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명한 비밀-36화 (36/62)

#036

찡그린 그녀의 미간에 열기가 고인다. 옴폭하게 들어간 입구에 끝을 맞추자 그녀의 눈가가 더욱 붉게 달아오른다.

“으응.”

좁은 입구를 얕게 파고들었다. 아래가 열리는 통증과 함께 그녀의 눈빛에 틈이 생긴 듯 벌어진다. 작은 손이 어깨를 그러쥐는 감각에서도 쾌감이 피어난다.

한승은 얕게 파고든 물건을 끝까지 빼냈다가, 다시금 파고들었다.

“아아.”

아주 조금 더 깊게 파고들었을 뿐인데, 그녀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혔다. 팽창된 쇄골 아래로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이 탐스럽다.

한승은 붉고 단단하게 영근 가슴 끝을 입에 물고 싶은 충동을 참아 내며 물건의 삼분의 일이 잠기도록 허리를 움직였다.

“으흑.”

그녀의 눈꼬리를 타고 눈물이 진득하게 흘러내렸다. 울음을 참는 표정이 안쓰러우면서도, 꾹꾹 눌러 담은 감정이 폭발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돌이켜 보면 한승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부터 울려보고 싶다는 비릿한 욕구에 사로잡혔었다.

한승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깊게 쳐올렸다. 단번에 깊게 채워 넣었다. 굵직하고 긴 물건을 감싸는 살결은 영혼을 태울 듯 뜨거웠다.

벌어진 그녀의 잇새로 신음조차 흘러나오질 않았다. 그녀의 눈가는 충격에 휩싸여 멍했고, 벌어진 입가에서는 숨결조차 새지 않았다.

꽉 막힌 숨통을 꿰뚫어 주기라도 할 것처럼 한승은 그녀의 입안을 파고들었다. 키스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섰던 그녀는 지금만큼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망설였다.

한승은 작은 입안에 힘없이 고여 있는 혀를 힘껏 빨아들이며 얽었다. 오돌토돌한 돌기를 천천히 비비며 허리를 부드럽게 뺏다가 다시 부드럽게 진입했다.

“으음.”

그녀의 입안에서 그제야 신음이 울렸다. 어깨에 닿은 작은 손이 바르르 떨렸다.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가슴이 단단한 몸에 닿아 부드럽게 이지러졌다.

허리를 뒤로 물렸다가, 다시 밀어 넣을 때마다 살갗이 맞닿은 부분에 마찰이 더해지며 붉은 열기가 피어났다.

몸 전체가 농밀하게 연결된 아찔한 감각에 정수리까지 저릿저릿했다. 한승은 그녀의 등과 매트리스 사이에 팔을 밀어 넣으며 몸을 더욱 바짝 밀착했다.

치받을 때마다 위로 밀려 올라가는 몸을 품 안에 고정한 채로 속도를 느릿하게 낮췄다. 깊게 맞물렸던 입술을 떼어 내자, 그녀에게서 짙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아.”

더운 숨결이 목덜미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아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그녀가 절박한 손길로 한승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목덜미를 빨아들였다.

한승은 감질이 나도록 천천히 움직였다.

“으응. 응.”

통증에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큰 쾌락에 잠식당한 건지 그녀가 내뱉는 신음에 결이 다른 쾌감이 배어났다. 그리고 한승을 미치게 만드는 그녀의 체취가 걷잡을 수 없이 짙어져서 정신이 나가 버릴 것만 같았다.

한승은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묻고 깊게 흡입했다. 폐부를 가득 채우는 열기에 뒤섞인 향기가 만족스럽다. 할 수만 있다면 모조리 들이마셔서 제 것으로 만들고 싶다.

“조금만, 더.”

더운 숨결 사이로 그녀가 내뱉은 말에 이미 발기할 대로 발기한 물건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가늘어진 눈가로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더 원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한승은 천천히 속도를 높여 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 천천히 움직였다. 그 후엔 자극하고 싶어서 천천히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롯한 쾌감에 취해 밀어 넣는다.

“흐응.”

그녀가 내뱉는 신음에 취해 상체를 들어 올렸다. 무릎 안쪽을 잡아당겨 말랑말랑한 엉덩이를 허벅지 위에 올렸다. 그녀의 가슴이 다른 형태로 흘러내렸다. 깊게 박아 넣을 때마다 탐스러운 젖가슴이 둥그렇게 호선을 그렸다.

“아아, 흐읏.”

깊게 파고들었다가 쭉 잡아 빼자 허벅지 위로 애액이 울컥 쏟아졌다. 그녀는 두 다리를 한승의 허리에 두르고는 팔꿈치로 매트리스를 짚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붉게 젖은 눈빛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결합된 부위를 향했다. 한승의 시선도 그녀의 얼굴과 빨갛게 딸려 나오는 속살을 번갈아 보았다.

그녀가 더운 숨을 연신 내뱉으며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는 제 몸을 쑤시고 있는 번들거리는 물건을 탐하듯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에 어린 갈증과 갈망이 깊었다. 본능적으로 허기진 시선이었다. 그런 눈빛을 보이는 것 자체에 그녀는 자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몸이 원하는 대로 따르는 듯했지만, 그런 눈빛과 표정이 한승을 위험하게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몰랐다.

한승은 왼손으로는 그녀의 골반을 붙잡아 고정하고, 오른손으로는 왈칵 흘러나오는 애액을 딱딱하게 부풀어 오른 클리토리스에 문질렀다.

“아!”

이제껏 들었던 것과는 톤이 다른 신음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가까스로 그녀의 상체를 지탱하던 가느다란 팔도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사람처럼 팔을 허우적거렸다.

