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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62화 (770/1,027)

< 762화 2. 생명의 수호자 (2) >

* * *

정령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샬론은 먼저 정령계약서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 또한 이안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정보였기 때문에, 이안의 두 눈은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하였다.

“정령수에 대한 이야기는 좀 길어질 것 같으니, 먼저 정령계약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자면 조화의 구슬과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네.”

“비슷한 개념이라면 정령 수호자께서 만들어 주실 수 있다는 말인 거죠?”

“바로 그렇다네. 자네가 재료만 구해 온다면 내가 어렵지 않게 만들어 줄 수 있지.”

샬론의 깔끔한 답변에 이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물론 조화의 구슬만 많다면 수많은 오염된 정령들을 포획할 수 있겠지만, 결국 정령 계약서를 추가로 수급하지 못한다면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이니 말이다.

정령 계약서까지 조화의 구슬처럼 수급할 수 있게 된다면, 이안의 정령 포획 노가다에 날개를 다는 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역시 샬론! 감사합니다.”

“뭐 그렇게 고마워할 것까진 없다네. 어차피 계약서를 만드는 것은 조화의 구슬과 마찬가지로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니 말이야.”

이안의 격한 반응에 멋쩍은 표정이 된 샬론이 한차례 헛기침을 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다만 제작에 필요한 재료는 조화의 구슬보다 훨씬 더 까다롭다네.”

“어떤 재료가 필요한 건가요?”

“일단 생명수는 기본으로 필요하고, 거기에 신록의 나뭇잎과 고대의 양피지가 필요하지.”

샬론의 말을 듣던 이안은 곧바로 필요한 재료들을 메모하기 시작하였다.

“신록의 나뭇잎……. 생명의 양피지…….”

그리고 그런 이안을 보며, 샬론은 흡족한 표정으로 계속 이야기를 이어 갔다.

“신록의 나뭇잎은 ‘생명의 나무’를 찾아서 그 잎사귀를 따면 될 것인데, 문제는 고대의 양피지일세.”

“생명의 나무도 생명의 샘처럼 정령산에서 찾을 수 있는 거죠?”

“물론일세. 고대의 양피지도 마찬가지로 정령산에서 얻을 수 있지.”

이안이 적는 것을 잠시 기다린 샬론이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 혹시 오염된 신령수를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샬론의 말을 들은 이안의 두 눈이 살짝 확대되었다.

오염된 신령수는 이미 쌍둥이 자매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던 콘텐츠였으니 말이다.

이안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아직 본 적은 없지만, 그 존재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 알고 있다니 이야기하기 편하겠어.”

샬론은 뭔가를 떠올리는 듯 잠시 뜸을 들인 뒤 나직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떼었다.

“오염된 신령수는 사실 오래 전에 죽은 나무들이라네. 이미 생기를 잃어버린 고대의 나무들에 오염된 기운들이 기생하며, 정령들을 오염시키고 있는 주범이라고 할 수 있지.”

“그렇군요.”

“자네가 만약 그곳에 들어가 썩은 기운을 전부 몰아낸다면, 신령수는 대부분의 기운을 잃고 평범한 나무토막이 될 걸세.”

말이 길어지자 목이 타기 시작했는지 샬론은 탁자에 놓여 있던 찻잔을 한 차례 홀짝인 뒤 다시 말을 이어 갔다.

“자네는 신령수가 완전히 평범한 나무가 되기 전, 고대의 기운이 남아있는 황금빛 나뭇가지들을 채집해야 한다네. 그것을 가지고 프뉴마 마을의 대장간에 찾아간다면, 고대의 양피지를 만들어 줄 테니 말이야.”

샬론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리하던 이안은,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정령계의 콘텐츠들은 무척 다양하고 복잡한 듯 보였으나, 결국에는 하나의 맥락 안에서 짜임새 있게 이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황금빛 나뭇가지는 정령계약서를 만드는 것 외에도 쓸모가 많은 재료이니, 가능하다면 많이 채집해 두시게.”

