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83화 (59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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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3)

이안이 티버의 대장간에서 만든 아이템은, 천룡군장 보주 하나만이 아니었다.

각 부위별로 만들어진 장비 중 가장 좋은 녀석들을 한 파츠 씩 쟁여 놓았던 것.

물론 나머지 아이템들은 보주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성능을 가졌지만, 그렇다고 해도 원래 착용하던 장비와 비견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여 모든 장비를 전부 장착하자, 이안의 전투력은 이전과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조금 과장하자면, 원래 가지고 있던 장비들을 전부 착용한 것의 70퍼센트 수준까지는 될 만한 스펙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만약 지금 스펙으로 차원의 거울 전장에 다시 들어간다면, 이안은 정말 날아다닐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만족스런 스펙을 만들어 낸 지금, 대장간을 나선 이안이 향하고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전투수련장이라……. 그래도 성장할 구멍을 하나 정도는 만들어 주겠다는 건가?”

‘전투수련장’을 언급하며 빠르게 그 좌표를 향해 움직이는 이안.

대장간 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이안은 놀랍게도 ‘전투수련장’이 생겼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다.

이안은 전투수련장이라는 곳이 생겼다는 사실을 몰라서 이곳에 계속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물론 처음에는 몰랐지만, 전투수련장을 발견한 마크 올리버가 이안에게 메시지로 알려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이미 이안은 ‘아이템 제작’의 가능성을 확인하였고, 때문에 조바심을 참아 내며 대장간에 눌러앉아 있었던 것.

이안은 올리버로부터 받았던 메시지의 내용을 떠올려 보았다.

-마크 올리버 : 이안 님, 어디세요?

-이안 : 저 대장간에서 장비 맞추고 있는데……. 무슨 일이시죠?

-마크 올리버 : 저 지금 리챠오 님이랑 마을 남쪽에 내려왔는데, ‘전투수련장’이라는 새 콘텐츠를 발견했거든요.

-이안 : 오오, 정말요? 제가 마을 이 잡듯 뒤질 때는 그런 것 본 적이 없는데.

-마크 올리버 : 저도 마찬가집니다. 이거 갑자기 생성된 건물인 것 같아요.

-이안 : 그나저나 이런 고급 정보를 제게 공유해 주시다니……. 너무 큰 도움을 받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마크 올리버 : 하하, 아닙니다. 보아하니 이 용사의 마을 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마계와 대립하는 구도인 걸요 뭐. 아마 같은 진영끼리는 서로 도와야, 큰 그림에서 이길 수 있을 겁니다.

‘올리버 그 친구, 참 인성이 된 친구야.’

올리버의 씀씀이에 감동한 이안은 제작하다가 남은 자투리 장비 한두 개로 그에게 보답할 생각이었다.

“어디 보자…….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마을 공터를 쭉 가로질러 남쪽으로 향하자, 분명히 이전까지는 없던 건물 하나가 덩그러니 솟아 있다.

그것을 발견한 이안은, 씨익 웃으며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띠링-!

-‘전투수련장’에 입장하였습니다.

-‘신병’ 계급이므로, B난이도의 수련장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수련장에 입장한 이안은 빠르게 내부의 전경을 둘러보았다.

먼저 이곳에 와 있을, 마크 올리버와 리챠오를 찾아본 것이다.

하지만 이안의 시야에 두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다.

‘흠, 수련은 개별적으로 하게 되어 있나 보네.’

고개를 주억거린 이안은 올리버가 알려 준 정보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올리버의 말에 의하면 수련장은 ‘특수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콘텐츠라 하였다.

-마크 올리버 : 아직 정확한 건 더 알아봐야겠지만, 이곳에서는 ‘특수능력치’라는 걸 수련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안 : 특수능력치……요? 그게 뭐죠?

-마크 올리버 : 지금까지 카일란에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스텟인 것 같아요. 저도 이제 입장해서,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아마 이 전투 수련이라는 게 한 텀 끝나 봐야 알게 될 것 같은데…….

‘추가로 연락 온 게 없는 걸 보니, 올리버도 아직 수련을 끝내지 못한 모양인데…….’

‘B’난이도의 수련장으로 통하는 문을 발견한 이안의 한 쪽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다음 요일 이벤트가 발동되기까지 이제 남은 시간은 만으로 하루 정도.

그 사이 이 ‘전투 수련’이라는 콘텐츠만 만족할 만큼 진전된다면, 제법 많은 공적치를 쓸어 담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특수 능력치라는 게 좀 획기적이었으면 좋겠는데……?’

