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기억해야 하는 것 (2)
해리슨은 16세 생일 당일 곧바로 프로 계약에 서명했고, 등번호는 99번을 쓰기로 결정되었다.
등번호 선정에는 의외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 해리슨 본인이 99번을 희망했을 때는, 에디가 곧바로 퇴짜를 놓으며 말참견을 했다.
“99? 임팩트가 없는데, 2부터 23 사이에서 골라.”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히죽거리는 에디를 향해, 해리슨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인가요?”
“A매치의 배번은 1부터 23까지니까. 그런데 1번은 골키퍼 번호니까 자연히 네 번호는 2에서 23 사이가 되겠지?”
“어 그게···.”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물어보고 싶은 표정인 해리슨을 향해, 에디가 다시 히죽거렸다.
“이봐, 해리. 축구선수는 무엇으로 먹고산다고 생각하지?”
“축구 실력?”
“틀렸어. 팬들의 사랑이지. 따라서 스타성은 축구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야. 그러므로 국대와 클럽에서 같은 번호를 쓰도록 해야겠지. 내가 5번을 쓰는 이유야.”
그러자 옆에서 요니가 말참견을 했다.
“등번호를 고민하기 전에, 네가 국대로 뽑힐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어때, 에디.”
“국대 감독이 제정신이면 당연히 선발된다. 요니.”
티격거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얘들은 여기 왜 와 있는 겁니까?”
그러자 샐리가 쓴웃음으로 화답했다.
“아무래도 팀의 막내들이다 보니, 새로 콜업되는 유스에 호의적인 게 아닐까요? 특히 요니는 해리슨과 같은 기숙사에서 사니까요.”
“이해는 가는데, 그러면 잭은 왜 저러는 겁니까?”
요니와 에디가 이것저것 말참견하는 사이, 잭은 미팅룸 구석에서 벽에 등을 기댄 채 조금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런 잭에게서는 마치 공격 직전의 사냥개와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경계심이 가득해 보인다.
“어머, 구단주님이라면 잘 아실 줄 알았는데요. 여동생이 있으시니까요.”
샐리의 암시를 알아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부모 사랑을 동생에게 뺏길까 봐 신경 쓴다는 거군요.”
다른 선수는 몰라도, 잭은 그런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잭은 선덜랜드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니까.
심지어 같은 유스인 요니는 물론, 세계 최정상에 섰던 축구계의 레전드 페르난데스조차 잭에게는 한 수 접어야 할 정도이다.
작년부터 잭은 굿즈 판매량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유니폼도 피규어도 혼자서만 단위가 다르게 팔아먹을 정도다.
“새삼 다른 유스 출신 선수가 데뷔한다고 잭의 인기가 흔들릴 것 같지도 않고, 딱히 질투할 필요는 없을 텐데···.”
그러자 샐리가 나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구단주님도 자각이 없는 타입이신 줄은 몰랐는데요.”
무슨 자각?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잭의 분위기가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것 같아서 재빨리 목소리를 높였다.
“맞다, 99는 9가 두개잖아? 더하면 18번이 되지. 사실 해리슨은 잭을 동경하는 게 아닐까···.”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드립을 시도했지만, 딱히 호응은 없었다. 음, 내 생각에도 무리수였던 것 같긴 해.
결국 보다 못한 에디가 투덜거렸다.
“그냥 9번으로 정하면 되지 않아?”
“9번은 너무 황송해서 받을 수 없어요.”
해리슨이 목을 움츠렸다.
하긴, 해리슨은 아직 어린 선수다. 느닷없이 1군에 불러들인 다음, 팀의 주전 공격수를 상징하는 9번 같은 등번호를 붙여 주는 건 오히려 선수를 괴롭히는 행동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그런 우여곡절 끝에, 해리슨의 등번호는 처음 본인이 희망한 99번으로 정해졌다.
[FC 선덜랜드, 해리슨과 프로 계약··· 등번호는 99]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새로운 신예의 발탁에 호의적이었지만, 개중에는 조금 특수한 의견을 내놓는 사람도 있었다.
- 우리 일정이 힘들긴 힘든가보구나. 16살 생일이 되자마자 1군 콜업이라니.
