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703화 (713/1,027)

< 703화 3. 철갑신룡(鐵甲神龍) (4) >

* * *

비룡은 빠르다.

이안의 소환수들이 전속력으로 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었을 만큼, 기동력이 빠른 몬스터들인 것이다.

때문에 이안이 고삐를 돌린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소환수들이 비룡 떼와 거리를 벌릴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함이었다.

이안의 소환수들이 가진 광역기는 브레스를 포함해 대부분 즉발형 스킬들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 돌릴 시간이 있어야 스킬 발동이 가능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안은, 혼자서 이 많은 비룡들을 상대로 버텨 낼 자신이 있었던 것일까?

비록 잠깐 동안이기는 하지만,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비룡들이 순식간에 이안을 포위할 텐데 말이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얘기였다.

이미 이안의 생명력이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것만 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키아아악-!

캬아오!

-용족 ‘비룡’의 고유 능력 ‘바람의 숨결’이 발동합니다.

-용족 ‘비룡’의 고유 능력 ‘바람의 숨결’이 발동합니다.

……중략……

-용족 ‘비룡’으로부터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1,792만큼 감소합니다.

-생명력이 1,511만큼 감소합니다.

-생명력이…….

……후략……

이안이 창을 휘두르며 뭔가 해 보려고 시도하기도 전에 이미 수많은 바람의 숨결들이 그를 뒤덮기 시작하였으며, 바람속성의 버프까지 받아 강력해진 비룡들의 브레스가 순식간에 십수 번 이상 중첩되었으니 말이다.

“워후, 생명력 깎여 나가는 것 보소.”

정말 ‘찰나’라고 표현할 만큼 짧은 시간 만에, 순간적으로 바닥까지 떨어져 내린 이안의 생명력.

하지만 이안은 전혀 당황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브레스 세례가 잠시 멈춘 틈을 타, 전면에서 달려드는 비룡 한 마리를 공격하여 처치해 냈을 정도로 침착했으니 말이다.

-용족, ‘비룡’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3,900만큼 획득합니다.

-용천주화를 421냥 만큼 획득하였습니다.

깔끔하게 한 마리를 구워삶은 이안은, 날아드는 비룡의 발톱을 피해 내며 한차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질린 표정이 되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망했네. 빠져나갈 구멍이 없잖아?”

현재 남아 있는 이안의 생명력은 10퍼센트도 채 되어 보이지 않는 수준.

하지만 ‘망했다’는 말과 달리, 이안의 말투에서는 여전히 여유가 넘쳐흘렀다.

“그래도 바로 터질 줄 알았는데, 거의 1분이나 버텼네?”

씨익 웃으며 다시 창대를 고쳐 쥐고, 주변을 가득 에워싼 비룡들을 둘러보는 이안.

하지만 이안의 여유 넘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머리 위로 또다시 바람의 숨결 세례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

그리고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살아남을 수 없는 외통수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소환수들이라도 근처에 있으면 모르되, 이안을 제외한 나머지 소환수들은 이미 통로의 반대편까지 이동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콰아- 콰아아-!

황금빛의 물결로 온통 뒤덮인, 던전 안의 통로.

그리고 커다란 날개를 펄럭거리며 그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수십 마리의 비룡들.

녀석들은 침입자를 처단했다고 생각하는 건지, 으르렁대며 기분 좋게 울어 대었다.

크릉- 크르릉-!

크허어엉-!

하지만 잠시 후.

모든 것을 녹여 버릴 듯 맹렬하게 쏟아져 내린 그 바람의 물결 속에서, 황금빛 그림자 하나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허공을 향해 튀어 올랐다.

쐐애애액-!

형체를 제대로 확인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속도로 비룡 하나를 꿰뚫고 지나가는 황금빛 그림자.

캬아악-!

하지만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그것을 기점으로 통로 안에 들어온 수많은 비룡들에게, 지옥이 시작되었으니 말이었다.

우릉- 우르릉-!

던전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진동음이 통로에 가득 메워지기 시작하였다.

* * *

늦은 밤.

카일란 기획 팀의 모니터링실.

기획 1팀의 신입 사원인 오진명은, 오늘도 한숨을 푹푹 쉬며 당직을 서는 중이었다.

