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자의 신이 키우는 축구단-206화 (206/422)

206화 인생의 낭비 (3)

베리의 이적은 꽤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더스턴과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탓에 협상에 시간을 끌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단 메디컬 체크가 빠르게 끝난 덕분이 컸다.

“메디컬은 아무 문제 없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래도 반나절은 살펴봤을 텐데, 우리 메디컬 팀은 겨우 한 시간 만에 OK 신호를 보냈다. 그렇다고 대충 본 건 아니었고, 그저 베리가 며칠 전까지 아카데미 오브 라이트에서 훈련받던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베리, 축구계의 신데렐라로? 이적료는 사백만 파운드로 추정]

이적료는 당연하게도 더스턴의 클럽 레코드였고, 앞으로도 깨지기 힘들 기록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 어제까지 식당에서 감자 튀겼다던데··· 진짜 인생 역전이네.

ㄴ 축구에서 가끔 일어나는 일이지. 레스터의 바디나, 리버풀의 로버트슨이 해냈던 것처럼.

- 그나저나 8부 리거한테 사백만 파운드? 오버페이 아니냐?

오버페이는 아니다. 내 눈에 보이는 숫자가 200이었으니까. 파운드로 환산하면 대략 이천만 파운드의 가치다··· 오분의 일에 샀네.

ㄴ 보통은 그런데, 투자의 신이 샀잖아. 앞으로 네 배는 오르지 않을까?

아깝다. 맞출 뻔했는데.

ㄴ 맨시티에서도 눈독 들였다던데? 경쟁 붙었으면 더 뛰었겠다.

ㄴ 맨시티하고는 연락이 안 되더래. 세미프로팀 일처리 수준이 그렇지.

ㄴ 꼭 세미프로만 그런 건 아님. 팩스 제시간에 못 넣어서 이적 파투난 사례도 있잖음?

이 댓글을 봤을 때 희주는 엄청 미심쩍어했지만, 실화다. 그것도 네임밸류로는 축구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구단 둘 사이에 벌어졌던 일이다.

“인생 낭비 그만하고 일자리를 구하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축구선수로 뛸 기회를 주신 선덜랜드에는 정말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베리의 인터뷰는 딱히 흠잡을 데 없이 깔끔했고, 페넌트와 함께 게이츠헤드 팬들의 민심을 내던져 버린 뉴캐슬의 신인과 똑같은 실수를 하지는 않았다.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선 애니가 안도했다.

“다행히 손볼 필요는 없겠네. 엄청 긴장했는데.”

미리 답변을 만들어 줄까 고민했었다며 웃는 애니를 향해, 나는 심드렁하게 되물었다.

“너무 걱정이 많으신 거 아닙니까?”

“별수 없지. 모든 신인이 누구나 너처럼 인터뷰를 잘하는 건 아니거든. 베리는 경력 자체는 짧지 않지만, 그래도 프로는 이번이 처음이잖아?”

“어, 제가 인터뷰를 잘했었나요?”

“어휴, 유소년 시절부터 타고났지. 불쌍한 기자 하나 홀려서 밥줄 끊어놨잖아.”

“혹시 그 불쌍한 기자가 제가 아는 사람이라면, 이직 후 연봉이 열다섯 배 올랐다던데요.”

“그래도 신수는 별로 안 피었다던데.”

그 문제라면 할 말이 없다. 축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선덜랜드는 복지가 판타지이고 스태프 대우는 업계 최고지만, 대신 근무 강도는 살인적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으니.

다크서클 가득한 얼굴로 웃던 애니가 슬며시 덧붙였다.

“그래도 조심해. 너는 아카데미 오브 라이트 출신이고, 그 시절 선덜랜드는 프리미어리그 팀이었잖아? 축구뿐 아니라 행실도 어느정도 교육을 받았겠지··· 하지만, 베리는 세미프로 출신이야.”

하긴, 애니의 이야기에도 일리가 있다. 겪어본 바로는 베리의 인성에 문제가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프로다운 세련된 대응을 따로 배우진 않았을 것이다.

멘토를 붙여야 할 것 같다.

* * *

“다행히 별로 가르칠 게 없겠어.”

톰슨이 쿨하게 반응했다.

“좀 더 지켜보긴 하겠지만, 세미프로 출신치고는 엄청 프로답더라고.”

“그건 다행이네.”

“그 팀엔 글렌이 있어서 그럴 거야. 그 양반도 엄청 프로답잖아.”

톰슨의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톰슨 본인부터가 그런 효과를 기대하고 영입한 선수긴 하다.

“이래서 베테랑이 중요하다는 거지.”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이, 톰슨이 슬쩍 너스레를 떨었다.

“알면 앞으로 나한테 잘해라.”

“왜, 대우에 불만이라도 있어?”

너 우리 팀 최고 주급자 아니었냐? 마르틴이나 바스티아노, 베넷도 아직 너만큼은 안 받아간다고··· 아마 다음번 계약에선 뒤바뀌겠지만.

톰슨이 입맛을 다셨다.

“농담을 다큐로 받네. 아, 나는 톰슨 스페셜.”

