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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75화 (782/1,027)

< 775화 7. 라카토리움 입성 (1) >

“뭐야, 이거 완전 노다지잖아?”

다크루나의 전력을 전멸시킨 뒤 전리품 회수를 시작한 이안은,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라한을 비롯한 마족 랭커들이 사망하면서 드랍한 아이템들의 퀄리티도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보너스 전리품(?)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투할 때에는 컨트롤에만 집중하느라 알아채지 못했었는데, 막상 전투가 끝나고 나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

마족 유저들의 사체 사이로, 다크루나 길드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사체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제법 지나서인지, 실루엣만 까맣게 남은 덩어리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마족의 사체가 아니라는 정도는 확인이 가능하였다.

정확히 어떤 인물인지까지는 까만 실루엣만 보고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마족 진영인지 인간 진영인지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이안은,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라한이 날 노리고 대기한 줄 알았는데, 정말 그게 아니었네?’

이어서 이안의 머릿속에, 억울함이 뚝뚝 묻어나던 이라한의 절규(?)가 떠올랐다.

“균열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날 여기로 끌어들인 거였어?”

“아니, 내가 언제 널 끌어들였어? 네놈이 제 발로 들어왔……!”

살짝 미안한 표정이 된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중얼거렸다.

“이거 조금 미안한데?”

하지만 어차피 진실을 알았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터.

잠시 불쌍한 이라한을 애도하던 이안은 히죽히죽 웃으며 드롭된 코인들과 골드, 아이템들을 수거하기 시작하였다.

-3,798,250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10,392,817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영도자의 귀걸이(영웅)(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커툴루의 대검(영웅)(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5,790차원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중략……

그리고 가득 찬 인벤토리를 분류하던 도중, 이안은 재밌는 아이템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미네랄포스 탐지기’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기계타워 설계도 (B-85)’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로봇일꾼 설계도 (C-34)’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 * *

이라한은 사실 똑똑하다.

물론 이안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다크루나 길드를 한국 서버 최상위권 길드로 키우고, 나아가 글로벌 기준으로도 상위에 랭크될 만한 길드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이라한이었으니, 그의 능력만큼은 대부분의 카일란 한국서버 유저들이 인정하는 수준이었다.

하여 이라한의 계획은 제법 치밀하였다.

정령계로 넘어와서 어떤 방식으로 거점을 만들어 나갈지, A부터 Z까지 꼼꼼하게 계획을 짜서 넘어온 것이었다.

물론 지금 이 순간 그 모든 계획은 완벽히 무산되어 버렸고, 가장 큰 문제는, 준비했던 계획들의 대부분이 고스란히 이안의 손에 넘어가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기계 타워 설계도라……. 이런 것도 있었어?”

기계 타워 설계도의 정보 창을 확인한 이안은, 더욱 싱글벙글한 표정이 되었다.

타워의 성능은 제작해 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것이었지만, 설계도의 타입이 일회성이 아닌 양산형 설계도였으니 말이다.

“거기에 로봇 일꾼이라니, 딱 봐도 내가 가진 로봇 머슴 상위호환인 것 같은데…….”

이쯤 되면 기계 문명의 거점을 차리기 위한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게다가 ‘미네랄포스 탐지기’라는 이름의 아이템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직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흥미로운 물건이었다.

정보 창에 단 한 줄 쓰여 있는 설명만 보아도, 보통 물건이 아님을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는 동력원인, ‘미네랄 포스’의 위치를 탐색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미네랄 포스라……. 정령계에서 채굴 가능한 정수와 비슷한 개념인 건가?’

심지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저벅- 저벅-.

전리품들을 전부 회수한 뒤 균열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선 이안은, 다크루나 길드원이 다급히 숨겨 놓은 이동식 기계 공장들까지도 발견했다.

“이건……!”

전투의 여파 때문인지 군데군데 부서져 있기는 했지만, 조금만 수리한다면 충분히 쓸 수 있을 것 같은 상태인 대규모의 공장 설비들.

그것을 발견한 이안은 묘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라카토리움까지 쳐들어오지 말고 돌아가라고, 필요한 걸 미리 다 갖다 준 건가…….”

실없는 생각을 잠시 떠올린 이안은 피식 웃으며 메시지 창을 열었다.

이 많은 기계 설비들을 수거하여 이안의 공장까지 옮기려면, 길드의 지원이 필요했으니 말이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정령산에 있는 공장 관리는 길드에 맡기고, 난 라카토리움까지 쭉 뚫고 들어가야겠어.’

헤르스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계획을 정리한 이안은, 바삐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일단 균열을 통과하여 라카토리움의 땅을 밟는 것이, 그의 일차 목표라고 할 수 있었다.

균열을 찾아내고 이런 푸짐한 선물을 안겨 준 뿍뿍이를 위해서라도 라카토리움 본토에 있을 찰리스를 한번 찾아볼 생각이었다.

* * *

용천과 엘라시움을 잇는 균열.

그리고 정령계와 라카토리움을 잇는 균열.

이 두 균열의 기본적인 개념은 거의 같았지만, 유저의 입장에서는 한 가지 커다란 차이가 존재하였다.

