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자의 신이 키우는 축구단-45화 (45/422)

45화 베리 메리 크리스마스 (2)

12월, 아직 이적시장이 열리기도 전인데 벌써 언론이 아주 뜨겁다.

[리버풀, 잭 맥그리거 노려··· 제 2의 ‘헨도’ 되나?]

[리즈의 비엘사, 잭을 극찬!]

[사우스게이트,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는 잭 맥그리거.”]

[다섯 개 이상의 EPL 팀이 노리는 것으로 밝혀져···.]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11월 말의 유러피안 네이션스리그가 문제였다. 그렇다고 잭이 국가대표팀에 불려갔다는 건 아니지만.

국대에 불려간 헨도가 훈련 중에 갑자기 부상당했고, 헨도를 대신해서 급히 출전한 다른 팀 미드필더가 경기 중 실려 나오고, 그 교체가 또 실려 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아마 급하게 불려 나간 부작용이겠지.

덕분에, 정신을 차려보니 1부 리그에 미드필더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것도 잉글랜드 국대로 뛸 만한 클래스 있는 선수가 세 명이나 비어 버렸다.

전화기 너머에서 헨도의 목소리가 조용조용 울렸다.

[그래서 올 겨울에 땜빵이 필요해진 거야. 처음엔 너희 팀 톰슨도 물망에 올랐는데, 어차피 데려올 거라면 유망주가 낫지 않냐고 하더라고.]

“그래서 잭이라고?”

[생각해 봐. 걔 홈그로운이잖아.]

축구 팬이라면 치를 떠는 EPL의 홈그로운 제도, 덕분에 홈그로운 자격을 갖춘 유망주는 그야말로 천룡인 대접을 받을 정도다.

[요즘은 사우스게이트 감독도 걔한테 관심을 보이는 거 같더라. 아무리 그래도 3부리그 선수를 국가대표팀에 콜업하진 않겠지만.]

“고오맙다.”

[별말씀을.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말해줄 수 있지.]

“아니, 고오오맙다고. 애초에 네가 다치지 않았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테니까.”

전화기를 붙잡고 으르렁거리자,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에이, 그건 좀 봐주라.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선수 없는 거 알잖아.]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다. 나는 입맛을 다셨다.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통화를 마치자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루머가 도는 상대가 챔피언십 따위였으면 신경도 안 썼을 텐데.

답답하다.

그렇게 생각하자 책상 위에 곧바로 제로콜라가 놓였다.

“아니, 근데 오빠. 벌써부터 무슨 루머성 찌라시가 이렇게 돌아? 이적시장 열리지도 않았잖아?”

“전형적인 선수 흔들기지. 잭처럼 계약기간이 많이 남은 선수는, 본인이 나가겠다고 아우성치지 않는 이상 절대 못 데려가거든.”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이적료를 내미는 방법도 있지만, 이번에는 해당 없다. 선덜랜드 구단주는 돈이 아주, 아주, 아주 많아졌거든.

따라서 잭을 이적시키기 위해서는, 선수 본인의 강력한 의사 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걸 노리고 신나게 언플을 시작한 거겠지.

“그러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야지.”

대답은 했지만, 쉽게 결심이 서지 않는다.

돈은 문제가 안 된다. 그리고 팀의 위상 차이 그 자체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선덜랜드에 대한 잭의 애정은 워낙에 유별나니까.

“왜, 혹시 국가대표 차출 때문에 그래?”

“그렇지 뭐.”

헨도의 발언도 그렇고, 사우스게이트 관련 기사를 보면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이 잭에게 관심이 생긴 건 확실하다.

아마 잭의 소속이 3부리그 선덜랜드만 아니었으면 이번에 차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마침 국가대표급 미드필더가 셋이나 부상당한 상황이니까.

잭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이번 겨울이 절호의 찬스일 수 있다. 1월에 바로 1부리그 팀으로 옮기고, 내년 봄 A매치 데이에 정식으로 국가대표로 데뷔하는 시나리오로.

“3부라고 안 부르는 법은 없잖아.”

“3부리그 소속은 어지간해선 못 불러. 특혜니 뭐니 뒷말이 엄청나게 나올 테니까.”

알아들었다는 것처럼 위아래로 흔들리던 희주의 고개가, 갑자기 뚝 멈췄다.

“그런데 국대 차출 안 당하면 우린 좋은 거 아니야?”

“축구선수의 인생에는 중요한 요소니까.”

국가대표팀 승선을 바라지 않는 선수는 없다. 나만 해도 축구를 시작했을 무렵엔 당연히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꿈을 꿔봤을 정도니까.

