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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579화 (59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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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파티 플레이 (2)

* * *

첫날, 용사의 마을에 진입한 유저는 총 일곱이다.

그중 셋은 인간계의 유저.

그렇다면 너무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나머지 넷은 마계의 유저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중국의 탑 랭커 중 하나인 ‘류첸’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거, 왜 갑자기 밀리기 시작하는 거지?’

하나 둘 불어나기 시작하는 차원기병들을 보며, 류첸의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전장의 전투가 갑자기 역전되기 시작한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황한 것은 다른 랭커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거 갑자기 왜 이렇게 숫자가 많아지는 거지?”

“갑자기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어요!”

하지만 여기 있는 네 명의 랭커들이, 당황했다고 해서 우왕좌왕할 만큼 어리숙한 이들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거울전장의 원리 또한, 충분히 파악한 상태였다.

때문에 전황의 급박함을 인지한 류첸은, 생각해 두었던 마법들을 재빨리 구사하기 시작했다.

“마계의 환영들이여, 일어나라!”

우우웅-!

류첸이 주문을 외우자, 여기저기서 마수의 형태를 항 반투명한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타난 붉은 그림자들은, 전장의 차원기병들을 휩쓸며 날뛰기 시작했다.

크롸아아아-!

캬아아오!

얼핏 보면 소환술사, 아니 소환마 같은 능력을 보여 주는 류첸.

하지만 류첸의 클래스는 소환마가 아니었다.

그의 클래스는 마계의 마법사 클래스라 할 수 있는, ‘주술사呪術師’ 클래스였다.

물론 주술사 클래스가 그가 가진 클래스의 전부는 아니다.

그랬다면 지금 전장에 펼쳐지고 있는 이런 느낌의 장관을 연출해 낼 순 없었을 테니 말이다.

중국 본토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스타 플레이어 중 하나인 류첸은, 특별한 히든 클래스들을 가지고 있기로도 유명했다.

그가 가진 히든 클래스는 바로 환영술사.

그리고 듀얼 히든 클래스로 가지고 있는 ‘진법가’였다.

“흐으읍!”

타탓-!

짧게 심호흡을 한 루첸이 지면을 박차고 허공을 향해 도약했다.

그러자 그의 주변으로 검붉은 기류가 모이면서, 그의 신형을 하늘 높이 받쳐 올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팟-!

그가 양손을 뻗자, 진녹빛의 빛줄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어서 그 빛줄기들은, 광범위한 구역을 기이하게 왜곡시키기 시작했다.

우웅- 우우웅-!

그의 듀얼 클래스인 진법가는 그가 인간계에서 활동하던 시절 얻은 클래스였다.

원래는 듀얼 클래스가 아닌 메인 클래스였지만, 마족으로 종족을 변환하면서 자연스레 듀얼 클래스로 바뀐 것.

그리고 이 진법가 클래스는, 그가 카일란 초창기부터 최상위 랭커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의 클래스 정보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다.

-클래스 정보

클래스 분류 : 주술사

마법사(듀얼 클래스)

히든 클래스 : 환영술사幻影術士

진법가 (듀얼 클래스)

퓨전 클래스 : 없음 (비활성화)

어쨌든 루첸은, 진법과 환영 마법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밀려드는 차원기병들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진법으로 차원기병들의 발을 묶어 놓고, 숫자를 하나하나 침착하게 줄여 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마법이 광역 딜에 치중되어 있는 루첸은, 차원기병을 하나씩 잘라 내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는 루첸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서걱-!

섬뜩한 소리와 함께 루첸이 묶어 놓은 차원기병을 베어 넘기는 검붉은 빛줄기.

그 빛줄기를 발견한 루첸은, 묘한 표정이 되어 섬광의 주인을 잠깐 응시하였다.

‘한국 서버의 랭커 림롱이라고 했나? 확실히 뛰어난 실력자야.’

적들을 무작위의 공간에 가두고 혼란에 빠뜨리는 마법들이 주를 이루는 ‘진법가’의 고유 능력들.

때문에 루첸은, 항상 암살자(암살마) 클래스와 궁합이 잘 맞았다.

그리고 지금 이 전장에 함께 있는 림롱이라는 랭커는, 그가 지금까지 보아 온 어떤 암살자 유저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실력자였다.

때문에 루첸은 이 림롱이라는 녀석이 무척이나 탐이 났다.

하지만 루첸의 생각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우우웅- 촤라락-!

그 잠깐 사이에, 거울을 타고 또다시 새로운 차원기병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일단 지금은 전투에 집중하자.’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루첸이, 전장을 향해 다시 손을 뻗기 시작하였다.

