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함께 걷기 위해서 (1)
<축구를 혼자 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내 인생에 대한 모욕이다 - 지네딘 지단>
과거의 뉴캐슬 팬이자, 현재의 선덜랜드 팬. 브렌든은 무심코 눈을 깜빡였다.
‘내가 날짜를 잘못 봤나.’
비록 선덜랜드 충성팬은 아닐지언정, 브렌든은 축구라는 스포츠 자체는 무척 사랑했다. 경기 일정이 언제인지는 빠삭하게 외우고 있었다.
틀림없이 오늘은 경기가 없는 날이다. 그런데도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부근은 사람이 드글거렸다.
‘하긴, 그놈의 메가스토어 생기고 나서부터 붐빈다고 했었지.’
하지만 메가스토어가 화제를 모은 것도 오픈 직후의 일이고, 지금은 시즌 개막하고 한 달이 지났다. 아직도 메가스토어 때문에 사람이 붐빌 리는 없다.
호기심에 브렌든은 걸음을 옮겼다.
“축구도 안 하는 날인데 뭔 사람이 이렇게 많나.”
호기심에 다가간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앞, 그곳은 마치 축제 현장처럼 뜨거웠다.
[우리가 한 번도 갖지 못한 트로피, EFL컵을 향한 여정]
동문 게이트 옆 광장엔, 크기만으로도 질릴 것 같은 대형 스크린이 놓였다.
스크린에서는 경기 하이라이트가 한창 재생되는 중이었다. EFL컵에서의 명장면, 지금도 팬들에게 회자되는 리즈와의 승부차기 장면이다.
손에 푸드트럭 음식을 든 사내들이 제각기 떠드는 소리가 브렌든의 귀에 들어왔다.
“EFL컵 우승 바라면 너무 욕심 같고··· 그래도 8강은 가주면 좋겠는데.”
“에이, 더 올라가겠지. 수비가 좋아졌잖아. 에디도 들어왔고.”
“근데 에디는 가끔 정신줄 놓고 뚫리던데.”
“이봐, 에디가 뚫리고 실점한 적은 없다고.”
“그게 다 페르난데스의 커버 덕분이지.”
핫도그며 피시앤칩스를 씹으며 떠드는 사내들 사이로, 브렌든이 슬쩍 끼어들었다.
“저기, 선생님들. 이거 대체 뭡니까?”
그러자 사내 한 명이 턱짓으로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고개를 돌린 브렌든의 시선에 간판이 들어왔다.
[선덜랜드 풋볼 스퀘어]
간판 아래쪽에는 커다란 큐알 코드도 붙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가져다 대니, 곧바로 화면에 영상이 떠올랐다.
“선덜랜드 풋볼 스퀘어는, 팬 여러분을 위해 24시간 개방하는 공간이에요!”
예전에 한번 영상으로 봤던, 선덜랜드 유니폼걸이 스마트폰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고, 전문 펀딧들의 매치 프리뷰와 리뷰를 즐길 수 있죠. 매치데이에는 직접 중계도 해드리니까 기대해주세요.”
연신 방긋거리던 유니폼걸의 얼굴에 엄격한 표정이 떠올랐다. 척, 하고 세운 검지는 덤이었다.
“다만, 드레스 코드는 꼭 지켜 주세요! 풋볼 스퀘어는 홈팬 구역이므로, 원정 레플리카는 절대 불허합니다.”
브렌든이 쓴웃음을 지었다.
“굳이 불허하지 않아도 원정 레플리카 입고 여기 들어올 배짱 좋은 놈은 없을 텐데··· 그나저나, 이래도 되는 건가?”
그러자 옆에서 핫도그 사내가 히죽 웃었다.
“중계권? 이미 협의 끝냈다던데? 이럴 때 갑부 구단주 덕을 보는 거지.”
“아뇨, 그게 아니라··· 이런 식이면 누가 돈 내고 표 사냐 이거죠.”
그러자 이번엔 칩스 사내가 피식거렸다.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게 선덜랜드 표요. 그거 모르슈? 솔직히 여기까지 와서 돈 몇푼 아끼자고 스크린으로 축구 보겠소? 자리만 있으면, 돈이야 얼마든지 내지.”
“하긴, 그건 그렇군요. 그나저나 스크린이 어째 묘하게 친숙한데요.”
“맞소. 스타디움의 메인 스크린이었지. 추억과 전통이 깃든 물건이라 이렇게 활용한다더군.”
“어, 그러면 경기장엔 이제 스크린이 없는 겁니까?”
