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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비밀-35화 (35/62)

#035

목덜미가 아릿할 정도로 빨려 들어갔다. 쇄골을 살짝 깨문 그의 입술이 젖무덤을 더듬고 내려갔다. 그의 입술이 가슴 끝을 살짝 머금은 순간, 그의 단단한 팔이 엉덩이를 받쳐 들었다.

두어 걸음 옮긴 그는 테이블 위에 수아를 기대 앉히고는 거세게 흡입하게 시작했다. 가슴이 둥그스름한 형체를 잃고 그의 입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뾰족하고 단단한 혀끝이 가슴 끝에 난 작은 구멍을 후벼 파듯 유린했다.

“으응.”

수아는 얕은 신음을 흘리며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일전에도 가슴에 그의 입술이 닿았던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는 사뭇 달랐다. 그는 이제 거리낄 게 없다는 듯 쉴 새 없이 수아를 몰아붙였다.

열기에 열기가 더해졌다. 이보다 더 뜨거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혼몽해지는 것 같은 착각이 인다.

가슴 끝이 얼얼할 정도로 빨렸다. 그는 코끝으로 가슴 밑동을 들어 올리듯 숨을 들이마시며 살갗에 여러 번 입을 맞추고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두려움이 경련하듯 비쳤다.

“순간적인 충동이나 욕구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야.”

열기가 부서져 내리는 탁한 목소리에는 허기가 역력했다. 감정은 의식하지 못한 순간 범람해서 투명하게 감각을 옥죈다. 그는 기나긴 세월을 축적해 온 관계에서 비롯된 욕구가 아니라는 사실이 곡해될까 봐 두려운 거다.

유예 기간을 갖자고 했던 수아의 말을 상기하듯, 그는 설득 어린 눈빛으로 수아를 바라보았다.

서로를 향한 짙은 감정이 생명력을 얻는 데 걸린 시간은 지나치게 짧았다. 그저 충동에 의한 짐승 같은 욕구에 휩쓸린 게 아니라는 듯 그는 막연한 얼굴이다.

“나도, 그런 거 아니에요.”

삽시간에 비정상적으로 쏠린 마음을 어루만지듯 그의 뺨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매끄러운 살갗에 닿은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두려운가?

두려웠었다. 그가 자신을 기만하는 것은 아닐까 저어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의 단단한 품에서 느껴지는 안온함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제껏 느껴 보지 못했던 안정감이 한없이 이어지기만을 바랐다. 신뢰감은 순식간에 그 몸집을 부풀려 그에게 몸과 마음을 모두 기대게 했다.

그가 천천히 입술을 내려 수아의 입술을 보드랍게 머금었다. 조심스러운 감촉은 경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충분히 제 뜻을 전했다 싶었는지, 수아를 번쩍 안아 들고는 침대로 걸음을 옮겨 갔다.

수아는 그의 목에 팔을 휘감은 채로 조심스러운 그의 입맞춤에 박자를 맞추었다. 등 뒤로 푹신하고 차가운 침구가 닿았다. 반면 말랑말랑한 여체를 짓누르는 그의 몸은 단단하고 뜨거웠다.

온몸을 감싸는 복합적인 감각에 전율이 오싹 돋아났다. 그의 커다란 손이 올올이 일어난 살갗을 달래듯 미끄러져 내려갔다.

가슴을 크게 움켜잡은 그가 또다시 입술을 내려 뾰족하게 솟은 유두를 핥았다.

살짝 닿았다가 떨어진 입술이 아쉽다. 그가 깊이 빨아들여 줬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하아.”

아쉬움에 탄식 같은 신음이 흘러나온 순간, 납작한 배를 따라 내려갔다. 가쁜 숨이 들락날락하는 탓에 흉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매끄러운 가슴을 양손으로 올려 잡으며 옴폭한 배꼽에 깊게 입을 맞췄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그의 뜨거운 호흡이 배꼽 언저리에서 느껴지자 아랫도리가 얼얼해지는 것처럼 찌릿한 감각이 퍼져 나갔다.

