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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1019화 (1,019/1,027)

< 1019화 5. 지옥의 노가다 (2) >

* * *

카루아르크의 생김새는 생각보다 낯이 익었다.

이미 이안이 알고 있는 어떤 소환수와, 외형 자체가 흡사했으니 말이다.

‘신조(神鳥)라더니…… 유피르 산맥에 서식하는 세라크랑 엄청 비슷한 외형이네.’

유피르 산맥의 ‘신조’라고 알려진 세라크는 고작 희귀 등급의 소환수였지만, 무척이나 귀한 소환수였다.

희귀도가 엄청나게 높은 데다 특수한 속성인 ‘빛’속성을 가졌으며, 무려 전설 등급의 소환수인 그리핀까지 진화시킬 수 있다고 알려진 녀석이었으니 말이다.

이미 그리핀이 있는 이안에게야 크게 매력적인 녀석이 아니었지만, 한때는 이 세라크를 포획하겠다고 수많은 소환술사들이 유피르 산맥에 득실거렸을 정도.

‘빛 속성을 가진 세카루 그리핀으로 진화가 가능할 테니…… 인기가 많은 것도 무리는 아니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라크를 손에 넣은 유저는 그리 많지 않았었다.

희귀도도 희귀도지만, 애초에 유피르 산맥 자체가 지상계에서 가장 난이도 높은 필드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세라크가 있다고 개나 소나 세카루 그리핀까지 진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세카루 그리핀의 희귀도는 이안조차도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물론 이안이 마음먹고 작업한다면, 금방 만들어 내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재밌군. 세라크와 비슷한 외형을 가진 새들이 이렇게 득실거리는 곳을 보게 될 줄이야.’

하여 어느 정도 카루아르크의 사냥이 익숙해진 시점.

이안은 살짝 만용(?)을 부려 보기도 하였다.

‘세라크가 세카루 그리핀으로 진화가 가능하니…… 어쩌면 이 녀석은 어둠 속성 그리핀이 될지도 몰라.’

세카루 그리핀이야 이미 가진 랭커들이 꽤 있었지만, 어둠속성 그리핀은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었고, 해서 이 카루아르크를 한번 포획해 볼까 시도한 것이다.

‘이제 한 3시간 정도만 더 노가다하면 깃털 120개는 다 모을 수 있으니까…… 여길 졸업하기 전에 포획 시도는 한번 해 봐야지.’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안의 그러한 시도는 완전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 뭐 하는 건가, 지금.

“포획.”

-카루아르크를 길들일 수 있는 존재는, 세상에 단 한 분뿐이다.

“죽음의 신 하데스를 말하는 건가?”

-그래.

일단 제이칸부터가, 카루아르크를 포획할 수 없는 존재라고 확언하였으니 말이다.

물론 제이칸의 말만 듣고 그대로 멈출 이안은 아니었지만…….

“근거는?”

-그, 근거?

“그래, 근거.”

-그건…… 내가 이렇게 긴 시간 존재해 오면서, 단 한 번도 카루아르크를 길들인 존재를 본 적이 없으니까.

결과적으로 이안은 카루아르크를 잡는 데 실패하였다.

띠링-!

-카루아르크가 흉포한 부리를 흔들며 깨어납니다.

-카루아르크를 포획하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카루아르크를 포획하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후략…….

“쳇, 어쩔 수 없지. 시간만 많았어도 잡을 때까지 해 보는 건데.”

-무식한 놈…… 사람 말을 좀 믿어라. 스틱스강에 대고 맹세라도 해야 믿어 줄 거냐?

“…….”

-한 마리 잡아다가 깃털을 왕창 뽑을 생각이라도 했나 본데, 쓸데없는 짓 할 시간에 한 마리라도 더 사냥해라, 인간.

“아, 알겠어. 알겠어. 이거 죽음의 기사가 아니라 잔소리 대마왕이네.”

그리하여 이안은, 일단 카루아르크의 포획을 포기하고, 다시 사냥에 전념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띠링-!

