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존중의 방식 (3)
페널티 킥을 준비하는 톰슨을 바라보며, 희주가 숨을 삼켰다.
“오빠, 톰슨 선수한테 맡겨도 되는 거야?”
“왜, 혹시라도 살살 찰까 봐?”
“그렇다기보다, 이 와중에 킥을 제대로 찰 수 있는 건가 싶어서···.”
희주가 좌우로 눈짓을 보냈다. 노리치, 그리고 선덜랜드 관중들이 있는 쪽이었다.
붉은 유니폼의 원정 팬들은 뜨거운 환호로 톰슨을 격려했고, 노란 유니폼은 야유를 퍼부었다.
어쩌면 무척이나 잔혹한 짓일지도 모른다. 친정팀을 상대하는 선수에게, 페널티 킥을 맡긴다는 것은.
그래도 톰슨이어야 했다.
“톰슨은 그렇게 나약한 선수는 아니야.”
노리치는 물론, 십 년 넘게 몸담은 첼시 상대로도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일단 골부터 때려 넣을 선수다. 골 세레머니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며, 어쩌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흔들릴 인간은 절대로 아니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강철같은 멘탈. 톰슨의 그런 멘탈은, 배짱 좋은 잭이나 냉정한 크리그, 영리한 요니조차 아직 갖지 못한 덕목이었다.
그래서 우리 팀의 페널티킥 1순위 키커가 톰슨인 것이다.
페널티 스팟에 선 피터 톰슨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시선을 돌렸다.
열광적으로 야유하고, 열정적으로 환호하는 홈과 어웨이 팬들을 차례로 둘러본 톰슨의 고개가, 마침내 공에 향했다.
잠시 후 톰슨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눈이 마주치자, 노리치 키퍼 크룰이 톰슨을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
“네가 어디로 찰지 알아.”
브라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으로 이끈, 크룰 특유의 심리전이었다.
톰슨은 잠시 크룰을 빤히 바라보았다.
선덜랜드가 한 골 뒤진 상황. 남은 시간은 이제 겨우 5분이었고, 앞으로 주어질 인저리타임까지 고려해도 종료까지 10분 이상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 톰슨이 실축하면 경기는 선덜랜드의 탈락으로 끝날 것이고, 만일 골을 성공시키더라도 승부차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일단 심리전을 걸고, 못 막아도 승부차기를 위한 포석으로 삼으려는 거겠지.’
의도를 파악한 톰슨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 되게 유명해졌더라. 작년에 보니까 리즈 골키퍼도 따라 하고 그렇던데.”
“그래? 뭐라고 대답해줬어?”
“나도 안다고 했지. 사실 틀린 말도 아니잖아?”
“너답네··· 그래서, 이번엔 오른쪽이지?”
이 와중에도 심리전을 시도하는 크룰을 바라보며 톰슨은 빙긋 웃었다. 옛 동료 상대로 서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하는 것은, 프로 사이에서는 최고의 존중이다.
그렇기에 톰슨 또한 자신의 친정팀 노리치와 옛 동료 크룰을 최고로 존중하기로 결심했다.
오른쪽 상단 구석에, 골키퍼가 손 쓸 수도 없는 강슛을 꽂아 넣는 방식으로.
[노리치 3 - 3 선덜랜드]
선덜랜드 팬들의 환호 속에서 우리 선수들이 톰슨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골을 성공시킨 톰슨은 천천히 두 손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세레머니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톰슨이 보여준 존중의 방식에, 노리치 팬들은 침묵으로 응수했다. 박수와 환호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야유를 계속하지도 않았다.
한때 자신의 팀이었던, 그리고 이제는 적으로 상대하는 서포터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톰슨은 아주 살짝 미소지은 다음, 하프라인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노리치와 선덜랜드는 서로 뛰는 리그가 다르다. 선덜랜드는 2부 승격권에서, 노리치는 1부 강등권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어쩌면 내년에도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지.’
선덜랜드가 승격하지 못할 수도 있고, 승격했지만 노리치가 강등당할 수도 있다. 서로 조금만 엇갈려도 1, 2년은 금방 지나가 버린다.
무릎에 폭탄이 달린 서른한 살짜리 선수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피터 톰슨은, 어쩌면 오늘이 캐로우 로드에서 뛰는 마지막 경기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자각했다.
