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명한 비밀-61화 (61/62)

#061

외전. À l’âme en secret – 마음에 은밀히(1)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오후, 햇살 아래 눈부신 미소를 머금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까르륵 메아리쳤다. 옷에 풀물이 드는 줄도 모르고 언덕을 구르는 아이를 한승이 얼른 안아 들었다.

“아이쿠, 녀석. 엄청 개구쟁이네.”

그저 커다란 손으로 아이를 번쩍 안아 들었을 뿐인데, 이제 막 네 살이 넘은 아이는 까르륵 웃음을 터뜨리며 간지럽다고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통통한 볼이 터질 듯이 웃는 아이의 입가에 침이 흥건했다.

한승은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손수건을 꺼내 아이의 예쁜 입가를 부드럽게 닦아 주었다.

“감사합니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한승이 붙들고 있는 남자아이와 닮은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너는 이름이 뭐니?”

한승이 나긋한 목소리로 묻자, 아이가 턱을 내리며 눈을 치뜬다.

“빈이요. 얘는 준이.”

“그렇구나. 근사한 이름이네.”

“근사한?”

여섯 살이 되었다는 아이에게 단어가 너무 어려웠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예쁘고, 멋지고. 좋은 이름이라고.”

“아!”

아이는 이제야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재차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동생 손을 야무지게 움켜잡는다.

“저희 인제 점심시간이라 들어가 봐야 해요. 점심시간에 늦으면 혼나요.”

빈이가 동생 준이의 손을 잡고 보육원 식당 건물로 씩씩하게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한승은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한승 씨! 얘 좀 안아 줘.”

등 뒤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한승은 얼른 돌아섰다. 수아의 품에 진탕을 구른 듯 오물을 잔뜩 뒤집어쓴 아이 둘이 안겨 있었다.

“팔 다치면 어쩌려고.”

“얼른 들어가서 씻겨야 할 것 같아서.”

어젯밤 내린 비 때문에 잔디밭 군데군데 얕은 물웅덩이가 생겼다. 그 웅덩이에 빠져서 수영이라도 한 것처럼 아이들의 옷은 흙탕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한승은 두 아이를 가뿐하게 안아 들었다. 아이들은 한승의 품에 안겨서도 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서로 발길질을 하기도 하고, 젖은 머리카락을 헝클이며 잡아당기고, 팔뚝을 꼬집으며 악을 써 댔다.

“얘네 근데 묘하게 닮았다?”

한승이 아이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묘하게 닮기는. 대놓고 닮았지. 쌍둥이래.”

수아가 후원하는 보육원에는 자매, 형제 등의 혈연관계인 아이들이 많았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모여든 아이들이 처음에는 열 명이었다고 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죽은 도진택 의원이 돌보던 보육원을 이제는 수아가 후원하는 중이었다.

수아가 레스토랑 경영을 맡은 지 올해로 2년, 결혼 후 레스토랑 제반 사항을 빠르게 습득한 그녀는 1년 만에 모든 레스토랑에 관한 경영권을 갖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경영권 변동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일부 셰프는 한승을 바라보고 근무했던 거라며 레스토랑을 그만두기까지 했다.

그녀는 그 자리를 새로운 젊은 셰프들로 채웠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소년범 출신의 전과자도 있었다. 유도를 업으로 삼으려고 했던 아이는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한 뒤, 운동을 그만두고 폭력 조직으로 흘러들었다고. 주로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자릿세를 받는 조직 폭력배들을 따라다니는 역할을 했다는 아이는 세력 간의 다툼에서 잡혀 들어갔다고 했다. 재감 시절, 직업 교육에서 양식 조리사를 땄다고 했다.

도진택 의원이 생전 만들어 놓은 재소자 후원 단체를 통해 아이를 만났고, 그녀는 갓 스무 살을 넘긴 그를 레스토랑에 채용했다.