ㄴ 이게 다 레딩 때문임.
레딩과의 EFL컵 5라운드에서, 우리는 의외의 사투를 벌였다. 결과는 2-0 승리, 점수로만 보면 간단히 이긴 것 같지만 내용을 보면 무척 비등비등한 접전이었다.
체력 소모라는 부분에서만 판단하면, 4라운드 아스널전 이상으로 힘들었던 경기다. 아스널전은 시종일관 얻어맞으며 버티는 축구를 했지만, 레딩과는 서로 빠르게 공수를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펼쳤으니까.
그 후유증으로 주전 선수단 대부분이 퍼졌다. 쌩쌩한 선수는 잭, 그리고 컵 대회에 뛰지 않는 페르난데스뿐이었다.
덕분에 리그에서는 마침내 순위가 2위로 떨어지고 말았는데, 조만간 가혹한 박싱 데이가 다가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순위가 더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EFL컵 6라운드··· 4강전도 곧 치르게 된다. 정말로 가혹한 일정이다.
- 이렇게 되면 해리슨이 조만간 1군 데뷔하려나?
ㄴ 16살짜리를 데뷔시킨다고? 그건 좀···.
ㄴ 유스 경기 종종 봐서 아는데, 걔 완전 턴오버 머신임. 썬이 직접 발탁한 선수니까 암말 안 하지만, 솔직히 왜 뽑았나 싶음.
ㄴ 나도 몇번 유스 경기 봤지만, 킥은 꽤 좋아 보이던데?
ㄴ 킥만 좋음.
종합적으로는 킥 원툴이라는 점과, 99번이라는 등번호의 영향이 맞물려 팬들 사이에서 해리슨의 취급은 전형적인 골 사냥꾼으로 굳어졌다.
크리그의 뒤를 이을 차세대 공격수 유망주로.
정작 브라이언은 해리슨의 취급에 고민하는 중이었지만.
“브로, 쟤는 득점 감각이 별로야!”
주로 미드필더로 뛰었던 해리슨은, 골게터 역할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펄펄 뛰는 브라이언을 바라보며, 유스팀 감독이 변명 섞인 하소연을 했다.
“저라고 골게터로 기용해볼 생각이 없었겠습니까? 위치선정이 나쁘지 않고 킥이 좋은 선수인데요··· 이렇게만 들으면 타고난 골 사냥꾼처럼 보이지 않겠습니까?”
유스팀 감독에게 슬쩍 물었다.
“유소년 시절엔 어땠습니까? 공격수로 썼을 때요.”
“전혀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어시스트 기록은 몇 번 있지만요. 기록만 보면 전혀 자질이 없어 보였습니다··· 공격수로는요.”
유스팀 감독의 표정으로 미루어 보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아마 ‘프로 선수로서는 자질이 없어 보였다.’ 는 거겠지.
어림도 없다. 해리슨은 사백억 원짜리 가치를 가진, 재능 있는 유망주니까.
하지만 유스팀 감독의 증언에 브라이언과 샐리는 더욱 난감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공격수로 쓸 때는 전혀 골을 넣지 못하면서, 어시스트는 했다고?”
“설명만 들어보면 포처라기보다는 펄스나인이 어울릴 타입 같긴 한데요··· 근데 쟤, 미드필더로 쓸 때는 패스미스를 잔뜩 남발하던 선수 아니었나요?”
“패싱 센스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
“게다가 위치선정이 괜찮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나쁘지 않은 정도라는 것이지 썩 특출나 보이지는 않아요. 비교 대상이 요니라서 좀 그렇지만요.”
타고난 재능의 차이인지, 아니면 단순히 해리슨이 아직 어리기 때문인지는 판단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요니도 꽤 젊은 선수지만, 그래도 해리슨과는 여섯 살 차이가 난다.
“브라이언, 감독님은 뭐라고 하셔?”
“아직 어린 선수니까 특정한 성장 방향을 미리 정하기보다는, 우선 잘하는 요소를 키워주자고 하시던데··· 솔직히 난감하네. 쟤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
대답을 마친 브라이언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브로, 혹시 짚이는 구석이 있는 거야?”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해리슨에 대해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킥이 좋다는 거지?”
