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795화 (802/1,027)

< 795화 6. 정령수 차르타 (1) >

이 드넓은 정령산에서, 생명의 샘이 등장하는 좌표를 전부 다 찾아낸다?

사실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유저라면, 도저히 할 수 없을 만한 기괴한 발상이었다.

물론 일정 레벨대의 몬스터가 출몰하는 ‘특정 구간’ 이라는 범위가 존재하기는 하였지만, 그것을 감안한다 하여도 엄청나게 광활한 대지였으니 말이다.

이안이 아이언을 타고 전속력으로 비행한다 하더라도, 모든 지역을 돌아보려면 하루를 꼬박 써야 할 만큼 넓은 정령산의 대지.

그렇다면 이안은 무모한 판단과 선택을 한 것이었을까?

그것은 결코 아니었다.

반대로 이안의 계획은, 무척이나 이성적인 계산에 의거한 것이었다.

‘오히려 이 넓은 땅을 순간 이동하며 돌아다니는 녀석을 계속 쫓는 것이야말로…… 미련하기 그지없는 짓이지.’

물론 모든 좌표를 다 찾아낼 때까지는, 제법 고생을 할 것이다.

좌표가 하나라도 빠질 시, 이안의 계획은 성립될 수 없었으니.

어떻게든 정령산 안에 있는 생명의 샘 좌표를 전부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찾아봤던 노하우와 데이터가 있으니 처음에는 금방금방 발견하겠지만, 마지막 몇 개 정도를 남겨 놓았을 때는 애를 먹을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이안은 좌표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며, 충분히 할 만한 작업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 확신에는, 나름대로의 수학적 근거까지도 존재했다.

‘카이자르와 헬라임은, 생명의 샘을 총 열 번 찾았어. 그리고 그중에서, 무려 세 번이나 중복된 위치에서 샘을 발견했다고 했지.’

생명의 샘이 등장하는 좌표가 20개라고 가정하더라도, 정해진 하나의 위치에 등장할 확률은 5%에 불과하다.

그리고 같은 조건일 때, 열 번의 시도 중에 두 번 이상 같을 자리에서 샘을 발견하게 될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였다.

게다가 좌표가 20군데 있다고 가정하였을 때의 확률이 위와 같은 것이었고, 좌표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확률은 더욱 낮아지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었으니.

이안은 생명의 샘 좌표가 그렇게 많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카이자르와 헬라임이 운 좋게 로또(?)가 터진 것이라면, 이안의 판단은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안은, 두 가신들의 운발이 그렇게까지 좋았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럼 받아들여야지, 뭐…….’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시작된, 이안의 정령수 잡기 프로젝트.

-바네사 : 이쪽에도 하나 찾았어, 이안!

-이안 : 좋아. 거기에 소환수 하나 박아 두고, 다른 좌표 찾아서 이동해.

-바네사 : 알겠어!

-사라 : 나도 하나 찾았는데?

-이안 : 그래? 어떻게 동시에 찾을 수 있지?

-사라 : 아, 나는 바네사보다 좀 더 먼저 찾았어. 어쩌면 내 자리에 있던 생명의 샘이 바네사 쪽 좌표로 간 거일지도 모르지.

-이안 : 아하, 그렇군. 사라 너는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으면 돼.

-사라 : 오케이!

세 사람과 그들의 가신 그리고 소환수들은 부지런히 움직였고, 빠르게 생명의 샘 좌표들을 찾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움직인 끝에.

이안은 총 서른 개의 생명의 샘 좌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안 : 이제 더는 없는 것 같지?

-바네사 : 아마도 그럴 것 같아.

-사라 : 스캐닝 마법까지 돌리면서 정말 샅샅이 찾았다고.

-이안 : 좋았어. 그럼 이제 한 바퀴 돌려 보자.

더 이상 좌표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 세 사람은, 자신들의 판단이 맞는지 확인해 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 확인법은, 무척이나 간단하였다.

-이안 : 자, 이제 시작한다……!

-바네사 : 알겠어!