“하아……. 이놈의 회사는 뭐 이리 야근이 많은 거야?”

입사하기 전부터 LB사의 기획부서에 ‘야근이 많다’라는 것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진명이 입사 지원을 한 이유는, 많은 야근만큼이나 야근 수당이 빵빵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주간 근무의 두 배도 넘는 수당을 야근 수당으로 책정해 주는 회사는, 여기 LB사 말고는 없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입사 초기에는, 야근을 해야 한다고 하면 반가웠던 적도 있었다.

“내가 어리석었지…….”

입사 3개월 만에, 돈보다 정시 퇴근이 더 행복한 일이라는 걸 깨달은 신입 사원 오진명.

만약 그가 카일란이라는 게임을 좋아하는 열성 팬이 아니었더라면, 지금까지 이 회사에서 버텨 내지도 못했을 것이었다.

“후, 그나마 당직서는 날이 제일 편하단 말이야. 어차피 밤에 퇴근 못 하는 건 똑같은데, 모니터링실에서 과자나 먹으면서 랭커들 플레이 구경이나 하는 게 훨씬 행복한 일이지.”

물론 아침이 밝기 전에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기는 했지만, 그건 아직도 다섯 시간은 더 후의 일.

때문에 보고서 서류를 저만치 멀리 치워 둔 오진명은, 채널을 돌리며 랭커들의 개인 화면을 검색하기 시작하였다.

“어디 보자, 오늘은 어떤 랭커님과 함께 밤을 새워 볼까?”

오진명의 카일란 클래스는 ‘마법사’이다.

게다가 어릴 적부터 모든 게임에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스가 마법사였기 때문에, 그는 항상 마법사 랭커들의 영상을 즐겨 보았었다.

해서 오늘도 어김없이, 진명이 선택한 랭커는 한국 서버의 화염 계열 마법사 랭커인 레미르였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시작부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까만 스크린에, 유저의 영상 대신 한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으니 말이었다.

-해당 유저가 접속 중이 아닙니다.

지직- 지지직-.

까만 화면 위에 지직거리며 떠오른, 반갑지 않은 에러 메시지.

“쩝, 그럼 오늘은 누구 영상을 보지?”

하여 잠시 고민 중이던 오진명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명의 유저가 있었다.

“그래, 언제나 당직 사원과 함께하는 우리의 이안갓이 역시 답이겠군.”

시간대를 불문하고 접속을 요청하면, 항상 그 자리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불가사의한 유저 이안.

“최근에 루가릭스 AI 때문에 선임들 엄청 까이던데……. 오늘은 또 이안이 어떤 똥을 기획 팀에 던져 줄지 구경이나 해야겠어.”

이미 외우고 있는 이안의 코드넘버를 입력한 오진명은, 의자에 몸을 푹 누인 채 이안의 개인 화면이 송출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여지없이 송출되는 이안의 개인화면을 보며, 오진명은 흡족한 표정이 되었다.

“여기가 비룡의 둥지 던전인가? 보아하니 초입인 것 같은데……. 최소 너댓 시간 정도는 볼거리가 확보되었군.”

오진명은 탁자에 쌓아 둔 과자들을 입에서 오물거리며, 이안의 플레이 영상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기획 팀의 직원이기 이전에, 그 또한 한 명의 카일란 플레이어.

신규 콘텐츠를 공략하는 이안의 영상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야, 벌써 철갑룡을 만들어 탄 거야? 아니, 저거 철갑룡이 아닌가? 내가 알던 것보다 좀 더 멋지게 생긴 것 같은데?”

신입 사원인 탓에 철갑신룡의 존재조차 모르는 오진명은 해맑은 표정으로 이안의 영상을 시청할 수 있었고…….

“오, 지렸다. 창질 세 번으로 비룡을 터뜨려 버리네?”

구체적인 밸런스 세팅을 모르는 탓에, 이안이 비룡의 둥지를 털고 다니는 것을 봐도 마냥 즐거울 수 있었다.

“크으으! 마법사 랭커 말고도 재밌는 영상은 역시 이안갓 영상뿐이었어.”

