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자의 신이 키우는 축구단-198화 (198/422)

198화 전설을 쓰기 위해 (5)

전쟁에서야 병사들이 얼어 죽거나 굶어 죽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축구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 따라서 러시아 원정의 어려움은, 주로 이동 거리와 빡빡한 일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수잔이 임신 중인 우즈 부부는 물론, ‘브라더스’ 역시 차마 러시아 원정에는 못 따라가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솔직히 목요일 해외 원정에 따라 가면··· 사실상 백수 아니냐?”

“혹은 사장일 수도 있어. 잘릴 걱정 없으면 문제없으니까.”

“사장도 사장 나름이지.”

맥주집 사장의 시무룩한 대답에 브렌든과 핫도그 사내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맥주집 사장은 자영업자였고, 가게를 쉬고 원정 경기를 보러 간다는 계획에는 현실성이 별로 없었다. 이번처럼 대부분의 선덜랜드 팬들이 ‘TV 응원’을 선택하는 날이라면, 더욱 그렇다.

직관이 어려운 경기일수록, 축구 펍은 대목이니까.

“뭐, 그날은 펍에 모여서 응원해야지. 이기라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명랑하게 말하는 핫도그 사내의 이야기에, 브렌든이 슬쩍 끼어들었다.

“솔직히 직관 안 하는 게 이득일지도 몰라. 작년 유로파 컨퍼런스 생각해 봐. 우리, 원정에선 항상 죽 쑤고 왔잖아? 대신 홈에선 다 잡아냈지만.”

홈 앤 어웨이 2차전으로 이루어진 유럽 대항전 구조상, 대부분의 팀은 원정에서 대놓고 무승부를 노리는 편이었다. 대신 홈에서 확실하게 골과 승리를 챙겨가는 형식을 주로 취한다.

작년의 선덜랜드 또한 그런 식의 운영을 하던 팀이었다.

“피오렌티나 상대로 원정 무승부, 홈에서는 네 골 차 승리였지?”

“미트윌란도 원정에서 비기고 홈에서만 잡았어.”

이번에 제니트 상대로도 원정에선 비기고 홈에서나 승리를 따낼 거라는 의견이 여러모로 지배적이었고, 사실 틀린 말처럼 들리지도 않았다.

주말에 경기를 치르고, 다시 목요일 경기를 치르러 러시아까지 날아가야 하는 선덜랜드 선수들의 부담을 브라더스 역시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들 중, 유일하게 선덜랜드의 승리를 점친 사람은 수잔이었다.

“아, 임신만 아니면 따라갔을 텐데!”

“···회사는 어쩌려고?”

“괜찮아요. 팀장님이 휴가 쓰게 해 줄 테니까요.”

물론 그녀의 ‘팀장’은 모종의 이유로 그녀의 휴가 계획을 방해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그녀의 직장 상사가 누구인지 아는 브라더스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원정에서 시원하게 이기고 돌아온 전례가 있는데 무슨 걱정들이 그렇게 많아요?”

마일즈가 쓴웃음을 짓는 사이, 수잔이 명랑하게 덧붙였다.

“우리, 플젠한테도 이겼잖아요.”

* * *

처음으로 이변을 느낀 순간은, 러시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었다. 비서라는 업무 특성상 주로 내 옆자리에 앉는 희주의 스크린에 다큐멘터리 비슷한 영상이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

“웬일로 네가 다큐를 다 보냐?”

내가 축구 말고 다른 걸 보면 이상한 것처럼, 희주가 아이돌 방송 말고 다른 걸 보면 일단 이상하게 여겨야 한다. 하물며 다큐라니.

혹시 내 여동생의 탈을 뒤집어쓴 최다미가 아닌지 살짝 의심스러워져서 물어보자, 희주가 인상을 썼다.

“쉿. 오늘 내레이션이 드림스케이프야.”

“드림스케이프? 아, 그 아이돌 팀?”

생소한, 하지만 동시에 친숙한 단어를 몇 번쯤 입 안에서 굴린 다음, 나는 드림스케이프의 존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선덜랜드 챌린지에서 2위를 차지했던 케이팝 아이돌 그룹, 보이밴드인지 보이그룹인지 하는 용어까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남자 아이돌이었고, 우리와 제휴를 맺은 팀이었다.

“그쪽 멤버 중에 우리 팀 팬도 있었지?”

“응, 정확히는 오빠 팬.”

