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자의 신이 키우는 축구단-43화 (43/422)

43화 등 뒤에 서는 이유 (5)

3분의 인저리 타임을 알리는 대기심을 바라보며, 페르난데스는 차분히 숨을 내쉬었다.

역할을 다했다는 홀가분함과 골대를 떠나는 아쉬움을 숨에 섞어서.

[만일, 승부차기가 될 것 같으면, 저 대신 하퍼를 넣으셔도 괜찮습니다.]

[고맙네. 자네가 먼저 말해준다면 감독으로서도 부담 없이 결단할 수 있지.]

[저는 괜찮습니다.]

잠시 후, 선수교체를 알리는 팻말이 올라왔다. 빨간색 1번, 그리고 초록색 12번.

‘그래, 난 옳은 선택을 한 거야. 내 임무는··· 공을 막는 게 아니니까.’

언제나 골키퍼의 사명은 팀의 패배를 막는 것.

순수한 반사신경과 운동능력이 요구되는 승부차기에서는, 서른아홉 살의 노장보다는 스물일곱 살의 세컨 키퍼를 골마우스에 세워야 한다.

페르난데스는 천천히 사이드라인을 향해 걸어 나갔다.

언제나 그렇듯, 흔들림 없는 걸음으로.

그 걸음의 끝에서, 하퍼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그 순간, 하퍼 역시 일주일 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코치님? 키커가··· 구단주님 아닙니까?”

다른 선수들 몰래 연습해야 하니, 새벽에 나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래서 아카데미에 나갔더니, 예상 밖의 키커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브라이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소거법이야. 리즈 분석팀에겐 아무리 사소한 정보라도 주고 싶지 않았고, 다른 선수들에게 알리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짜낸 방법이지.”

“이유는 알겠는데, 훈련이 되겠습니까?”

브라이언에게 물으려는 거였는데, 목소리가 조금 컸던 모양이다. 페널티 스팟에서, 구단주 이희성이 빙긋 웃어 보였다.

“현역 선수 상대로 11미터 앞에서 차는 것만으로도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일단 1미터 당겼습니다.”

“그러시다면야···.”

떨떠름하게 골마우스에 섰던 하퍼의 생각이 바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아니, 도대체 왜 선수를 안 하시는 겁니까?”

생각보다 훨씬 매서운 슛이었기에 무심코 그런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물론, 하퍼는 이유를 이미 알고 있다. 선덜랜드 사람들에게는 이제 유명해진 이야기니까.

당장이라도 골키퍼 장갑을 입에 쑤셔 박고 싶어진 하퍼를 바라보며, 이희성이 웃었다.

“같은 팀에 헨도가 있었거든요.”

“헨도요? 그게··· 누구죠?”

“지금은 리버풀에서 뜁니다.”

대답을 들은 하퍼가 경악했다.

“헨더슨 말입니까!? 리버풀 주장?”

하퍼는 생각했다. 유소년 시절의 이희성은, 페르난데스와 경쟁하는 자신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에 놓였었다고.

물론 선수로서의 격을 따지면 페르난데스가 헨더슨보다 몇 배는 더 뛰어난 선수겠지만, 하퍼는 이미 전성기가 지나, 은퇴를 코앞에 둔 페르난데스와 경쟁하고 있다.

반면 눈앞의 사내는, 챔스과 리그를 연속으로 들어 올린 팀의 주장과 동갑내기 유소년 선수로 지냈다.

포지션이 다르니 직접적인 경쟁자까진 아니었겠으나··· 같은 팀에 헨더슨 같은 선수가 있었다면, 여러모로 비교를 피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저 사람은, 그 조건에서도 끝까지 싸웠었구나.’

무릎이 터져나갈 때까지.

치료는 했을 것이다. 지금의 그는 세계적인 부호니까. 그러니 프로까진 몰라도, 일상생활에 불편함 없을 정도는 되겠지.

어쩌면 지금처럼 훈련을 도와줄 정도까지도.

그래도 100%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니었는지, 몇 번쯤의 슛은 그대로 골대를 빗나가기도 했고, 가끔은 공을 걷어찬 직후 괴로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래도 지난 일주일, 구단주가 연습을 중단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왜냐면···.

“하퍼.”

