것이, 그리 오래지 않아 밝혀졌다.

*          *          *

헤인츠 고원 깊숙한 그 어딘가.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새하얀 눈으로 뒤덮힌 봉우리.

그리고 그와 대조되는 새카만 첨탑의 꼭대기에,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언데드의 왕 리치킹이 서 있었다.

피골이 상접하다못해, 해골만 앙상하게 남은 리치 킹의 모습.

리치킹의 두 눈에는, 인간이라면 있어야 할 눈동자 대신 시퍼런 불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리치 킹. 샬리언의 입이 천천히 떨어졌다.

“준비는, 이제 끝났겠지?”

탁하고 칼칼한 목소리.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고저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의 앞에 검은 인영이 하나 불쑥 나타났다.

그리고 그 인영은, 천천히 리치 킹을 향해 걸어 나왔다.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자, 인영의 생김새가 살짝 드러났다.

검보랏빛의 로브를 걸친, 새하얀 피부의 흑마법사.

그는 샬리언에게 예를 취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위대하신 나의 왕이시여.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샬리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준비가 드디어 끝났군.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죄송합니다, 왕이시여. 하지만 철저히 준비한 만큼, 어둠의 군대는 더욱 완벽한 힘을 갖게 되었나이다.”

따닥- 딱-

샬리언이 입 꼬리를 말아 올리자, 뼈가 맞물리며 기괴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살점은 거의 없으며, 보기 흉측할 정도로 앙상하게 남아 있는 샬리언의 근육.

그 근육이 뒤틀리자, 그렇지 않아도 흉측했던 리치 킹의 얼굴이 더욱 그로테스크하게 변하였다.

샬리언이 다시 말을 이었다.

“괜찮노라. 저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세어서 일어나게 된 일. 나의 영혼의 조각을 너무 많이 잃어버린 것이 늦어지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니, 그대의 잘못은 없음이다.”

“망극하옵니다, 어둠의 제왕이시여.”

리치 킹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옆에, 한 명의 새로운 흑마법사가 추가로 나타났다.

그는 앞으로 다가와 조용히 한쪽 무릎을 꿇었고, 이어서 샬리언이 말했다.

“카데스님께 ‘물건’은 받아왔는가.”

“그렇습니다, 왕이시여.”

새로 나타난 흑마법사는, 품속에서 낡은 양피지 같은 것을 꺼내었다.

그리고 그 물건을 공손히 샬리언을 향해 내밀었다.

“좋아. 완벽하군. 크크큭…! 이 샬리언이 어둠의 신의 권능을 쓰게 될 날이 올 줄이야. 크하하핫!”

샬리언이 양피지를 받아 든 손을 번쩍 치켜 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푸른 빛의 불꽃이 뿜어져 나오더니, 낡은 양피지가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양피지가 타버린 자리에서 시커먼 칠흑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샬리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크하하, 크하하핫!”

겉으로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지는 어둠의 기운.

쥐죽은 듯 조용한 마탑의 내부에, 샬리언의 박장대소거 끝없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샬리언의 웃음이 잦아들고 나자 양피지를 건넨 흑마법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심각했다.

“왕이시여, 어둠의 신께서 전하신 말이 하나 있었습니다.”

온 몸에 넘쳐흐르는 힘에 취해있던 샬리언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게 무엇이더냐.”

“이제 당분간, 샬리언님을 돕기 힘들 것 같다 하셨습니다.”

이어서 흑마법사의 말이 끝나자, 샬리언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유는?”

“그것까지는 저도…….”

그의 언짢음을 느낀 흑마법사는 어쩔 줄을 몰라 헀고, 샬리언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이미 많은 권능을 넘겨받았으니, 크게 아쉬울 것은 없으나…….”

샬리언의 두 눈에서 타오르던 푸른 빛이, 서서히 검보랏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샬리언이 들고 있던 스태프를 번쩍 치켜 들었다.

“이제, 시작이다! 나의 아들들아. 나는 대륙으로 진격해 오만한 인간들을 학살하고, 어둠의 제국을 세울 것이다!”

샬리언의 스태프 끝에 박혀있는 영롱한 빛깔을 띈 흑요석에서, 보랏빛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샬리언은, 뒤를 돌아 천천히 걸었다.

마탑 꼭대기의 낡은 문이 열리며, 하얀 눈이 쌓인 테라스가 나타났다.

샬리언은 그 안으로 느릿하게 걸어 들어갔고, 스태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점점 더 강맹해 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샬리언이 테라스의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

“크아아아…!!!”

“캬아아오오!”

“우리들의 왕! 우리들의 아버지!”

“샬리언님의 영광을 위하여!”

아무도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고요했던 설원에, 고막이 찢어질 듯 한 거대한 함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탑 앞의 광활한 설원에는, 그 숫자를 셀 수도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어둠의 군대가 늘어 서 있었다.

그것은 샬리언의, 대 반격의 시작이었다.

*          *         *

한편, 어둠의 군단이 창궐하기 시작한 그 시간.

“좌표상 이쪽이 맞는 것 같은데…….”

“제대로 찾아온 것 맞아, 형. 이 협곡만 지나면 분명 드래곤 레어가 나올 거야.”

“엇, 훈이님. 저 쪽은 막다른 길인 것 같은데요?”

어느새 루가릭 산맥에 도착한 세 사람은, 열심히 어딘가를 찾고 있었다.

그들이 찾는 곳은 바로, 어둠의 드래곤 ‘루가릭스’의 레어.

“어, 저기! 저기다!!”

훈이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고, 이안과 레비아의 시선이 동시에 그 쪽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 곳에는,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하는 거대한 드래곤 레어의 입구가 드러나 있었다.

*          *          *

< (1).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 -1 (18권 시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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