“선덜랜드 팬.”

“과거를 부정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거기 막내 올리버는 명백히 오라버니 팬이었습니다. 화랑대기의 왕, 이희성의··· 뭐 해?”

안 들린다, 안 들린다, 안 들린다, 안 들린다.

나는 그렇게 얼마쯤 귀를 틀어막고 버텼다. 희주가 피식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다물 때까지.

“근데 한국인인데 이름이 올리버야?”

“예명. 오빠가 이쪽에서 썬이라고 불리는 거랑 비슷하지 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희주에게 의미심장한 시선을 돌렸다.

“갈아탔구나. CTS에서 드림스케이프로.”

“안 들린다, 안 들린다, 안 들린다, 안 들린다.”

잠시 귀를 틀어막고 버티던 희주는, 곧바로 전략을 바꿨다.

“아니, 한국하고 미국에서는 CTS 밀고, 유럽에서는 드림스케이프 덕질할수도 있는 거지 뭘 그래!?”

딱히 지적하려는 건 아니었고, 그냥 놀리려는 의도였기에 나는 따로 대답하지는 않았다. 그사이 희주 쪽 스크린에서는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이 계속 흘러나왔다.

[역사적으로 러시아 침공은 항상 결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유럽을 거의 차지할 뻔한 독일도 무너졌고, 그 전에는 황제 나폴레옹도 동장군 앞에 무릎을 꿇었죠.]

거, 더럽게 불길하네.

“왜 하필 우리 러시아 가는 날 이런 걸 틀고 그러냐.”

슬쩍 원망스러운 시선을 건네자, 희주가 미소로 받았다.

“역사적으로 보면, 러시아 원정 실패의 원인은 동장군과 보급 이슈였지? 그런데 우리한텐 해당 없잖아. 일단 지금은 여름이고, 우리 원정지원팀은 최고니까.”

“하긴, 그렇지.”

시장경제가 통하는 곳이라면 우리가 ‘보급 문제’를 겪을 가능성은 없다.

지금도 선덜랜드 전용기에는 선수들의 소울푸드부터 의료장비까지, 각종 보급품이 가득 실린 상태고, 조별 2차전이 열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이미 한 달 전부터 선덜랜드 원정지원팀이 활동하는 중이다.

이미 숙소부터 훈련장까지 완벽하게 확보된 상태란 말이지. 아무리 러시아라지만 여름에 얼어 죽을 리는 없으니, 희주 말대로 우리 원정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 장거리 이동의 불편함은 전용기로 극복하고 있으니까.

[사실 모든 침략자가 러시아의 동장군 앞에 무너졌던 것은 아닙니다. 오래 전, 수부타이와 바투가 이끄는 원정대는···.]

차분한 내레이션을 들으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안내 멘트가 들렸다.

- 잠시 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합니다 -

* * *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2차전, 제니트 대 선덜랜드]

제니트의 홈 가스프롬 아레나 관중석에 앉은 드림스케이프 리더는, 온통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내려다보았다.

“그, 러, 니, 까, 내가 왜 여기 와야 되는데?”

“다른 스케줄이 없으니까.”

“스케줄이 없으면 숙소에서 쉬는 게 정상 아니냐?”

리더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막내 올리버의 입장은 단호했다.

“챌린지 했잖아. 제휴도 했고. 마침 우리 투어랑 겹치니까, 응원하러 오는 것도 일이잖아? 형이 맨날 하던 이야기 아니야? 프로라면, 카메라와 팬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항상 생각하라고.”

올리버의 답변에, 반박할 말이 없어진 리더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긴 한데, 너한테는 일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올리버는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시인했다. 하긴, 이미 얼굴이 잔뜩 기대감에 부푼 판이라, 정말로 일이라서 온 거였으면 오스카상감이다.

“나는 그깟 공놀이가 대체 왜···.”

불만을 토로하려던 리더가 입을 다물었다. 시선이 따가웠기 때문이다. 리더는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아니, 널 염두에 두고 한 소린 아니야.”

그의 동료, 그룹의 막내 올리버는 과거 축구 선수 지망생이던 적이 있었다. 본인은 기껏해야 초등학생때의 이야기에 불과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하지만, 리더는 안다.

올리버는 드림스케이프 멤버들 중에서도 가장 노력파로 꼽히는 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축구장에 올 때마다 마치 어린애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타고난 노력가가 정말로 축구를 좋아하기까지 했으니, 선수 시절을 어떻게 보냈을지는 짐작하기 쉬웠다.