“정말 미치겠다.”

그는 향기에 취한 듯 몽롱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너는 아무리 맡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

샤워할 때 호텔 어메니티로 놓여 있는 보디 제품을 사용했는데도, 그는 수아에게서 특유의 향기가 나는 것처럼 굴었다. 도대체 무슨 냄새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의 손길이 풍성한 음모를 쓸어 올렸다.

순간 숨이 헉 차올라서 수아는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려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코끝이 비부에 닿기 직전에 눈이 마주쳤다. 혼몽하게 풀려 있는 그의 붉은 눈가는 지나치게 외설적이었다.

수아는 어금니를 사리물며 베개에 도로 머리를 기대었다. 그의 혀가 길게 갈라진 틈을 핥아 올린 순간, 목이 저절로 뒤로 젖혀졌다.

“아아.”

젖은 살점을 가르고 그의 혀가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왔다. 샤워할 때 자신의 손 이외에 그 누구의 손길도 닿았던 적 없는 살갗에 그의 입술이 닿았다.

그가 거칠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와 흘러내린 애액이 질척거리는 소리가 야하게 어우러졌다.

“하아. 셰프흐님.”

간절한 부름에 그가 수아의 허벅지 뒤쪽을 밀어 올렸다. 애액으로 젖은 엉덩이가 침구에서 떨어지는 생경한 감각이 노골적이다.

지금 무엇이 간절한지도 분간이 되지 않는다. 그가 자신을 더 자극해 주기를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끝없이 타오르는 열기가 두려워 조금만 늦춰 주기를 바라는 것인지.

숨이 콱 막힐 것 같다가도 그의 입술이 잠시 멀어질 때마다, 손길이 잠시 쉬어 갈 때마다 가까스로 숨이 흘러나왔다. 그때 느껴지는 안도감은 공허함과 궤를 같이했다.

끝내 자신을 바닥까지 끌어내릴 것 같은 무시무시한 쾌락에서 잠시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그와 맞닿고 있던 순간을 그리는 공허함이었다.

혀끝이 자리했던 곳에 그의 손가락 하나가 불쑥 밀고 들어왔다.

“으읏.”

쓰라린 상처를 헤집고, 딱지를 긁어내는 것처럼 간질간질한 통증이 느껴졌다. 허벅지 안쪽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아마도 은밀한 곳이 처음으로 열리는 순간에 일어나는 지극히 원초적인 방어 본능일 것이다.

그가 손가락을 밀어 넣은 채로 몸을 일으키더니 수아의 옆으로 비스듬히 누웠다. 다리를 벌린 채로 그의 손가락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는 침잠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쩐지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서 다리가 또다시 오므라들었다.

공간이 비좁아지자 질 안으로 들어온 그의 손가락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흐읏.”

제가 다리를 좁혀 놓고 속절없이 신음을 흘렸다. 그러자 그가 오른쪽 다리로 수아의 왼쪽 다리를 얽으며 다리 사이를 벌렸다. 가느다란 다리에 단단하게 휘감기는 감각과 함께 허벅지 바깥쪽을 짓누르는 존재감이 위협적이다.

그의 기다란 손가락이 하나 침범해 들어왔을 뿐인데, 꼬리뼈에서 척추를 타고 소름이 흘렀다.

그는 경고하듯, 묵직한 감각이 찢을 듯 치고 들어갈 거라는 사실을 알려 주듯, 허벅지 바깥쪽에 발기한 남성을 비벼 댔다.

질 내벽을 더듬고 있는 손가락은 두 개로 늘어났고, 그의 입술은 수아의 목덜미를 더듬고 올라와 귓불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열기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서 온몸의 감각을 일깨우겠다는 듯이 그는 세심하고 치밀하게 수아의 몸을 탐했다.

