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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915화 (918/1,027)

< 915화 1. 첫 번째 마법 융합 (2) >

* * *

사실상 정령계라는 거대한 중간 차원계 하나의, 모든 메인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연계 퀘스트.

그 대서사시의 일막(一幕)을 마무리한 보상은 이안의 기준에서도 정말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일단 한시적으로라도 ‘정령왕’과 계약했다는 부분부터가 엄청난 특전이었으며, 그 외에도 자잘한(?) 보상들이 추가로 쏟아졌으니 말이었다.

-흠, 자네. 대지의 정령술에 대해 너무 무지하군.

“아, 대지의 정령 마법들은 접할 기회가 없었던지라…….”

-나 트로웰의 계약자가 대지의 정령 마법을 전혀 모르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럼 어떻게…….”

-이렇게 하도록 하지.

“……?”

띠링-!

-대지의 정령왕 ‘트로웰’로부터 고대의 정령 마법서 ‘클레이 스트레이프(Clay Strafe)(유일)(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대지의 정령왕 ‘트로웰’로부터 고대의 정령 마법서 ‘어스 익스플로젼(Earth Explosion)(영웅)(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대지의 정령왕 ‘트로웰’로부터 고대의 정령 마법서 ‘스톤 샤워(Stone Shower)(희귀)(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중략…….

-내일 아침이 밝기 전까지, 이 정령 마법들을 모조리 습득하도록.

“……!”

트로웰의 파격적인(?) 제안에 이안은 벙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 권 구하기도 힘든 고대의 정령 마법서를 무려 다섯 권이나 쏟아 주었으니 말이다.

‘뭐 이렇게 참된 NPC가 다 있어?’

어투만 들으면 마치, 어떻게 대지의 정령 마법을 이렇게 모를 수 있냐며 이안을 나무라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결론적으로는 기부 천사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따로 없네. 외모가 나무처럼 생겨서 그런가?’

인간과 나무의 중간(?)쯤 되어 보이는 트로웰의 외모를 힐끔 보며, 히죽히죽 미소 짓는 이안.

트로웰에 대한 호감도가 급격히 상승한 이안의 입가에, 자본주의의 미소가 한층 덧씌워졌다.

“내일 아침까지, 전부 다 마스터해 오겠습니다, 트로웰 님.”

-후후, 좋은 자세로군.

그리고 이안과 트로웰의 대화는 계속해서 더 이어졌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트로웰이 이안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기 때문이었다.

이안이 지금까지 진행한 에픽 히든 퀘스트들.

그 퀘스트들을 어떻게 클리어하였으며, 어떤 길을 지나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듣는 트로웰은 마치 자신이 이안이 되기라도 한 듯 몰입하였다.

“그래서, 그락투스 일족과는 이렇게…….”

-오오! 대단하군!

“마타야 협곡에서는 이런 일이…….”

-크, 이럴 수가! 기계 드래곤이라니! 엄청나잖아!

그리고 그렇게 이안의 이야기가 모두 끝나자, 이안을 응시하는 트로웰의 표정은 더욱 흡족하게 변하였다.

-역시 나의 안배를 수행한 영웅답군.

“과찬이십니다.”

-자네와 함께라면 기계문명과의 전쟁…… 이번에는 분명히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 같구먼.

“과거와 달리 다른 정령왕들께서 안 계시는데…… 가능하겠습니까?”

-크흠! 덜떨어진 라그나로스와 바보 같은 에실론보다는…… 자네가 나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일세.

“하, 하하…….”

이어서 이안과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눈 트로웰은 드디어 새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였다.

-어찌 됐든, 이제 며칠만 지나면…… 본격적으로 전쟁이 다시 시작될 걸세.

“찰리스가 이를 갈고 있겠죠.”

-오호, 자네. 찰리스도 알고 있는가?

“전에 잠깐이지만 만나 본 적이 있습니다.”

-……찰리스를 만나서 살아 돌아오다니! 자네 역시 대단하군.

“찰리스의 분신 같은 존재를 만났던 거라…….”

-그래도 어쨌든 대단해.

잠시 뜸을 들인 트로웰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일단 자네 덕에 깨어나기는 했네만, 나는 아직 모든 힘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네.

“알고 있습니다.”

-내게 일주일 정도만 시간을 주시게나.

“시간을 달라는 말씀은…….”

-일주일 동안 요람 안에서 정령력을 회복할 생각이라네. 물론 일주일이 지나도 100% 회복이야 불가능하겠지만…….

“아하, 그렇군요.”

