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9화 4. 마지막 퍼즐 (2) >
* * *
까만 바탕에 타오르는 듯한 붉은 문양이 새겨져 있는, 한눈에 보아도 고급 장비임을 알 수 있는 용암의 망토.
그것을 착용한 이안은 신들리기라도 한 것처럼 용암지대를 들쑤시고 다니기 시작하였다.
마치 평범한 필드의 몬스터들을 상대하기라도 하듯 수월하게 말이다.
-몬스터 ‘라바 스폰’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를 420만큼 획득합니다.
-550차원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몬스터 ‘라바 스퀴드(Lava Squid)’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를 710만큼 획득합니다.
-890차원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후략……
가장 기본 몬스터인 라바 스폰부터 시작해서 용암을 먹물처럼 뿜어내는 탓에 상대하기 무척이나 까다로운 몬스터인 라바 스퀴드까지.
그리고 이렇게 사냥이 수월해진 이유는, 당연히 등에 걸치고 있는 ‘용암의 망토’ 덕분이었다.
-용암의 망토
분류 : 망토
등급 : 영웅 (초월)
착용 제한 : 없음
방어력 : +537
내구도 : 무한(영웅의 협곡 전투가 끝날 시 파괴됨)
옵션 : 모든 전투 능력 +50(초월)
공격력 +10퍼센트
피해 흡수 +15퍼센트
모든 종류의 물리/마법 공격력+5퍼센트
모든 화염 속성 공격의 위력 +10퍼센트
모든 화염 속성 피해 30퍼센트 무효화
*용암지대
다가오는 적들에게 강력한 열기를 내뿜어 지속적으로 화염 피해를 입힙니다.
0.3초당 330만큼의 화염 피해를 입히며, 낮은 확률로 대상을 ‘화상’ 상태에 빠지게 만듭니다.
‘화상’ 상태에 빠진 적에게는, 용암지대의 피해량이 2배로 적용됩니다.
*유저 ‘이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롭되지 않습니다.
*‘용암지대’ 세트 아이템입니다.
두 파츠 이상의 세트 아이템을 동시에 착용할 때마다, 강력한 옵션이 추가됩니다.
2세트 효과
–모든 ‘용암지대’ 장비의 성능 +10퍼센트 (부가 옵션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3세트 효과
–모든 화염 속성 공격의 위력이 20퍼센트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모든 화염 속성 피해를 20퍼센트만큼 추가로 무효화합니다.
4세트 효과
-모든 화염 속성 공격의 위력이 30퍼센트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모든 화염 속성 피해를 30퍼센트만큼 추가로 무효화합니다.
5세트 효과
-화염 저항 능력치가 5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모든 화염 속성 공격의 치명타 피해량이 5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영웅의 협곡을 평정했던 고대의 영웅이 사용하던 망토로, 오랜 시간 용암지대의 열기를 받아 탄생한 강력한 장비입니다.
용암의 장비들을 전부 모을 수만 있다면, 용암지대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는 ‘라바 드래곤’을 처치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용암의 망토는, 지금껏 이 영웅의 협곡에서 보아 온 어떤 장비보다도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처음 등장한 영웅(초월) 등급의 장비인 만큼, 그 값어치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장비의 퀄리티가 높다고 한들, 망토 하나 착용했다고 하여 전투력이 배 이상 강해질 수는 없는 것.
이안의 용암지대 사냥이 수월해진 것은 단지 전투력이 강해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전체적인 스펙의 증가보다는 ‘화염 속성 피해 감소’라는 옵션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이 망토를 착용함으로 인해, 모든 화염속성의 피해를 어마어마하게 감소시킬 수 있었으니 말이다.
“레미르 누나, 화염 저항 끝나 가!”
“알겠어! 이그라트 아머!”
화르륵-!
-파티원 ‘레미르’의 마법, ‘이그라트 아머’가 발동합니다.
-지금부터 3분 동안, 모든 화염 피해를 15퍼센트만큼 무효화시킵니다.
-지금부터 3분 동안, 화염 저항 능력치가 2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화염 저항과 화염 피해 무효화 옵션은 언뜻 보기엔 비슷할지 몰라도 각기 다른 옵션이었다.
예를 들어 20퍼센트의 화염 저항을 가지고 있는 유저가 100만큼의 위력을 가진 화염 공격에 피격당했다고 가정한다면, 먼저 화염 저항이 적용되어 80만큼의 대미지가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만약 여기에 화염 피해 무효화 옵션을 추가로 50퍼센트만큼 가지고 있다면, 이 80의 대미지 중 절반을 다시 흡수해 버리는 시스템인 것이다.
해서 이안은, 레미르의 ‘이그라트 아머’효과에 ‘용암의 망토’ 부가 옵션을 중첩시켜, 화염 대미지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고 말이다.
‘크, 이거 진짜 대미지 감소 체감 엄청나네.’
이안의 현재 화염 저항과 화염 무효화 세팅은 각각 20퍼센트와 45퍼센트.
이안에게 만약 100의 화염데미지가 들어온다면, 고작 36의 피해밖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거 용암 세트 싹 다 모을 수만 있으면, 진짜 용암 위에서 수영해도 되겠어.’
만약 이안이 5세트 효과까지 전부 다 받을 수 있다면, ‘이그라트 아머’를 포함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저항과 무효화 효과는 총 70퍼센트와 95퍼센트.
