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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81화 (691/1,027)

< 681화 4. 마지막 퍼즐 (4) >

* * *

무스카를 비롯한 마군 진영의 영웅들은, 분명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갭을 메우는 데 노력하였다.

야영지 진영의 타워들을 이용하면서 경험치와 차원코인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파밍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타워의 공격력을 활용해 아무리 빠르게 몬스터들을 파밍한다고 한들 자원이 쌓이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진영까지 풀링하여 끌어올 수 있는 몬스터들의 한계는 결국 야영지와 멀지 않은 사냥터가 전부였고, 그 사냥터들의 평균 레벨은 높아야 15~20수준이었으니 말이다.

반면에 이안과 로터스 팀원들이 향했던 화산지대는 어떠한가.

기본 몬스터인 라바 스폰들의 레벨부터가 25레벨을 훌쩍 넘는 데다, 어지간한 에픽 몬스터들의 레벨은 거의 28~29에 수렴한다.

이안 일행이 한 마리를 처치할 때 마군 진영에서 다섯 마리 이상을 처치해야, 자원 파밍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몬스터를 통한 파밍이 비단 차원코인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고레벨 사냥터에서 사냥하는 가장 큰 이유인 고급 아이템 파밍.

1시간 동안 이뤄진 용암지대의 사냥은 용암 세트를 네 피스나 맞춘 이안은 차치하더라도, 다른 로터스의 영웅들도 유일등급 이상의 아이템들로 풀 세팅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물론 지금 마족 진영의 영웅들이 착용한 아이템들 또한, 거의 유일등급 이상의 고가 아이템이기는 하였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로터스 팀이 착용한 아이템들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몬스터로부터 획득한 아이템이라면, 마족 영웅들의 아이템은 거금을 들여 매입한 차원 상점표 아이템이라는 것.

같은 유일 등급이라도 상점표 아이템의 성능이 살짝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로터스 팀원들은 아이템을 사는 데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았으니, 그 돈들은 전부 어디로 갔겠는가?

그 결과물이 바로, 전장에 나타난 열두 기의 차원기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차원기병이라니……!”

“저놈들을 어떻게 상대해?”

“으아아!”

마족 진영의 일반 병사들은, 천군 진영의 차원 기병을 발견하고는 동요하였다.

하지만 무스카를 비롯한 마족 진영의 영웅들은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쓰기 시작하였다.

무스카는 놀란 표정을 가까스로 숨기고는, 진영을 독려하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걱정할 것 없다, 제군들. 놈들은 단지 모든 자원을 차원기병에 쏟아 부었을 뿐. 나머지 전력 면에서는 우리가 우세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나머지 영웅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차원 기병이 벌써 뽑혔다는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지만, 거기에 돈을 다 쓰느라 제대로 장비를 못 맞췄을 거야.”

“영웅들의 레벨을 보니, 하루 종일 파밍만 한 게 티가 나네. 평균 레벨이 25 정도밖에 되질 않잖아?”

“맞아. 평균 레벨은 우리가 2~3레벨 이상 높아.”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은 마군 진영의 영웅들은 전열을 가다듬은 뒤 다시 투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동안의 소강상태가 지나간 뒤.

“전군, 돌격하라!”

“와아아!”

마군 진영과 천군 진영의 병력들이 서로를 향해 일제히 돌격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야말로 장관이라 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 * *

-드디어 천군 진영과 마군 진영의 대대적인 전투가 시작됩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이제 이 전투의 승자가 아주 높은 확률로 이 경기의 승리를 가져가겠지요!

-하하, 확실히 이 전투가 시작되기까지 제법 오래 기다리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하기사 그것도 그러네요. 로터스 팀원들이 용암지대를 공략하는 1시간 동안에도, 볼거리는 충분히 많았으니 말입니다.

어둡고 조용한 거실에 울려 퍼지는 두 남녀의 쾌활한 목소리.

해설자 하인스와 루시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거실의 소파에는, 지금까지 거의 여섯 시간동안 한 번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은 나지찬이 앉아 있었다.

“뭐, 보나마나 뻔한 결과가 나오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시청해 주는 게 예의려나?”

LB사 기획 팀의 핵심 멤버 중 한사람으로서, 영웅의 협곡 전장에 대해 누구보다 빠삭하게 알고 있는 인물인 나지찬.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로터스 팀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승패와 관계없이 이 전장 그 자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가 있었기에,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TV를 시청하는 중인 것이었다.

