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47화 (46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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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단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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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카메르의 분노 Ⅱ (히든)(에픽)’

당신은 놀랍게도, 어둠에 물든 헬라임이 깨어나기 전에 라카메르를 처치하는 데 성공했다.

리치 킹 샬리언의 하수인이자 강력한 권능과 어둠의 힘을 가지고 있는 그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처단한 것이다.

덕분에 기사단장 헬라임과 일부 황실기사단의 기사들에게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들을 잠식해 가던 어둠이, 라카메르를 처단함으로서 활동을 멈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완전히 구원받은 것이 아니다.

지금 어둠의 모래시계 안에 갇혀있는 헬라임과 기사단원들은, 영혼 없는 빈껍데기일 뿐.

라카메르가 그들의 영혼을, ‘어둠의 성소’에 가둬 놓은 까닭이다.

던전의 뒤편에 있는 ‘소울 크리스털’을 파괴한다면, ‘어둠의 성소’로 이동할 수 있는 포털이 열릴 것이다.

포털을 타고 어둠의 성소로 가, 성소에 갇혀 있는 영혼들을 구출하자.

퀘스트 난이도 : A

퀘스트 조건 : 헬라임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라카메르를 처단.

헬라임이 깨어나기 전, 라카메르를 처치.

제한 시간 : 18분 54초

*어둠의 성소를 파괴하면, 퀘스트가 완료됩니다.

*보상 : 어둠의 뼛조각 꾸러미, 알 수 없음, 알 수 없음.

*유저에 따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생각보다 부실한 보상에 시무룩해 있던 찰나, 조건이 충족되며 떠오른 새로운 퀘스트는 이안 일행에게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 충분했다.

퀘스트 창을 재빨리 읽어 내려간 이안이, 창대를 고쳐 쥐며 입을 열었다.

“빨리 움직이죠. 난이도가 많이 낮지만, 그래도 방심하면 안 돼요.”

이안의 말에, 레미르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난 클리어 보상이 무려 ‘시공의 목걸이’라고. 게다가 뒤에 알 수 없는 보상도 몇 개 있어.”

‘시공의 목걸이’는, 마법사와 흑마법사 클래스의 마법 캐스팅 시간을 줄여 주는 희귀한 아이템이었다.

등급은 ‘전설’에 불과했지만, 마법사들에게 만큼은 그 가치가 어지간한 신화 등급의 아이템보다 나은 특별한 아이템이다.

훈이도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나도 시공의 목걸이야. 빨리 움직이자고!”

훈이는 신이 나서 보랏빛의 크리스털을 향해 뛰어갔고, 나머지 파티원들도 훈이의 뒤를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이안은, 근래 들어 받았던 퀘스트 중 가장 낮은 난이도에 고개를 갸웃하며 걸음을 옮겼다.

‘보너스 퀘스트 같은 느낌인 건가? 아무리 그래도 이 시점에 A등급의 퀘스트라니……. 쿼드라 S등급 하느라 수고했으니 좀 쉬어 가라는 뜻인가.’

이안은 카일란 기획 팀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끼며, 소울 크리스털을 향해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물론 의심을 완전히 지워 버릴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쾅- 콰쾅- 쾅-!

그리고 파티원의 공격이 시작된 지 채 10초도 지나지 않아, 크리스털이 파괴되었다.

퍼엉-!

-소울 크리스털Soul Crystal이 파괴되었습니다!

-어둠의 포털이 생성됩니다.

위이잉-!

크리스털이 있던 자리에 거대한 보랏빛의 포털이 솟아났다.

이안 일행은 망설임 없이 포털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 * *

사실 당연하게도, A등급이라는 다소 낮은 퀘스트의 난이도가 카일란 기획 팀의 배려는 아니었다.

쿼드라S급의 히든 퀘스트에서 특수한 조건을 만족시켰을 때만 발동하는 에픽 퀘스트가, 보너스 퀘스트 따위일 리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A등급 이라는 난이도 등급은, 기획 팀이 깔아놓은 페이크 같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아니었다.