모든 좌표에 대기 중인 이들이 생명의 샘이 나타나자마자 쫓아낸다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구멍이 있는 게 아닌 이상, 계속해서 누군가는 샘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크허엉! 크허어엉!

그리고 이안 일행이 작업을 시작한 이 시점부터.

선량한 정령산의 정령수들에게는, 재앙이 시작되고 말았다.

* * *

생명의 샘과, 그곳을 지키는 신령한 동물인 정령수.

정령수는 ‘생명의 수호자’라는 수식을 가지고 있는 ‘수호자’ 타입의 몬스터였지만, 같은 수호자 타입인 라바 드래곤과는 다르게 고유한 몬스터는 아니었다.

처치하더라도 얼마든지 다시 젠되며, 포획하더라도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생성되는 몬스터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포획 난이도는 라바 드래곤에 버금갈 정도로 하드하게 잡혀 있는 녀석이 바로 생명의 수호자였다.

처치하는 것이야 라바 드래곤보다 수십 배 이상 쉽지만, 도주하지 않는 라바 드래곤과 달리 생명력이 다 닳기 전에 도주하도록 설정된 녀석이었으니 말이다.

포획하기 위해서 생명력을 열심히 깎아 놓으면 도망가고, 다시 녀석을 찾으면 어느새 생명력은 회복되어 있는 구조였으니.

정말 운이 좋아서 체력이 제법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한 번에 포획되는 게 아닌 이상.

잡기 힘들도록 설계된 녀석인 것이다.

그리고 특히 그중에서도 이안이 노리고 있는 ‘특별한’녀석은, 사실상 잡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친구였다.

그렇지 않아도 잡기 힘든 상황에서, 모든 고유 능력이 도주에 특화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 모든 가정들은, 이안같은 특이한(?) 유저가 이런 무식한 방법을 쓰기 전까지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크허어엉(젠장! 여기도 누가 있다)!

-크헝, 허어엉(뭐지? 이번에도 누가 있잖아)?

-크허우어엉(이거 이상해)!

정령의 샘과 함께 나타난 정령수는, 패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어느 위치로 도주해도 위협적인 존재들이 대기하고 있었으니, 머릿속이 혼란해진 것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기획 팀에서 정령수의 AI를 설계할 때 이런 상황은 전혀 고려해 본 일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정령수의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계속해서 도망다니다가 결국 다시 이안을 만난 정령수는, 멘탈 붕괴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크허어우엉, 크헝(아까 봤던 놈이잖아)!

“안녕 친구.”

-크허엉, 크워어(안녕하지 못하다)!

“네가 도망갈 수 있는 곳은 없어.”

-캬아아악(악마 같은 놈)!

“순순히 잡혀 주는 건 어때?”

-크워어(싫어)!

지금 이안의 눈앞에 나타난 정령수는, 이안이 원했던 ‘그 녀석’은 아니었다.

카이자르가 말했던 특이한 고유 능력들을 하나도 보여 주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안은 일단 이 녀석부터 포획해 보기로 결정했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일꾼들에게 임금(?)을 주기 위해서라도 녀석이 필요했으며, 어쨌든 이 녀석을 처치하거나 포획해야 새로운 녀석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안의 판단은 정확하였다.

정령수의 종류는 녀석이 사망하거나 포획되었을 때, 아니면 날짜가 바뀌어 다음 날이 되었을 때 다른 종으로 교체되도록 설계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퍼퍽, 퍽!

활을 사용할 것도 없이 녀석을 순식간에 창으로 두들겨 팬 이안은, 곧바로 ‘포획’을 시도하였다.

이미 다른 일꾼(?)들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어 있던 녀석이기에, 생명력을 바닥까지 깎아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포획……!”

-크허엉(서럽다)!

그리고 이안은 그렇게, 첫 번째 정령수 포획에 가볍게 성공할 수 있었다.

띠링!

-정령수(생명의 수호자) ‘차르가’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한국 서버 최초로 ‘정령수’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근성의 테이머(전설)(초월)’ 칭호를 획득합니다.

-정령수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여, 1만만큼의 명성(초월)을 획득합니다.