이안은 망설임 없이 게이트를 향해 발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이안의 신형이 새파란 빛에 휘감기며 어디론가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 * *

카일란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하나 만들어 낸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룻밤 철야작업을 한다고 해서 뚝딱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나지찬을 비롯한 기획 팀은, 기존에 오픈 예정이었던 콘텐츠들을 조금 수정하여 앞당겨 오픈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그것이 바로 ‘전투 수련장’과 ‘특수 능력치’인 것이다.

원래 이 콘텐츠들은 ‘정예병’ 계급의 유저가 나왔을 시 오픈될 예정이었던 콘텐츠였다.

한데 이안을 비롯한 삼인방의 콘텐츠가 끊기자, 그들을 위해 빨리 오픈한 것이다.

원래는 없었던, 낮은 등급의 수련 난이도를 만들면서 말이다.

마을 내에서 공적치를 올릴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으니, 차후에 뒤쳐진 공적치를 더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을 방법을 마련해 준 것이랄까.

물론 기존의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유저들이 이 수련장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의 경우, 이안 삼인방보다 수련장을 사용할 시간이 현저히 부족할 뿐이었다.

메인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은, 이 수련장에 입장할 수 없었으니까.

철야 작업을 마치고 탈진하기 직전, 나지찬이 남긴 마지막 한마디는 이러했다.

-휴, 이 정도 던져 줬으면……. 아마 그 삼인방이라면 손해 본 것 이상을 뽑아내고도 남을 거야.

그리고 나지찬의 그 말처럼, ‘전투수련장’ 콘텐츠는 여러모로 이안이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먼저 수련장의 난이도.

이안이야 템발(?) 덕에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절대적인 난이도를 보면 어지간한 유저는 한 번의 트라이로 수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역시 장비 제작에 먼저 시간 투자를 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어.’

아마 이안이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장비가 아니었다면 좀 더 오랜 시간을 할애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수련장의 보상인 ‘특수능력치’.

-첫 번째 수련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주하셨습니다.

-B난이도의 수련장을 클리어하셨으므로, C난이도에 도전할 자격이 생기셨습니다.

-용사의 능력을 하나 선택하여 개방할 수 있습니다.

-용사의 능력은, ‘용사의 협곡’ 안에서만 효과를 발휘합니다.

-‘용사’등급으로 진급하면, 용사의 능력이 초기화되며 더 강력한 용사의 능력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용사의 능력은, 최대 두 개까지 개방할 수 있으므로 신중히 선택하셔야 합니다.

-전투 수련장의 교관 ‘레미트’에게 이야기하면, 용사의 능력을 전부 초기화할 수 있습니다.

‘용사의 능력’이라는 이름의 이 특수 능력들은 이안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흥미로웠다.

-용사의 능력

A. 용맹

‘용맹’능력이 상승할수록, 용사의 ‘공격력’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방어력’ 능력치가 소폭 하락합니다.

(상세 정보 확인)

B. 불굴

‘불굴’능력이 상승할수록, 용사의 ‘방어력’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민첩성’ 능력치가 소폭 하락합니다.

(상세 정보 확인)

C. 의지

‘의지’ 능력이 상승할수록, 용사의 생명력 회복 능력과 저항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공격력’ 능력치가 소폭 하락합니다.

(상세 정보 확인)

D. 폭발력

‘차원 마력’능력이 상승할수록, 용사가 가진 모든 공격형 고유 능력(마법)의 피해량이 대폭 상승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일반 공격’의 피해량이 소폭 하락합니다.

(상세 정보 확인)

E. 전문성

‘전문성’능력이 상승할수록, 용사가 가진 모든 직업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모든 전투 능력치가 소폭 하락합니다.

(상세 정보 확인)

F. 과부하

‘과부하’능력이 상승할수록, 용사가 가진 ‘지능’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생명력’ 능력치가 소폭 하락합니다.

(상세 정보 확인)

G. 비대화

‘비대화’능력이 상승할수록, 용사의 ‘생명력’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민첩성’ 능력치가 소폭 하락합니다.

(상세 정보 확인)

H. 폭주

‘폭주’능력이 상승할수록 용사의 ‘민첩성’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방어력’능력치가 소폭 하락합니다.

(상세 정보 확인)

첫 번째 수련을 마치고 이안의 눈앞에 떠오른 특수 능력의 종류는, 무려 스무 가지가 넘었다.

때문에 이안도, 어떤 능력을 개방해야할지 선뜻 골라내지 못했다.

‘이거 참, 탐나는 능력이 너무 많은데…….’

‘용사의 능력’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종류가 많았지만,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었다.

-하나의 스텟을 다운그레이드시키는 대가로, 다른 스텟을 대폭 강화시켜 주는 것

때문에 이 특수 능력을 선택하는 유저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가장 어울리는 능력치를 잘 골라야만 했다.