끊임없이 양 진영 간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용천의 균열과 달리, 정령계의 균열은 텅텅 비어 있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콘셉트가 기계 문명에서 정령계를 거의 다 장악한 상황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

때문에 이안은, 이라한이 균열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것이 깔끔히 이해되었다.

균열 내에서 전투를 할 수 없는 한 차원 마력 저항력에 대한 개념은 아예 알 길이 없는 게 당연하였고,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이안에게 털릴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던 것이다.

다만 기계들이 차원 마력 디버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을 테니 인간계 랭커들과 싸우기 위해 균열 안쪽으로 전장을 택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애잔하네.’

마족 유저들은커녕 기계괴수 그림자 하나 만나지 않고 균열의 끝에 도달한 이안은, 슬슬 긴장한 표정이 되었다.

균열 바깥의 라카토리움이 지저세계와 비슷한 수준의 필드라고 가정한다면, 이제부터는 이안이라 해도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난이도인 것이 당연하니 말이다.

그래도 적진에 홀로 들어서기 전, 이안에게는 한 가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여차하면 균열 안쪽으로 튀지, 뭐.’

차원 마력 버프를 받을 수 있는 균열에서만큼은, 초월 80레벨급 전투력을 가진 기계괴수들을 상대한다고 해도 이길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두근-!

그렇게 라카토리움의 방향으로 이어지는 출구의 앞에 선 이안은, 한차례 크게 심호흡하였다.

이어서 이안의 걸음이 워프 게이트에 닿은 순간…….

띠링-!

-기계 문명의 땅 ‘라카토리움’에 입장합니다.

-라카토리움의 대도시 ‘루탄’에 입장하였습니다.

두 줄의 새로운 메시지와 함께 이안의 시야가 하얗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 * *

카일란에 존재하는 차원계들은 대부분 중세시대의 판타지 세계관을 콘셉트로 디자인되었다.

하지만 그중 단 한 곳.

기계 문명의 땅인 라카토리움만큼은 완벽히 다른 분위기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현대의 도시보다도 훨씬 더 현대적인, 백년 뒤의 서울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무척이나 미래적인 느낌의 미래도시들.

하지만 현대의 문명과 다른 점이 크게 두 가지 있었는데, 그 첫 번째는 바로 세계의 기본 베이스가 ‘아포칼립스’라는 것이었다.

즉, 멸망한 세계에서 자생하고 있는, 기계 문명의 도시들이 바로 라카토리움이었던 것.

그리고 두 번째 다른 점은, 그 도시들의 주인이 인간이 아닌 이종족異宗族이라는 점이었다.

판타지 세계관의 캐릭터를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드워프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이종족.

그래서 기계 문명의 세계관은 무척이나 특별했고, 카일란 유저들 사이에서도 마니아층이 많은 곳이었다.

그리고 마족 진영의 대장장이 클래스 랭커인 ‘켄토’는, 기계 문명의 세계관을 좋아하는 마니아 중에 한명이었다.

“휴우, 이제 설계도는 완성 단계인데, 마지막 단서를 어디서 구해야 하나?”

켄토는 어릴 적부터 기계에 빠져 살았던, 메카닉 마니아였다.

때문에 그런 그에게, 카일란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게임이었다.

가상현실 게임 중 물리엔진이 현실과 가장 흡사하게 구현되어 있으면서, 기계 제작을 위한 각종 재료들은 파밍으로 얼마든지 수집할 수 있었으니 켄토에겐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중간계가 나오고 ‘기계 문명’이라는 신규 콘텐츠까지 등장하니, 그것을 알게 된 켄토는 그 날로 마족으로 전향하였다.

오로지 기계문명 콘텐츠를 섭렵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말이다.

그리하여 현 시점, 켄토는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히든 클래스까지 손에 넣은 상태였다.

카일란의 모든 클래스들 중 유일하게 기계 설계도를 그리고 창조할 수 있는 자.

‘기계 공학자’ 클래스까지 얻은 것이다.

“젠장. 토울루 오염지대에 있는 ‘루칼로스’의 사체가 필요한데……. 또 돈 들여서 용병 길드에 의뢰해야 하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켄토는 항상 혼자서 게임하였다.

그가 만약 길드에 가입 신청을 넣는다면 어떤 상위권 길드라도 받아 주겠지만, 그는 홀로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완전한 히키코모리까지는 아니었지만, 어릴 적부터 대인기피증을 갖고 있었던 것.

강해지는 것도,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것도, 그 어떤 것에도 관심 없고 오로지 기계에만 관심 있는 켄토가 길드에 가입할 이유는 없었다.

하여 켄토의 친구는 카일란의 NPC들이었다.

유저만 보면 슬금슬금 피하는 그였지만, NPC들과는 잘 어울리며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켄토는 오늘도, 필요한 물건을 구하기 위해 대도시 ‘루탄’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에 있는 용병 길드에 의뢰한다면, 5티어의 기계 괴수인 ‘루칼로스’ 정도는 충분히 사냥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설계 제작비도 빠듯한데……. 좀 싸게 의뢰할 수 있는 개인 용병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네.”

작은 목소리로 연신 중얼거리며, 루탄으로 향하는 워프에 몸을 실은 켄토.

그런데 오랜만에 루탄에 도착한 켄토의 시야에,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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