-그래도 모든 성물들의 힘을 흡수할 시간은 충분히 될 테니 말이지.

“그럼 일주일 뒤엔…….”

-전쟁이 시작되겠지.

띠링-!

트로웰과의 대화가 일단락되자마자, 곧바로 떠오른 붉은 빛깔의 시스템 메시지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새로운 연계 에픽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오픈됩니다.

-‘기계 전쟁의 서막(에픽)(히든)(비활성화)’ 퀘스트를 수령하였습니다.

-퀘스트 활성화까지 남은 시간 – 167 : 23 : 59

이어서 그와 동시에, 같은 색깔의 강렬한 빛깔의 시스템 메시지가, 월드 메시지로 한 줄 추가되었다.

-유저 ‘이안’에 의해 중간계의 신규 에피소드가 오픈됩니다.

-7일 뒤, ‘기계 전쟁의 서막’ 에피소드가 시작됩니다.

* * *

중간계에 오랜만에 떠오른 월드 메시지는 다시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궈 놓았다.

기사 대전의 리그전에 집중되어 있던 유저들의 관심이 옮겨 갈 만큼, 충분한 빅 뉴스였으니 말이었다.

-와, 이번에도 이안이야?

-미친, 기사 대전에도 안 나오더니. 저거 하고 있었나 보네.

-캬……! 신규 에피라니. 정령계랑 기계문명. 아직 절반도 공략 안 된 거 아니었음?

-그러게. 커뮤니티 뒤져 보면 랭커들도 메인퀘 깬다고 헤딩중이던데. 대체 신규 에피가 왜 벌써 열린 거지?

새로운 에피소드가 열리면, 유저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다.

비록 자신이 그 선두에 서서 콘텐츠를 선점하는 게 아니라 하더라도.

중위, 하위권 유저들을 위한 콘텐츠들이 따로 오픈되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스토리와 관련된 하급 던전이 열린다든가, 에피소드와 관련된 새로운 NPC들이 마을에 등장한다든가.

또는, 관련 세트 아이템이나 희귀 아이템들이 드롭되기 시작한다든가 하는 내용들 말이다.

사실 카일란 수준으로 업데이트가 빠르고 방대한 게임은 이제껏 없었기 때문에, 라이트 유저들은 그 하급 콘텐츠들을 따라가기도 벅찰 지경이었지만 말이다.

-역시 갓겜…….

-그나저나 님들, 이거 타이밍 예술이지 않나요?

-무슨 타이밍요?

-신규 에피 시작되는 타이밍이 정확히 리그전 끝난 다음 날이잖아요.

-어어? 그러고 보니……?

커뮤니티에서는 신이 난 유저들이 이런저런 추측을 하기도 했고…….

-뭐지, 이안 혹시 운영자랑 무슨 관계있는 거 아님?

-글쎄요. 지난번 기획자 인터뷰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진 않던데…….

-하긴, 기획팀 친구들 이안 때문에 울면서 인터뷰 하긴 하더라구요.

그 추측들 중에는 놀랍게도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들도 제법 있었다.

-이안이 게임 운영진이랑 무슨 관련이 있다기보다는 퀘스트 기획팀에서 일정을 맞게 조절했을 수는 있겠죠.

-아하, 그게 더 신빙성 있겠네요.

-아무래도 뉴 에피가 기사 대전 일정이랑 겹치면, LB사 측에서는 손해니까요.

-LB사만 손해가 아님. 기사 대전 때는 기사 대전에 집중하고 싶지, 신규 에피 열리면 랭커들 선택장애 걸릴 듯.

-그것도 맞는 말이고요.

이안이 트로웰을 깨워 낸 시점이야 카일란 기획팀에서 손을 댈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새 에피소드가 열리기까지 설정된 7일이라는 시간은, 기획팀에서 의도적으로 조정한 부분이 맞았으니 말이다.

“후우.”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읽어 내려가던 나지찬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귀신 같은 놈들…….”

그리고 나지찬의 한숨 섞인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팀원이 한마디 덧붙였다.

“저 댓글 단 친구, 제법 똑똑한 편이네요.”

“그러게.”

“팀장님, 오늘도 야근이죠?”

“그런 건 뭐 하러 물어보냐, 입 안 아프냐?”

“…….”

한숨을 푹푹 쉬기는 했지만, 지금 기획3팀은 한차례 숨을 돌린 상황이었다.

결국 정령왕을 이용하여 이안의 관심을 확 끌어와서, 키메라와 관련된 콘텐츠를 구석으로 치우는 데(?) 성공했으니 말이었다.

