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663화 (674/1,027)

< 663화 3. 영웅의 협곡 (4) >

* * *

이안을 비롯한 길드원들이 처음 소환되었던 위치인 베이스 캠프.

서쪽으로 움직여 이 베이스 캠프를 벗어나자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띠링-!

-베이스 캠프를 벗어났습니다.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레벨을 올려 ‘차원술사들의 제단’을 격파하십시오.

-‘차원술사들의 제단’ : 적정 공략 레벨 : 4~6

-영웅의 협곡에서 성장 가능한 최대 레벨은 30레벨입니다.

메시지들을 확인한 이안은 재밌다는 표정이 되었다.

‘이거 엄청 친절하잖아?’

하지만 다음 메시지들이 이어진 순간, 표정을 확 구길 수 밖에 없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제약이 생겨 버렸으니 말이다.

-유저 네임 : 이안

-유저 레벨 : Lv. 1

-유저 클래스 : 소환술사

-‘소환술사’클래스의 기준으로 제약이 적용됩니다.

-레벨이 ‘Lv. 1’이므로, 스킬을 최대 한 개까지만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레벨이 두 단계 오를 때마다 새로운 스킬을 선택하여 사용 가능합니다).

-레벨이 ‘Lv. 1’이므로, 소환수를 최대 두 개체까지만 선택하여 소환할 수 있습니다(5레벨 단위로 소환 가능한 소환수가 하나씩 증가합니다).

‘이걸 이런 식으로 제한해 버리네…….’

스킬을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다면, 이안이 선택해야 할 첫 번째 스킬은 당연히 ‘소환’이다.

소환을 선택하지 않으면, 소환수를 아예 사용조차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때문에 사실상 1레벨 때는 사용 가능한 스킬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이야기.

물론 소환된 소환수들이 가진 고유 능력들을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안에게 치명적인 제약일 수밖에 없었다.

이안은 화염시를 쏠 생각으로 무기를 아예 구매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뭐, 어쩔 수 없지. 빨리 레벨을 올려 3레벨부터 만드는 수밖에.’

차원술사들의 제단을 공략하기 위한 적정 레벨은 4~6레벨.

어차피 동쪽으로 이동한 길드원들이 제단을 파괴하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릴 테니, 이안은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한 뒤, 처음부터 함께할 둘의 소환수를 선택하였다.

-스킬 ‘소환’을 선택하셨습니다.

-소환수 ‘까망이’를 선택하셨습니다.

-소환수 ‘엘카릭스’를 선택하셨습니다.

현재 이안이 가진 소환수들 중 가장 강력한 녀석은 당연히 ‘드라코우’였다.

등급이야 전설에 불과하지만,50이라는 초월 레벨은 그야말로 깡패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안은, 드라코우를 선택할 수 없었다.

분명히 소환된 소환수들의 레벨도 1레벨부터 시작될 것이고, 그렇다면 드라코우의 장점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여 이안이 소환수를 선택한 기준은 두 가지였다.

첫째로 전투력 성장 잠재력 자체가 높은 ‘신화’등급의 소환수부터 소환한 것이었으며, 둘째로 그중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유틸성 고유 능력을 많이 가진 소환수들을 먼저 소환한 것이었다.

본신의 고유 능력들을 봉인당했으니, 변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소환수들의 고유 능력이 더없이 중요해진 것.

“엘, 까망이, 오늘도 잘 부탁해.”

“알겠어요, 아빠.”

“푸릉. 푸르릉!”

이어서 엘과 함께 까망이의 등에 올라탄 이안은, 쏜살같이 서쪽 숲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사냥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 * *

-아, 이안이 홀로 서쪽을 향해 움직입니다. 로터스는 대체 어떤 전략을 쓰려는 것일까요?

-아마 마법사인 레미르의 텔레포트를 활용하지 않을까 싶네요.

-스킬 제한 때문에 텔레포트를 선택하기 제법 부담스러울 텐데요.

-그래도 마법사의 경우 3레벨만 찍으면 총 다섯 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이거 흥미진진하네요. 역시 로터스! 평범하게 시작하지 않는군요.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한가로운 주말 오후.

오랜만에 업무에서 해방된 나지찬은 거실 소파에 몸을 누인 채 여유롭게 티비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가 시청 중인 채널은 당연히 YTBC.

이안이 포함된 로터스 팀이 영웅의 협곡에 들어섰으니,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쉬는 날에도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결코 기분 탓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재밌으니까 괜찮아.’