경기 종료까지는 채 10분도 남지 않은 시간. 어쩌면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보여주기에는 너무도 부족할지도 모르는 시간이지만···.
그는 오늘 끝까지 자신의 친정팀을 존중할 생각이었다. 옛 동료들과, 과거의 팬들이 그를 존중하는 만큼.
프로답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줄 것이다. 휘슬이 세 번 울릴 때까지.
* * *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한 노리치는 곧바로 선수 교체에 나섰다. 그것도 두 명씩이나.
둘 다 미드필더였고, 베테랑 노장들이었다.
희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해. 득점을 노리는 거라면 공격수를 넣고, 수비를 굳히고 무승부로 끌고 가려면 수비수를 더 넣는 게 상식 아니야?”
“··· 승부차기를 노리는 거겠지.”
우리가 득점했으니, 경기는 이제 노리치의 킥오프로 재개될 것이다. 그러니 노리치는 굳이 수비수를 넣을 필요가 없었다.
미드필더만 강화해도 충분하다. 공을 돌리며 시간을 벌면 그만일 테니.
베테랑을 고른 것은, 아무래도 승부차기라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는 노련한 선수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존중의 방식일 것이다. 노리치의 팀 크룰이 승부차기에 무척 강한 것처럼, 우리 역시 승부차기에 강점이 있는 팀이니까.
선방 능력이 출중한 하퍼라는 골키퍼를 보유했고, 리그 최고 수준의 분석실을 가졌다. 이미 브라이언과 샐리는 노리치 선수들 전원의 경기 영상을 수십, 수백번씩 돌려보고 대책을 세운 상태다.
“승부차기··· 난 그거 좀 싫더라.”
“축구단 관계자 치고 승부차기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어. 보기만 해도 피가 바짝바짝 마르니까. 어쩌면 하퍼나 크룰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을걸?”
“그래? 하퍼 선수는 그런 내색 한 번도 안 하던데···.”
“골키퍼니까.”
그렇게만 대답했는데도 희주는 알아들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희주 얘도 이제 축구단 관계자 생활이 1년이 넘었다.
“그럼 오빠도 승부차기··· 싫어해?”
“당연히 싫지. 누가 러시안 룰렛 같은 걸 좋아하겠어.”
“작년엔 아예 무릎까지 갈아 넣으며 승부차기 준비하길래, 좋아하는 줄 알았지··· 최소한 싫어하진 않는 줄 알았는데.”
희주의 지적에, 나는 깨달았다.
아, 그만큼 우리가 강해진 거구나. 승부차기 같은 변수에 운명을 맡기기 아쉽다고 느껴질 만큼.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로저스 감독은, 그리고 브라이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를.
무심코 우리 벤치 쪽을 향한 시선에, 로저스 감독의 모습이 들어왔다. 테크니컬 에어리어 앞에 요니를 불러다 놓고 정신없이 지시하는 모습이.
어째서인지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함성과 열기에 묻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적어도 승부차기를 준비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 * *
캐로우 로드의 관중석에서는 양 팀 서포터들이 한창 웅성거리는 중이었다.
“올리버와 타일러를 넣는다고? 승부차기 전문 키커들 아니야?”
“맞아, 확실히 끝장내야지! 선덜랜드도 승부차기는 꽤 하는 편이잖아.”
“근데 선덜랜드 애들은 어쩌겠다는 거래?”
“몰라. 방향이라도 알려 주려나 보지.”
노리치 서포터들의 웅성거림을 들으며, 수잔은 걱정을 멈추지 못했다.
“팀장님, 우리도 승부차기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저 모습은 아무리 봐도··· 승부차기 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데요.”
“그렇겠지.”
“크룰은 승부차기에 엄청 강하잖아요. 월드컵도 그렇고··· FA컵에서도요.”
“맞아. 무려 토트넘을 잡아냈을 정도로. 그래서 승부차기 전에 경기를 끝내버리고 싶은 걸지도 모르지. 혹은··· 쟤들 말처럼 미리 방향이라도 지시하는 걸지도 모르고.”
수잔의 걱정과 달리, 마일즈의 반응은 태연했다. 팀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수잔, 우리는 왜 휴가까지 내고 원정 버스에 올랐지?”
