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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512화 (52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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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마수 연성 (4)

* * *

“여, 세르비안,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에 마계 107구역에 온 이안은 세르비안을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 이안을 발견한 세르비안 또한,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았다.

“오오, 이안, 오랜만이군. 그간 왜 이리 발걸음이 뜸했던 겐가?”

“아, 이런저런 일들이 좀 많았거든요.”

“바쁜 일 끝났으면 앞으로는 좀 자주 들리시게. 자네가 뜸하니, 요즘 너무 심심했거든. 기다리느라 아주 목이 빠지는 줄 알았어.”

세르비안은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그를 보며, 이안이 피식 웃었다.

“뭘 또 그렇게까지 기다리셨어요.”

“스승이 제자를 보고 싶은 건 당연한 이치 아닌가.”

“혹시 제가 보고 싶었던 게 아니라, 지난번에 제가 던지고 간 궁금증을 풀고 싶으셨던 건 아니고요?”

“하, 하핫. 뭐 그런 이유도 없잖아 있기는 하지.”

이안과 세르비안은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며 연구소 안쪽에 있는 세르비안의 연구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세르비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이안에게 질문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자, 이제 말해 보게.”

“뭘요?”

“자이언트 베히모스 말이야.”

“후후, 우리 스승님 어지간히 궁금하셨나 보네.”

“설마 진짜로 연성……한 겐가?”

“예?”

“정말 베히모스를 두 마리 집어넣고, 그런 쓸모 없는 마수를 만들어 낸 것이냔 말일세.”

침을 튀겨 가며 속사포처럼 말하는 세르비안을 보며 이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만들 거 아니었으면 레시피를 왜 얻어 갔겠어요?”

“……!”

“실패하지 않으려고, 무려 최상급 마령석까지 투입했다고요.”

이안의 말을 전부 다 들은 세르비안은, 연구실 소파에 털썩 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미친……. 네놈은 정말 미친놈이 분명해…….”

베히모스는 ‘태초의 마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전설 등급의 마수였다.

그 자체로도 어마어마한 전투력을 가진 최상급의 마수인 데다, 마수 연성 재료로는 더욱 톱클래스인 녀석인 것이다.

게다가 이제 마계에서는 구할 방법조차 없고 말이다.

정리하자면, 골드로는 값을 매길 수조차 없는 마수가 바로 베히모스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재료를 둘이나 투입해서 쓰레기를 만들었단 말이지.’

반면에 자이언트 베히모스는 총 스텟만 높다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소환수였다.

차라리 이안의 ‘토르’처럼 특수한 고유 능력을 갖고 있기라도 하다면 얘기가 다를지도 모른다.

그 어마어마한 깡스텟을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한 고유 능력 말이다.

한데 이 자이언트 베히모스의 고유 능력은 심지어 노말 베히모스보다 더 질이 떨어졌다.

한마디로 갱생의 여지가 없는 친구라는 이야기.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르비안을 보며, 이안이 은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세르비안.”

“왜 부르시는가?”

“궁금하죠?”

“뭐가 말인가?”

“제가 왜 이런 미친 짓을 벌였는지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세르비안을 향해, 이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거 진짜 들으시면 깜짝 놀랄 겁니다.”

“……?”

“제가 진짜 마수 연성계에 혁명적인 사실을 발견했거든요.”

이안은 마치 약 올리기라도 하듯 세르비안의 속을 살살 긁었다.

결국 세르비안은 폭발하고 말았다.

“그게 대체 뭔가? 자꾸 궁금하게만 만들지 말고 속 시원하게 말해 보시게!”

그리고 바로 이 순간이 이안이 원하던 상황이었다.

세르비안의 궁금증을 극대화시켜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안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알려 드릴게요, 세르비안.”

“어서!”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

“……!”

“세르비안이 갖고 있는 마수대백과. 그거랑 교환하도록 하죠.”

“그, 그건……!”

이안의 마지막 말에, 잔뜩 흥분해 있던 세르비안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이안이 달라고 한 마수대백과는 그가 가장 아끼는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슬쩍 세르비안의 눈치를 살폈다.

‘역시, 마수대백과를 그냥 달라고 하는 건 좀 무리였나?’

세르비안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이안은 한 발 양보하기로 했다.

“그게 좀 힘드시면, 한 권 복사해서 주시죠.”

“복……사?”

“네. 가까운 마탑 가서 복사 의뢰하시면, 10분이면 뚝딱 한 권 복사해 주잖아요.”

“흐음…….”

“귀찮으면 제가 가져가서 복사해다 드리고요.”

지그시 눈을 감은 세르비안은 고뇌에 빠지고 말았다.

뭔가 이안에게 말려들어 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자이언트 베히모스를 만든 이유는 너무 궁금한데…….’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세르비안은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좋네. 그 제안, 수락하도록 하지.”

원하던 대답을 들은 이안의 표정이 환해졌음은 물론이었다.

“크, 역시 우리 스승님! 현명하십니다!”

하지만 그 제자에 그 스승 아니랄까 봐 세르비안은 뒤끝 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 이유가 별것 아니라면 재미없을 걸세.”

“후후, 그건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세르비안에게 마수대백과를 받은 이안은 곧바로 자신이 연구해 온 썰을 풀기 시작했다.

사실 이안도 이 연구 결과를 하루빨리 세르비안과 공유하고 싶었다.

세르비안을 제외하고는 이 이야기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르비안은 이안의 기대보다 더욱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오우, 그게 정말인가?”

“그래서 제 계획이 뭐냐면…….”

“오오옷, 정말 자네 말대로만 된다면, 말도 안 되는 미친 마수가 탄생하겠어!”