저도 모르게 박수까지 치며, 이안의 던전 공략을 응원하는 해맑은 신입사원 오진명.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이안이 던전 중심부를 공략하기 시작하자, 뭔가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저렇게 많은 비룡들을 다 몰이사냥으로 잡겠다고?”

쏜살같이 던전을 누비고 다니는 이안.

그리고 그 뒤를 무섭게 따라붙는 수십 마리 이상의 비룡들.

심지어 수십발의 브레스를 온몸으로 받아 버리는 이안의 모습을 보았을 때에는,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안이 탄 철갑신룡이나 비룡들의 고유 능력을 구체적으로 몰랐기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저 보호막 뭐야? 이거 밸붕 아니야?”

어마어마한 양의 브레스를 받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막 하나로 멀쩡히 살아 있는 이안.

그러나 그의 경악은 그때부터가 시작일 뿐이었다.

어느새 통로 반대편에서 정비를 끝낸 이안의 드래곤들이, 제각각 브레스를 뿜어내기 위해 입을 쩍 하고 벌리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콰쾅- 콰아아-!

그리고 제대로 자리를 갖춘 이안의 소환수들이 광역기를 뿜어 대기 시작하자, 이안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비룡들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키에엑-.

키아아악-!

그 장관을 구경하는 오진명의 입이 쩍 벌어졌음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와, 부럽다……. 드래곤 브레스가 대체 몇 발이야?”

브레스를 제대로 쓸 수 있는 드래곤은 적어도 전설 등급 이상의 용족 소환수들.

때문에 한 발 정도의 드래곤 브레스만 쓸 수 있어도 소환술사로서는 상위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안은 그런 브레스를 난사하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광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그저 감탄만을 연발하던 오진명의 두 눈이 또다시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이안이 시간을 끄는 동안 소환수들이 수많은 비룡들을 녹였음에도 불구하고, 통로 안쪽으로 끝없이 새로운 비룡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헉, 이러면 이안도 답이 없을 텐데……?”

모든 광역 스킬에는 제법 긴 재사용 대기 시간이 설정되어 있었고, 그가 보기에 지금 이안은 모든 브레스를 이미 총 동원하였다.

때문에 구체적인 이안의 상황을 모르는 진명으로서는, 이안이 위기에 빠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안의 브레스 세례를 맞은 비룡들 또한, 전부 죽은 것이 아니었다.

이안이 황금빛 보호막과 함께 브레스 안에서 살아남았듯, 브레스를 맞은 비룡들 중 20~30퍼센트 정도는 보호막을 두른 채 살아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이,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진명은 더욱 흥미진진해진 표정으로, 모니터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 * *

처음부터 이안은, 한 번에 비룡을 다 쓸어 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비룡들 숫자가 워낙 많은 데다 분명 바람의 심장 스킬을 가지고 태어난 개체들도 있을 테니 말이지.’

때문에 한 번에 모든 광역기를 쏟아붓는 것은 악수 중의 악수라고 생각하였다.

‘최대한 딜 배분을 잘해서, 효율적으로 스킬을 사용해야 해.’

그리고 광역 스킬들의 효율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비룡들의 어그로를 끌어 줄 몰이꾼이 하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역시 강철의 심장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겠어.’

재사용 대기 시간이 길기는 하지만 한 번 만큼은 아무리 막대한 피해를 입어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해 주는, 철갑신룡이 가진 최고의 고유 능력 ‘강철의 심장’.

물론 빡빡이의 도발과 무적을 통해 비슷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하나 존재했다.

빡빡이의 느릿느릿한 이동속도로는, 비룡 몰이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안은, 아이언을 탑승한 채 직접 비룡들을 몰고다니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카르세우스, 엘카릭스……. 그리고 뿍뿍이 브레스까지 같이 터뜨리면, 생명력 낮은 비룡 정도는 충분히 원킬이 나겠지.’

물론 바람의 심장 고유 능력을 가진 비룡들은 살아남겠지만, 그런 개체는 전체의 20퍼센트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비룡들 숫자가 워낙 많으니 추가로 계속해서 밀려들어올 것이고, 그럼 이제 2차로 아이언의 브레스를 사용하면 되겠어.’

‘강철의 심장’ 고유 능력의 효과는, 단지 생존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15초 동안 ‘무적’보호막을 적용받음과 동시에, 모든 능력치를 두 배나 뻥튀기시켜 주니 말이었다.