이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사적으로 물었다.

“어디에 또 쓸 수 있는데요?”

“그것은 자네가 황금빛 나뭇가지를 구해 온다면 그때 이야기해 주겠네.”

일단 정령 계약서에 대한 이야기를 일단락 지은 샬론은, 다 식어버린 찻물을 벌컥벌컥 마신 뒤 이런저런 이야기를 덧붙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 안에 딱히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단서는 없었기에, 이안은 정령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슬쩍 운을 떼었다.

“그럼 샬론, 이제 정령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이안의 물음에, 샬론은 멋쩍은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정신없이 얘기하다 보니 정령수를 잊고 있었구먼. 그럼 이제 신비로운 동물인 정령수에 대한 이야기를 좀 풀어 보겠네.”

이안은 잔뜩 기대에 찬 표정으로 샬론의 이야기를 기다렸고, 샬론이 풀기 시작한 이야기는 이안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였다.

‘정령수’라는 개념에 대한 샬론의 이야기는 신선하기 그지없었으니 말이다.

그것은 ‘정령 계약서’ 제작에 대한 정보들만큼 이안의 관심을 끌어들일 정도로 흥미로웠다.

“정령수란, 오랜 기간 자연에 동화되어, 정령들과 비슷한 힘을 지니게 된 신령한 동물들을 통칭하는 말일세.”

“정령들과 비슷한 힘……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죠?”

“말 그대로일세. 정령수들은, 마치 정령들처럼 ‘정령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이지.”

“아……!”

“정령수들은 정령술사의 친화력과 소환 마력에 비례하여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다네. 마치 정령들처럼 말이야.”

샬론의 말을 들은 이안은, 더욱 흥미진진한 표정이 되었다.

정령수에 대한 개념을 짤막하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개념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그럼 역으로 정령 마법을 쓸 때 정령수의 힘을 빌려올 수도 있는 건가요? 다른 정령들처럼요.”

“음, 그건 아쉽게도 불가능하네. 정령수는 자신의 정령력을 정령술사에게 빌려 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네.”

“흐음, 그럼 정령수는 정령보다 딱히 나을 것이 없겠네요?”

“그건 또 아닐세.”

“그래요? 다른 장점이 있나요?”

“소환에 시간이나 정령 마력과 같은 제약이 있는 정령들과 달리, 정령수에겐 그런 제약이 없으니 말이야.”

“아하……!”

“그리고 한 가지 속성밖에 갖지 못하는 정령들과 달리, 정령수는 여러 속성을 갖기도 하지.”

“이것도 신선하네요.”

“뭐 정령수만의 특별한 능력이 더 있다고는 하던데, 일단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여기까지일세. 나도 직접 정령수와 계약해 본 적은 없어서 말이야.”

“뭐,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샬론.”

샬론의 말이 끝나자, 이안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더 구체적이고 많은 정보들을 알고 싶기는 했지만, 결국 그러기 위해선 직접 포획해 보는 것이 답이었으니 말이다.

‘정령수라……. 정령과 소환수의 장점이 적절히 섞인 신개념 콘텐츠라고 보면 되려나.’

대신 이안이 궁금해진 것은 이 정령수란 녀석을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는지였다.

포획 불가 상태인 녀석을 잡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 말이다.

“샬론.”

“말씀하시게.”

“그럼 혹시 정령수를 포획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알고 계십니까?”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안의 물음을 들은 샬론이 고개를 갸웃하였다.

“으음, 그게 무슨 말이지?”

“예?”

그리고 이어진 샬론의 말을 들은 이안은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샬론의 입에서 나온 말이, 이안으로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종류의 것이었으니 말이다.

“자네 소환술사 아닌가?”

“맞는데요.”

“소환술사가 소환수 포획하듯, 정령수도 똑같이 포획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네만.”