여러 가지 우려가 무색하리만큼 그녀의 주방은 평화로웠다. 그리고 레스토랑 일로 바쁜 와중에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이곳 보육원을 찾았다.

“세상에, 속옷 안까지 흙탕물이 잔뜩 들어갔네!”

옷을 벗기자 포동포동한 엉덩이께까지 흙탕물이 선연하다.

“자, 깨끗이 씻고 밥 먹으러 가자.”

“성생닝 오면 맛있는 거 죠요.”

아직 발음이 불분명한 아이가 볼록 나온 배를 두드리며 조잘거렸다.

“응, 선생님이 너희들 맛있는 거 해 주려고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알아?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건강하게 쑥쑥 크자!”

장난기 많은 아이가 비누거품을 잔뜩 뒤집어쓴 채로 수아를 끌어안았다.

“성생님 감사합미다.”

일부러 수아의 몸에 거품을 묻히는 천진한 눈가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와! 고마워! 선생님 엄청 힘난다! 우리 저 선생님도 안아 줄까?”

그녀가 아이와 똑같은 눈빛으로 한승을 바라보았다. 한승이 피할 새도 없이 아이 둘이 거품을 잔뜩 모아서 그의 얼굴에 문질렀다.

아이들이 까르륵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어안이 벙벙해진 한승을 보고 코끝의 거품을 닦아 주며 웃었다. 그녀의 웃음에 전염된 한승도 바보 같은 미소를 머금을 뿐이었다.

“아이고, 힘들어.”

보육원에 다녀오면 그녀는 늘 녹초가 되어 침대 위로 쓰러졌다. 오늘 역시 저녁까지 아이들이 잠드는 모습을 본 후에야 그곳을 나섰다.

“다음 달에는 애들 데리고 나가서 아동극 보기로 했어.”

샤워를 마치고 나온 한승은 배스 가운을 입은 채로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그녀의 곁에 몸을 누였다.

“이러다 쓰러지겠다. 적당히 해.”

한승이 그녀의 목 아래로 팔을 받쳐 넣으며 가녀린 어깨를 품으로 슬쩍 당겨 안았다. 같은 보디 용품으로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그녀에게선 도무지 참을 수 없는 향기가 가득 풍겼다.

한승은 달큼한 내음이 가득한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묻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금세 폐부를 채우고 들어오는 매혹은 언제나처럼 강렬하다.

수아가 한승의 어깨를 슬쩍 밀어내며 투정을 부렸다.

“으응. 피곤해요.”

오늘 또 왜 이렇게 안달이 나게 하는지, 한승은 그녀의 허리를 바짝 당겨 안았다.

“한 번만. 응?”

그녀의 배스 가운 허리끈을 슬며시 잡아당기며 깃 안으로 입술을 묻었다. 말캉하게 닿은 보드라운 살덩이를 쪼옥 빨아들이자, 그녀가 더운 숨을 내뱉는다.

“하아.”

그녀의 손길은 어느새 한승의 젖은 머리카락을 느릿하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진짜, 한 번만?”

그녀가 다짐하듯 되물었다.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승은 바짝 솟아오른 유두를 입에 넣었다. 콱 깨물면 풍미가 좋은 액체를 왈칵 쏟을 것처럼, 그녀의 가슴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났다. 한승은 그녀의 가슴을 가득 빨아들였다. 뜨겁게 젖은 입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살결은 말캉말캉했다. 혀끝으로 작은 구멍들을 파고들며, 손을 내려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더듬었다.

“아읏.”

그녀가 본능적으로 등허리를 들어 올리며 가슴을 더 앞으로 내밀었다. 목을 젖힌 그녀의 모습을 올려다보며, 애액을 울컥울컥 뱉어 내는 질구를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감쌌다.

“흐으응.”

골반에 힘을 빼며 다리를 슬쩍 벌리는 그녀 때문에 열기가 단번에 치고 올랐다. 한승의 허리에 묶여 있던 배스 타월은 이미 매트리스 위로 방만하게 풀어져 있었다.

