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972화 (973/1,027)

< 972화 4. 뜻밖의 마수 연성 (3) >

* * *

한편, 마수 연성 협회의 지하 연성실에서, 이안이 그렇게 행복한 꿈을 꾸고 있던 그 무렵.

부글부글-.

기이잉-!

이안의 심부름(?)을 수행 중인 조나단은 무척이나 긴박한 상황 속에서 고통받고 있었다.

‘크윽, 이런 일인 줄 알았으면…… 미리 손절했을 텐데…….’

드르륵- 쿵-!

온통 차가운 냉기로 가득한, 어둡고 깊은 얼음 호수의 심연.

그 깊숙한 곳으로 잠수한 조나단은 까만 금속으로 만들어진 무언가를 낑낑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조금만 더……!’

지금 조나단이 하고 있는 일은 표면적으로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샤이야의 얼음 호수 깊숙한 곳에 설치되어 있는 ‘마력 환원 장치’에 이안으로부터 받은 마력차단 장치를 끼워 넣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최상급 암살자 랭커인 조나단에게, 어둠의 군단의 눈을 속이고 봉우리 안쪽으로 잠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며, 마력차단기의 작동법도 무척이나 쉬웠으니.

겉으로는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퀘스트였던 것이다.

하지만 조나단이 간과한 것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있었다.

‘마력 환원 장치라는 게, 이렇게 깊숙한 호수 안쪽에 있을 줄이야…….’

그것은 바로, 그가 수영을 잘 못한다는 사실.

미끌-.

‘으아아아!’

깊은 수중에서 숨을 참아 가며 차단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조나단은 거의 탈진하기 직전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제발, 제발……! 이번엔 성공해야 해!’

마력 환원 장치 곳곳에 낀 이끼들 때문에 손이 미끄러질 때마다, 스트레스 지수가 팍팍 상승하는 조나단.

차라리 환원 장치가 호수 바닥에 붙어 있었다면 발을 딛고 움직이며 빠르게 작업할 수 있었을 텐데, 둥근 구 형태의 마력 환원 장치는 호수 중앙에 둥둥 떠 있었으니.

수영을 못 하는 조나단으로서는 무거운 차단기를 끼워 넣는 작업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끄으으으…….’

숨을 못 참고 물 밖으로 나갔다 들어온 게, 벌써 열 번도 넘은 상황!

게다가 시간을 더 끈다면 어둠의 군단도 그의 잠입을 알아챌 확률이 높았으니, 조나단은 점점 더 초조해지기 시작하였다.

‘이번엔 무조건 해내야 해.’

하여 조나단은, 혼미해지는 정신을 어떻게든 부여잡고 버텨 내었고.

띠링-!

급기야 카일란을 플레이하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종류의 메시지까지 보게 되었다.

-산소 공급이 필요합니다.

-이상 상태가 지속되어, 생명력이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초당 2%만큼의 생명력이 감소합니다.

……후략……

‘제기랄, 익사하는 것도 가능한 게임이었어?’

이를 악문 조나단은 안간힘을 쓰며 발장구를 가속하였다.

어떻게든 차단기의 이 마지막 부위를 환원기 안으로 밀어 넣어야, 퀘스트가 클리어되니 말이다.

-생명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수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사망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경고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끝장을 보겠다는 마인드로 차단기를 움직이는 조나단!

-생명력이 2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상태 이상으로 인해, 모든 능력치가 30%만큼 감소합니다.

온몸이 저리는 느낌에도 불구하고 조나단은 안간힘을 쓰며 쇳덩이를 밀어 넣었고.

그 결과, 결국 차단기를 설치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마력 차단 장치’를 성공적으로 설치하셨습니다!

-‘마력 환원 장치’의 마력 공급이 중단됩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샤이야 봉우리의 자연 마력이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후략……

조나단의 입장에서는 어둠의 군단장 암살 퀘스트보다도 더 어렵게 느껴졌던 지옥 같은 퀘스트를 드디어 클리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됐어!’

하지만 차단기 설치에 끝났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종료된 것은 아니었다.