‘일단 눈에 들어오는 건 용맹, 의지. 그리고 폭발력. 전문성이랑 폭주도 탐이 나고…….’

이안은 자신의 평소 전투 스타일을 떠올려 보며, 특수 능력들을 하나하나 비교해 보았다.

하지만 비교하면 비교할수록, 마음에 드는 능력치가 너무 많이 눈에 들어왔다.

‘이중에서 가장 효율이 높을 능력치가 뭔지를 계산해 봐야겠지.’

이안은 스텟 하나하나 세부적인 계수를 비교하여, 실질적으로 가장 효율 높을 능력치가 어떤 것인지를 분석해 보았다.

제법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지만,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음, 용맹은 나쁘지 않긴 한데, 결국 폭발력만큼 효율이 나오진 않겠어.’

용맹 스텟의 경우 공격력을 올려주고, 폭발력 스텟의 경우 스킬 피해량을 올려준다.

만약 이안이 전사나 궁수였거나 혹은 정령 마법을 제대로 활용하기 전이었더라면 아마 폭발력보다는 용맹을 개방하고자 했을 것이다.

피해량 계수 자체를 올려 주는 것보다, 근본 스텟인‘공격력’을 올려주는 게 DPS에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안에게는 ‘화염시’라는 훌륭한 정령마법과 ‘마그비’라는 최고의 정령이 있다.

화염시를 거의 일반 공격처럼 사용하는 지금 상황에선, 공격력보다 스킬 피해량이 더 고효율인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남은 건 폭발력 스텟과 전문성 스텟 사이의 비교인가?’

전문성 스텟의 경우, 모든 ‘직업 스텟’을 대폭 강화해 주는 능력이다.

그리고 정령술을 주 공격수단으로 활용하는 이안에게 있어서, 이 전문성 스텟은 완소 스텟이라 할 수 있었다.

정령 마법의 공격력에 영향을 미치는 정령 마력과, 정령 마법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소환 마력을 동시에 올려 주는 스텟이니 말이다.

게다가 통솔력과 친화력 같은 다른 직업 스텟도 올려 주니, 다른 소환수들을 운용함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는 스텟이었다.

하지만 얻는 게 많은 만큼 잃는 것도 많은 것이 이 스텟이었다.

한 가지 스텟만 깎아내리는 다른 특수 능력들과 달리, 이 스텟은 모든 전투 스텟을 전부 깎아 버리니 말이다.

‘공격력, 방어력, 순발력, 생명력 등 전체적인 전투능력이 낮아지는 건 꽤 큰 리스크이긴 한데…….’

이안은 ‘폭발력’과 ‘전문성’ 스텟을 세심하게 분석하며 비교해 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

“그래, 일단 첫 번째 특수 스텟은 ‘전문성’으로 개방 해야겠어.”

마음을 정한 이안은, 망설이지 않고 ‘전문성’ 능력치를 선택했다.

그러자 이안의 시야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띠링-!

-용사의 능력, ‘전문성’ 능력치를 개방하셨습니다.

-20의 ‘전문성’능력이 기본으로 주어집니다.

-모든 직업 능력치가 10퍼센트만큼 상승합니다.

-모든 전투 능력치가 5퍼센트만큼 하락합니다.

-용사의 능력은, 수련장을 반복적으로 이용하여 수련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용사의 능력을 100까지 수련하면, 두 번째 용사의 능력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용사의 능력은 최대 100까지 수련 가능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특수 스텟을 100까지 수련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말도 안 되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특수 스텟은 이 용사의 협곡 안에서만 쓸 수 있는 능력치이다.

게다가 맥시멈이 정해져 있고 언제든 초기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면, 최대치를 만드는 데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도록 설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문성을 100까지 수련하고 나면 직업 능력치 50퍼센트 상승, 전투 능력치 25퍼센트 하락이겠군.’

얼추 계산이 선 이안은, 곧바로 B난이도의 수련장을 나섰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상위 난이도인 C난이도의 수련장을 향했다.

‘지금 내 장비 수준은 정예까진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전투병들 이상은 되겠지. 그렇다면 D등급까진 충분히 해 볼 만 할 거야.’

수련장의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특수 스텟 수련이 빠른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이안은 다음 요일 전투까지, ‘전문성’스텟을 최대한 수련해 볼 생각이었다.

100포인트까지 만들어서 ‘폭발력’ 스텟까지 개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고 말이다.

띠링-!

-C난이도의 수련장에 입장합니다.

짧은 메시지와 함께, 수련장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안의 그림자.

그리고 그렇게 이안이 수련에 열을 올리는 동안, 어느덧 다음 날 아침이 밝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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