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곡괭이 들고 땅 파는 모습으로 한 번 더 찍을게요.”
“이렇게요?”
찰칵.
“네, 좋아요! 이번엔 고된 하루를 끝내고 보람찬 얼굴로 이마의 땀을 닦는 포즈 부탁해요.”
“어떻게 하루가 고될 수 있죠? 다이아를 캐는 건 제 인생 최고의 행복인데요?”
“그렇군요. 하지만 그래야 그림이 되지 않겠나요? 그렇다면 주인님께서 다이아를 가져가시지 않을 때를 회상하면서 조금 더 슬프게! 하지만 갑자기 다이아를 많이 가져가니까 막 행복해지려는 표정으로! 그렇죠, 그렇게!”
찰칵.
이게 다 뭐람?
어두운 색 돌로 이루어진 낯익은 광산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새들의 지저귐처럼 높은 톤으로 쫑알대는 목소리로 광산 앞이 북적거렸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흰 지금 인생 최고의 행운을 맞은 제1 광산에 와 있습니다. 주인님께서 역대급으로 다이아를 많이 소모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창고의 다이아를 전부 비우게 된 운명의 주인공들을 한번 만나 볼까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제1 광산의 총책임자 난쟁이예요.”
“창고가 텅 비는 모습을 보는 행운을 맞이하게 되셨다구요?”
“네! 제가 살면서 창고가 텅 비는 모습을 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저희 증조 할아버지부터 아버지까지 대를 이어 광산의 총책임자를 맡으셨는데 항상 창고에 다이아가 가득 찬 모습만 보셨지, 텅 빈 건 본 적 없으셨거든요.”
“그런 높은 자리를 대물림하다니. 혈연의 폐해 아닌가요?”
“꼬우시면 님 난쟁이도 다이아를 많이 캐시든가요. 우리 가문이 어떤 가문인 줄 알아요? 우리 고조할아버지 난쟁이가 말이야, 응? 우리 주인님이 막 마을에 강림하셨을 때부터 낡은 곡괭이 하나로 광산 입구부터 뚫던 난쟁이란 말이야. 우리 고조할아버지 때는 말이야. 다이아 창고라는 개념도 없었어. 요즘 난쟁이들은 으리으리한 창고만 봐 와서 그게 처음부터 있는 줄 알고 있는데, 원래는 작은 금고에서 시작해서….”
“컷! 컷!”
“네, 이상 데일리 난쟁이의 난쟁이 기자였어요. 잠시 광고 후 다시 찾아뵐게요.”
이게 진짜 다 뭐람? 난쟁이들? <무한 다이아>의 난쟁이들이야?
갑자기 바람을 타고 날아온 전단지 한 장이 퍽, 하고 내 얼굴에 달라붙었다.
난쟁이 성공 신화. 당신도 할 수 있어요. 지금 바로 새로 열리는 제3 광산에 지원하세요. 제2 광산의 창고가 텅 빈 광경을 목격한 행운의 난쟁이가 보증해요.
살면서 다이아가 가득한 모습만 봐 온 당신 난쟁이, 사는 게 지겹지 않나요? 이젠 당신의 꿈을 펼쳐 보세요. 당신도 텅 빈 다이아 창고를 보는 행운의 난쟁이가 될 수 있어요. 주인님을 위해 다이아를 캐는 영광을 당신도 누릴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