-카루아르크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혼령의 깃털’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현재까지 수집된 혼령의 깃털 : 120개

-‘혼령의 날개 제작(히든)(에픽)(연계)’ 퀘스트의 달성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거의 사흘을 꽉 채운 노가다 끝에, 이안은 120개의 깃털을 전부 수집할 수 있었다.

“자, 그럼 다시 명왕성에 다녀올게.”

“얼른 다녀와, 형. 로브는 최고급으로 챙겨 오는 거 잊지 말고.”

“물론이지.”

-방심하지 마라, 인간.

“알겠어, 잔소리꾼.”

그리고 노가다를 무사히 끝낸(?) 이안은 자신의 경험치 게이지를 확인하며 피식 웃었다.

‘다행히 여기서 100레벨을 찍진 않았네.’

90% 남짓이었던 경험치 게이지가, 아직 93~94% 정도까지밖에 차 있지 않았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이안은 이때까지도 알 수 없었다.

이것이 노가다의 끝이 아니라, 지옥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음, 죄송합니다, 기사님.”

“예……?”

“실패했군요.”

“뭐……라구요?”

“하하, 처음 제작해 보는 아티펙트이다 보니, 당연한 결과이긴 합니다.”

“그, 그걸 말이라고…….”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이제는 감을 좀 잡은 것 같으니까요.”

“…….”

“깃털을 한 번만 더 구해 와 주시겠습니까?”

120개의 깃털을 가지고 자신만만하게 공방으로 들어갔던 라르덴이, 순식간에 노가다의 결정체를 날려 먹고는 너무도 뻔뻔한 얼굴로 이안에게 다시 깃털을 요구한 것.

띠링-!

-마도 상점의 주인 ‘라르덴’이 ‘혼령의 날개’ 제작에 실패하였습니다.

-‘혼령의 깃털’이 전부 소멸되었습니다.

-‘혼령의 날개 제작(히든)(에픽)(연계)’ 퀘스트의 달성 조건이 초기화되었습니다.

‘뭐 이렇게 더러운 퀘스트가…….’

하지만 이안에게 선택지는 없었고, 다시 이안은 죽음의 균열로 돌아가야 했다.

“뭐야, 형. 왜 빈손으로 와.”

“실패했대.”

“뭐……?”

“제작.”

“그, 그럼 어떡해?”

“120개…… 다시 구해 오래.”

“미친!”

그리고 다시 노가다를 시작하는 이 순간, 이안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건…….

이번에 120개를 모아도, 곧바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기분이랄까.

‘젠장, 이거 말이 씨가 된 건가?’

여기서 레벨 업을 할지도 모른다는 반쯤 농담 섞인 중얼거림이 점점 현실이 되어 가는 상황.

띠링-!

-카루아르크를 성공적으로 처치했습니다!

-카루아르크를 성공적으로 처치했습니다!

-카루아르크를…….

그리고 그렇게 노가다의 지옥 속에 빠진 이안은 결국 한 번의 실패를 더 경험한 뒤, 세 번째 시도에서 퀘스트를 완수할 수 있었다.

‘제발…… 성공했다고 말해! 제발……!’

“후우…….”

“성공했죠?”

“네?”

“성공했다고 말해 주세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좋았다구요?”

“이런 최고급 아티펙트를 세 번 만에 성공할 줄은, 저도 몰랐었으니까요.”

운이 좋았다는 라르덴의 말에 이안은 본능적으로 그를 쥐어박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는 끓어오르는 폭력성(?)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 낼 수밖에 없었다.

최소 혼령의 날개를 받아 내기 전까지는 라르덴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었으니 말이다.

대신 이안은 라르덴에게 요상한 부탁을 하였다.

“만약 저 이후에 누가 또 혼령의 날개 제작 의뢰를 한다면…….”

“예?”

“절대 한 번에 성공하시면 안 됩니다.”

“그, 그건 왜죠?”

“그럼 제 배가 너무 아플 것 같으니까요.”

“으음……?”

혼령의 날개 퀘스트를 할 후발 주자가 이안의 시행착오 덕에 한 번에 날개를 제작해 낸다면, 그의 배가 너무 아플 것 같았으니까.