국가대표 경력은 선수의 커리어와 평가에 중요한 요소다. 소속팀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십수년째 보여주는 축구의 신이, 국대에서 트로피를 들지 못해 평가가 깎이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구단으로서는 절대 보내고 싶지 않지만, 잭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붙잡는 게 과연 올바른지 의문이 든다.

희주가 한숨을 쉬었다.

“즉, 어디까지나 선수를 위해서··· 라는 거구나. 오빠답네.”

알면 콜라 좀 따서 가져오지.

“며칠 더 생각해 보자. 아직 제대로 오퍼가 들어온 것도 아니고, 이적시장이 열린 것도 아니니까.”

콜라를 따서 들이킨 다음 스위치를 바꿔 넣었다.

잭의 이적 문제는 사실 급한 문제가 아니다. 루머는 무성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실체화되진 않았다.

구단주로서는 다른 업무들도 해결해야 한다.

[  ] 선수단 보호

[  ] 굿즈 라인업 확충

[  ] 크리스마스 이벤트

나는 아드리안을 구단주실로 호출했다.

***

호출을 받은 아드리안은, 카트에 박스를 산더미처럼 쌓아 들고 나타났다.

“성과가 좀 있었던 모양이군요.”

“네, 비서님이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희주가요?”

“팬들의 아이디어를 들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좋은 발상이긴 한데··· 웬일로?”

무심코 바라보자, 희주가 ‘엣헴’ 이라도 할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옛날 이야기도 있잖아. 남편은 시계 팔아서 아내 빗 사주고, 아내는 머리카락 팔아서 남편 시계줄 사주고··· 미담이긴 하지만, 결국 원치 않은 선물인 거지? 차라리 미리 물어보는 게 훨씬 낫지.”

“그래서 물어봤다고?”

“응,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어. 원래는 <선덜랜드 팬들의 저 환한 미소를 보라> 는 슬로건으로 해보려고 했는데, 어째서인지 그건 절대 안 된다고 다들 말려서···.”

응, 그건 절대 안 되지. 축구판에는 금기어가 있거든. 그리고 팬들의 환한 미소는 금기어 목록에 들어간다.

“그래서 <구단주 산타에게 바란다> 같은 느낌으로 아이디어를 모아본 결과, 반응이 좋은 굿즈들이 만들어진 거야.”

“그나저나 아이디어가 꽤 고퀄리티였던 모양이네. 저렇게 박스를 잔뜩 들고 온 걸 보면.”

그러자 희주가 슬며시 웃어 보였고, 옆에서 아드리안이 대신 대답했다.

“왜냐면 정식 굿즈로 채택된 아이디어는, 해당 굿즈를 선물로 보내주기로 했거든요. 이번 이벤트의 가장 완벽한 포인트였습니다.”

폼으로 아이돌 팬클럽 노릇을 한 건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준비한 굿즈는 뭡니까?”

“선수들 피규어입니다. 기존과 다른 점은, 우리 경기장 미니어처에 세워둘 수 있는 사이즈라는 거죠.”

아드리안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경기장 미니어처를 꺼내 보였다.

피치 위에 올라간 선수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근사하다.

“이런 식으로 만들면 수집욕 때문에라도 모든 선수를 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선수단 전원의 홈, 어웨이킷 버전을 따로 팔고요.”

“어웨이킷은 잘 안 나갈 것 같은데요.”

“그 부분에도 대책이 있습니다. 선수 피규어에, 경기장 미니어처에 호환되는 각종 비품들을 포함할 생각이거든요. 물론 비품은 랜덤입니다.”

악마···.

“랜덤성은 컬렉터에게 무척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선수가 꽝 취급이 아니면 되잖습니까?”

이러다 조만간 SSR 월드베스트 페르난데스 피규어 같은 걸 만들어낼 기세다··· 좀 무서운데.

“그런데 이 피규어는 뭡니까? 낯이 많이 익은데요.”

아드리안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구단주님이죠. 지금 보시는 버전은 유니폼이고, 정장 버전도 따로 만들 겁니다.”

“아니 나를 왜 팝니까? 선수도 아닌데요.”

“왜냐면 클럽하우스 미니어쳐도 팔 거니까요. 참고로 로저스 감독님하고 브라이언 코치님도 만듭니다.”

아무리 그래도 구단주나 감독은 너무 나간 것 같다.

“세상에 누가 구단주 피규어를 삽니까? 선수면 몰라도 스태프 피규어가 팔리겠습니까?”

질책했지만, 아드리안의 환한 미소엔 흔들림이 없었다.