시선을 스크린에 고정시킨 나지찬은 오늘도 역시나 가장 좋아하는 스낵인 감자칩을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었다.

이어서 탁자에 놓여 있던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기대되는군. 로터스는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개발자 인터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영웅의 협곡 순위 결정전은 결코 쉬운 난이도가 아니다.

특히나 이 협곡에 완전히 처음 입장해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진행하는 지금 같은 경우, 나지찬은 마계 랭커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초반에 승기를 잡고 스노우볼을 잘 굴리는 게 중요할 거다, 이안. AI라고 만만히 봤다가는 큰 코 다칠 거라고.”

마치 이안과 대화라도 하듯 중얼거린 나지찬은, 다시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화면 속의 이안이 드디어 첫 번째 전투를 시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그 첫 번째 전투부터,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상황이었다.

‘처음부터 서리악령들을 만나다니. 이거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와그작!

감자칩을 꿀꺽 삼킨 나지찬은, 리모컨을 들어 음량을 조금 더 높였다.

그리고 마치 본인이 전투에 들어서기라도 한 듯, 긴장한 표정으로 방송을 시청하기 시작하였다.

* * *

승리의 협곡을 지나기 이전까지의 맵에서는, 1~10레벨까지의 다양한 초월 레벨을 가진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지금 이안의 눈앞에 나타난 서리악령들은 대략 2~3레벨 정도.

레벨로 따지면 첫 번째 상대로 나쁘지 않은 수준의 적당한 몬스터를 잘 만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엘, 퇴로를 차단해! 까망이, 어둠의 날개!”

푸르릉-!

엘카릭스가 ‘마법의 일족’특성을 이용해 ‘파이어 월’을 시전하자, 서리악령들의 움직임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런 녀석들을 향해 새카만 날개를 펼친 까망이의 그림자가 빠르게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쐐애액-!

지금 이안의 앞에 나타난 서리악령들의 숫자는 총 다섯.

숙련된 까망이의 어둠의 날개는 다섯 악령들을 정확히 훑으며 진영을 관통하였다.

-소환수 ‘까망이’의 고유 능력 ‘어둠의 날개’가 발동합니다.

-중립 몬스터 ‘서리악령’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서리악령’의 생명력이 298만큼 감소합니다!

-‘서리악령’이 ‘공포’상태에 빠졌습니다.

-‘서리악령’이 ‘공포’상태에 빠졌습니다.

……후략……

까망이의 모든 고유 능력들은 상태 이상 디버프인 ‘공포’에서 시작하여 ‘공포’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패시브와 액티브를 이용하여 적들을 공포 상태에 빠지게 하는 것이 까망이의 전투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키 포인트라 할 수 있었다.

-소환수 ‘까망이’의 고유 능력 ‘파멸의 눈빛’이 발동합니다.

-‘서리악령’이 ‘공포’상태에 빠졌습니다.

이어서 모든 서리악령들이 공포에 빠지자, 까망이의 등에 올라탄 이안의 다음 오더가 떨어졌다.

“까망이, 마력 연쇄 폭발!”

푸르릉-!

공포 상태인 적에게 강력한 추가 피해를 입히는 까망이의 광역 공격 기술인 ‘마력 연쇄 폭발’이 발동된 것.

퍼퍼펑-!

그리고 이 공격들이 전부 들어가자, 서리악령들의 생명력은 벌써 절반 이하로 떨어져 버렸다.

-‘서리악령’의 생명력이 5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서리악령’이 고유 능력 ‘악령의 분노’를 발동합니다.

-‘서리악령’의 전투 능력이 1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서리악령은 외형만 봐도 알 수 있듯, 탱킹 능력이 떨어지고 공격력이 강한 종류의 몬스터이다.

때문에 순식간에 많은 생명력을 깎아 낼 수 있었지만, 이안은 아쉬운지 입맛을 다셨다.

‘역시 장비가 없어서 그런지 딜이 제대로 안 나오네.’

기본 보주라도 착용하고 있었다면 방금 전의 폭격으로 거의 빈사 상태를 만들 수 있었을 테니, 이안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375코인이나 주고 구입한 ‘마력 순환의 목걸이’ 아이템은, 3레벨까지는 쓸모도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 ‘소환’말고는 아무 스킬도 없는 이안에게 마력을 소모할 일이 있을 리 없었으니까.

‘일단 뿍뿍이 소환해서 회복이 가능해질 때까진 안전하게 플레이해야겠어. 단숨에 쓸어 버릴 수 없다면 하나씩 차근차근 제거해야지.’