* * *

-남아 있는 천군天軍 : 77…… 77…… 76…….

-남아 있는 마군魔軍 : 42…… 39…… 35……

-남아 있는 차원기병 : 천군 진영/마군 진영 - 56/144

모니터링실에 앉아 ‘차원의 거울’ 전장의 스코어를 응시하던 나지찬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휘유, 이제 더 볼 것도 없군. 아무리 길어도 5분 정도면 끝나겠어.”

70대에서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않는 천군의 숫자와는 달리, 마군들의 숫자는 점점 더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말인 즉, 이 전장의 승패는 이미 결정되었다는 말이었다.

“이번에는 인간계가 질 줄 알았는데…….”

턱을 만지작거리며 스크린을 응시하던 나지찬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투의 결과가 이렇게 나온 이유는 누구보다 정확히 알았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런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었으니 말이다.

‘루첸과 림롱의 조합은, 확실히 차원의 거울 전장에 특화되어있는 조합이었어. 하지만 마계 진영에 힐러가 하나도 없었다는 게 패인이었지.’

처음 전장에 진입한 양쪽 진영의 랭커들을 확인한 나지찬은, 마계 진영이 승리할 것이라 예측했었다.

마계 진영의 유저가 인간계 진영보다 하나 더 많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진법가인 루첸과 암살자인 림롱 때문이었다.

그 둘의 조합은 이 차원의 거울 전장에서 최강의 시너지를 낼 게 분명했고, 초반에 승기가 잡히는 순간 돌이킬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첫 10여 분 동안은, 나지찬의 예측이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갔다.

적어도 초반에 만큼은 마군 진영이 확실한 우위를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안과 마크 올리버가 수비적으로 돌변한 순간, 전황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차원기병의 숫자를 더 많이 줄이는 것과 별개로 천군의 숫자는 줄지 않고 마군의 숫자는 줄어드는 상황이 반복되자, 그 차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전략일까? 이안? 마크 올리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기획자 리포트를 써 내려가던 나지찬은, 탁자에 올려져 있던 커피를 홀짝이며 다시 스크린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나지찬의 업무 중 유일하게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업무인 모니터링 업무.

나지찬은 커피와 감자칩을 번갈아 음미하며 차원의 거울 전투를 감상하였고, 잠시 후 전투의 종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스크린의 한쪽 구석에 주르륵 하고 떠올랐다.

띠링-!

-‘마군’ 진영의 병력이 전부 전사하였습니다.

-남아 있는 천군 : 72

-남아 있는 마군 : 0

-남아 있는 차원기병 : 천군 진영/마군 진영 - 12/188

-‘차원의 거울 전장’의 전투가 종료됩니다.

-‘천군’ 진영이 승리하였습니다!

그리고 스크린을 확인한 나지찬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압도적인 차이……. 역시 이 전장은, 한번 말리기 시작하면 답이 없어.”

나지찬은 떠오른 메시지들을 읽어 내려가며,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타탁- 탁-!

이제 리포트를 마무리한 뒤, 기획 팀 사무실로 돌아갈 시간이었으니까.

그런데 잠시 후, 요란하게 울리던 나지찬의 키보드 소리가 문득 잦아들었다.

스크린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나지찬이, 뭔가를 발견한 듯 그대로 굳어 버린 것이다.

“……!”

무척이나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나지찬의 표정.

그리고 그의 시선은, 스크린의 한쪽 구석에 그대로 고정되어 있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제7 소대의 소대가 ‘소대승격’되었습니다.

-제7 소대 소대원들의 계급이 한 단계씩 상승합니다.

생각조차 않고 있었던 ‘소대 승격’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메시지가 추가로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7소대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데이터를 확인하는 나지찬.

그리고 결과를 확인한 순간, 나지찬의 입에서는 또다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유저 정보

유저 네임 : 이안

클래스 : 소환술사(테이밍 마스터) Etc.

초월 레벨 : 10

용사 계급 : 신병

……후략……

* * *

-‘천군’ 진영이 승리하였습니다!

-조건을 충족하여, 제7 소대가 ‘소대 승격’되었습니다.

-1계급 특진하여, ‘신병’ 계급이 되었습니다. (일 계급 특진은, 일주일에 1회만 가능합니다.)

-이제부터는 용사의 마을에 있는 모든 상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전투에서 전공을 세워, 전공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소대 승격’ 효과로 인해 전공 포인트가 2배로 증가합니다.

-212만큼의 전공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전투병’ 계급까지 남은 전공 포인트 : 212/300

-영웅 점수를 100포인트 획득하였습니다.