하퍼는 눈을 떴다. 사이드라인 너머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페르난데스의 모습이 보였다.

페르난데스가 빠르게 지시했다.

“주장 완장은 네가 받아. 키커들에겐 부담을 주지 마.”

“네.”

“절대 감정을 드러내지 마. 동료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마.”

“알겠습니다.”

“부탁한다.”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페르난데스를 향해, 하퍼는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말했다.

“공을 막는 게 아니라, 팀의 패배를 막고 오겠습니다.”

페르난데스에게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어떤 표정이었는지도 하퍼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저, 어깨를 감싸는 힘찬 손길이 느껴졌을 뿐.

에드워드 하퍼는 천천히 골마우스를 향해 걸었다.

그의 롤모델이자 경쟁자가 언제나 보여주었던 모습처럼, 흔들림 없는 걸음으로.

***

승부차기는 리즈의 선축, 우리의 후축으로 진행되었다.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를 가득 메운 관중들의 반응은 언제나처럼 뜨거웠다.

우리의 첫 번째 키커, 크리그가 침착하게 슛을 성공시켰을 때는 미친듯한 환호를 보냈고, 리즈의 두 번째 키커에게는 귀가 멎을 듯한 야유를 퍼부었다.

그 영향이었을까.

점수는 2-2로 팽팽하게 흘러갔지만, 기세만 보면 우리 선수들이 앞서 있었다.

지금까지 리즈 골키퍼는 방향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반면 하퍼는 비록 두 골을 내주었지만, 두 번 모두 방향은 정확히 맞췄다.

브라이언과 샐리, 우리 분석팀이 열일한 성과다.

리즈의 세 번째 키커가 또다시 승부차기를 성공시켰고, 옆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희주가 울상이 되었다.

“으으··· 도저히 못 보겠어. 승부차기 같은 걸 만든 인간은 진짜 성격 나쁠 거야.”

“괜찮아. 이번에도 방향은 잡았거든.”

골키퍼가 계속 방향을 예측한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키커에게 엄청난 압박이 된다. 이대로라면 리즈 선수 누군가가 실축해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일이 터졌다.

우리의 세 번째 키커로 나선 요니의 슛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추고 만 것이다··· 빌어먹을!

“안 돼!”

희주의 비명을 들으며, 나 또한 입술을 깨물었다.

어린 선수들은, 이번 승부차기를 대비하면서 유일하게 불안했던 요소였다.

잭과 요니는 이제 우리 팀의 붙박이 주전이다. 실력도 좋고 패기도 있다. 당장 슈팅 기술만 봐도 우리 팀에서는 크리그와 톰슨 바로 다음간다.

실력을 보면 승부차기에 내보내지 않을 수 없는 선수들이지만, 중압감을 이겨내기엔 나이가 너무 어리다.

당장이라도 울먹일 것 같은 목소리로, 희주가 속삭였다.

“이제, 하퍼가 막아주기만 기도해야 하는 거지?”

“··· 그렇게 되겠지.”

***

하퍼가 보기에도, 실축한 요니의 얼굴은 무척이나 참담했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하긴, 워낙 재능이 뛰어나서 종종 잊어버리곤 하지만, 요니는 이제 겨우 스물한 살짜리 어린 선수다.

하퍼의 귓가에 목소리가 울렸다.

[키커에게는 부담을 주지 마.]

[골마우스가 아니라 동료들을 지키는 겁니다.]

하퍼는 생각했다.

‘페르난데스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교체되는 순간, 이미 페르난데스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행동이기에.

골마우스로 향하기 전, 하퍼는 요니의 어깨를 힘차게 두드렸다.

“죄송합니다···.”

“괜찮아. 넌 지금까지 너무 잘해줬어. 실수 한 번쯤은 괜찮아.”

보고 있어, 갚아주고 올 테니까. 온몸으로 그렇게 말한 다음, 하퍼는 천천히 골라인에 섰다.

그리고 천천히 리즈의 네 번째 키커를 노려보았다.

[음, 이 선수는 극단적으로 오른쪽을 선호해요. 약 73%. 그리고 중요 경기로 한정하면 비율은 85%까지 올라요.]

샐리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실제로 그녀의 예측은 지금까지 모두 맞았다.

[키커의 눈을 봐. 만일 먼저 시선을 피하거든, 고민하지 말고 오른쪽을 막아.]

