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자의 신이 키우는 축구단-71화 (71/422)

71화. 함께 걷기 위해서 (4)

경기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관중석에서, 브렌든은 눈을 깜빡였다.

‘이게 정말로 선덜랜드 경기라고?’

선덜랜드가 플리머스 상대로 홈에서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내내, 선덜랜드는 생태계 교란종, 3부 리그의 천재지변 취급이었으니.

하지만, 평소 하던 방식과 전혀 다른 축구를 보여 주면서, 다섯 골 차이 대승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브렌든은 무심코 혼잣말을 했다.

“공수 전환이 아주 빠르던데.”

그리고 일제히 압박에 나서는 포인트도 좋았다.

플리머스가 후방 빌드업에 나설 때마다 기점이 되는 선수를 철저히 틀어막았고, 효율적인 전방 압박으로 플리머스를 몰아넣었다.

개인의 센스만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니, 아마 상대 팀에 대해 철저히 분석했을 거라고, 브렌든은 추측했다.

브렌든의 곁에서 핫도그 사내가 히죽거렸다.

“맞소. 팀이 정말로 강해졌지.”

대답하면서, 핫도그 사내는 물끄러미 시선을 던졌다. 영국 최고라는 초대형 스크린에 비친 하이라이트 장면을 응시하던 핫도그 사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가끔 정신 나간 소리를 하던 것들이 있었소. 우리는 라일 파커를 원한다고. 쯧쯧.”

라일 파커. 선덜랜드의 전임 감독으로, 팀을 2년 연속 승격 실패로 이끈 장본인의 이름이다.

태업 같은 내막까지는 알 리 없는 브렌든조차, 적어도 지금의 선덜랜드 코치진에 비하면 라일 파커가 썩 우수한 감독이 아니라는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정말입니까? 파커를 다시 데려오라고요?”

“뭐, 무조건 시원하게 골 몰아넣는 그런 경기를 원하는 것들이겠지. 다행히 지난 시즌 중반쯤 모두 멸종했지만 말이오. 솔직히 경기 취향까지는 존중해줄 수 있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축구 보는 눈이 있는지는, 솔직히 의심스럽군요.”

“맞소. 예전의 팀은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엉망이었지. 배가 불러서 헛소리들을 하는 게야. 썬이 돌아와 주지 않았다면, 여전히 밑에서 굴렀을 텐데.”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 영국에서 가장 큰 스크린이 들어설 일도 없었을 것이고, 잭과 요니같은 유망주를 끝까지지켜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혹시 기억나시오? 지지난시즌 브리스톨 원정에서···.”

은근한 시선을 던지는 핫도그 사내를 바라보며, 브렌든은 말을 흐렸다.

“아 저는 그때···.”

뉴캐슬 팬이었습니다, 라고 대답하면 산통 깬다는 것쯤은 상식이다. 마침 핫도그 사내는 손이 꼭 솥뚜껑 같아서, 시비 붙기 좋은 상대는 아니었다.

브렌든은 시선을 피하며 애매하게 웃었다.

“··· 축구를 안 봤었거든요.”

“오, 그럼 축구 본 경력도 짧은데 경기 보는 식견이 대단하시구만! 그렇지, 선생 말처럼 지금 우리 축구엔 빠른 전환이 포인트지.”

세상에는 때때로 없으니만 못한 경력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는 뉴캐슬 팬 경력이 해당할 것이다.

“재능이 있나 보네.”

핫도그 사내가 호탕하게 웃으며 브렌든의 등을 두드렸다.

딱 보기에도 솥뚜껑처럼 생긴 사내의 손길은 외형만큼 거칠었고, 팡팡이라기보다는 퍽퍽에 훨씬 가까운 느낌이었지만··· 신기하게도 그렇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자, 그러면 경기도 이겼겠다, 맥주나 한잔 합시다. 내가 사지!”

“그럴까요? 마침 좋은 펍이 있습니다.”

브렌든은 경기장에 오기 전, 잠깐 들러 목을 축였던 펍을 떠올렸다. 주인부터가 선덜랜드 골수팬 같으니, 핫도그 사내와는 죽이 잘 맞을 것 같았다.

사내가 웃었다.