물론 신규 에피소드를 내줬다는 점은 뼈아팠지만, 그래도 최악은 막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 놨으니, 못해도 보름 정도는 번 셈이네.’

그리고 상황이 기왕 이렇게 되자, 나지찬은 한 가지 기대가 되기 시작하였다.

‘이안도 이제 기사 대전에 참전할 테고…….’

지금껏 기사 대전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이안이지만, 이렇게까지 상황이 딱 떨어지게 흘러가는 데도 참전하지 않을 리는 없을 것이었고.

과연 이 시점에서 이안이 글로벌 랭커들을 상대로, 어떤 활약을 보여 줄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에 몇몇 랭커들이 치고 올라오긴 했지만, 이안 수준은 아니고…… 이안 무쌍을 볼 수 있으려나?’

어느새 이안으로 인한 고통은 잊어버린 것인지, 기사 대전을 상상하며 싱글싱글 웃는 나지찬이었다.

* * *

퀘스트가 일단락된 뒤, 이안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당연히 고대의 정령 마법서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흣차.”

한 권 구하기도 힘든 정령 마법서를 무려 다섯 권이나 구했으니, 다른 모든 것들보다도 정령 마법을 연구하는 것이, 가장 우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마법서들을 살피는 이안의 입에서 히죽히죽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수순.

“흐흐, 흐흐흐.”

물론 이안이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얻었던 ‘마이티 프로즌(Mighty Frozen)’보다 더 좋은 마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어차피 융합하면 되니까.’

정령 수호자로부터 고대의 정령술을 배운 뒤로, 이안에게는 ‘고대의 정령 마법 융합술’이라는 흥미진진한 콘텐츠가 생겼으니 말이었다.

‘어중간하게 좋은 마법 하나보다, 이렇게 짤짤이가 많은 게 더 낫지.’

이안이 얻은 다섯 권의 정령 마법서 중, 영웅 등급과 유일 등급은 각 하나씩뿐이었다.

나머지 세 개의 마법서는 고작 희귀 등급에 불과했던 것.

그래서 이안은 가장 먼저 이 희귀 등급의 마법들을 융합해 볼 생각이었다.

‘일단 융합을 하려면, 습득부터 해야겠지.’

스킬 북들을 전부 살핀 이안은 연신 히죽거리며 정령 마법을 습득하기 시작하였다.

-고대의 정령 마법서 ‘클레이 스트레이프(Clay Strafe)(유일)(초월)’를 습득하였습니다!

-고대의 정령 마법서 ‘어스 익스플로젼(Earth Explosion)(영웅)(초월)’을 습득하였습니다!

-고대의 정령 마법서 ‘스톤 샤워(Stone Shower)(희귀)(초월)’을 습득하였습니다.

-고대의 정령 마법서 ‘어스 페더(Earth Fetter)(희귀)(초월)’을 습득하였습니다.

-고대의 정령 마법서 ‘어스 블레싱(Earth Blessing)(희귀)(초월)’을 습득하였습니다.

-마법을 추가로 습득하여, ‘고대의 정령술’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합니다!

트로웰로부터 얻은 다섯 가지의 마법들 중에서, 이안이 실전에서 사용할 만한 마법은 하나뿐이었다.

‘클레이 스트레이프…… 이것 빼면 좀 애매해.’

유일 등급의 정령 마법이자 광역 공격 마법인 클레이 스트레이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계륵과 같은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영웅 등급의 마법인 어스 익스플로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유일 등급의 마법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었다.

마법 공격력 계수야 어스 익스플로젼이 월등했지만, 소환 마력 계수가 거의 없다시피 하였으니 말이다.

만약 이안이 마법형 소환술사였다면 무조건 어스 익스플로젼을 선택했겠지만, 지금의 이안에게는 소환 마력 계수가 높은 클레이 스트레이프가 더 고효율 마법이었다.

‘자, 그럼 남길 마법은 결정했고…… 융합을 어떻게 해 볼까.’

마법 목록을 확인한 이안은 눈을 빛내며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잠시 후, 융합할 세 가지 마법을 차례로 선택하였다.

“희귀 등급 세 개를 한 번에 합쳐 보지, 뭐.”

완전히 처음 접하는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마법들을 선택하는 이안.

-삼단융합의 경우, 융합 성공률이 대폭 하락합니다.

-삼단융합을 성공할 시, 상위 마법을 획득할 확률이 크게 증가합니다.

경고(?)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망설임 없이 융합 스킬을 발동시켰고.

우우웅-!

이어서 이안의 손에서, 새하얀 빛줄기가 환하게 터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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