동시다발적으로 불꽃이 터지는 것처럼 쾌락은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흐읏.”

목을 한껏 뒤로 젖히며 어금니를 사리물었다. 들끓는 신음이 목구멍에 고여 터져 나오질 못했다. 와락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데, 그는 무섭게 자극하다가도 기가 막히게 물러났다.

“너무.”

토막 난 숨결과 함께 갈라진 음성이 튀어나왔다.

“얄미워.”

눈가를 타고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가 혀를 내밀어 눈물을 할짝거렸다. 그는 숨결이 조금 흐트러졌을 뿐, 아슬아슬하게 쾌감과 줄타기를 하는 듯한 자신에 비하면 너무도 멀쩡해 보였다.

“뭐가 얄미워?”

지독하게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부서졌다. 목소리에도 냄새가 있다면 지금 그의 목소리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불 냄새가 날 것만 같다.

“혼자, 아무렇지, 않고. 나만……. 아앗!”

그가 손마디를 세워서 질 내벽을 길게 긁어 내렸다. 어디를 공략해야 녹아내리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의 손길에는 오차가 없었다.

“너무.”

수아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할 말을 잊지는 않았다.

“능숙하잖아. 하읏.”

말끝에 신음이 따라붙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의 기민한 자극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우면서도, 더 큰 쾌감을 바라는 갈망에 바짝 약이 오르고, 능숙한 그의 손놀림에 억울하기까지 했다. 단말마처럼 내뱉는 신음에는 복합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수아는 그의 목을 감싸고 있던 팔을 아래로 내렸다. 허벅지 바깥쪽에 닿아 있는 묵직하게 발기한 물건을 가볍게 움켜잡았다.

흉흉한 모양새와 달리 핑크빛으로 달아올라 있는 물건의 감촉은 놀라울 만큼 부드러워서 저도 모르게 우둘투둘한 표피를 따라 어루만졌다.

“도수아.”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한승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깊게 가라앉았다. 들끓는 소스 팬에 실수로 손을 풍덩 빠뜨렸을 때보다, 그녀의 몸 안은 더 뜨거웠다. 손가락을 집어삼킬 것처럼 물어 오는 감각은 끝없이 들쑤시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난 처음인데. 셰프님은.”

그녀는 억울하다는 듯 읊조렸다. 한승의 입가에 지배적인 미소가 자리했다.

“세상에는 수아야.”

한승은 그녀를 달래듯 위무하는 손길로 뜨겁게 젖은 속살을 휘저으며 말을 이었다.

“경험해 보지 않아도.”

“흐읏.”

그녀가 상체를 뒤틀며 허리를 들어 올렸다. 더 깊고 묵직한 삽입을 원하는 몸부림이었다.

“알 수 있는 게 있어.”

헐떡이는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가 격한 숨을 토해 내는 지점을 긁어 내리고, 자극하기를 반복했다.

“본능이 가르쳐 주거든.”

조용히 읊조린 한승이 뜨거운 늪을 헤집던 손가락을 쑥 빼내자, 그녀가 한숨을 훅 내뱉었다. 협탁 위에 올려 두었던 콘돔을 집어 든 한승은 포장을 벗겨 내며 공허함에 젖은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텅 빈 시선이 허공을 헤매다 한승을 향했다. 쾌락 끝에 오는 수치심과 모멸감을 처음 겪는 듯 혼란스러운 얼굴이다.

앞으로 그녀가 평생 겪을 쾌감과 그 뒤를 따르는 허허로운 감각 모두 제 몫이길 바라며, 한승은 얌전한 듯 야하게 누워 있는 그녀의 몸 위로 엎드렸다.

그녀의 눈빛에 반짝 이채가 어린다. 관능적인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두 다리가 허리에 휘감겼다. 순간 공허함에 휩싸이기는 했지만, 한승의 대답이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한승은 묵직하게 달아오른 물건을 손에 쥐고 흥건히 젖은 입구가 열리도록 부드럽게 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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