-‘전설’등급의 소환수를 테이밍하셨습니다!

-‘통솔력’ 능력치가 추가로 50만큼 증가합니다.

-‘친화력’ 능력치가 추가로 25만큼 증가합니다.

-‘정령 마력’ 능력치가 추가로 1.5%만큼 증가합니다.

-‘소환 마력’ 능력치가 추가로 1.5%만큼 증가합니다.

(후략)

이어서 시스템 메시지들을 쭉 읽은 이안은, 흡족한 표정이 되었다.

‘후후, 역시 포획 난이도가 있는 녀석이라 그런지, 최초 포획 보상도 제법 짭짤하네.’

하지만 잠시 후, 이안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역시나 이번에도 최초 타이틀이, 세계 최초가 아닌 한국 최초라고 명시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다른 서버에 나보다 정령계 진행도가 높은 유저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대체 이건 어떤 의미일까?’

잠시 고민하던 이안은, 일단 그에 대한 생각은 접어 두기로 하였다.

당장 고민한다고 명확히 알아낼 수 있는 부분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대신 바로 메시지 창을 열어, 일꾼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기로 하였다.

이안은 능숙한 솜씨로, 일꾼들을 요리하기 시작하였다.

-이안 : 바네사!

-바네사 : 응?

-이안 : 첫 번째 정령수 잡았어.

-바네사 : 오오……! 정말이야?

-파티원 ‘이안’님이, 생명의 수호자 차르가(전설/초월) 소환수의 정보를 공유합니다.

-바네사 : 오! 미친! 쩔어!

-사라 : 헐, 미쳤다! 이걸 잡았다고?

파티 채팅 창에 띄운 차르가의 정보 창을 확인한 두 쌍둥이 자매는, 이안의 예상대로 광분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안은, 히죽 웃으며 채팅을 이어 갔다.

‘흐흐, 귀여운 녀석들.’

너무도 먹음직스런 떡밥을 이미 물어 버렸으니, 두 사람은 이제 이안의 손바닥 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안 : 후후. 봤지?

-바네사 : 그럼 이제 다음에 잡는 녀석은 내 거야?

-이안 : 아니, 그건 아니야.

-바네사 : 칫, 그럼……?

-이안 : 지금 잡은 바로 이 녀석을, 너한테 줄 예정이거든.

-바네사 : 오! 우오! 우오오!

-사라 : 크으……! 역시 이안!

그리고 두 자매의 기대치를 최고까지 끌어 올린 이안은, 두 사람을 한계까지 부려 먹기 위한 마지막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안 :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바네사.

-바네사 : 뭔데? 그게 뭔데?

-이안 : 이번 포획 노가다가 끝날 때까지, 너희 둘이 아주 충, 실, 히 날 도와줘야 해.

-사라 : ……!

뭔가 강렬한 불길함과 노가다의 향기가 느껴지는, 이안의 마지막 한마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자매는 이안의 제안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그래 왔지만, 그 불길함의 크기보단 이안의 떡밥이 훨씬 더 먹음직스러웠기 때문이다.

-바네사 : 그거야 당연하지! 맡겨만 주시라!

-사라 : 당연한 말씀!

-이안 : 좋아, 그럼 계약 성립!

그리고 두 사람을 완벽히 옭아매는 데 성공한 이안은, 본격적인 노가다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이름하여 ‘두더지 잡기’ 프로젝트.

이안은 카이자르가 봤다는 그 ‘특별한’ 정령수가 나타날 때까지 이 노가다를 계속할 생각이었다.

‘후후, 이거 은근히 재밌잖아?’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안의 이 프로젝트는, 꼬박 이틀 만에 끝을 볼 수 있었다.

이틀 동안 계속해서 정령수들을 잡고 처치한 끝에, 드디어 카이자르가 이야기했던 ‘특별한’ 녀석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분명 적지 않은 시간을 들인 것이었지만, 이안은 만족하였다.

용암의 대지를 공략할 때처럼, 잠을 줄여 가면서까지 작업한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크, 드디어……!”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녀석을 만난 바로 그 순간, 이안은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를 마주하게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