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자의 신이 키우는 축구단-39화 (39/422)

39화 등 뒤에 서는 이유 (1)

<공을 막는 것이 아니다. 팀의 패배를 막는 것이다 - 이케르 카시야스>

신상품기획팀장, 아드리안이 창밖을 흘끔거렸다.

지금은 공사용 가림막을 쳐 놓은, 우리 메가스토어가 들어설 자리다. 붉고 흰 배경의 가림막에 [곧 찾아뵙겠습니다, 선덜랜드 메가스토어] 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아드리안이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보고드릴 상품이 바로 저기에 들어간다는 뜻이군요. 긴장되는데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가 보기에 아드리안은 별로 긴장하지 않았다. 그는 비록 숫기도 없고, 접객도 서툰 청년이지만 자신의 안목에 대해서는 확고한 자신감을 가졌다.

“우선 머플러입니다. 예전에도 팔던 굿즈지만, 이번엔 디자인을 일신해 보았습니다. 팀 컬러를 살리고, 여성팬들이 실착할 수 있는 세련된 느낌으로 만들었습니다."

“여성용 제품이라는 뜻입니까?”

“아뇨, 남녀 공용입니다. 다만 남성 팬들은 기존 머플러도 잘 썼으니까요.”

하긴, 그건 그렇지.

솔직히 나는 기존 머플러 디자인의 어디가 여자들에게 그렇게 불만이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이번 시제품은 우리 FC 선덜랜드 여성 스태프들의 의견을 들었는데,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양산에 들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대답하면서, 슬쩍 희주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곧바로 희주가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었다.

마음에 든다는 뜻이다.

평소 희주 쟤가 몸에 걸치는 의류가 어떤 브랜드인지 생각하면 퍽 훌륭한 성과긴 하다. 나는 만족스럽게 신형 머플러의 양산을 승인했다.

“그리고 말씀드린 스타디움 모형 시제품인데요.”

“이건 정말로 훌륭하군요. 정식 출시되면 나도 하나 사고 싶을 정도입니다.”

우리 경기장의 아름다운 실루엣을 잘 표현한 데다가, 디테일도 훌륭하다. 그라운드의 코너 플래그까지 재현했을 정도니까.

단언할 수 있다. 역시, 남자 축구 팬의 수집욕을 끓게 할 물건이란 이런 거라고.

아드리안은 그 이후로도 키링, 봉제인형 등의 다양한 상품을 소개했고, 나는 상품 라인업에 대부분 만족했다.

“어떠셨습니까, 구단주님?”

“수고했습니다. 딱 봐도 고심해서 모았다는 게 느껴집니다. 오늘의 상품은 전부 우리 메가스토어에 넣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라인업이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보고를 마치고 물러나려는 아드리안을 제지하자, 그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떤 라인업 말씀이십니까?”

“아동용 상품이 없군요.”

아드리안의 역작, 스타디움 모형은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제품으로,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키덜트 라인업에 속한다.

내구도나 여러 측면에서, 아동용 제품이라고 보긴 어렵다.

머플러도 마찬가지다. 머플러는 일단은 프리 사이즈라지만, 굳이 따지자면 성인이 쓸 수 있는 사이즈니까 애들이 쓰긴 너무 크다.

“어, 그게··· CS팀의 자료를 보니 어린이 팬은 얼마 안 되던데요.”

“그렇겠죠. CS팀은 경기장에 온 팬들만 세니까요.”

최근 몇 년, 선덜랜드의 성적은 빈말로라도 좋다고 하기 힘들었다.

수년간, 혹은 수십년간 응원해온 단골 팬들이라면 최근 몇 년의 부진을 참아줄 수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애들은 원래 인내심이 없고, 팀을 응원해온 역사도 짧다. 지금의 선덜랜드가 어린이 팬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은 작다.

그래도 팀의 골수팬은 역시 지역 어린이들로부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선덜랜드를 응원하고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누구보다 열렬한 서포터로 탈바꿈하게 되는 법이니까.

“어린이용 굿즈라···.”