물건을 감싼 살결이 빠듯하게 조여 오는 느낌이 났다. 아찔함에 현기증이 일며, 심장을 토해 내듯 헛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한승은 어금니를 사리물며 속도를 높여 갔다.

“으음.”

애끓는 소리가 잇속에서 뭉그러졌다. 그녀는 골반을 들썩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하, 한승 씨.”

높게 치솟은 고운 목소리로 불린 제 이름에 한승은 정신이 완전히 나가 버렸다. 그녀의 몸을 부술 듯 치받았다. 안아 달라고 손을 뻗는 그녀에게 몸을 겹치고, 무게를 싣고, 으스러질 듯 감싸 안았다.

“흐으으.”

마지막 숨결을 쥐어짜는 듯한 소리를 들려오자 사정감이 몰려왔다. 그녀는 이미 절정에 다다라 흔들리고 있었다. 이토록 강한 욕구가 제 속에 숨겨져 있을 거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무섭게 한승을 끌어당기고, 집어삼킨 존재는 전무후무했다.

꽉 조인 살결이 파르르 경련하는 것을 느끼고는, 한승도 끝까지 밀어 넣으며 파정했다. 몸 한쪽 끝에서 퍼져 나간 쾌락은 금세 전신을 지배했다.

“으음.”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신음을 흘리며 남아 있는 전부를 쏟아 냈다. 그녀의 힘없는 손길이 등허리를 쓸어내리는 감각에 소름이 돋아났다. 더욱 짙어진 그녀의 체취를 깊게 들이마시며 한승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뜨고 싶었지만, 뜰 수가 없었다. 어젯밤 깊게 잠든 그녀를 지켜보면서 이어진 상념 때문에 밤을 꼬박 지새웠다. 동틀 무렵이 되어서야 그녀의 곁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을 뿐이다.

수마가 전신을 지배하고 있는 느낌이다. 작은 몸이 꼼지락거리는 게 느껴지는가 싶더니, 이내 포기했는지 잠잠하다.

몽롱했던 정신이 천천히 돌아오고 있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서서히 밀어 올리자, 어둠 속에서 품에 잠긴 여자의 정수리가 눈에 들어온다.

한승은 그녀의 몸을 친친 감아 안은 채로 자고 있었고, 그녀는 품 안에 갇혀서 아등바등하는 중이었나 보다.

“뭐 하는 거야?”

잠기운이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말라서.”

“그럼 일어나면 되잖아.”

한승이 심상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꽉 끌어안으니까 그렇죠. 무슨 수갑도 아니고 움직일 때마다 조여?”

“그럼 너도 수갑이네.”

되받은 목소리에 짓궂은 장난기가 묻어났다.

그녀는 고개만 슬쩍 돌리며 가늘게 뜬 눈으로 한승을 노려보았다.

이미 해가 완전히 졌는지, 바깥은 어두컴컴했다. 실내에도 엷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을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왜 수갑이에요?”

“너도 내가 움직일 때마다 조이던데?”

“무슨……!”

못 알아듣겠다는 듯이 읊조리는 그녀의 비부를 커다란 손으로 덮었다.

“여기로.”

그녀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손끝에 닿은 그녀의 입구가 미끈하게 젖어 있었다.

“야하네, 우리 수아. 나 잠든 동안 무슨 생각을 했으면 이래?”

미끌미끌한 애액을 손에 묻히고 부어오른 질구를 달래듯 어루만졌다.

“으응. 물부터.”

안으로 손가락을 불쑥 집어넣자 아까보다 더 바짝 조이는 감각에 반쯤 일어선 허리 아래가 순식간에 뻣뻣해졌다.

“조금만 참아.”

한승은 그녀의 목을 받치고 있던 팔을 슬쩍 내려 가슴께를 더듬었다. 붉게 물들었을 가슴 끝도 빳빳하게 굳어 있었다. 손바닥에 크게 휘감기는 가슴을 움켜잡으며 한승은 질구 안에 넣어 놓은 손가락을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으응.”

그녀가 엉덩이를 들썩일 때마다, 바짝 올라붙은 물건이 비벼졌다. 손가락을 뒤흔드는 속도를 슬쩍 높였을 뿐인데, 그녀의 살결은 속절없이 경련하며 올올이 달라붙었다.

“흐으읏.”

얕은 절정에 휩싸인 듯 그녀가 몸을 잔뜩 옹송그렸다. 한승은 그녀의 도드라진 척추뼈에 입을 맞추고는 손가락을 쑥 빼내었다. 하아, 하고 탄식 같은 한숨이 그녀의 입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한승은 잔뜩 성이 난 물건을 그녀의 입구에 가져다 댔다.

“이, 이렇게요?”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비스듬히 누운 자세에서의 결합이 생경하다는 물음이었다.

“어떻게든 되지.”

한승은 나지막이 대꾸하며 그녀의 몸 안으로 진입했다. 거웃에 닿는 매끄럽고 포동포동한 엉덩이의 느낌이 무척이나 좋았다. 한승은 그녀의 골반을 움켜잡은 채로 허리를 움직였다. 그녀도 골반을 앞뒤로 움직이며 보조를 맞춰 왔다.

손목을 그녀의 골반에 걸고 손가락을 뻗어 클리토리스를 꾹꾹 누르자, 그녀의 안쪽이 단번에 조여들었다.

“하아.”

허리를 둥그렇게 휘며 신음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낮게 쉬어 있었다. 물 한 모금을 마시게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밀려드는 쾌감에 금세 머릿속은 새하얗게 탈색되어 버렸다.

온전히 안겨 오는 여자를 품 안 가득 안았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향기를 폐부 깊숙이 새길 듯 들이마셨다.

그녀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 누구도 그녀를 이렇게 탐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도수아.”

“응?”

신음을 내뱉듯 그녀가 대꾸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는 했지만 어떤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를 만큼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