‘그런데도 결국 선수는 되지 못했단 말이지. 너도, 그리고 네가 출전도 제대로 못 해본 대회를 초등학생 때 씹어먹었다는 선덜랜드 구단주도 말야.’

비록 리더는 자신의 속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는 초보적인 실수를 하지는 않았지만, 오래 함께했던 올리버는 리더의 속내를 눈치챈 것처럼 웃었다.

“뭐, 예체능계가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조금 머쓱해진 리더가 시선을 피했다.

“뭐, 너도 지금은 성공한 한류 아이돌이고, 그 사람은 세계적인 투자자니까··· 어쩌면 축구선수가 되는 것보다 훨씬 행복한 삶 아닐까?”

“그럴지도.”

올리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평소보다 조금 작았다. 그래서 리더는 잠시 망설인 다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축구선수가 되는 게 더 나았다고 생각해?”

“그렇지는 않아.”

올리버의 대답은, 리더와 달리 무척 단호하고 신속했다. 미리 준비라도 했던 것처럼.

그때 경기장이 시끄러워졌다. 마침내 선수들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환호와 휘파람, 박수가 오가는 경기장에서, 올리버가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

올리버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고, 타이밍 또한 고의적이었다. 말하고는 싶지만, 상대가 듣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리더는, 말없이 경기장을 내려다보기만 했다.

* * *

나는 말없이 경기장을 내려다보기만 했지만, 희주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가라! 다 쓸어버려!”

어릴 때부터 좋은 거 먹고 자라서 그런지, 희주는 오늘도 변함없이 기운찬 모양이다. 허공에 주먹까지 휘두르는 거 보면, 훌리건 기질도 조금 있는 것 같고.

물끄러미 바라보자, 내 시선의 의미를 오해한 희주가 보란 듯 가슴을 폈다.

“에헴, 내가 축구 응원한 경력이 몇 년인데.”

“4년이지? 구단 관계자 경력으로는 충분하지만, 축덕치고는 짧은 편이야.”

대부분의 축구 팬들은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니까 말이지.

“어, 뭐, 그렇··· 지? 4년이네. 공식적으로는.”

얼떨떨하게 대답한 희주에게서 시선을 돌려, 나는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해리슨과 톰슨이 나란히 선발이었고, 대신 크리그가 쉬는 날이었다. 요니는 2선 공미, 그러니까 흔히 10번이라 불리는 포지션을 맡은 상태였다.

오늘 라인업은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경기장 위에서 직접 보니 의미가 남다르다.

“갑자기 왜 웃어?”

“새삼스럽지만, 많이 성장한 거 같아서.”

“하긴, 나도 이제 구단주 비서만 4년이니까!”

너 말고요, 동생님아. 올 시즌, 브라이언이 확실히 과감해졌단 말이지.

일부 언론에서는 ‘크리그를 뺀 걸 보니, 원정에서 무승부만 챙기려는 속셈’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잘못 봤다.

해리슨과 요니, 톰슨이 같이 선발 출전하는 오늘의 라인업은, 우리 선덜랜드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공격적인 포진이었다.

강렬한 중거리 슛과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 능력을 보유한 톰슨이, 라인을 내리는 상대를 응징하고, 요니의 공간 침투와 해리슨의 마법 같은 패스가 상대의 수비진에 균열을 만들어 내는 게 목적이니까.

비록 중원 장악력과 기동성을 일부 희생하게 되겠지만, 그 결점은 선덜랜드의 주장이 메꿔줄 거고.

“뺏었어!?”

멋들어진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따낸 잭이, 잔디 위에서 미끄러지는 기세를 살려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곧바로 달려 나가는 잭을 바라보며, 희주가 팔을 휘둘렀다.

“역습! 들어가!”

제니트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복귀해, 잭을 커버했다. 잠시 후 선덜랜드의 주장은 태클에 걸려 잔디 위를 굴렀고, 대형 스크린에 비치는 줄도 모른 채 찰지게 식빵을 구웠다.

그사이, 흘러나온 공을 해리슨이 확보했고, 심판은 어드밴티지를 선언했다.

그리고.

마법이 일어났다.

* * *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던 리더가 눈을 깜빡였다.

“가만, 지금 식빵 구운 거 맞지?”

“무슨 헛소리야, 형. 쟤 영국 선수잖아.”