“기대되는군··· 리그 경기는 시즌권 없이는 보기 힘드니까, 앞으로 컵 대회에서라도 자주 봅시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선덜랜드가 위로 많이 올라가면 그만큼 자주 볼 수 있겠군요.”

“하하! 그러면 조금 만만한 상대를 만나면 좋겠군. 기왕이면 홈으로 배정받으면 더 좋고! 프리미어리그 팀 상대로 원정 나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운이 없진 않을 겁니다.”

브렌든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총 50팀에 달하는 다음 라운드 참가팀 중, 프리미어리그 팀은 13개밖에 안 된다. 확률로 따져도 겨우 26%, 원정팀 배정받을 경우까지 따지면 가능성은 훨씬 낮아진다.

핫도그 사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조금 걱정스러워서 그렇지. 어쩌면, 좋은 구단주를 만나기 위해 운을 다 써버린 게 아닐까 싶어서···.”

다음 날, EFL컵 다음 라운드 대진표가 발표되었다.

선덜랜드의 상대는 프리미어리그 팀이었고, 하필 원정 경기였다.

목적지는 캐로우 로드.

노리치의 홈 경기장으로 쓰이는 곳이었다.

* * *

“하필이면 노리치 원정이냐.”

나는 무심코 혀를 차고 말았다. 그만큼 노리치 원정은 어감부터가 영 불길했다.

우승을 노리던 헨도네 팀이, 노리치로 간다는 명언과 함께 미끄러진 적이 있으니까. 심지어 당시 헨도네 팀은 정작 노리치에서는 이겨 놓고도 미끄러졌다.

그래서 기분이 더 별로다. 노리치에 지면 당연히 탈락이고, 이겨도 거짓말처럼 플래그가 설 것 같아서.

“헨도 씨는 도대체···.”

사연을 들은 희주의 눈이 슬퍼 보인다. 응, 우리도 남 말 할 처지 아니야. 헨도 팀은 우승까지 30년 걸렸지만, 우리는··· 1부리그 우승 못 한 지 80년이 넘었거든.

대진표를 확인한 애니가 쓴웃음을 지었다.

“상대가 노리치면 장작에 불 지필 소재는 엄청나게 많은데 말이지. 1985년 EFL컵 결승전의 재림이라는 식으로.”

“그 땐 어디가 이겼어요?”

희주의 질문에, 애니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슬픈 눈으로 표어를 가리켰다.

[우리가 한 번도 갖지 못한 트로피, EFL컵을 향한 여정]

“아···.”

희주가 입을 다물었고, 애니의 설명이 차분하게 이어졌다.

“아니면 에스컬레이터 라이벌이나, 톰슨 더비가 있는데, 어느 소재가 좋겠어?”

“톰슨 더비는 알겠는데 에스컬레이터 라이벌은 뭐죠?”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이 강등당한 팀 순위, 노리치가 1위고 우리가 2위야··· 일종의 불명예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나쁜 기록은 아니긴 하지.”

여러 차례 강등을 경험하려면, 그만큼 다시 승격해야 한다. 지난 시즌 말, 챔피언십에서 뛰던 노리치가 보란 듯이 승격하며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한 것처럼.

우리 선덜랜드 역시 몇 번의 강등을 맞았지만, 곧바로 다시 일어나 부활했었다··· 5년 전의 백투백 강등을 제외하면.

“그 외에도 팬들의 심금을 울릴 멘트는 얼마든지 있는데··· 뭐가 좋겠어?”

더 이상 기자가 아닌데도, 애니가 열을 올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입장료를 나눠 갖는 컵 대회 특성상, 경기장에 팬들이 꽉꽉 들어차는 게 서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작년 리즈가 우리의 도발을 센스있게 받아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언론 플레이는 자제합시다.”

“어째서?”

“수용인원 삼만석도 안되는 캐로우 로드의 입장료 수입을 갈라먹어서 살림살이 얼마나 나아지겠습니까. 차라리 경기장을 썰렁하게 만드는 게 훨씬 이득이죠.”

그러자 애니가 미소를 지었다.

“투트랙 전략을 준비할게. 지역 언론지에는 라이벌리티를 강조하고, 전국 단위 언론에는 홍보 안 하고.”

“그러면 괜찮겠네요.”

“바로 준비할게.”