……후략……

전투가 종료되었음을 알리는 메시지들과 함께, 전장을 비추는 거울에서 새하얀 빛무리가 쏟아져 나온다.

이어서 허공에 뭉쳐진 거대한 빛무리는 전장에 남아 있는 천군들을 향해 수십 갈래로 쏟아져 내렸다.

특히 이안을 비롯한 7소대의 소대원들의 주변에는, 휘황찬란한 광채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1계급을 특진한 효과인 듯했다.

“크으, 이제 드디어 신병을 벗어나는구나!”

“으하핫, 드디어 나도 전투병이구나!”

이안의 주변에 있던 7소대 소대원 NPC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훈련병이었던 이안은 ‘신병’이 되는 데 그쳤지만, 원래부터 신병 계급이었던 천군들은 그 위 단계인 ‘전투병’으로 계급이 상승한 것이다.

“흠, 1계급 특진이라니 좋기는 한데, 공적치 먼저 적용되고 특진이 적용되었으면 더 좋을 뻔했잖아.”

시스템 메시지들을 확인한 이안은,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신병이 되는 데 필요한 공적치는 100.

때문에 만약 공적치가 먼저 적용되었더라면, 그것으로 먼저 ‘신병’ 계급이 되었을 것이다.

더해서 일 계급 특진 효과로 인해, 곧바로 전투병까지 계급이 상승했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특진이 먼저 적용되고 획득한 공적치가 추가되니, ‘신병’ 계급에서 그쳐 버린 것.

‘뭐, 90정도의 공적치만 더 모으면 되지만 말이야.’

이안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정보창에 나타나 있는 다음 계급들을 살펴보았다.

용사의 마을에 존재하는 계급은 총 다섯 등급.

‘훈련병, 신병, 전투병, 이 다음에는 정예병과 용사 계급이군.’

이안의 시선이 마지막에 쓰여 있는 ‘용사’ 계급을 향해 움직였다.

이 ‘용사’ 계급으로 진급하는 것이 용사의 마을 최종 목표일 것이다.

용사 계급을 얻는 순간 ‘중간자’의 위격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최대한 빨리 여기 졸업해서 중간자 타이틀 따고……. 루가릭스 녀석이나 데리러 가야지.’

거의 초월레벨 50에 육박하는 루가릭스를 떠올린 이안이,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루가릭스만 얻고 나면, 최소 40~50초월 레벨 정도까지는 승차감 좋은 버스에 탑승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기분 좋은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 이안을 향해, 마크올리버와 리챠오가 다가왔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안 님. 덕분에 소대 승격까지 했군요.”

“대단한 소형제들이로군. 이 리챠오는 오늘, 크게 감명 받았소.”

“…….”

특색 있는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자 이안은 순간 벙찐 표정이 되었다.

‘올리버는 그렇다 치고, 리챠오 이 친구는 정말 연구대상이군.’

전투에 정신없어 제대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리챠오의 피지컬은 샤크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다.

용사의 마을에 조기 진입한 게 충분히 이해가 되는 수준.

하지만 행동이나 말투를 보면, 어딘가 어눌한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훈이에게 소개해 줘야겠어.’

훈이와 리챠오가 함께 있는 그림이 머릿속에 떠오른 이안은, 피식 하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후후, 두 분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슬슬 돌아가 보도록 하죠.”

이안은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넨 뒤, 거울의 탑 아래쪽에 생성된 푸른 포털을 향해 걸음을 떼었다.

확실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 마을로 돌아가는 게이트이리라.

‘어디 보자, 신병부터는 모든 상점을 이용할 수 있다고? 이거 은근 기대되는데.’

히죽 웃은 이안은, 용사의 마을 화폐라고 할 수 있는 영웅점수를 한번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다음 순간…….

“……!”

점수를 확인한 이안은, 당혹스러움을 넘어 어이없는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보 창에 표시되어 있는 영웅 점수가, 말도 안 되게 많은 양이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보유 중인 영웅 점수 : 1,525

‘부, 분명 여기 들어오기 전엔 100 정도 남아 있었는데…….’

처음 용사의 마을에 진입할 때 보유하고 있었던 영웅 점수는 150.

장비를 구입하는데 몇십의 점수를 사용했으며 차원의 거울 전장에서 획득한 영웅 점수가 100포인트이니, 이안의 계산대로라면 200 초반 정도의 점수가 있어야 정상이었다.

‘대체 1,000이 넘는 점수가 어디서 떨어진 거야?’

아리송한 표정으로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는 이안.

그리고 잠시 후, 이안은 이 기현상의 원인(?)이 뭔지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이거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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