“그렇네요. 걱정하러 온 게 아니라, 응원하러 온 거였죠.”
표정을 고친 수잔이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댔다.
I know I am. I’m sure I am.
승부차기에 가더라도, 혹은 마지막 5분간 총공세를 펼치더라도, 팀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응원할 것이다.
I’m Sunderland ’til I die.
* * *
선수 두 명을 교체한 노리치의 움직임은 이전과는 달랐다. 지금까지 내내 공격적으로 밀고 나오던 모습과 달리, 공을 뒤로 돌리며 시간을 벌려는 의도를 역력히 드러냈다.
승부차기로 가보자는 신호일까, 아니면···.
유인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어렴풋하게 떠오를 때쯤, 잭이, 스티븐이, 그리고 요니가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스티븐이 압도적인 하드웨어를 무기로 적진에 파고들었고, 준족의 잭은 경기 종료를 앞둔 지금까지도 이제 막 경기를 시작한 것처럼 날뛰었다.
그리고 요니가 특유의 영리함을 앞세워 패스 루트를 제한했다.
예상보다 훨씬 저돌적인 압박에 노리치 진영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특히 갓 교체된 미드필더 두 명의 당황이 역력해 보였다.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교체 투입된 직후에는 경기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오늘처럼 뜨거운 경기에서는 더욱.
노리치의 당황을 캐치한 우리 진영에서 외침이 터져나왔다.
“더 압박해! 라인 올려! 더 빠르게!”
사이드라인에서는 로저스 감독의 호통이 연이어 쏟아졌고, 페널티 박스에서는 하퍼의 외침이 등을 밀었다.
“올라가! 너희 뒤엔 내가 있다! 라인 올려!”
그 외침에 맞춰, 우리 포백라인이, 미드필더들이 일제히 전진했다.
마치 하프라인이 아크서클이 된 것처럼 잔뜩 라인을 끌어올리고 전진한 상태에서, 선덜랜드 선수들은 탄탄한 블록을 형성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늘 하던 수비와 같은 모양으로, 하지만 훨씬 높은 위치에서.
[휘슬이 길게 세 번 울리기 전까진 죽어도 멈추지 마라.]
자신의 입버릇처럼, 로저스 감독은 경기 종료까지 단 5분을 남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아직 미완성이고, 그렇기에 단 5분도 지속하기 힘든 축구.
하지만 앞으로 선덜랜드가 추구해야 할 축구의 모습이기도 하다.
문득, 가슴이 뜨거워졌다.
[발을 멈추지 말고, 집중력을 잃지 말고, 고개를 떨어뜨리지 마라.]
울컥 차오르는 뜨거움을 토해내고 싶어서, 내뿜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것만 같아서.
We are Sunderland. Say we are Sunderland.
포효처럼, 비명처럼 외쳤다.
I know I am. I’m sure I am.
내 목소리 위에 다른 소리들이 덮이기 시작했다. 희주의 외침이, 만이천 명 선덜랜드 서포터의 함성이.
그 안에는 아마, 버드와 메디컬 팀이, 린다와 CS 스태프, 그리고 리지의 목소리도 섞여 있을 것이다.
I’m Sunderland ’til I die.
그 함성에 맞춰, 우리 선수들의 발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Sunderland 'til I die. I'm Sunderland 'til I die.
그렇게 우리 선수들은 움츠러든 노리치를 거세게 몰아세웠고, 열광적인 붉은 함성은 캐로우 로드를 가득 메웠다.
그 열기의 끝에서, 마침내 잭이 공을 따냈다.
심판이 인저리 타임 3분을 알리는 팻말을 들어 올린 것과 동시의 일이었다.
* * *
눈이 마주친 순간, 크리그는 잭의 의도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지난 1년간 실전에서, 또 훈련에서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었기 때문이다.
왼쪽 측면으로 빠지라는 잭의 신호에 크리그는 곧바로 호응했다.
노리치 골키퍼 크룰의 호령이 뒤를 따랐다.
“끌려나가지 마! 22번은 버려도 돼! 26번 못 들어오게 체크하고, 19번 확실히 잡아!”
합리적인 지시라고, 크리그는 생각했다.
26번 스티븐은 오늘 선덜랜드의 두 번째 골을 넣은 장본인이고, 19번 요니는 첫 번째 만회골의 주인공이다.