* * *

[에스컬레이트 라이벌? 강등을 딛고 불사조처럼 다시 일어나는 두 팀, 노리치와 선덜랜드에 대해서]

애니는 언제나처럼 맛깔스러운 기사를 뽑아냈고, 댓글은 노리치 원정에 함께하겠다는 선덜랜드 팬들의 아우성으로 가득했다.

- 위 아 선덜랜드, 위 고 노리치!

ㄴ 너 혹시 노리치 첩자냐?

워낙 유명한 그 대사의 임팩트 때문에, 이번 노리치 원정의 슬로건은 “함께 갑시다.” 로 정해졌다.

한편, 선덜랜드 팬들의 반응이 뜨거워지면서 의도치 못한 부작용도 생겼다. 당초 계획과 달리, 노리치 팬들에게도 불이 붙고 만 것이다.

- 선덜랜드 여러분, 일단 승격부터 하고 떠들지? 2부따리는 제발 깝 ㄴㄴ.

- 노리치와 선덜랜드의 차이? 간단하지. 우리는 1부에 있고, 그들은 1부에 없다.

현재 리그 차이를 강조하는 노리치 팬들의 공세는 매서웠고, 우리 팬들은 눈물을 머금고 방향을 돌려야 했다.

- 1부리그 우승컵도 없는 게 어디서 까불어? 선덜랜드는 1부 우승만 여섯 번이야.

ㄴ 야 인간적으로 2차대전 이전 기록은 좀 빼자.

- 노리치 애들 내년에 우리한테 참교육 당하면 어쩌려고 이렇게 깝칠까.

ㄴ 선덜랜드가 승격을 해야 말이지. 내년에 참교육한다고? 저런, 힘들어 보이는데···.

ㄴ 하긴, 내 생각에도 내년에 노리치 참교육하긴 힘들 거 같아. 우리 올라가면 노리치가 귀신같이 강등당할 테니까.

당초 내 의도와 달리 캐로우 로드는 전석 매진되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노리치 팬들의 여론이 끓어오르기 전, 우리 선덜랜드 팬들이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했다는 소식이었다.

* * *

“하필 노리치라니···.”

브리핑 룸에서 샐리가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 분위기를 전환할 겸, 가벼운 목소리로 물었다.

“샐리 씨는 징크스 같은 거 안 믿는 타입 아닙니까?”

“징크스요? 안 믿는데요. 저로서는 다른 부분이 신경 쓰여서 그래요. 노리치는 톰슨의 친정팀이잖아요?”

노리치는 첼시를 떠난 피터 톰슨이 1년간 머물렀던 팀이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친정팀이라는 샐리의 표현도 일리가 있다.

즉, 노리치는 톰슨에 대해서 무척 잘 알고 있을 팀이다.

“평소에 하는 수비 축구도, 플리머스전에서 시도한 압박 축구도··· 결국 전술의 핵심은 똑같아요. 톰슨이죠.”

톰슨은 전방 압박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지만, 대신 우리의 전방 블록을 롱패스로 건너뛴다는 선택지를 막아 버리는 선수니까.

잭이 경기장의 분위기를 달구고, 요니가 골로 이어지는 찬스를 만드는 선수라면, 공수 양면에 걸쳐 팀의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은 틀림없이 톰슨의 몫이었다.

피터 톰슨은, 명실상부한 선덜랜드의 핵심 선수였다.

그런 톰슨에게는 몇 가지 약점이 있다.

우선 잘 알려진 약점. 나이 든 선수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톰슨 역시 기동성을 잃었다. 특유의 뛰어난 축구 지능으로 위치를 미리 선점하기에 그다지 티가 나지는 않지만.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약점, 톰슨의 무릎에는 폭탄이 있다. 아직까지 문제가 된 적이 없고, 대부분의 상대는 알아채지 못할 약점이다.

다만 원 소속팀인 노리치조차 톰슨의 무릎 상태를 모를 리는 없다. 한때 몸담았던 선수를 대놓고 담그려고 들지야 않겠지만··· 나름의 대비는 해 둘 필요가 있겠지.

게다가 노리치의 홈 캐로우 로드는 선수 친화적이지 않기로 유명한 경기장이니, 꼭 톰슨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다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메디컬 팀은 그날 경기 각별히 신경써 주시죠.”

“네, 그날은 팀원 전체가 동행하겠습니다.”