-생명력이 1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상태 이상으로 인해, 모든 능력치가 50%만큼 감소합니다!

끝까지 버티며 차단기를 설치한 탓에, 조나단의 생명력은 거의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었고.

이대로라면 5초 이내로 회색 화면을 보게 될 테니 말이었다.

조나단의 수영 실력으로 5초 안에 호수 밖으로 벗어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던 것.

‘젠장!’

하지만 다행인 것은, 조나단이 아무런 대비 없이 이렇게 무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걸 이런 곳에서 쓰게 될 줄이야…….’

혹시 몰라 상비해 두고 있던 즉발형 귀환 스크롤이 인벤토리에 한 장 남아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랭커인 조나단에게도 부담이 될 만큼 비싼 잡화 아이템이었으나, 사망 페널티를 받는 것보다는 스크롤을 찢는 것이 몇 배는 나은 선택이었던 것.

하여 조나단은 다급히 스크롤을 꺼내어 찢었고, 덕분에 사망 페널티를 받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초월자의 귀환 스크롤’ 아이템을 사용하셨습니다.

-마지막에 저장된 위치로 자동 귀환됩니다.

우우웅-!

그리고 새파란 빛무리에 휩싸여 호수 밖으로 빠져나가는 조나단은 누군가가 머릿속에 떠올랐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어서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단단히 다짐(?)하였다.

‘이번이 끝이야, 끝. 이제 이안 놈이랑 같이 뭐라도 더 하나 봐라.’

물론 조나단이 그 다짐을 지켜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말이었다.

* * *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화롭기 그지없는 중간계의 중립 지역 크루니아 내성.

그런데 이 평화로운 중립 지역의 한쪽 구석에서 다소 요상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스승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이안느 님……!”

“아니, 그러니까 그게…….”

“이안느 님과 같이 고대의 연성술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받아 주십시오!”

“에, 그러니까 그게…… 너무 급작스럽기도 하고…… 제가 그럴 수 있는 역량도…….”

“신화 등급의 고대 마수를 한 번에 연성해 내셨는데, 역량이 부족하다니요!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무튼 지금은 좀 곤란…….”

이안 덕에 고대의 마수 최초 연성에 성공한 엘던이 그를 스승으로 모시겠다며 보내 주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 이놈은 왜 이렇게 끈질긴 거야?’

그리고 이안은 엘던이 자신을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하는 이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마수 연성술 협회에는 사제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NPC를 스승으로 모시게 되면 그로부터 많은 정보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것은 처음 협회에 가입할 때 설명해 주는 것이어서, 이안 또한 알고 있는 시스템이었던 것.

‘젠장, 곤란한데…….’

때문에 이안이 곤란해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유저인 이안이 엘던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음은 물론이었거니와, 이렇게 실랑이를 하다가는 정체가 들통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이안느’라는 NPC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

‘아, 이 찰거머리 같은 놈을 어떻게 떼어 놓지……?’

하여 이안은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는 지금 1초라도 빨리 길드 거점으로 돌아가, 새로 얻은 ‘고대 파괴의 발록’ 레시피를 분석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찰거머리 같은 엘던 때문에 피 같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 크르르, 빨리 신화 등급으로 승진시켜 줘야 하는데……!’

하여 이안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 끝에, 기발한(?) 생각을 해 낼 수 있었다.

어쩌면 미봉책일지도 모르지만, 엘던을 떼어 놓을 그럴싸한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엘던 님.”

“옙?”

“정말…… 제 제자가 되고 싶으십니까?”

“무, 물론입니다!”

“정 그러시다면…….”

엘던에게 슬쩍 운을 띄워 둔 이안은 빠르게 인벤토리를 뒤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오래 전 만들어 두었던, 꼬깃꼬깃한 종이 하나를 꺼내어, 엘던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은…… 연성 레시피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한데 이것을 왜 제게…….”

이안이 엘던에게 건네준 것은, 다름 아닌 마수 연성 레시피.

과거 이안이 카노엘의 퀘스트를 도와주며 알아내었던, 마수 연성의 비밀이 담겨 있는 레시피였다.