브렌든의 의문에, 핫도그 사내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들어가 보슈. 알 만한 사람이 왜 그래? 돈 없는 애들도 아니고, 한 번쯤은 표 사도 되잖아.”
“말씀하신 것처럼 표 구하기 너무 힘들어서요. 요즘은 돈 있어도 구하기 힘든 게 선덜랜드 티켓이잖습니까.”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는 브렌든을 향해, 이번엔 다른 사내가 친절하게 덧붙였다.
“그럼 스타디움 투어 신청해 봐. 여기 직원들 진짜 친절하거든.”
브렌든은 쓴웃음을 지었다.
시즌권 보유자가 아닌 브렌든으로서는,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웃 마일즈가 동행자용 티켓을 구해다 줬지만, 요즘은 브렌든 스스로 사양하고 있었다.
마일즈의 부하직원, 수잔 때문이었다. 아무리 영국이 축구의 본고장이라지만, 이곳에서도 축구를 좋아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하면 드문 편이었다.
성실하지만 숙맥 같은 마일즈는 축구라도 매번 같이 안 보면 여자와 친해질 수 없을 테니, 자기가 빠져 주겠다는 게 브렌든의 복안이었다.
‘내가 잠깐 미쳤지··· 어차피 마일즈 그 얼간이는 이 기회에 친해지려는 생각도 못 할 텐데, 그냥 축구나 편하게 볼걸!’
브렌든의 얼굴을 슬쩍 살피던 사내들이 웃었다.
“뭐, 안되면 암표라도 알아보셔야지 어쩌겠나··· 맞다. EFL컵 홈 경기 아직 매진 아닐걸.”
“EFL컵이요?”
브렌든은 입맛을 다셨다.
EFL컵, 선덜랜드의 상대는 플리머스로 정해졌다. 현재 3부리그 소속으로, 선덜랜드와는 작년에 리그 원에서 마주쳤던 상대다.
선덜랜드가 3부리그를 학살하고 올라온 게 바로 몇 달 전의 일이고, 심지어 플리머스 상대로는 홈, 원정 모두 시원하게 이겼다. 새삼 컵에서 다시 만난다고 해 봐야, 긴장감이 들지 않는 상대였다.
아직 티켓이 매진되지 않은 것부터, 별 기대감 없는 경기라는 증거였다.
그런데도 사내들의 반응은 달랐다.
“아주 자신있게 단언하던데? 꼭 와서 보라고. 절대 후회 안 할 거라고.”
“누가요?”
브렌든의 질문에, 핫도그 사내가 씩 웃었다.
“누구겠어, 썬이지.”
* * *
플리머스와의 EFL컵 경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을 무렵, 선덜랜드는 경기 준비에 한창이었다.
“죽겠네, 정말.”
가뜩이나 다크서클이 심하던 브라이언이었지만, 요즘은 아예 얼굴이 판다처럼 변했다. 그리고 브라이언과 열심히 토론 중인 샐리 역시 평소보다 화장이 훨씬 짙었다.
“우리가 쭉 해오던 축구와 본질은 다르지 않아. 블록을 어디에 설치하느냐··· 그게 관건이지.”
“세 줄로 늘리고, 시발점을 올리고 말이죠.”
“그렇지. 중요한 건 압박 트리거인데 말이야··· 데이터는 뽑았나?”
“물론이죠. 플리머스 정도는 3분만 봐도 알아요. 지난 시즌에 더블했던 상대인걸요.”
샐리는 퍽 자신있게 단언했지만, 정말로 분석에 3분만 썼을 리는 없다··· 그랬으면 지금보다 화장이 훨씬 옅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요즘, 격무의 한가운데에 시달리고 있었다.
가뜩이나 일정이 혹독하기로 악명 높은 영국 축구에서도, 챔피언십 일정은 유독 가혹하다.
프리미어리그보다 팀이 네 개 많은 특성상 치르는 경기 수가 더 많다. 그런데도 승격 플레이오프가 존재하는 특성상, 리그 일정은 더 빨리 끝내야 한다.
그 와중에 컵 대회 두 개를 더 치르니, 일정의 과중함은 새삼 끔찍할 지경이다.
그나마 선수들은 로테이션이라도 하지만, 브라이언과 샐리는 그런 거 없다.
“조금 쉬었다가 하지? 혹사 금지가 우리 룰 아니었어?”
이대로라면 플리머스전을 치르기 전에 초상부터 치를 것 같아서 권유했더니, 망설임 없는 대답이 합창처럼 돌아왔다.
“그럴 시간은 없어요, 구단주님. 이 정도는 아직 혹사 축에도 안 들어요.”