예상 밖의 요구에 당혹해하는 아드리안을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너무 색다른 아이디어만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경기장 모형 말인데, 디테일을 좀 줄여서 조립하기 쉽고 튼튼하게 만들면 아이들을 위한 제품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군요!”

“선수 피규어 같은 것도 만들 수 있겠죠. 마침 실력 좋은 모형업체를 구한 것 같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즉시 업체와 협의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뛰어나가는 아드리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굿즈 이외에도, 어린이 팬에게 어필할 방법이 필요하다.

***

며칠 뒤, 브라이언을 찾아가 물었다.

“어린이들 대상으로, 선덜랜드 선수 그리기 이벤트를 해보려는데, 어떻게 생각해?”

“선수 그림?”

“응, 심사도 선수들이 직접 하는 식으로. 자기를 가장 마음에 들게 그려준 그림을 뽑는 거지. 어때?”

그러자 브라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괜찮을 거 같긴 한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나는 그냥 코치인데.”

“코치니까 물어보는 거지. 혹시라도 이런 행사가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는지 판단해야 하니까.”

구단을 키우고 어린이 팬을 모으는 것은 정말 중요한 활동이지만, 선수들의 경기력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만일 브라이언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즉시 취소할 생각이다.

물론, 코치 의견보다 더 중요한 건 감독 의견이니, 브라이언이 찬성하더라도 로저스 감독이 반대한다면 마찬가지로 취소고.

잠시 고민하던 브라이언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으음, 시간을 너무 뺏지만 않는다면···.”

그때, 옆에서 로저스 감독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생각엔 아주 괜찮은 생각 같은데. 팬들이 선수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체험할 기회 아닌가? 특히 노장 선수들에게 아주 효과가 좋을 거야. 대부분 애 아빠니까.”

로저스 감독이 찬성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긴 한데···.

“감독님, 그 말씀은 애 없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괜히 귀찮게 군다고 느낀다거나···.”

그러자 로저스 감독이 싱긋 웃었다.

“일반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 팀은 그럴 일 없지. 우리 막내는 잭하고 요니잖나?”

“아, 걔들은 꼬마 팬들 그림에 아주 환장하겠네요.”

요니는 말할 것도 없지만, 잭은 아마 그날 도핑이라도 한 것처럼 신나게 뛸게 뻔하다.

“그래서, 이벤트 상품은 뭘 걸 텐가? 팬들의 호응이 많아야 선수들도 신이 날 텐데.”

로저스 감독의 의문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선수들이 참여해도 괜찮다면, 최고의 상품을 내걸 수 있으니까.

“그야, 어린이 팬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상품을 걸어야죠.”

“요즘 만든다는 최신 굿즈?”

브라이언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플레이어 에스코트.”

***

[선덜랜드 선수들을 그려 주세요!]

FC 선덜랜드가 어린이 팬들을 위해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했다.

오늘부터 선덜랜드 선수들을 그려준 어린이들은, 홈 경기에서 플레이어 에스코트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심사에는 선덜랜드 선수들이 직접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 리타@선덜랜드 데일리

***

리그 9라운드, 로치데일 원정 경기는 우리의 1-0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우리는 리그 9연승, 시즌 11연승을 달성했다.

주장 페르난데스가 믹스드 존에 섰다.

[다음 경기부터 선덜랜드는 플레이어 에스코트를 무료로 실시한다던데요? 정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다른 팀들은 돈을 받기도 한다던데요. 많이 받는 곳은 칠백 파운드를 받는 팀도···.]

기자의 질문에, 페르난데스는 무척이나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 구단주는 돈이 아주, 아주, 아주 많으니까요.”

가벼운 농담에 기자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을 여유 있게 바라보던 페르난데스가 재빨리 진지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돈은 받지 않지만, 대신 꼬마 팬들이 마음을 담아 그려준 그림을 받으니까요. 저희에게는 칠백 파운드 이상의 가치가 있는 물건입니다.”