‘아무리 엘던이라도, 이 연성레시피에 담겨 있는 비밀을 알아내려면…… 최소 1주일은 걸리겠지.’

엘던과 눈이 마주친 이안은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레시피의 연성에 성공하신다면, 다시 저를 찾아오십시오.”

“이건, 그냥 영웅 등급 마수 연성 레시피 아닙니까?”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하는 엘던을 향해,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설마, 엘던 님께 평범한 영웅 등급의 레시피 연성을 이야기했겠습니까?”

“그럼……?”

“제가 과거 연구했었던, 특별한 연성의 비밀이 담겨 있는 레시피입니다.”

“……?”

“연성에 성공한다면 자연히 그 비밀을 알게 되시겠지요.”

마수 연성술이라는 클래스는 절대로 탐구심과 호기심 없이 성장할 수 있는 클래스가 아니다.

극한의 연성 노가다를 해 내려면, 새로운 연성법에 대한 궁금증과 집착이 뒷받침돼야 하니 말이다.

때문에 이안이 건넨 레시피는 엘던으로선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미끼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레시피에 담긴 연성술을…… 성공시키기만 하면 되는 거지요?”

“물론입니다.”

“연성을 성공한 이후에는 다시 협회로 돌아오면 되는 겁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안은 ‘엘던’이라는 짐을 누군가(?)에게 떠넘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엘던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를 찾아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엘던.”

“그게 무슨……?”

“협회에 돌아오셔서, ‘세르비안’을 찾으십시오.”

“세르비안……이라면…….”

“제 스승님이시자, 마수 연성술의 대부와도 같은 분입니다.”

“……!”

“그분의 제자가 되신다면 굳이 제게 배우실 이유가 없으니…… 그렇게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안이 준 레시피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연성에 성공한 마수의 스텟 분배와 가중치에 대한 이해가 완벽히 수반되어야만 한다.

연성의 재료에 ‘카카루트’라는 마수가 베이스 마수로 들어가는 레시피인데.

민첩이 지능보다 높은 카카루트를 구하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연성 레시피였으니 말이다.

보통 카카루트라는 마수는 민첩이 낮고 지능이 월등히 높은 마수였고, 때문에 민첩이 더 높은 카카루트를 구하기 위해서는 다른 연성법을 사용하여 변종 카카루트를 만들어 내야만 하는 것.

베이스 마수의 스텟 비율에 따라 연성된 마수의 능력치 분배가 달라진다는 사실은 아직까지도 공식적으로 알려진 적 없는 비밀이었고.

때문에 이안은 엘던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겸, 그에게 진 빚도 갚을 겸.

흥미로운 연구거리를 던져 준 것이다.

그리고 이안의 그 제안을 엘던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세르비안은 분명, 마수 연성 협회에서도 장로급의 인NPC였는데…….’

이안의 스승이라면 분명 고대의 마수 연성에 대해서도 알 것이었고(?) 그보다도 더 실력이 뛰어난 연성술사일테니, 굳이 이안의 제자가 되기를 고수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하여 이안에게 레시피를 받아 든 엘던은 결국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덕분에 이안은 무사히(?) 마수 연성 협회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휴, 거머리 같은 놈…….’

물론 귀환 스크롤 등의 다른 수단을 이용해 도주(?)할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자신이 유저였다는 것을 드러내는 꼴이 되어 버리니.

어떻게든 자연스런 방법으로 엘던의 관심을 돌려놓은 것이다.

“휴우, 그럼 이제 슬슬 거점으로 돌아가 볼까……?”

엘던과 헤어진 이안은 크루니아 광장의 구석으로 나와 귀환 스크롤을 펼쳐 들었다.

우우웅-!

그리고 스크롤을 찢는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상기되어 있었다.

‘으흐흐.’

거점으로 돌아가 신화 등급 파괴의 발록을 연성할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들뜬 것이다.

파아앗-!

하지만 스크롤을 타고 거점으로 돌아온 순간, 이안의 계획은 급작스레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어……? 조나단……?”

거점의 정문에 도착하여 걸음을 옮기려던 그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으니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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