“그럴 시간은 없어, 브로. 그리고 혹사 금지는 상관없지. 우린 선수가 아니라 코치거든.”
어, 그건 그렇네.
별수 없이, 나는 격무에 시달리는 두 사람을 위해 메디컬 팀에 따로 집중 관리를 부탁해야 했다.
그런 내 모습을 흘끔거리던 브라이언이, 쓴웃음을 지었다.
“브로, 나는 요즘 우리 응원가가 조금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는데 말이지.”
“음, 어느 부분이?”
“Sunderland 'til I die를 들을 때마다 조금 슬프더라고. 나는 죽을 때까지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겠구나 싶어서···.”
그렇긴 하지, 브라이언 너는 종신이니까.
트레블 세 번 하기 전에는 절대 안 놔줄 거다.
* * *
다음날 새벽, 나는 일찍부터 훈련장에 향했다. 리지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브라이언과 샐리가 어젯밤 늦게까지 머리를 맞댄 결과 플리머스전의 대응 전술이 확립되었고, 훈련장과 경기장의 잔디 역시 그에 맞춰서 세팅을 바꿔야 한다.
물론, 잔디 세팅 이야기는 문자나 전화로 해도 그만이긴 하다. 그런데도 내가 굳이 직접 훈련장을 찾아온 이유는, 공을 차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 의도는 바로 좌절로 끝나고 말았다. 선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니였다.
미리 콘까지 준비해서 잔디 곳곳에 세운 모습이, 팀 훈련 시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본격적이었다.
물끄러미 요니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옆에서 리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썬? 일찍 나오셨네요?”
눈이 마주치자 리지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스트로베리 블론드가 새벽 어스름 속에서 반짝였다.
“혹시 연습하러 오셨으면, 다른 그라운드 열어드릴게요.”
리지의 제안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렇게 수고를 끼치고 싶진 않군요.”
지금 요니가 쓰는 1번 그라운드는 범용 훈련장이지만, 2번 그라운드부터는 특수 용도로 사용되는 곳이다. 수중전이나 상대 팀에 따른 대응 전략 같은 식으로.
특수 세팅이니만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내가 잠깐 연습하면, 리지가 다시 정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선수가 쓸 잔디를 관리하라고 리지를 데려온 거지, 내 취미 활동을 위해 영입하지는 않았다.
“그럼 돌아가시나요?”
“모처럼이니 구경이나 하다 가죠··· 리지 씨와 할 이야기도 있었고, 혹시라도 요니가 무리하는 것 같으면 끌어내야 하니까요.”
그러자 리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 마실 것 좀 드릴게요!”
리지는 능숙한 손길로 카트 한쪽 구석을 열더니, 제로콜라 두 캔을 꺼냈다.
신기하게 바라보자 리지가 환히 웃었다.
“하핫, 잔디관리인의 작은 지혜죠. 찾아보니 미니 냉장고 넣을 자리가 있더라고요··· 잠시만요, 따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희주는 손톱 상한다고 절대 안 따주던데.
··· 하긴, 만일 리지가 손톱 미용을 신경 쓰는 타입이었으면, 잔디 관리인으로 일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콜라를 홀짝이며, 요니가 훈련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썬, 요니는 참 열심이죠?”
“그렇네요.”
“보고 있으면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선수죠. 제가 아는 어느 선수를··· 무척 닮았다고 생각해요.”
그러고보니 요니가 연습하는 동작이 친숙하다. 아웃프런트를 이용해 안으로 파고든 다음 슛. 일명 윙포워드 매크로니까.
작년부터 우리 팀 선수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동작이기도 하다.
“썬의 시그니처 무브죠?”
“시그니처 무브라기엔 아무나 다 하는 건데요. 윙포워드라면 상식이죠. 그리고 나는 아카데미에서밖에 안 썼고요.”
“하핫, 현역처럼 멋졌죠.”
내가 은퇴한 지 13년, 아니 이제 14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팬심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덕분에 나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저 동작을 유독 선호하는 크리그와 요니는 둘다 팀에서 소문난 연습벌레들이고, 나는 훈련장을 새벽에만 빌려 썼다.
즉, 크리그와 요니는 내 연습을 봤다는 뜻이다. 그리고 선수가 새벽부터 마음대로 훈련장 그라운드까지 들어오진 못할 테니···.
“리지가 공범이었군요.”
“구단주가 따로 훈련하는 마당에, 선수라면 당연히 자극 받아야 정상이죠.”
“요니 쟤는 자극 덜 받아야 합니다. 잘못하면 오버워크가 되거든요.”