[코치님, 그건 또 무슨 미신인가요?]

[네가 그랬잖아. 얘는 오른쪽으로 찰 확률이 높다며?]

[그래서요?]

[에휴, 공 한번 안 차본 여자는 모르겠지만, 먼저 눈을 피하는 타입은 징크스에 약한 편이야.]

[저도 공 정도는 차봤거든요?]

[선수였던 건 아니잖아. 나는 선출이라고.]

[주전도 아니었으면서.]

문득, 분석실에서 옥신각신하던 브라이언과 샐리의 모습이 떠올라, 하퍼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때문이었을까? 리즈의 키커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잠시 후, 슈팅과 동시에 하퍼는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두꺼운 골키퍼 장갑 너머로도 확실히 촉감이 전해졌다.

‘손끝에 공이 걸렸다!’

하퍼는 필사적으로 손에 힘을 주며 공을 쳐내려 했지만, 딱 1센티가 부족했다.

이번에도 리즈의 슛은 골라인을 넘고 말았다.

‘빌어먹을!’

딱 1센티 차이, 골키퍼로서는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만큼 아쉬운 결과다.

스코어는 이제 4-2로 벌어졌다. 선덜랜드의 네 번째 키커가 실축하는 순간, 게임은 그대로 끝난다. 외통수에 몰리고 만 것이다.

‘빌어먹을!’

주먹을 들어 그대로 그라운드를 내려치려던 하퍼의 귓가에, 페르난데스의 목소리가 쟁쟁 울렸다.

[감정을 드러내지 마. 네 동료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마.]

선덜랜드의 다음 키커는 잭이었다. 요니와 마찬가지로 어린 선수이고, 심지어 요니와 달리 무척 다혈질이기도 하다.

섣불리 감정을 자극하면, 실축할 확률이 높다.

하퍼는 천천히 주먹을 풀고, 최대한 무표정하게 일어났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처럼.

관중들도 상황을 파악했는지, 함성을 멈췄다.

그라운드는 순식간에 적막해졌다.

***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다고, 잭은 그렇게 생각했다.

‘90분 내내 달릴 때도 이 정도로 심장이 뛰진 않았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날뛰는지 모르겠다. 입을 벌리면 곧바로 심장이 앞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적막하기 때문일 거야. 여기는 우리 홈인데.’

잭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러자 숨죽인 채 자신을 지켜보는 선덜랜드 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심정은 이해한다. 실축이 팀의 탈락으로 이어지는 상황까지 몰렸으니, 키커의 집중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배려일 것이다.

그래도 잭은 이 고요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러다 꼭 누군가 울어버릴 것 같잖아.’

지난 시즌, 승격 플레이오프 경쟁에서 떨어진 날, 하염없이 울던 꼬마 팬의 얼굴을 기억한다.

이번 시즌, 유니폼을 벗어 줬더니 어린애처럼 흐느끼던 14년차 VIP팬의 모습도.

이 경기장 구석구석에, 그가 기억하는 팬들이 보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간절한 얼굴들이.

‘또 울리진 않을 거야.’

잭은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페널티 스팟에 섰다.

“어이, 애송이! 겁먹었냐? 안심해! 금방 쉬게 해 줄 테니까.”

리즈 골키퍼의 도발이 자꾸만 귀에 거슬린다. 통제를 벗어난 심장이 거칠게 뛰는 소리도.

전부 지워버리고 싶다.

잭은 반사적으로 두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경기장 한구석에서 와아-! 하고, 조금은 조심스러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정말로 함성을 원하냐고 물어보는 것처럼.

잭은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위아래로 거세게 흔들었다. 그러자 잠시 후 경기장 곳곳에서 갈채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윽고, 소리가 하나의 합창으로 변했다.

We are Sunderland. Say we are Sunderland.

‘이게 좋아. 이 소리만 있으면 누구와도 싸울 수 있거든.’

여전히 심장은 거칠게 뛰었지만, 그래도 이제 심장 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골키퍼의 도발도, 누군가의 울음도 들리지 않는, 오로지 선덜랜드 팬들의 함성만이 존재하는 그 뜨거운 공기속에서.

잭은 공을 향해 달려 나갔다.

***

“제발···.”