“그게, 선덜랜드의 비밀병기가 구단주님이라는 설이 퍼지면서 수요가 부쩍 늘었습니다. 이번 이벤트에서도 구단주 피규어 내 달라는 의견이 많았고요.”

팬들이 그렇다면야 할 수 없지만···.

“그건 그렇고··· 저건 뭡니까? 선덜랜드 레플리카 입은 여자요. 생긴게 많이··· 친숙한데요.”

그러자 아드리안은 오늘 들은 이야기중 가장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멘트를 입에 담았다.

“아, 비서님입니다. 팬들의 목소리를 반영했죠.”

- 레바뮌 3연전때 홍보 영상에 나온 여자애 되게 예쁘던데. 걔는 피규어 안 만들어줌?

이 사람 찾아내서 안경 사주고 싶다. 본인이 원하면 라식도 시켜줄 수 있는데.

“그런 의견에 따라 비서님, 샐리 분석관님, 리지 관리인님, 그리고 CS팀의 에이미 씨. 이렇게 선덜랜드 4대 미녀 피규어를 라인업에 추가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녀들 사이에 영 이상한 게 하나 섞인 거 같은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옆에서 희주가 까불거리기 시작했다.

“에이미 씨? 아니면 리지 씨?”

“너 말이에요, 동생님.”

그나저나 샐리는 ‘이상한 거’ 후보로 거론조차 안 되는 걸 보면, 희주에게도 일말의 양심은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아드리안은 그 외에도 팬투표 3위, 4위, 5위를 차지한 굿즈를 차례로 소개했고 나는 이번 크리스마스 신상 라인업에 대해서는 대만족 상태가 되었다.

아, 구단주 비서 피규어만 빼고.

“그런데, 팬투표 1위 아이디어는 뭡니까?”

아드리안의 표정이 처음으로 어두워졌다. 잠시 후, 희주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 잭이 남는다는 소식!

나는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잭과 이야기를 한번 나눠봐야 할 것 같아서.

***

“아직 물밑에서 오가는 이야기긴 한데, 네 이적료가 최하 천만 파운드에서 시작할 것 같아. 잘하면 이천만 파운드 찍을 수도 있고.”

에이전트의 호들갑에, 잭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슴까? 어차피 안 갈거지만, 비싸다니 기분은 좋슴다.”

“안 간다고? 어째서? 프리미어리그 팀인데!?”

“전 선덜랜드를 사랑함다. 다른 팀은 관심 없슴다.”

그러자 에이전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봐, 잭. 선덜랜드를 사랑한다면 오히려 이 기회에 옮겨야 해.”

“그건 또 무슨 참신한 헛소림까?”

인상을 쓰는 잭을 향해, 에이전트가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천만 파운드면 3부 리그 구단 하나를 살 수 있는 돈이야. 챔피언십 주전급 선수 대여섯 명을 데려올 수도 있어. 천만 파운드만 해도 대박이지.”

“그렇··· 슴까?”

“사랑하지 않아서 떠나는 게 아니야. 사랑해서 떠나주는 거라고. 구단에 막대한 이적료 수입을 안겨 주고, 구단은 그 돈으로 팀을 재건하고.”

“우리 구단주님 돈 많다고 들었슴다. 지금도 투자 엄청 하고 계시지 않슴까?”

“설비엔 펑펑 쓰겠지. 그래도 선수에는 함부로 돈 못 질러. 선수 이적료와 주급은 FFP룰에 걸리니까. 그래서 실제로 영입은 딱 두 건이잖아.”

잭을 상대로는 꽤 효과적인 공격이었다. 거액의 주급을 운운한다면 곧바로 잘랐겠지만, 자신의 이적료가 팀을 살리는 데 보탬이 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생각해 보겠슴다.”

고민하던 잭이 구단주의 호출을 받은 건, 12월 23일의 일이었다.

***

구단주실에 온 잭의 표정은 어두웠다. 하긴, 이적 루머에 휩쓸린 선수로서는 구단주실에 오기 불편하겠지.

일단 자리를 권하자, 잭은 머뭇거리며 앉았다.

“구단주님, 저는 정말로 떠나기 싫슴다. 하지만 팀의 재정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저를 팔겠다고 하시면, 이 한 몸 바치는 심정으로··· 국대?”

“정말로 널 팔기 싫지만, 만일 국가대표 선발을 위해 상위 리그 팀으로 옮기고 싶다면 대승적인 차원으로··· 재정?”

이상한 키워드가 들린 것 같다.