“입 모양이 분명 식빵이었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비록 잭이 태클에 걸려 넘어졌지만, 여전히 공은 선덜랜드 차지였고, 어태킹 써드에 확실히 진입한 상태였다. 축구 팬이라면 누구라도 선덜랜드의 찬스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물론, 리더는 축구 팬이 아니었고, 지금이 찬스인지도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리더는 그저 눈을 깜빡거리기만 했다.

그리고 공이 제니트 수비 라인 뒤로 흘렀다.

“아, 이거 알아! 오프사이드지!?”

“아니야. 가만 좀 있어 봐!”

오프사이드에 가까운 플레이기는 했다. 만일 선덜랜드의 19번, 요니가 공을 잡으려 했다면 심판은 가차 없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니는 마치 자신이 제니트 수비라도 된 것처럼 공, 그리고 골대와 반대쪽으로 움직였다. 마치 트랩이라도 걸듯이.

그리고 공은 한발 늦게 침투한 9번, 바스티아노의 발에 걸렸다.

[제니트 0 - 1 선덜랜드]

“봤어!? 완전, 완전 마법 같은 팀 플레이잖아!”

흥분을 못 이기는 올리버를 바라보며, 리더는 고민에 빠졌다.

‘아니, 저게 왜 오프사이드가 아니지?’

축구 지식이 짧은 그로서는 아직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그래도 딱 한 가지는 눈치챌 수 있었다.

선덜랜드라는 팀이 꽤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펼쳤고, 그 결과 제니트의 수비진을 무너뜨리며 오프사이드도 피할 수 있었다는 것 정도는.

리더에게는 꽤 호감을 주는 포인트였다. 분야는 다르지만, 그들 또한 매일같이 무대 위에서 칼 같은 호흡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은, 경기가 끝났을 때의 일이었다. 원정 응원석 앞을 찾아온 선덜랜드의 18번이 서툰 러시아어로 인사한 것이다.

리더는 그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잭의 인사는 비록 러시아 현지인 기준에서는 서투른 축에 들어갔겠지만, 같은 외국인인 리더가 보기에는 무척 훌륭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연습했던 멘트 못지않을 정도로.

“팬 서비스가 좋구나.”

“그렇지? 선덜랜드 입덕한 계기를 보면, 대부분 잭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예외도 가끔 있는 모양이지만.”

“올리버 너처럼 말이지.”

그때였다. 리더의 귓가에 들린 잭의 목소리에,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알아듣는 단어가 섞이기 시작한 것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지만 착오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눈이 마주치자 선덜랜드의 주장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구단주 한국 사람! 나, 한국어 연습한다. 러시아 한국 멀다. 당신의 현금, 티켓으로 대체되었다. 항상 감사하십시오.”

대충 러시아까지 돈 쓰면서 응원하러 와 줘서 항상 감사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리더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러면 아까 식빵 구운 것 맞겠네.”

“Sik-bang?”

“고맙다고요. 인사해줘서.”

이후, 리더는 멤버들을 들들 볶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주로 축덕 올리버를.

“야, 우리한테 사인받으려면 음반 사고 그러잖아.”

“응.”

“그러면 축구선수한테는 공 들고 가면 되는 거냐?”

올리버가 웃었다.

“공도 괜찮지만, 기왕이면 유니폼이 나을 거야. 마킹 유니폼.”

리더는 곧바로 선덜랜드 공홈에서 유니폼을 주문했고, 전 세계 어디로도 무료로 배송된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배송 속도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와, 이 축구팀 진짜 일 잘하네··· 그래서, 우리 영국 투어는 언제 간다고?”

매니저로부터 곧바로 크리스마스라는 답변을 받아낸 리더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지금이 여름인데··· 겨울까지 어떻게 기다리냐. 유니폼 다 썩는 거 아니야?”

“형, 그럼 주말에 축구 보러 갈까?”

“티케팅은?”

“필요 없지. 우리 익스클루시브 박스 받았는데.”

“그렇구나!”

눈을 빛내기 시작한 리더와 올리버를 향해, 매니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긴 뭐가 그래. 너희 주말에 스케줄 있어.”

“하루만 쉬면···.”

“당연히 안 돼.”

매니저는 꽤 단호하게 거부했지만, 올리버는 마치 버려진 강아지같은 표정을 지으며 죄책감을 유발했다.

그리고 리더는 리더다운 수완을 발휘해, 영국 투어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방향으로 협의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