다행히 요니의 새벽 훈련은 그렇게까지 길지는 않았다. 훈련을 마치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려던 요니와 눈이 마주쳤다.
“어? 구단주님··· 나오셨네요.”
인사하면서도 요니는 눈을 슬슬 피했다. 혼날 거라고 생각했는지, 기가 죽은 것 같았다.
나는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무릎 부근을 손으로 슬쩍 짚기만 했다.
“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혼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요니의 표정이 밝아졌다.
“다들 아침 안 드셨죠? 괜찮으시면 소시지 좀 어떠세요?”
고개를 끄덕이자, 요니는 곧바로 훈련장 벤치 쪽으로 향했다. 의자 아래를 만지작거리던 요니가 도시락통을 꺼냈다.
“요즘도 저기 쓰나?”
“네, 유스 출신의 지혜죠. 여긴 코칭스태프도 잘 모르는··· 아차.”
황급히 입을 다무는 요니를 향해, 쓴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우리도 알아. 우리도 유스 출신이니까. 참고로 말해두자면, 거기 간식 제일 많이 숨겨둔 게 브라이언이었어.”
덤으로 로저스 감독도 안다. 유스팀 감독 출신이니까.
유소년이라면 당연히 통제하겠지만, 프로라면 자기 관리는 스스로 해야 한다. 그러니 약간의 주전부리 정도는 그냥 넘어가는 거다.
특히 요니에게 소시지는 소울푸드 같은 거라서, 마냥 금지하기도 좀 그렇다.
요니는 능숙한 손길로 일회용 포크에 소시지를 찍어 내밀었고, 나와 리지가 한 개씩 받았다.
소시지를 한 입 깨문 리지가 눈을 빛냈다.
“맛있어요. 그리고 이거··· 아직 따뜻하네요? 보온통도 아니던데.”
“네, 기숙사에서 나올 때 데워 온 거라서요.”
“어머, 요니 선수 아직도 기숙사 살아요?”
“네. 주급 문제도 있고 해서···.”
그러자 리지가 이번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리지로서는 보기 드문 비난의 시선, 요니 같은 유망주를 집 구할 돈도 안 주고 부려먹는다고 오해하는 거겠지.
요니가 황급히 해명했다.
“콜업 직후에 그랬다는 거고, 지금은 꽤 받습니다. 구체적인 액수는 말 못 하지만요··· 그냥, 기숙사가 마음 편해서 계속 사는 겁니다.”
“그렇군요! 하긴, 저 같은 초보 관리인한테도 후한 대우를 해주는 팀인데, 선수 대우가 박할 리 없겠죠.”
내 쪽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어 보인 리지가, 슬쩍 화제를 돌렸다.
“그럼 이 소시지는 어떻게 만든 거에요? 수제 같은데··· 기숙사에서 요리할 수 있어요?”
호기심을 드러내는 리지를 향해, 이번엔 내가 대신 설명했다.
“잭 어머님이 만드시는 겁니다. 정말 맛있죠. 어머님만 괜찮으시면 우리 상품으로 넣고 싶을 정도로요.”
그러자 요니가 웃었다.
“하하, 그러면 진짜 잘 팔리겠네요. 맥그리거 가문의 비밀 레시피라고 하면 매일 매진될걸요. 잭은 인기 좋으니까요.”
“요나스 뮐러의 소울 푸드라고 해도 만만찮게 팔릴 텐데.”
슬쩍 그렇게 못을 박자, 요니가 다시 웃었다.
“걱정 마세요. 이제 그런 생각··· 하지 않아요. 저는 선덜랜드 선수니까요.”
그럼 다행이고.
“다만, 솔직히 말하면 잭이 신경쓰이긴 하죠. 친구로서, 동료로서 걔가 잘나가는 건 기분 좋지만··· 차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같이 뛰려는 노력은 계속해야 하니까요.”
유소년 선수 생활을 해 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
브라이언, 그리고 헨도와는 유스 시절부터 무척 가깝게 지냈다. 브라이언이 먼저 프로가 되었을 때, 그리고 헨도가 리버풀로 옮겨가 맹활약을 했을 때, 나는 진심으로 축하했었다.
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기쁨의 한구석에, 나는 왜 저렇게 될 수 없는지··· 그런 씁쓸함이 묻어났기에.
요니 또한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 잭과 요니 중 더 두드러지는 선수는 분명 잭이었으니까.
요니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내게 유일한 위안은··· 요니의 가치가 이백칠십억에 달한다는 것.
따라서 요니가 하는 노력은 결코 배신당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