이안은 까망이를 컨트롤하여 최대한 녀석들의 공격을 회피하며, 무리하게 공격을 감행하지 않았다.

물론 엘카릭스의 드라고닉 배리어를 사용하면 좀 더 쉽게 사냥이 가능하겠지만, 배리어는 좀 아낄 생각이었다.

한 번 사용하면 10분이나 되는 재사용 대기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말이다.

-‘서리악령’의 고유 능력 ‘서리칼날’이 발동합니다.

-소환수 ‘까망이’가 ‘서리악령’의 공격을 회피하였습니다.

-소환수 ‘까망이’의 고유 능력 ‘그림자 회피’가 발동합니다.

-‘까망이’의 상태가 ‘어둠’으로 변환됩니다.

-‘까망이’의 생명력이 378만큼 회복됩니다.

-‘까망이’의 생명력이 378만큼 회복됩니다.

……후략……

까망이의 고유 능력인 그림자 회피는 다섯 번의 회피가 누적되면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이다.

그리고 이 ‘그림자 회피’가 발동되어 ‘어둠’상태가 되었을 때, 까망이의 파괴력은 정확히 두 배로 뻥튀기된다.

때문에 이안은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서리악령 하나를 집중 공격하였다.

-소환수 ‘까망이’가 ‘서리악령’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서리악령’의 생명력이 275만큼 감소합니다!

……중략……

-‘서리악령’의 생명력이 309만큼 감소합니다!

-‘서리악령’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를 35만큼 획득합니다.

까망이의 공격에 깔끔히 처치되어, 허공으로 흩어지는 서리악령의 그림자.

하지만 거의 완벽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안의 얼굴에는 또 한 번 아쉬움이 피어올랐다.

‘악령들의 숫자가 좀 더 많았다면 좋았을 텐데…….’

악령들의 숫자가 많았다면 ‘어둠의 날개’로 인한 공포 효과가 훨씬 더 많이 발동되었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방금 ‘그림자회피’가 발동되었을 때 다시 한 번 어둠의 날개를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공포’가 발동될 때마다 까망이의 모든 고유 능력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1초씩 줄어드니, 25초밖에 안 되는 어둠의 날개 재사용 대기 시간 정도는 충분히 회복이 가능했을 테니 말이다.

까망이의 능력들을 잘 활용하기만 하면, 오히려 악령들의 숫자가 많을수록 사냥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지게 되는 것.

물론 숫자가 너무 많아져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위험하겠지만, 이안이 생각할 때 열다섯 정도 까지는 충분히 커버가 가능할 것 같았다.

‘보자, 한 마리 잡은 것으로 경험치가 거의 20퍼센트 가까이 올랐으니, 이놈들만 다 잡으면 거의 레벨 업이 가능하겠어.’

까망이를 타고 허공으로 솟아오른 이안은 까망이가 가진 고유 능력들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다시 한 번 체크하였다.

이어서 ‘어둠의 날개’ 재사용 대기시간이 돌아오자, 다시 망설임 없이 악령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이번엔 마무리하자고!”

푸르릉- 푸릉-!

이안의 오더에 따라 날개를 펄럭이며, 거침없이 악령 사이를 누비는 까망이의 그림자.

-‘서리악령’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를 35만큼 획득합니다.

-‘서리악령’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를 35만큼 획득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두 마리 정도의 악령들을 추가로 처치하였을까?

곧바로 다음 녀석을 향해 달려들려던 이안의 두 눈이 조금씩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레벨 업을 목전에 둔 그의 눈앞에 예상치 못했던 시스템 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서리악령’의 ‘분노’수치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한계를 넘은 악령의 분노가 분출되어 새로운 악령이 생성됩니다.

-생성된 악령의 ‘분노’회복 속도가 50퍼센트 만큼 증가합니다.

이어서 메시지가 생성됨과 동시에, 남아 있던 두 마리의 악령들이 괴성을 지르며 포효하기 시작하였다.

-크르륵. 키아아악!

-캬아아아오!

마치 세포가 증식하기라도 하듯, 세 갈래로 쪼개지는 악령의 덩어리들.

그리고 그것으로, 악령들의 숫자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아니, 오히려 처음보다 한 마리 더 많아진 여섯 마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허어…….”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나온 이안.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안의 눈은 다시 빛나기 시작하였다.

아직 될지 안 될지는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제법 괜찮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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