‘다른 버프를 최대한 중첩시켜도 폭풍의 숨결 한 방으로 비룡 원콤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강철의 심장 효과까지 받으면 얘기는 달라지지.’

애초에 계수가 높은 폭풍의 숨결이 바람 속성 버프로 강해진 데다, 강철의 심장으로 위력이 다시 두 배로 곱해지니 비룡들을 한 방에 찢어 버리고도 남을 정도로 강력한 광역기가 되는 것이다.

-죽음의 위기에 이르는 강력한 공격에 피격당하였습니다

-소환수‘아이언’의 고유 능력 ‘강철의 심장’이 발동합니다.

-지금부터 15초 동안, 강철의 보호막이 지속됩니다.

-지금부터 15초 동안, 소환수 ‘아이언’의 모든 능력치가 두 배 만큼 증가합니다.

버프를 확인하고 아이언의 전투 능력까지 빠르게 훑은 이안은, 통로의 입구로 쏟아져 들어오는 비룡들을 향해 척 하고 창을 내뻗었다.

“아이언, 폭풍의 숨결……!”

그리고 그 결과는, 이안이 예상한 그대로였다.

-소환수 ‘아이언’이 ‘비룡’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용족 ‘비룡’을 처치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용족 ‘비룡’을 처치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용족 ‘비룡’을 처치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후략……

비룡들의 생명력은 다른 드래곤들의 브레스를 동시에 맞았을 때보다도 더욱 빠르게 녹아내렸고, 이안은 또다시 수십 마리의 비룡을 성공적으로 처치했으니 말이었다.

“후우아!”

끝없이 밀려들던 비룡들이 일시에 사라지자, 한차례 크게 심호흡을 하는 이안.

‘좋아. 여기까진 완벽해.’

하지만 이안은 아직까지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의 계산에 의하면, 아직 처치한 비룡들의 숫자는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겠지.’

‘강철의 심장’ 보호막 효과가 아직 10초가량 남아 있음을 확인한 이안은,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며 살아남은 비룡들을 처치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모든 버프를 적용받은 아이언의 민첩성은 오천도 넘는 상태였고, 때문에 그야말로 빛살 같은 속도로 던전을 누빌 수 있었으니 말이다.

-용족 ‘비룡’을 처치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강철의 보호막’ 효과의 지속시간이 7초 남았습니다.

-용족 ‘비룡’을 처치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강철의 보호막’ 효과의 지속시간이 6초 남았습니다.

……후략……

그리고 그 때 부터는, 후방에 있던 이안의 다른 소환수들과 가신들도 본격적으로 전투에 합류하기 시작하였다.

어차피 광역기란 광역기는 전부 재사용 대기 시간이 걸려 있는 상태였으니, 육탄전을 해서 한 마리라도 더 비룡들을 처치해야 했으니 말이었다.

이안은 소환하지 않고 있었던, 빡빡이와 라이 등의 지상 소환수들까지 모조리 소환하였다.

“죽어라, 이놈……!”

“까망이, 어둠의 날개!”

“뿍뿍이, 심연의 가호!”

계속해서 통로 안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비룡들과 전력을 다해 녀석들을 상대하는 이안의 일행들.

그러나 역시 다굴에는 장사 없다는 말이 맞는 것일까?

비룡들이 끊임없이 계속해서 통로 안쪽으로 밀려 들어오자, 팽팽해 보이던 전장의 균형도 점점 기울어 가기 시작하였다.

-소환수 ‘빡빡이’의 생명력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소환수 ‘핀’의 생명력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소환수…….

누적된 대미지와 끝없는 물량 탓에, 하나둘 역소환되기 시작하는 이안의 소환수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이안은 전혀 동요하지 않으며, 마지막까지 한 마리의 비룡이라도 더 처치하기 위해 창을 휘둘렀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리고 그렇게 정말 극한의 상황까지 치달았을 무렵.

“후우, 이쯤이면 됐겠지?”

돌연 전투를 멈춘 이안이 허공을 향해 번쩍 창을 치켜들었고…….

히이잉-!

전장에는 어쩐 일인지 새카만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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