거의 99퍼센트의 화염 피해를 막아 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화염 속성 공격력도 어마어마하게 뻥튀기되니, 화염시 한 발 한 발을 핵 화살처럼 쏠 수 있겠군.’
싱글벙글한 표정이 된 이안은 본격적으로 용암지대의 에픽 몬스터들을 이 잡듯 뒤지기 시작하였다.
정황상 에픽 몬스터들이 드롭할 고유 아이템이 이 용암 세트일 확률이 높았으니 말이었다.
‘이거만 다 모으면, 그대로 게임을 끝내 버릴 수 있겠지.’
세트 장비들을 전부 모으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세 파츠 이상의 세트를 맞춘 뒤에 전장으로 복귀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안이 복귀하는 그때가 이 길고 길었던 순위 결정전이 막을 내리는 순간일 것이었다.
* * *
퍼펑- 펑-!
콰아앙-!
“천군 놈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화염병을 터뜨려라!”
“적 영웅들이 없는 틈에 최대한 진영을 견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차원코인 닥치는 대로 부어서 타워 공격력 업그레이드 해!”
포격 소리와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
그에 더해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마족 영웅들의 외침소리들까지.
수많은 소리들이 섞여 혼잡하기 그지없는 전장은 다름 아닌 마족 진영의 야영지였다.
“프리오니, 발할라 3층은 어떻게 되어 가지?”
“이제 곧 마무리될 겁니다, 대장. 걱정 마십시오.”
“좋아, 좋아. 3층까지 열리고 나면 이제 슬슬 반격을 개시해도 되겠지.”
“그렇습니다. 데빌 미노스들이 전장에 합류하기 시작하면, 천군 병사들 정도는 종잇장 찢듯 찢어 버릴 수 있을 겁니다.”
“후후, 그렇겠지. 아무리 군수물자관리소에 돈을 쏟아부었다 한들, 일반 병사가 상위 마신족 병사들을 상대해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렇습니다, 대장.”
“좋아, 좋아. 녀석들이 왜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벌어진 차이를 거의 다 메울 수 있었군.”
“크큭, 천군 녀석들, 이미 후회해도 늦었습니다.”
영웅의 협곡 전투가 시작된 지도 5시간이 훌쩍 넘어 버린 이 시점.
천군 진영과 마군 진영 영웅들의 전투는 거의 1시간이 넘도록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최전방의 라인이 무너진 뒤, 모습을 감춰 버린 천군 영웅들은 1시간 넘게 단 한 번도 전쟁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마족 영웅들이 선제 타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때문에 마족 진영이 피해를 복구하는 동안 전투가 일어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후후, 멍청한 천군 녀석들, 무슨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만큼은 너희들의 판단이 틀린 것 같군.’
이전까지 마족 진영이 일방적으로 휘둘릴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후방에서 전장으로의 보급을 차단하는 이안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이안 때문에 차원코인 수급 자체가 끊겨 버리니, 마족 진영으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사냥터와 딱 붙어 있는 야영지에 전선이 형성되었으며, 이 야영지를 이용하여 어마어마한 속도로 차원코인 파밍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방어타워에 코인을 올인하고, 진영으로 몬스터들을 끌어와서 타워를 이용해 학살하는 전략.
마군 진영의 대장인 무스카는 이 전략을 이용하여 코인을 대량으로 수급해 낸 것이다.
‘영웅들이 아무리 열심히 사냥을 뛰어 봐야 결국 타워들을 활용한 사냥보다 빠를 수는 없을 테지.’
때문에 지금 무스카는 이제 천군 진영과 벌어졌던 차이를 전부 메웠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준비 중인 발할라 3층까지 활성화되고 나면, 새로운 마신족 병사들을 필두로 반격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1시간……. 그 안에 녀석들의 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주도록 하지.”
마치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기라도 하듯,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무스카.
이어서 잠시 후.
띠링-!
그가 기다렸던 시스템 메시지들이,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드디어 눈앞에 떠올랐다.
-‘발할라’의 세 번째 층을 정복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차원의 홀에서 새로운 마신족 병사가 소환됩니다.
-강력한 마신족 ‘데빌미노스’들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어서 그 메시지들을 확인한 무스카는 하늘 높이 검을 치켜들며 큰 소리로 사자후를 터뜨렸다.
“전원, 돌격하라! 목표는 천군 진영의 야영지다!”
독기 어린 표정으로, 전방 멀찍이 보이는 천군 진영의 병사들을 노려보는 무스카.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린 무스카는 어금니를 앙다물며 속으로 다짐하였다.
‘이안이라고 했나. 네놈만은 내 손으로 꼭 묵사발을 내 주도록 하지.’
‘차원의 설원’ 야영지에서부터 시작되었던 이안과의 악연.
무스카는 이안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고작 정예병 등급으로 야영지에 난입하여 자신의 진영을 농락하였던 괘씸한 천군 진영의 병사.
이번에는 그 병사의 검에 처치당하기까지 하였으니, 무스카의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것이다.
‘어디에 숨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영이 박살나는데도 숨어만 있을 수는 없겠지.’
쿵- 쿵-!
사나운 표정이 된 무스카는 한 걸음 한 걸음 전장을 향해 발을 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의 걸음을 시작으로, 마족 진영의 영웅들은 무서운 기세로 천군 진영의 병사들을 베어 넘기기 시작하였다.
바야흐로 마군 진영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