“후후 그렇죠?”

“크으, 역시 이안, 자네는 대단해!”

* * *

이안이 세르비안에게서 ‘마수대백과’ 아이템을 얻으려 한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최상의 스텟 비율을 가진 마수를 찾아야 하니까.’

이안은 이제 큰 산을 하나 넘은 상황이었다.

최강의 마수를 연성해 내기 위한 베이스인 ‘자이언트 베히모스’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베이스 마수 세팅이 끝난 지금, 이안이 구해야 할 두 번째는 바로 메인 재료가 될 마수.

그리고 이안은 여기에 엄청난 심혈을 기울일 생각이었다.

‘등급 상관없이 스텟 비율이 가장 좋은 마수가 어떤 녀석인지를 알아내야 해.’

일전에도 설명했지만, 메인 재료가 될 마수 또한 ‘전설’등급이어야만 한다.

그래야 신화 등급의 마수를 연성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이안은 ‘전설’등급의 마수들 중에서 재료를 찾아야만 한다.

하지만 ‘마수 연성 공식’을 완벽히 알아낸 이안은, 어떤 등급의 마수가 되었든 ‘비율’을 유지시킨 채 전설 등급까지 만들어 낼 자신이 있었다.

만약 ‘최하급’ 등급의 마수가 스텟 비율이 좋다고 한다면, 그 녀석을 한 단계씩 진화시켜 전설 등급으로 만든 뒤 재료로 사용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기왕이면, 등급이 높은 녀석 중에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었으면 좋겠네.’

세르비안의 연구실 소파에 몸을 푹 파묻은 이안은 ‘마수대백과’를 처음부터 정독하기 시작했다.

책과는 담을 쌓은 이안이었지만, 최강의 마수 연성을 위해서는 독서조차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그였다.

“흐음, 이 녀석도 괜찮지만 조금 아쉽고…….”

이안은 연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신중한 표정으로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고 있었다.

제법 많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사실상 완성될 마수의 스텟 비율을 설정하는 작업이, 이번 마수 연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거다!”

쥐죽은 듯 소파에 앉아서 책장만을 넘기고 있던 이안이, 주먹을 불끈 쥐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 * *

이안은 무척이나 영리한 전투 스타일을 추구한다.

무작정 힘으로 찍어 누르는 스타일이 아니라, 최소한의 데미지를 입으면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전투를 선호한다는 의미였다.

때문에 이안이 찾는 스타일은 두 가지 정도였다.

첫째로는 공격력과 순발력 위주로 스텟이 구성된 마수.

둘째로는 지능과 순발력 위주로 스텟이 구성된 마수였다.

‘전투에서 최고 효율을 뽑으려면 높은 순발력은 필수이고……. 나머지 모든 스텟이 공격력과 지능 중 하나에 몰빵되어 있으면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

공격력 스텟은 말 그대로 소환수의 공격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물리’공격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었다.

반면에 ‘지능’ 스텟은 소환수의 전투 능력에 두 가지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는 어휘 그대로의 의미인 소환수의 ‘지능’.

즉, 소환수의 AI에 영향을 미치는 것.

두 번째는 소환수의 ‘마법 공격력’이었다.

때문에 이안이 가장 피하고 싶은 스텟 구성은, 지능과 공격력이 동시에 높은 유형이었다.

물리 공격력과 마법 공격력이 둘 다 어중간하게 높은 것 보다는, 한쪽에 몰빵되어 있는 것이 훨씬 고효율이기 때문이다.

‘아예 공격력과 지능 둘 중 한 스텟이 제로에 수렴하는 마수는 없는 걸까?’

어차피 연성된 마수가 가진 스텟의 총합은, 베이스가 되는 마수의 스텟 총합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효율 낮은 하나의 스텟이 제로에 수렴할수록, 그 능력치는 다른 효율 좋은 스텟으로 넘어갈 것이다.

하여 몇 시간동안 마수대백과를 뒤진 끝에, 이안이 찾아낸 녀석은 바로 이 녀석이었다.

-마계 요정

레벨 : 4~7

분류 : 인간형

등급 : 하급 마수

성격 : ???

진화 불가

공격력 : 0~6

방어력 : 14~27

민첩성 : 34~49

지능 : 37~52

생명력 : 590~770

‘푸른 마계의 숲’ 초입에 서식하는 귀여운 마계의 요정입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싸움을 좋아합니다.

제법 강력한 에너지 볼을 구사합니다.

‘후후, 좋았어. 아무리 찾아봐도 이 친구보다 적합한 녀석은 보이질 않는단 말이지.’

등급이 너무 낮다는 점이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그것은 노가다로 극복하면 될 일이었다.

이 녀석의 비율 그대로 전설 등급의 마수가 탄생할 때까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연성술을 돌리면 되니 말이다.

‘지금 당장 푸른 마계의 숲으로 가야겠어. 한 1천 마리 정도 잡다 보면 원하는 녀석을 얻을 수 있겠지..’

이안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마계 요정의 스텟은, 다음과 같았다.

-공격력 : 0

방어력 : 14

민첩성 : 49

지능 : 52

생명력 : 590

“흐흐, 자이언트 베히모스의 깡스텟에 이 스텟 비율이면, 카카보다 지능이 높고 라이보다 민첩성이 높은 신화 등급 소환수를 뽑아낼 수 있을 거야.”

신이 난 이안은 서둘러 세르비안의 연구소를 벗어났다.

그의 목적지는 마계 유저들의 ‘초보자 사냥터’라고 할 수 있는, ‘푸른 마계의 숲’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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