기도라도 하듯 입술을 달싹거리던 희주가, 마침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사실 나 또한 차마 지켜보기 힘들 정도로 심장이 뛰었다.

괜히 승부차기를 러시안 룰렛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기에.

그래도 눈을 감아선 안 된다. 그게 내 의무니까. 저 아래에서 내 선수들이 싸우는 중이니까.

We do what we want. We do what we want.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를 가득 메운 사만 구천명의 합창에, 내 목소리를 더했다.

Sunderland 'til I die. I'm Sunderland 'til I die.

목에 핏대가 서도록 외쳤다.

사이드라인을 넘을 수 없는 우리들이, 싸우는 선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겨우 이 정도니까.

목소리가 힘이 되도록, 간절히 외쳤다.

잠시 후, 마치 골키퍼를 부숴버릴 듯한 기세로 달려든 잭의 발이 휘둘러졌다.

툭- 건조한 소리가 났다. 공 차는 소리.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함성 때문에 들릴 리 없는 소리가.

잭의 발끝을 떠난 공이 둥실 떠올랐다.

“파넨카 킥!?”

강슛에 대비해 곧바로 몸을 날린 리즈 골키퍼는 반응하지 못했다. 부드러운 포물선을 그린 공은, 허물어진 골키퍼의 몸 위를 유유히 지나 골네트에 안겼다.

오늘 들어 가장 큰 함성이 터져나왔다.

“들어갔어!? 진짜로!? 들어갔어!?”

“그래! 넣었어!”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실축했어도 원망하지 않으려 했다. 이탈리아의 판타지스타조차 팀의 패배가 걸린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적이 있으니까.

장차 팀의 핵심이 될 유망주를 키우는 대가라면, EFL컵 5라운드 진출과 바꿔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축은커녕··· 파넨카 킥이라고!?

여전히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스코어는 이제 4-3. 우리는 아직 한 골 뒤지는 상태고, 팀은 변함없이 탈락의 문턱 앞에 서 있다.

하지만, 위기라는 느낌은 이제 들지 않았다.

리즈의 다섯 번째 키커가 굳어진 얼굴로 페널티 스팟에 섰다.

하퍼의 얼굴은 그와 대조적으로 평온했다.

***

조금 전까지 잭이 실축하면 끝나는 상황이었다면, 이제 자신이 막지 못하면 팀이 탈락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도 오히려 하퍼의 마음은 차분했다. 골키퍼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맞이하는 상황이기에.

팀의 패배를 막아낼 기회, 골키퍼가 팀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다.

골라인을 밟은 채, 하퍼는 무덤덤하게 키커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리즈의 다섯 번째 키커는, 분석에 가장 큰 노력이 필요했던 상대였다.

[특별한 경향성이 보이지 않는데요.]

[통계만 뽑으려니까 그렇지. 동작을 봐. 무릎을 보라고.]

[무릎이요? 코치님, 프로라면 다리 움직임을 속이는 건 기본 아니예요?]

[그런데 얘는 무조건 반대로 차는 것 같더라고.]

애초에 킥 직전에 무릎이 어느 쪽을 향하는지는 무척 사소한 문제다. 멀리서 영상을 찍는 정도로는 알아보기 힘든, 아주 미묘한 버릇.

그 버릇 하나를 찾아내기 위해 브라이언과 샐리가 비디오를 몇 번이나 돌려봤을지를 생각하니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한 번쯤은 막아야겠지.’

아니, 분석팀만 수고해준 게 아니다.

다른 선수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매일 새벽 연습장의 잔디를 고쳐 세팅하던 잔디 관리인, 새벽 훈련이 몸에 피로를 남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준 메디컬 팀.

그리고, 무릎에 찜질을 해가면서까지 새벽 훈련에 어울려준 구단주까지.

‘눈을 볼 필요는 없어. 무릎만 보면 돼.’

리즈 선수의 무릎 위에, 지난 일주일간 함께했던 친숙한 동작이 겹쳐 보였다.

‘왼쪽!’

생각을 마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손끝에 공이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후, 궤도가 비틀린 공이 골포스트 옆을 스쳐 나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티 오브 선덜랜드 전체를 울리는 뜨거운 함성 속에서.

에드워드 하퍼는, 오늘 들어 처음으로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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