카일란의 메인 시스템 상에서 설정되어 있는 난이도 시스템은, 아무리 기획 팀이라고 해도 함부로 건들 수 없었으니 말이다.

만약 건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건든다는 것은 유저들을 농락하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 에픽 퀘스트의 난이도는 A밖에 되지 않을까?

답은 퀘스트의 ‘제한시간’에 있었다.

‘18분 54초’라는 퀘스트의 제한 시간.

시간만 많으면 클리어할 수 있는 퀘스트의 제한 시간이 너무 많이 책정되었기 때문에, 퀘스트의 난이도가 쉬워진 것이다.

이 숨겨진 퀘스트의 제한 시간은 기존의 ‘라카메르의 분노’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남은 시간에 비례하게 설정되어 있었다.

라카메르의 분노 퀘스트에 책정되었던 제한 시간 중, 남아있는 시간의 두 배 만큼이 이 퀘스트의 제한 시간으로 책정되게 설계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이안 일행이 9분 27초나 남기고 퀘스트를 완료했기에 그 두 배인 18분 54초가 제한 시간으로 설정된 것.

그리고 이것 또한 기획 팀이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기획팀이 이 퀘스트들을 기획할 때 처음 생각했던 것은, 아무리 퀘스트를 빨리 클리어한다고 해도 2분 이상의 시간을 남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정상적인 공략법으로는, 아무리 빠르게 클리어해도 1분의 시간을 남기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10분에 가까운 시간이 남을 것이라고 어떻게 상상을 했겠는가.

스크린을 통해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이안 파티를 지켜보며, 나지찬이 푸념을 늘어놓았다.

“어휴, 저거 사실 약 올리려고 만든 퀘스튼데…….”

소울 크리스털을 파괴하고 어둠의 성소로 이동한 유저들은, 거대한 구체의 형상을 하고 있는 어둠의 성소를 파괴해야 한다.

여기서 어둠의 성소의 내구도는 30만.

언뜻 내구도의 수치만 보면, 금방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은 수준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었다.

어둠의 성소의 방어력은 무한대에 가까웠고, 어떤 공격을 해도 1을 초과하는 피해를 입힐 수 없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 어떤 방식으로든 30만대를 때려야만 파괴할 수 있다.

초당 10회 이상의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도트 공격 스킬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5분~10분 정도는 공격해야 파괴가 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나지찬과 기획 팀이 생각했던 것은, 힘들게 숨겨진 퀘스트를 찾은 유저들이 절망하는 모습이었다.

덮어놓고 내구도만 까면 되는 클리어할 수 있는 퀘스트에서 시간 부족으로 실패한다면, 유저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약이 오르겠는가.

하지만 이안 일행의 경우에는, 반대의 상황이었다.

-뭐지? 이거 기획자들이 귀찮아서 만들다 만 퀘스트인가?

-그러게. 정말 이거만 부수면 끝나는 퀘스트야?

-그런가 봐요. 그나저나 벌써 반도 넘게 깼네.

-시간 널널하구먼!

-이럴 거면 제한 시간은 왜 설정해 놓은 거지? 50레벨 던전 공략하던 파티가 와도 18분이면 부술 수 있겠다.

약 올라하기는커녕, 반대로 지켜보는 나지찬을 약 올리는 이안의 파티원들.

나지찬은 부들부들 떨며, 피의 복수(?)를 다짐했다.

“크윽, 두고 보자……!”

* * *

제한 시간이었던 18분은커녕, 10분도 채 지나기 전에 어둠의 성소는 파괴되고 말았다.

콰르릉- 콰콰쾅-!

거대한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내며, 허공으로 비산하는 수많은 어둠의 파편들.

이어서 그 안에 있던 수많은 새하얀 영혼들이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았다.

-‘어둠의 성소’를 성공적으로 파괴하셨습니다!

-성소에 갇혀있던 수 많은 영혼들이 자유를 찾았습니다!

이어서 이안 일행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오르기 시작한다.

띠링-!

-‘라카메르의 분노 Ⅱ (히든)(에픽)’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경험치를 10,500,000만큼 획득합니다.

-명성을 30만 만큼 획득합니다.