페르난데스가 그림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예를 들면, 이 그림이요. 나흘 전에 도착한 그림인데, 제 마음에 아주 쏙 들었죠. 오늘 경기의 클린시트는 이 그림 덕분입니다.”

썩 잘 그렸다고 볼 수는 없는 어린애다운 그림을 흔들며, 페르난데스는 그림 곳곳을 손으로 척척 짚어나갔다.

“자세가 아주 역동적이죠. 그리고 보세요. 저를 아주 크게 그렸죠? 가장 마음에 드는 포인트였어요.”

단신이라는 자신의 특징을 소재 삼아 다시 한번 주위를 미소짓게 만든 페르난데스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다음번 홈 경기의 플레이어 에스코트로 데려올 겁니다. 짐 하워드 군, 다음 주에 만납시다.”

인터뷰 영상을 지켜본 샐리가 감탄했다.

“인터뷰 정말 깔끔하네요. 과연 기적의 사나이, 인터뷰 경험은 누구보다 풍부하겠죠.”

“네, 전성기의 기량과 위상을 따지면 페르난데스는 우리 팀 누구보다도 대단한 선수니까요.”

천하의 피터 톰슨조차 페르난데스 앞에서는 한 수 접어야 할 정도다. 페르난데스는 역대로 따져도 자기 포지션에서 열 손가락 안에 확실히 들어갈 리빙 레전드니까.

플레이는 물론, 인터뷰만 봐도 여유와 안정감이 넘친다.

“이런 여유는 하퍼도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는데요.”

동감이다.

“그러고 보니 하퍼는 요즘 어떻습니까?”

그러자 샐리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요즘은 분석실에 자주 들려요. 경기 영상을 주로 요청하고 있죠. 골키퍼를 찍은 부분만요. 의욕이 느껴지긴 하는데··· 조금 초조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에요.”

“한번 하퍼와 이야기를 나눠봐야겠군요.”

그러자 샐리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분석실에서 잠시 기다리시겠어요? 페르난데스가 클린 시트를 했으니까, 아마 오늘도 찾아올 거예요.”

***

진짜로 분석실을 찾아온 하퍼를, 슬쩍 노려보았다.

“하퍼, 원정 경기 당일이니까 오늘은 쉬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구단주님도 아시다시피 경기에 전혀 뛰지 못해서요. 쉴 필요가 없습니다.”

쓴웃음을 지으며, 나는 이번엔 샐리 쪽으로 불만스러운 시선을 돌렸다.

선수가 이러면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미를 담았지만, 샐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긴, 그녀는 전력 분석관이다. 코칭 스태프나 선수에게 분석 자료를 제공할 의무는 있지만, 선수의 휴식에 관여할 권한은 없다.

나를 분석실에 불러들인 건, 그녀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이었을 것이다.

“그럼 이렇게 된 거, 여기서 같이 보죠. 이대로 돌려보내면 잠도 안 자고 계속 비디오 돌려볼 것 같으니까요.”

“··· 네.”

그러자 샐리가 기다렸다는 듯 영상을 틀었다.

잠시 후, 화면이 페르난데스의 뒷모습을 비췄다. 붉은 유니폼 속에서, 홀로 녹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덜랜드의 1번이.

지난 시즌까지 자신이 사용하던 등번호를 바라보는 하퍼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초조합니까?”

“그냥··· 저였으면 막았을지도 모르는 장면이 보일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듭니다. 헐시티전의 1점은, 저는 막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하긴, 하퍼에게 그 정도 호승심은 남아 있기를, 그가 아직 경쟁을 포기하지 않았기를 바랐었다.

“그렇지만 영상을 보니 알겠습니다. 저였으면 직접 막아야 했을 많은 상황을, 그가 지키는 우리 수비진은 슈팅조차 허용하지 않는구나··· 하고요.”

페르난데스 본인의 선방 장면은 영상 속에서도 아주 드물었지만, 그의 존재감만은 영상 너머로도 확연히 전해졌다.

[7번 포어체크! 톰슨! 아크서클 커버!]