정작 공격수일때는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고, 미드필더일때는 패스미스를 남발한다. 그런데도 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적어도 공을 차는 기술 하나는 흠잡을 데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톰슨, 그리고 크리그와 짝을 지어 훈련하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해리슨의 성장에 좋을 것 같은데. 장차 어느 포지션으로 기용할지는 나중에 다시 정하기로 하고.”
브라이언이 반색했다.
“그렇구나! 기술과 역할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는, 좋은 롤모델을 붙이면 해결된다는 거지?”
“일단 가능성일 뿐이지만.”
옆에서 샐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효과가 있을 것 같네요. 구단주님은 정말로 코치 자질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재능을 발굴한다는 측면에서 보면요.”
샐리는 그렇지 말하지만, 딱히 코치로서 특별한 자질을 타고난 건 아니다. 그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근거를 가졌을 뿐이다.
재능이 있다는 걸 확신한다면, 그 재능을 어떻게 끄집어낼지만 고민하면 되니까 상대적으로 쉽겠지.
로저스 감독도 내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기에, 다음 날부터 당분간 해리슨을 크리그에게 붙이기로 결정했다.
* * *
크리그는 잠시 해리슨의 앳된 얼굴을 흘끗 바라보았다. 딱 봐도 주눅이 들어 있었다.
하긴, 크리그도 이제 서른. 열 여섯살 생일이 갓 지난 해리슨과의 나이 차이는 상당하다. 갓 유스에 데뷔한 선수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긴장되는 상대일 것이다.
크리그가 빙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당분간 나하고 훈련을 같이한다고 들었는데.”
“훈련뿐 아니라 프로로서의 마음가짐 전반을 배우라고 들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해리슨은 손을 몇 번이나 바지춤에 문지른 다음에야 크리그의 손을 맞잡았다.
“팀 훈련이 끝났는데도··· 개인 연습을 하시는 건가요?”
“그렇지. 이제 곧 레스터를 상대하게 하니까.”
레스터는 선덜랜드의 EFL컵 6라운드, 4강전 상대였다.
EFL 4강전은 홈-어웨이를 모두 치르는 규칙상 변수가 적고 자이언트 킬링이 일어나기 힘들다는 특성이 있었다.
언더독인, 하지만 대회 우승을 노리는 선덜랜드로서는 리그보다도 훨씬 힘을 주어 준비하는 중이다.
크리그 역시 매일같이 따로 개인 훈련까지 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우선 나는 슛 연습을 할 건데···.”
“도와 드리겠습니다!”
“아니, 너는 네 연습을 해야지.”
쓴웃음을 지으며 크리그는, 손짓으로 반대쪽 골대를 가리켜 보였다. 해리슨이 터덜터덜 반대편으로 향했다.
그리고 크리그는 개인 훈련에 몰두했다··· 정확히는, 그러려고 했다.
“진짜 잘 차시네요.”
어느새 해리슨이 크리그의 곁에서 지켜보는 중이었다.
“네 연습은?”
“그게, 오늘은 잘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아서···.”
몸을 움츠리는 해리슨의 어깨 너머, 반대쪽 골대의 상태가 보였다. 슛 연습을 하긴 했는지, 공이 엉망으로 흩어진 채였다.
네트 안에 들어간 공은 드물었다. 킥이 좋다는 평가를 듣는 유망주의 훈련 결과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리슨이 요령을 피우는 타입 같지도 않다.
‘기복이 심한 건가? 이러면 코칭스태프도 애먹을 만 하겠는데.’
크리그가 쓴웃음을 짓자, 해리슨이 다시 움츠러들었다.
“저기, 저는···.”
“긴장한 것 같은데, 오늘은 그럼 그냥 구경이나 해.”
“감사합니다!”
크리그는 대답 대신 공을 걷어찼다. 크리그의 발을 떠난 공은 멋들어지게 골대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해리슨이 감탄했다.
“나이스 슛··· 이게 프로의 기술이군요.”
다시 슛을 날리려던 크리그의 동작이 우뚝 멈췄다.
“해리슨, 네가 보기에 내 테크닉이 어떻지?”