“에……?”

“물론 평범한 소환수에 비해 포획이 무척이나 어렵다고 알려져 있긴 한데……. 특별히 다른 방법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하였다네.”

“……!”

샬론의 말이 끝나자, 이안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분명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포획이 불가하다는 메시지를 보았건만, 샬론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잠시 후.

당황한 이안의 표정을 응시하던 샬론이 무언가 생각이 난 것인지 조심스런 목소리로 이안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 혹시…….”

“예?”

“아직 상급 정령술을 익히지 못한 겐가?”

그리고 그 물음을 들은 순간, 이안은 모든 상황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 * *

처음 용천에서 정령계로 넘어왔을 당시, 이안의 정령술은 중급 6레벨이었다.

물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부단히 노력하여 정령술의 숙련도를 쌓았으나, 아직 상급 정령술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중급 정령술이 10레벨에 도달해야 상급 정령술을 익힐 수 있는데, 정령술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스킬 숙련도는 10레벨에 가까워질수록 오름폭이 급격히 낮아지니 말이다.

하여 현재 이안의 정령술 상태는 중급 8레벨 후반.

-중급 정령술 Lv. 8 (87.5퍼센트)

그리고 샬론의 말에 의하면, 정령수를 포획하기 위해서는 정령술의 이해도가 최소 상급 이상의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아오, 이 정령술 숙련도가 콘텐츠 진행에 여러 번 발목 잡네.’

샬론은 이안의 능력치를 봤을 때 이미 상급 정령술을 익힌 지 오래되었을 것이라 짐작하였고, 그래서 이안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수의 효율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정령술 숙련도를 쌓고 있었던 이안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로 인해 더욱 의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정령술 숙련도를 낭비 없이 쌓기 위해선 역시 키울 만한 새로운 정령을 최대한 빨리 잡는 게 급선무겠지. 그 전까지도 짹이든 마그비든 소환해서 계속 정령 마법을 돌려야겠지만 말이야.’

이어서 이안의 머릿속에서 콘텐츠들이 순서대로 차곡차곡 정리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오염된 신령수를 찾는 일이겠어.’

오염된 신령수는 정령계약서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황금빛 가지 때문에라도 찾아야 했으며, 강력한 오염된 정령을 포획하기 위해서도 꼭 찾아내야하는 컨텐츠였다.

‘오염된 신령수를 찾아 먼저 쓸 만한 정령을 포획해서 계약하고, 녀석을 키우면서 정령술 숙련도를 빠르게 올려야겠어.’

정령계약서를 추가로 획득할 방법까지 알아낸 마당에, 너무 완벽주의를 추구할 필요는 없었다.

이안은 적당히 뛰어난 정령을 찾아낸다면 일단 곧바로 계약하여, 정령술 숙련도를 올리는 데 써먹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내에 상급 정령술까지 달성한 뒤에, 그 정령수인지 뭔지를 한번 잡으러 가 봐야지.’

성능이 어떤지는 아직 파악이 잘 안 되었으나, 정령수라는 특수성과 멋들어진 외형만으로도 충분히 소유욕을 자극하는 생명 수호자.

일단 포획한 뒤 쓸모없으면 분양(?)해 버릴지라도, 일단 녀석을 꼭 잡고 싶은 이안이었다.

‘자, 그럼 정령산으로 다시 가 볼까?’

샬론에게 얻을 것을 전부 얻은 이안은 빠르게 오두막을 나와 열어 둔 포탈을 향해 이동하였다.

그리고 이안이 망설임 없이 포탈에 진입하려던 그 순간.

띠링-!

시스템 알림음이 울리며 쌍둥이 자매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하였다.

-바네사 : 이안, 찾았어!

-사라 : 우리가 알던 거랑 뭔가 좀 다르긴 한데, 오염된 신령수를 찾은 것 같아!

그리고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의 입꼬리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 히죽 말려 올라갔다.

“나이스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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