배꼽 끝까지 올라붙은 성기를 붙잡고 질구에 문지르자, 그녀가 숨이 막힌 듯한 표정으로 한승을 올려다보았다. 한승은 좁은 틈새로 거침없이 진입했다. 굵은 물건이 꿰뚫고 들어가자 애액이 주위에서 흥건하게 밀려 나왔다. 외설적인 결합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자극적이다.

“하아, 안아 줘.”

그녀가 한승에게 팔을 뻗으며 더운 숨을 내쉬었다. 붉어진 눈가, 그와 비슷하게 물든 뺨이 탐스럽다. 아까 물고 빨린 가슴 끝은 타액에 젖어서 더욱 달콤하게 번들거렸다.

한승은 무릎을 꿇으며 그녀의 허벅지 바깥쪽을 잡고 확 끌어당겼다. 그녀의 젖은 엉덩이가 한승의 허벅지까지 올라왔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을 쉴 새 없이 몰아쉬는 그녀의 가슴이 아름답게 오르락내리락했다. 상체를 낮춘 한승은 흉곽이 드러나도록 홀쭉해진 그녀의 허리춤을 끌어안고는 일으켜 세웠다.

“하아앗!”

그녀가 몸에 걸쳤던 배스 가운을 벗어 던지며 완전한 알몸으로 한승에게 기대 왔다. 한승은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감싸고 있던 수건도 잡아 내렸다. 물기를 머금은 그녀의 머리카락이 실비단처럼 흘러내렸다.

그녀가 다급하게 한승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작은 혀가 입안을 아찔하게 파고드는 감각은 심장이 아릿할 정도로 황홀했다.

한승은 작은 혀를 빨아 당기며 제 단단한 혀로 거칠게 비비고는 그녀의 입안을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입천장을 훑고 들어가 가장 안쪽에 자리한 여린 살을 핥을 때면, 그녀는 몸서리를 치며 한승을 깊게 빨아 마셨다.

“흐응.”

그녀의 작은 입안으로 나직한 신음이 흘러 들어갔다. 가느다란 팔이 목덜미를 감싸 안자, 아름답게 부푼 가슴이 한승의 턱밑까지 차올랐다.

한승은 그녀의 등허리를 받쳐 안은 채로 허리를 깊게 쳐올렸다. 한계까지 부푼 성기가 안쪽을 파고들 때마다 그녀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신음을 내질렀다.

“하아.”

고개를 비틀어 입술을 뗀 그녀가 목을 젖히며 신음을 내질렀다. 한승은 그녀의 목덜미를 잘근 씹고는 입술을 내려서 가슴을 한 움큼 베어 물었다. 쪽쪽 빠는 소리와 젖은 살결이 부딪치는 소음이 외설적으로 울렸다.

“으응, 아아아! 아앗!”

그녀가 발등으로 매트리스를 의지한 채 허리에 힘을 주고 골반을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쾌락에 이끌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은 지독하게 아름다웠다.

한승은 마른 등을 꼭 끌어안으며 결합이 풀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그녀의 두 다리를 어깨에 걸고 작은 몸이 반으로 접히도록 내리누르며 한계까지 빠르게 파고들었다.

“흐으읏. 아아! 한승 씨. 아앗!”

베갯잇을 움켜잡은 손가락이 하얗게 불거졌다. 붉게 달아오른 눈꼬리를 타고 길게 흘러내리는 물기에 입을 맞추며 한승은 더운 숨을 내뱉었다.

“후우.”

파정의 기운이 그녀의 몸 안으로 뜨겁게 퍼져 나갔다. 한숨을 몰아쉰 그녀가 한승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인제 그만 쉬고 싶으니 일어나라는 의미였다.

한승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한 번만 하기로 했잖아.”

아직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그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또다시 몸이 움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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