-영웅, 뮤란과의 친밀도가 10만큼 증가합니다.

-남은 제한시간 : 8분 55초

-클리어 등급 : SSS

-‘어둠의 뼛조각’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1,500만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후략)

그리고 이안 일행은, 싱글벙글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힘들게 퀘스트를 클리어한 뒤 획득하는 보상도 꿀맛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날로 먹을 때의 쾌감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일행은 신이 나서 각자 얻은 보상들을 확인하였다.

“아자, 시공의 목걸이 옵션 A급이다! 크으으!”

“훈이 네 꺼 쿨감 계수 몇인데?”

“난 1.63이야. 누나는?”

“훗, 나는 1.97.”

“리얼리? 정말? 진짜로?”

“내가 뭐 하러 거짓말 하냐. 진짜 1.97이야. 이거 맥스가 2.0이었던가?”

“미, 미쳤다. 경매장에서 1.8 넘는 것도 본 적 없는데…….”

같은 보상을 받은 레미르와 훈이는 일희일비하고 있었고, 그에 걸맞게 좋은 아이템을 얻은 레비아와 유신 또한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보상을 확인한 이안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둠의 뼛조각 꾸러미 -

등급 : 신화

분류 : 잡화

리치 킹 샬리언의 하수인 라카메르가, 오랜 시간 공들여 제작한 어둠의 뼛조각이다.

뼛조각 하나하나에는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영혼이 깃들어 있으며, 모든 조각을 조립해 완성할 시 ‘전설’ 등급의 언데드가 완성된다.

하지만 뼛조각을 조립하는 데는 뛰어난 손재주가 필요하며, 완성된 언데드의 능력치는 조립한 유저의 손재주에 비례하여 결정될 것이다.

*완성된 언데드는, 유저에게 귀속된 ‘소환수’가 됩니다. (클래스에 관계없이 소환수로 부릴 수 있습니다.)

*소환수를 소환하는 데 통솔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손재주가 부족하여 제작에 실패할 시, 아이템은 소멸됩니다.

*유저 ‘이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롭되지 않습니다.

‘와, 이거 좋은데?’

무려 ‘전설’등급의 소환수를 제작 할 수 있는 특이한 아이템.

지금까지 카일란을 플레이하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종류의 아이템이었고, 분명 시공의 목걸이만큼이나 가치 있는 아이템이었다.

아니, 이안이 생각하기에는 그보다 더 좋은 아이템인 것 같았다.

‘클래스 무관 옵션은 소환술사인 나한테 의미 없긴 하지만……. 통솔력 제한 없는 게 진짜 꿀이네.’

전설 이라는 소환수의 등급 자체는, 사실 이안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이미 이안이 보유한 대부분의 소환수가 전설 이상의 등급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신화 등급의 소환수도 제법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통솔력을 소모하지 않는 녀석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제약 없이 소환할 수 있는 전설 등급의 소환수는, 분명 큰 힘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걸리는 부분은, 상급 개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뛰어난 손재주’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는데, 이 부분도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

‘오랜만에 파이로 영지의 대장간을 찾아야겠군.’

이안의 절친이자 가신인 드워프 한.

신화 등급의 에고 웨폰까지 만들어 낸 그라면, 분명 훌륭한 소환수를 만들어 줄 수 있으리라.

“휴, 이제 끝인 건가?”

뜻밖의 쏠쏠한 보상에 기분이 좋아진 이안은, 인벤토리 창을 닫은 뒤 일행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때, 주변의 풍경이 꿈틀거리며 바뀌기 시작했다.

우웅- 우우웅-!

그리고 잠시 후, 이안 일행은 어둠의 성소가 있던 어두운 밀실 바깥으로 이동되었다.

라카메르를 처치했던 실험실로 돌아와진 것이다.

이어서 이안의 눈앞 공간이 일렁이더니, 검보랏빛의 연무煙霧가 피어올랐다.

스하아-!

순간 긴장했는지,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창대를 고쳐 쥐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무리해서 어려운 방향으로 퀘스트를 진행했던 이유.

황실 기사단장 헬라임이 이안의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안 대공을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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