물론 NPC가 그런 괴상한 부탁을 들어줄 리 만무했지만 말이었다.

“뭐, 그런 이상한 부탁을 들어드리긴 힘들 것 같지만……. 여튼 감사합니다, 이안 님.”

“…….”

“덕분에 혼령의 날개 제작법을 완벽히 습득했군요.”

“후우…….”

어쨌든 극심한 노가다의 고통은 차치하고, 1주일간의 고행 길을 걸은 이안은 성공적으로 퀘스트를 완수할 수 있었다.

띠링-!

-‘혼령의 날개 제작(히든)(에픽)(연계)’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S-

-마도 상점의 주인 ‘라르덴’과의 친밀도가 +25만큼 증가합니다.

-명성(초월)이 85,000만큼 증가합니다.

……중략……

그리고 이안은 드디어, 혼령의 날개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혼령의 날개’를 획득하였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초월 레벨 80 이상(달성)

-용비늘 신발 보유(달성)

-원소의 목걸이 보유(달성)

-혼령의 날개 보유(달성)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 새로운 칭호를 획득합니다.

‘드, 드디어……!’

-‘성운을 밟는 자’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이안은 아직 라르덴에게 받아야 할 보상이 두 개나 더 남아 있었다.

라르덴이 주겠다고 한 알 수 없는 아티펙트와, 이안이 처음에 요청했던 죽음의 로브.

하지만 지금 이안의 머릿속에서 그 남은 보상들은 잠시 잊힐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성운을 밟을 수 있게 된 데에 대한 감격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으니 말이었다.

‘크……! 성운 가즈아!’

심지어 방금까지도 끓어오르고 있던 라르덴에 대한 분노(?)까지도, 잠시 잊힐 정도.

‘마무리만 하고 곧바로 성운을 찾아가야겠어. 고룡 드라키시스인지 뭔지, 드디어 만날 수 있겠군.’

오랜만에 ‘고대 전장의 영웅’ 퀘스트 창을 확인한 이안은 무척이나 흥분된 표정이었다.

드라키시스를 만나 이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다면, 퀘스트 내용에 쓰여 있는 대로 중간자를 초월할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성운에 있는 현자의 탑으로 가서, 그곳을 지키는 고룡 ‘드라키시스’를 만나자. 그리고 그가 가진 지혜를 얻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영혼이 가진 위격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이안의 흥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기사님.”

“예?”

“약속드렸던 대로, 제가 아끼는 아티펙트 하나를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

“그리고 여기 원하셨던 죽음의 로브도…… 괜찮은 물건으로 하나 드리도록 하지요.”

띠링-!

-‘고대 혼령의 스태프(신화)(초월)’ 장비를 획득하였습니다.

-‘파괴술사의 데스 로브(신화)(초월)’ 장비를 획득하셨습니다.

라르덴이 건네준 나머지 보상들의 상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무척이나 뛰어났으며.

“……!”

-퀘스트를 완수하셨습니다!

-경험치(초월)를 100,000,000만큼 획득합니다.

보상을 전부 받음과 동시에 연계 퀘스트가 전부 종료되었고.

그에 따라 막대한 경험치를 획득하면서, 드디어 초월 레벨이 올랐으니 말이었다.

띠링-!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초월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초월 100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중략……

“어……?”

지금껏 보지 못했던 화려한 황금빛의 이펙트가 발밑에서부터 휘몰아침과 동시에, 이안의 눈앞에 주르르륵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

-모든 전투 능력치가 상향조정됩니다.

-명성(초월)을 500,000만큼 획득합니다!

……중략……

그리고 그 메시지들을 확인하는 이안의 눈에는 이채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

평소에 레벨 업을 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종류의 메시지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역시! 100레벨에는 뭔가 있었어!’

그리고 그 메시지들을 읽어 내려간 이안의 시선은 메시지 창의 최하단에 그대로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새로운 칭호가 개방됩니다.

-‘초월자의 자격(봉인)’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그곳에는 찬란한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한 줄의 메시지가, 이안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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