-그런데 하인스 님.

-네, 말씀하세요, 루시아 님.

-저는 사실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어떤 부분인가요?

-로터스 팀에서 왜 굳이 최전방을 내어 주고 야영지의 앞까지 후퇴했는지, 잘 이해가 가질 않거든요.

-최전방을 내어 준 것은 이안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선택 아닐까요?

-뭐,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기는 했는데……. 생각할수록 이상한 점들이 보여서 말이에요.

-이상한 점들이라면, 어떤……?

-사실상 이안은 10분도 더 전에 진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단 말이죠. 네 번째 용암 세트를 얻고 난 뒤에 말이에요.

-그……렇긴 하죠.

-게다가 차원기병 일곱 기까지 처음부터 최전방에서 싸웠더라면, 한 기 정도 잃을 수도 있었을진 몰라도 이안이 올 때까지 충분히 전방 라인을 사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에요.

-음, 들어 보니 루시아 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기는 하네요. 하지만 로터스 팀은 조금 더 안정적으로 전력을 가다듬기 위한 선택을 했던 것이 아닐까요?

-아하,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인스와 루시아는 여느 때처럼 의견을 주고받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능숙하게 해설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기획자인 나지찬은 그 해설을 듣는 것에서도 쏠쏠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참여하여 기획한 콘텐츠를 게이머들이 어디까지 이해하고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후후, 그럴듯한 해석이지만 이번에는 하인스의 생각이 짧았어.”

해설을 듣던 나지찬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화면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하인스와 루시아는 대부분 맞는 해설을 하였지만 방금처럼 헛다리를 짚을 때도 있었는데, 이럴 때 허점을 짚어 내는 것이 나지찬의 입장에선 은근히 재미있었으니 말이었다.

‘이안의 전략이 뛰어난 걸까, 아니면 해설자들의 이해도가 부족한 걸까. 아무래도 전자 쪽에 가까운 것 같기는 하지만…….’

나지찬이 보기에 이안과 로터스가 최전방의 전장을 포기한 것은, ‘안정적인 진영을 구축하기 위해서’ 따위의 일차원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그들은 마족 진영을 완전히 궤멸시키기 위해 일부러 천군진영 깊숙한 곳까지 그들의 병력을 끌어들인 것이었다.

‘루시아의 말처럼, 로터스에서 마음만 먹었으면 분명히 최전방의 방어 라인에서 버텨 낼 수도 있었어. 다만 그렇게 진행됐다면, 마군 진영의 영웅들은 패배한 뒤 또다시 자신들의 야영지로 숨어 버렸겠지.’

최전방에서 야영지까지의 거리가 가까운 편은 아니었지만, 영웅들이 마음먹고 도주한다면 충분히 도망갈 수 있을 만한 거리다.

때문에 마족 영웅들이 패색이 짙어지는 것을 감지한다면, 금방 말머리를 돌려 퇴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미 천군 진영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버렸을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말머리를 돌려 퇴각을 시도한다 하더라도, 마군 진영의 야영지까지 도달하는 동안 거의 다 궤멸당할 테니 말이었다.

“용암 4세트를 둘둘 두르고 나타난 이안이라……. 어떤 미친 플레이를 보여 줄지 기대되는군.”

스크린에 고정된 나지찬의 두 눈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사실상 모든 결과가 정해지다시피 한 지금.

이 전투에서 나지찬이 기대하는 것은 이안과 로터스 랭커들의 슈퍼 플레이뿐이었다.

* * *

마군 진영의 영웅들은, 본능적으로 하나의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패배하면, 그대로 끝이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필사적으로 천군 병사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고, 치열하게 전투에 임하였다.

하지만 그 투지와 기백은 그리 오래 이어질 수 없었다.

웬 활을 든 인물 하나가 전장에 난입한 순간, 진영 자체가 붕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마군 진영 친구들은 왜 이렇게 가난한 거야? 왜 다들 누더기를 입고 있어?”

전장 한복판에 나타나서는, 얄미운 목소리로 이죽거리며 순식간에 주변의 마족 병사들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안.

그것을 확인한 무스카는,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저 미친놈은 우리를 능욕하고 싶은 것인가. 어째서 활을 들고 근접전을 벌이고 있는 거야?’

무스카를 비롯한 마군 영웅들이 당황한 이유는, 그저 이안의 강함 때문이 아니었다.