“무척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해리슨을 향해, 크리그는 가볍게 얼굴을 찌푸렸다.
“너는 무슨 언론인이냐? 어린 놈이 벌써부터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하면 못 써.”
“하지만 유스 리그에서 크리그 선수보다 나은 테크니션은··· 거의 못 봤는데요.”
해리슨의 대답에, 크리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캡틴이나 하퍼보다 나은 골키퍼는? 유스 리그에 몇 명이나 있었지?”
“아무도 없었습니다.”
“프로라면 그게 정상이야. 적어도 유스 리그에서 뛰는 꼬맹이들보다는 모든 면에서 훌륭해야지. 너는 나보다 나은 테크니션이 드물었다고 말했지만···.”
바꿔 말하면 크리그의 테크닉은 기껏해야 유스 리그 탑레벨 수준이라고 말한 셈이 된다. 의미를 깨달았는지, 해리슨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 그런 뜻이 아니라···.”
“상관없어. 사실이니까.”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 크리그를 향해, 해리슨의 필사적인 수습이 이어졌다.
“크리그 선수는 팀의 주 득점원이잖아요? 무척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솔직히, 저도 크리그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 반대야. 할 줄 아는 게 득점뿐인 거지.”
요즘은 그나마도 잘 안 되는 모양이지만, 라는 말을 입 안으로 삼키며, 크리그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내 기술로는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해. 공을 되찾지도, 운반하지도, 지켜내지도 못하지. 할 수 있는 플레이는 딱 하나, 득점뿐이다. 그러니까···.”
크리그가 해리슨의 머리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이제 겨우 열 여섯, 아직 어린 해리슨은 크리그보다 작았기에 마치 삼촌과 조카 정도로 보였다.
“너는 아직 어려. 그러니까, 절대로 나 같은 선수가 되지려고 하지는 마. 좀 더 폭넓게 팀에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면 좋겠군.”
“······.”
“하지만, 굳이 골잡이가 되겠다면 한 가지는 기억해야 해 어떤 과정을 거쳐 내 발 앞에 공이 놓이게 되는지를.”
꿀꺽, 해리슨이 침을 삼켰다. 그의 얼굴은 진지했고, 크리그의 말을 온전히 이해한 것처럼 보였다.
팀의 누군가가 빼앗고, 지켜내고, 가져다주는 공이다. 그러니 그 찬스는 결코 함부로 날려버릴 만큼 가볍지 않다.
“크리그 선수!”
저 너머에서, 손을 흔드는 리지의 모습이 보였다. 크리그는 재빨리 해리슨을 데리고 피치를 빠져나갔다.
“네, 리지 씨.”
“18번 그라운드에 킹 파워 스타디움의 잔디를 재현했는데요. 정식 오픈은 내일 훈련부터지만, 한번 미리 보시겠어요?”
크리그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해리슨의 어깨를 두드렸다.
“가자.”
“괜찮은 건가요? 지금은 훈련 시간이 끝났고, 잔디를 밟으면 관리인님 일거리가 늘어나는데요.”
그러자 리지가 곧바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허리춤에 척 하고 올렸다.
“문제없어요. 제 일이니까요. 아! 그렇다고 일부러 땅을 파헤치거나 하진 말고요.”
리지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실제로 상대 팀 잔디를 재현하려면 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스타디움 투어를 빌미로 직접 적진을 시찰하는데, 이때 잔디의 품종부터 평소의 피치 세팅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이제 리지도 제법 얼굴이 팔려 경계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은 시설관리팀 직원들을 대신 파견하지만, 아무래도 리지만큼 잔디에 대해 전문적이지 않다 보니 시행착오가 부쩍 늘었다.
그런 고초 속에서도 리지는 단 한 번도 일정을 어긴 적이 없이, 누가 봐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상대 팀 잔디를 재현하고 있다.
물론 구단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었다. 단판 승부 한 번을 위해 연습용 그라운드를 새로 갈아엎는 돈지랄을 감수할만한 팀은 선덜랜드 정도일 테니.
해리슨에게, 혹은 자신에게 들려주려는 것처럼, 크리그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슛을 할 때마다 기억해야 해.”
이 풍경을, 지금의 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