그에 비해 22번은···.
관중석의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No. 22. 크리그, EFL 리그 원 득점왕]
얄궂게도 그 바로 옆은 노리치 응원석이었고, 노리치는 보란듯이 플래카드를 배치했다.
[No. 22. 푸키, 챔피언십 득점왕]
푸키와 자신의 격이 다르다는 사실은 크리그 또한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리그 등급이 한 단계 바뀌면 만나는 수비수의 수준부터 전술의 탄탄함까지 많은 게 달라진다.
3부리그를 폭격한 크리그는, 올 시즌엔 득점력이 반으로 줄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을 지배한 푸키조차 1부 리그에 올라간 올 시즌에는 별 재미를 못 보는 것처럼.
‘그러니 차이가 생기는 거겠지.’
푸키는 오늘 해트트릭을 했고, 크리그 자신은 무득점에 그쳤다. 수준의 차이, 격의 차이는 극명했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크리그는 생각했다. 축구는 일대일 대결이 아닌, 열한 명 팀의 싸움이니까.
“22번은 박스 밖에선 아무것도 못해!”
맞는 말이지만, 상관 없다. 선덜랜드에는 공을 가져다줄 선수가 있으니까.
잭이 언제나처럼 경쾌하게 전진하고, 오른쪽 측면에서는 스티븐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는 요니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크리그는.
“움직여!”
등 뒤에서 톰슨의 외침이 들린다고 생각한 순간, 요니가 순간적으로 라인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그에 대응해 노리치 역시 반사적으로 포백라인을 끌어올리며 대응했다.
크리그는 대처하지 못했고, 오프사이드 라인 안쪽에 남았다.
그래서 그는 그저 서 있기만 했다. 공격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려는 것처럼.
깃발은 올라오지 않았다. 오프사이드는 아니었다.
그리고 크리그는, 패스를 따라잡은 요니가 공에 발을 가져다 대기를 기다린 다음에야 움직였다.
이 또한 오프사이드는 아니었다. 오프사이드는 전진 패스에만 적용되는 룰이고, 옆이나 뒤로 보내는 패스에는 적용되지 않기에.
노리치 수비라인 뒷공간을 완벽히 무너뜨린 요니의 패스를 따라잡으러 움직이는 크리그의 눈앞에, 또다시 하늘색 유니폼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크룰이었다.
“느려! 위치도 잘못 잡았고.”
“알아.”
크리그는 오른발잡이였고, 패스는 오른쪽에서 오는 중이었다. 그리고 크리그와 크룰의 위치를 고려하면 오른발로 골을 노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크리그는 침착하게 오른발을 움직였다. 오른발 아웃프론트로.
선덜랜드에는, 골을 노릴 선수 또한 있으니까.
* * *
심장이 뛰었다.
톰슨의 패스가 절묘하게 라인 뒷공간에 떨어지고 요니의 움직임이 완벽하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부순 순간, 가슴 속에선 심장이 전력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꿈틀, 무심코 무릎에 힘이 들어갔다. 요니의 컷백 패스가 크리그에게 전해지는 순간.
사이드라인 밖이지만, 틀림없이 나 또한 선수들과 하나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목놓아 외쳤다.
We are Sunderland. Say we are Sunderland.
크리그가 공을 옆으로 밀어냈을 때도, 공을 향해 일제히 달려드는 양 팀 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앞선 붉은 유니폼을 발견한 순간에도.
18번 잭 맥그리거가 공을 향해 미끄러지듯 발을 뻗었다.
Sunderland 'til I die. I'm Sunderland 'til I die.
잭의 발끝을 떠난 공이 골라인을 향해 굴렀다. 잭 특유의 강슛과는 거리가 먼 슛이었다. 멀리서 간신히 발만 가져다 댄 상태였으니.
하지만, 확실하게 라인을 넘을 정도의 힘은 실려 있었다.
그 공이 완전히 라인을 넘어간 순간, 캐로우 로드는 완전히 붉게 물들었다.
Sunderland ’til I die.
득점을 알리는 휘슬 소리를 완전히 묻어버린 붉은 함성은, 경기를 끝내는 휘슬이 세 번 울릴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노리치 3 - 4 선덜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