상식을 파괴해 버리는 전투 방식을 보여 주는 이안의 모습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분명히 ‘활’이라는 대표적인 원거리 무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장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싸우고 있었으니 말이다.

피핑- 핑-!

퍼퍼퍽-!

초 근거리에서 연속하여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물론, 아예 화살촉을 무기처럼 집어 들어 직접 병사의 등짝에 박아 넣기도 하는 이안!

게다가 이런 비상식적인 행보를 보여 줌에도 불구하고, 마족 진영의 병사들은 추풍낙엽처럼 찢겨 나가고 있었다.

일단 이안의 주변에 가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화염 대미지가 들어오기 시작하였으며…….

치이익-!

-강력한 용암의 힘이 느껴집니다!

-생명력이 394만큼 감소합니다!

-생명력이 327만큼 감소합니다!

-생명력이 402만큼 감소합니다!

……후략……

맷집 하나만큼은 어지간한 영웅보다도 튼튼한 마신족 병사 ‘데빌 미노스’마저도 화살 몇 방에 머리를 꿰뚫리면서 그대로 전사해 버렸으니 말이다.

-마신족 병사 ‘데빌 미노스’가 천군 진영의 영웅, ‘이안’으로부터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데빌 미노스’의 생명력이 1,530만큼 감소합니다!

-용암의 기운에 의해, 화염 피해가 증폭됩니다!

-강력한 화염 피해를 입었습니다!

-‘데빌 미노스’의 생명력이 2,798만큼 감소합니다!

-‘데빌 미노스’의 생명력이 5,928만큼 감소합니다!

……후략……

고작 불화살에 불과한 평범한 공격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두 눈으로 보고도 의심하게 되는 어마어마한 수준의 파괴력.

“이게 뭐야?”

“이 말도 안 되는 공격력은 대체 뭔데?”

당황한 마족 영웅들은 진영 한복판에 홀로 뛰어든 이안을 빠르게 점사하여 우선적으로 제거할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퍼엉-!

-천군 진영의 영웅 ‘이안’이 고유 능력 ‘용암의 장막’을 발동합니다.

-‘화염 폭발’의 위력이 70퍼센트만큼 감소합니다.

-‘이안’의 생명력이 2만큼 감소하였습니다.

“뭐라고?”

“숫자 잘못 본 거 아니지?”

-마군 진영의 마법사 ‘프리오니’가 고유 능력 ‘메테오 스톰’을 발동하였습니다.

-천군 진영의 영웅 ‘이안’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의 ‘화염 저항력’으로 인해 마법의 위력이 감소합니다.

-대상의 ‘화염 피해 무효화’ 능력으로 인해 일부 마력이 소멸됩니다.

-‘이안’의 생명력이 17만큼 감소하였습니다.

“미친……!”

“이건 사기야!!”

물론 화염 속성이 아닌 공격을 성공시킨다면, 아무리 이안이라고 해도 제법 의미 있는 수준의 대미지가 들어간다.

이안의 장비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마족 진영 영웅들의 무기도 기본 이상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애초에 이안이 화염 속성이 아닌 공격들을 잘 맞아주지도 않았으며, 겨우겨우 생명력이 조금 닳았다 싶으면 여지없이 후방에서 회복 마법이 들어왔다.

“리커버리!”

-천군 진영의 영웅 ‘이안’의 생명력이 7,598만큼 회복되었습니다.

“흐으아아!”

이쯤 되자 마군 진영의 영웅들은 전의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해야 할 영웅이 이안뿐인 것도 아니었으며, 사방에서는 영웅 못지않게 강력한 열두 기의 차원기병들이 활개치고 있었으니 싸움이 지속되려야 지속될 수가 없는 것이다.

“전군 후퇴! 후퇴하라!”

“야영지로 돌아가 진영을 정비하라!”

결국 마군진영의 대장 무스카의 입에서 다급하게 흘러나온 퇴각 명령.

하지만 이미 파멸이 도래한 이 전장에, 퇴각명령 따위가 의미 있을 리 없었다.

다만 어느새 그의 앞에 나타난 이안의 웃는 얼굴이, 그를 반기고 있을 뿐이었다.

“반갑네 친구. 드디어 세 번째 만남이군.”

“……!”

“하지만 아쉽게도, 다음 만남은 없을 예정이야. 다음을 기대하라는 말은 할 수 없겠어.”

어느새 씨익 웃는 표정으로, 무스카의 눈앞에서 활시위를 놓는 이안.

피이잉-!

그리고 그것으로 이 전투는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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