“내가 먼저 말해도 되겠어?”

“물론임다. 말씀하십쇼.”

고개를 끄덕인 다음, 나는 차분하게 의견을 꺼냈다.

“언젠가 네가 팀이 싫어져서, 아니면 네 커리어를 위해서 떠나겠다면 잡지 않을 생각이야. 혹은 우리 감독님이 널 필요 없는 선수라고 한다면 팔 수도 있겠지.”

“······.”

“하지만 단순히 돈이 모자라서 선수를 팔 일은 없어. 이천억 파운드면 모를까, 겨우 이천만 파운드 때문에 널 팔지는 않아. 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러자 잭이 미소를 지었다.

“아··· 에이전트한테 들었슴다. 신경 안 쓰셔도 됨다. 면담 마치고 바로 자를 검다.”

그거 다행이네.

“그럼 저도 말씀드려도 됨까?”

“물론.”

“국대는 선덜랜드에 있어도 갈 수 있슴다. 어차피 2년 후엔 1부리그가 될 팀 아님까? 2년 후면 시기도 딱 좋슴다. 월드컵 아님까. 벌써 서두를 필요 없슴다. 왜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겠슴다."

슬쩍 원망스런 시선을 보내는 잭을 향해, 나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기회가 너무 좋아서 그랬지. 마침 국대급 미드필더들이 줄부상이고, 네가 3부 리그 선수만 아니면 뽑아갔을 거란 제보도 들었으니까.”

“제 실력이 부족해서 안 뽑으면 몰라도, 선덜랜드가 프리미어리그 팀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대표팀은 오히려 제가 거절함다.”

“그래.”

서로 이야기해보길 잘했다. 괜히 서로 배려한답시고,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에 나오는 짓을 할 뻔했어.

크리스마스 선물.

“그럼 이적 루머 같은 건 이제 신경 안 써도 되겠슴까? 괜찮으시면 에이전트 자르러 가보겠슴다.”

일어나려는 잭을, 슬쩍 붙잡았다.

“기왕이면 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하나 해주지 않을래?”

***

“맞다. 팀장님은 왜 레플리카에 마킹 안 넣으세요?”

직장 동료이자 선덜랜드 팬 동료인 수잔 베일리의 질문에, 마일즈 우드는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전에는 몇 번 넣었는데, 요즘은 마킹 넣기가 좀 그렇더라고. 선수 마킹만 넣으면 다들 나가버려서.”

“그래요?”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지. 마킹은 아무래도 잘나가는 선수한테 넣는데, 그런데 우리 팀에서 잘나가는 선수는 다른 팀에서 채가잖나?”

그 꼴을 몇 년쯤 당한 뒤로, 마일즈는 레플리카에 마킹을 넣지 않고 있고, 기존 레플리카는 모두 처분했다.

지금까지 남은 키트 중, 선수 이름이 들어간 물건은 잭이 선물해준 실착 유니폼 뿐이다.

그러고 보니 그 잭도 요즘 이적 루머에 휘말렸다. 분위기로 봐서는 떠날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빌어먹을. 내가 문제인가 봐. 내가 마킹 유니폼만 가지면 꼭···.”

그때 마일즈의 스마트폰이 울렸고, 영상 링크가 날아왔다. 브렌든이 보낸 거였다.

- 잭의 이적에 대해, 선덜랜드의 공식 입장 발표.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보낸다는 거겠지. 한숨을 쉬며, 마일즈는 우울한 표정으로 링크를 열었다.

선덜랜드 구단주의 모습이 나타났다.

[요즘 선덜랜드 선수를 돈 몇 푼으로 사갈 수 있다고 믿는 이상한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안내드립니다.]

영상 속에서, 이희성이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진짜 돈지랄이 뭔지 보고 싶어진 거 아니면, 그냥 선수 피규어나 사가세요.]

의미를 곱씹기도 전에, 이번엔 잭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를 갖고 싶은 구단은, 딱 두 가지 요구사항만 지켜 주면 됨다. 별로 어려운 조건은 아님다.]

선덜랜드의 로컬 보이가, 나이에 어울리는 장난스런 미소를 지어보였다.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를 홈으로 쓸 것. 엠블럼에 펜쇼 모뉴먼트와 위어마우스 브릿지를 넣을 것.]

··· 사실상 선덜랜드 종신 선언이다.

눈을 깜빡이는 마일즈의 귓가에, 잭과 구단주의 목소리가 합창처럼 울렸다.

[그럼 선덜랜드 가족 여러분, 박싱데이에 만납시다. 베리 메리 크리스마스.]

“베리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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