물론, 페르난데스는 단순히 수비 조율만 능숙한 선수는 아니다. 한때 ‘기적의 사나이’ 로 불리던 골키퍼는, 전성기의 운동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도 정말로 강력했다.

수비를 움직여 각을 줄여도, 결국 공을 막아내야 하는 건 골키퍼의 역할이기에.

하퍼가 한숨처럼 말했다.

“저도 압니다. 아마, 올해 제가 리그에서 출전할 기회는 별로 없다는 걸, 페르난데스가 부상이라도 입지 않는 한, 계속 벤치 신세라는 걸.”

“하퍼.”

“그래도, 컵 대회에서는 출전할 기회를 잡아 보고 싶습니다. 세컨 키퍼에 대한 배려를 바라진 않겠습니다. 제 실력으로··· 기회를 잡고 싶습니다.”

기습적으로 날아드는 중거리 슛을 몸을 날려 쳐내는 페르난데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퍼가 무엇에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저도, 저렇게 공을 막아내는 골키퍼가 되고 싶습니다.”

하퍼를 바라보며, 나는 깊은 한숨처럼 대답했다.

“하퍼. 나중에 혹시 기회가 된다면, 젊은 시절의 페르난데스가 뭐라고 말했었는지 한번 찾아보세요.”

***

리그 10라운드, 선덜랜드 대 입스위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경기를 앞두고, 선덜랜드 선수들이 플레이어 에스코트 꼬마들의 대기실을 찾았다.

호들갑을 떠는 잭, 수줍게 웃는 요니, 무뚝뚝한 얼굴과 자본주의 손을 가진 톰슨···.

그 사이에서, 페르난데스는 자신의 그림을 그려준 소년, 짐 하워드를 찾아 손을 내밀었다.

소년 짐의 반응은 퉁명스러웠다.

“나는 하퍼를 그렸는데.”

“그랬었구나.”

페르난데스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이들 그림이다보니 얼굴만 보고 누구인지 식별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니 등번호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탓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불과 몇달 전까지, 선덜랜드의 1번은 하퍼였으니까.

“하퍼를 좋아하니?”

“네, 저도 골키퍼니까요.”

페르난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표정 관리하는 법을 배워야겠구나.”

그리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골키퍼가 왜 두꺼운 장갑을 끼는지 아니?”

“손을 다치지 않으려고요.”

“절반만 맞아. 긴장하면 손이 떨리잖아? 지금 너처럼.”

등 뒤로 손을 감추고 있던 소년이, 마치 유령이라도 보는 듯한 시선으로 페르난데스를 바라보았다.

페르난데스 자신도 이미 걸어온 길이었기에 그리 어려운 추측은 아니었다. 유소년 클럽의 골키퍼도, 경기장의 플레이어 에스코트도.

그리고 지금은 두 아이의 아버지니까, 당연히 꼬마들의 생각 쯤은 전부 안다.

세계적인 레전드로 칭송받던 시절이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음도, 어린 꼬마들의 우상이 되기에 자신은 너무 오래된 선수라는 사실도 안다.

선덜랜드의 아이들에게, 골키퍼의 대명사는 하퍼이지 페르난데스가 아니라는 사실도.

손에 힘을 넣으며, 페르난데스는 미소를 유지했다.

“골키퍼가 떨면 모두가 불안해져. 그래서 두꺼운 장갑을 끼는 거야. 손을 떠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

“골키퍼가 맨 뒤에 서는 이유는, 모두를 지켜주기 위한 거잖니, 그렇지? 그런데 사소한 일로 화를 내고, 실망하고, 그러면 친구들이 힘들겠지?”

짐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 페르난데스는 다시 웃었다.

“네가 좋아하는 하퍼는 곧 돌아올 거야. 실망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고, 묵묵하게 훈련하고 있으니까.”

그러자 짐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아직 애니까 감정을 완전히 통제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는 노력 정도는 느껴질 정도로.

소년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은 다음, 페르난데스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드레싱룸을 향해 걸었다.

유일하게 떨리는 손을, 두툼한 골키퍼 장갑 아래에 가렸기에.

페르난데스의 뒷모습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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