흔쾌히 대답하는 메디컬 팀장 버드에게 고개를 끄덕여준 다음, 나는 조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혹시 우리 드레싱룸 설비 말입니다. 마사지실이나 뭐 그런 거요. 똑같은 설비를 원정용 구단 버스에 넣을 수 있겠습니까?”

“그게···.”

조엘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설비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자부심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당혹감이 넘쳐 흐른다.

하긴, 나라도 드레싱룸 설비를 모조리 버스에 구겨 넣으라는 지시를 받으면 저런 표정이 될 것 같기는 하다. 우리 새 드레싱룸은 그만큼 크고 아름다우니까.

“다 넣으라는 건 아닙니다. 스파야 나중에 다른 데 가서 즐기면 그만이죠. 다만 선수들의 피로를 풀 수 있고, 유사시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는 수준은 갖추길 바랍니다.”

그러자 조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파를 넣으라는 지시만 아니면, 나머지는 문제 없습니다. 드레싱룸 뿐 아니라, 메디컬팀의 설비 역시 완벽히 재현하겠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훌륭한 원정 경기용 버스가 되겠군요.”

“알고 있겠지만, 버스 여러 대 써도 됩니다.”

“물론입니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원정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나니, 남은 건, 사이드라인 안쪽의 일이었다.

즉, 팀의 전술이다.

브라이언이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요즘의 노리치는 전방 압박이 특기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원래 하던 축구가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는데요. 깊숙히 끌어들인 다음 역습하는 거죠.”

상식적인 의견에, 샐리도 동의했다.

“노리치가 톰슨의 상대법을 알고 있을 경우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역습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순간 로저스 감독과 눈이 마주쳤다. 나도, 로저스 감독도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서로의 생각을 전할 수는 있었다.

때로는 눈빛이 말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법이기에.

잠시 후 로저스 감독이 천천히 선언했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네. 우리 경기 방침은 그대로야. 컵 대회에서, 우리는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일 걸세. 노리치 상대로도 마찬가지야.”

브라이언과 샐리가 굳어진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훈련을 마친 다음, 하퍼는 평소처럼 분석실에 향했다. 자신의 경기 영상을 다시 돌려 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보니 고칠 점 투성이구나.’

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이 많았다.

예를 들면, 플리머스전의 전반 30분. 흘러나온 공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센터백끼리 사인이 맞지 않았었다.

에디가 대신 목소리를 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플리머스 공격수에게 공짜 찬스를 내줄 뻔했다.

목소리를 더 높였어야 했다.

페르난데스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실수였다. 설령 골을 내줄지언정, 동료들을 통솔하지 못하는 일은 팀의 주장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왜 반대로 하는 거지?’

평소 선덜랜드의 축구, 라인을 내리는 수비 축구라면 하퍼의 강점이 살아날 수 있었다.

텐백을 부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가장 대중적인 카드는 타겟 스트라이커를 이용한 헤더이며, 공중볼 방어에 한정하면 하퍼는 페르난데스보다도 훨씬 나은 골키퍼다.

반대로 라인을 올린 공격적인 축구는 그만큼 선수들 사이의 긴밀한 소통을 요한다. 하퍼보다 페르난데스가 몇 배는 나은 조건이었다.

‘퍼스트 키퍼의 권위에 도전할 마음은 없지만···.’

리그 경기를 페르난데스가 지키고, 세컨 키퍼인 하퍼 자신이 컵 대회를 맡는다는 방침은 지극히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술은 서로 바꿔 쓸 수 있지 않을까?’

챔피언십에는 선덜랜드보다 약한 팀이 많다. 공격적인 축구를 하기 좋은 조건이다. 반면, 컵 대회에서는 아무래도 수비 축구가 낫다. 위로 올라갈수록 강한 팀을 만나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선덜랜드는 어째서인지 반대로 하고 있다. 투자의 신이라 불리는 남자의 판단에 토를 달 마음은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감독님과 구단주님이 서로 의논해서 정한 거겠지만···.’

생각이 복잡해져서 그런지, 영상이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하퍼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람이라도 좀 쐴 생각으로.

분석실을 빠져나온 하퍼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훈련장 잔디를 살피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누구지?’

처음엔 잔디관리인 리지인가 싶었는데, 가만 보니 모습이 조금 달랐다.

시설관리팀 고문, 샘 윌리엄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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