그리고 나는 무알콜 제로콜라 쿠바 리브레를 주문했고, 잠시 후 ‘썬 스페셜’이라는 이름이 붙은 칵테일을 넘겨받았다.

블랙캣츠 바텐더를 향해 슬쩍 원망스런 시선을 보냈다. 왜 만들라는 선수 스페셜은 안 만들고 자꾸 구단주 스페셜을 만들고 그러냐는 의미를 담아서.

가뜩이나 아드리안이 자꾸 내 피규어를 팔아먹으려 들어서 곤란하단 말이지. 배송지를 보아하니 여의도에도 몇 개 들어간 것 같던데.

눈치 빠른 바텐더는 재빨리 도망갔고, 나는 입맛을 다셨으며, 톰슨이 웃었다.

“다른 선수는 언제 데려올 거야?”

“아, 내일 계약하려고.”

더스턴의 두 번째 스트라이커, 터너와는 내일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는데, 사실 이미 구두로는 협의를 마쳤다.

터너는 비록 즉전감은 아니었지만, 아직 나이가 어려 앞으로의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였다. 무엇보다 숫자가 150, 안정적인 재능의 소유자였다.

다만 바스티아노, 크리그가 있는 데다 최근 베리까지 영입한 우리 팀에서는 당분간 기회를 받기 어려울 것처럼 보였다. 출전이 제한되면 선수의 성장은 제약이 생긴다. 그래서···.

“데려오자마자 임대를 보낼 거라, 조금 협의가 필요했어.”

“아, 이해했어. 하긴, 걔 정도면 챔피언십 팀들도 엄청 탐내긴 하겠다··· 그래서 어디로 보낼 거야?”

톰슨의 질문에, 나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야 오시예크지.”

일단 구단끼리의 사이가 좋다. 유에파의 전 회장 덕분에 함께 위기를 넘긴 적이 있고, 예전에 이고르 때문에 남겨둔 설비도 괜찮은 편이다.

톰슨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환송회를 해줘야겠네.”

“아무리 그래도 환영회가 먼저 아니냐?”

그렇게 우리는 팀의 새 식구, 베리와 터너를 맞이할 준비를 착착 진행했다.

* * *

보이그룹 드림스케이프의 리더는 한창 스마트폰을 노려보는 중이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화내면서.

그런 리더의 모습은 마치 정신병 초기 증세처럼 보였기에, 마침내 옆에서 그룹의 막내 올리버가 한숨을 쉬고 말았다.

“형, SNS 뭐 하러 자꾸 보는데? 그거 인생의 낭비라면서.”

“모니터링. 그래도 여론 체크는 해 둬야지. 글은 절대로 직접 쓰지 않을 거지만.”

리더의 지론은 약은 약사에게, SNS 관리는 아예 소속사에 맡겨 버린다는 것이었다. 그 원칙 덕분에 뉴캐슬의 신인이 더스턴 페넌트를 뒤로 내던지는 영상을 보면서도 리더는 ‘실수’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긴, 형같이 철저한 사람이 SNS 때문에 실수할 리는 없겠지만··· 그래서 지금은 뭐 보면서 실실 웃는 건데?”

“선덜랜드 사진.”

어디선가 들려온 ‘그건 모니터링이 아니지 않나.’ 소리를, 리더는 애써 무시하며 덧붙였다.

“베리 옷피셜 떴더라고. 11번이네. 유니폼 사야겠다.”

얼마 전까지 축구 팬조차 아니었던 리더는, 이제 축덕들 사이의 은어도 제법 그럴듯하게 쓰는 편이었다.

올리버가 흐뭇한 시선을 보내는 사이, 리더는 폰을 만지작거리며 계속 혼잣말했다.

“자, 그럼 베리 유니폼도 온라인에서 지르고··· 오우, 터너도 오피셜 떴네? 4년이래··· 근데 얘는 바로 임대 간댄다.”

“아니, 이제 선덜랜드 갈 건데 뭐 하러 온라인 주문하려고? 메가스토어에서 사면 되잖아.”

“아이돌은 꿈을 파는 게 직업인 거야. 남들이 우릴 보고 환호해야지, 우리가 남들을 보고 환호하는 모습을 들키면 곤란하다고. 그러니 메가스토어 같은 데 함부로 드나들면···.”

“그래서 축구 안 볼 거야?”

“그건 별개지.”

올리버의 지적에, 리더가 멋쩍게 웃었다.

선덜랜드의 시즌 전반기는 무척이나 훌륭했고, 바쁜 스케줄 탓에 중계 녹화 정도나 챙겨보는 리더와 올리버조차 행복하게 만들 정도였다.

아침에 일어나 결과를 체크했더니 저절로 웃음이 났던 날도 몇 번이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겨울이 왔다.

런던에서 크리스마스 공연을, 맨체스터에서 새해맞이 이벤트를 마친 드림스케이프는 마침내 1월 초 고대하던 타인위어에 섰다.

비록 방문 일정을 앞당기려던 리더와 올리버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지만, 대신 다른 스케줄을 따낸 것이다.

“그렇게 좋아? 아주 입 찢어진다 찢어져.”

매니저의 농담 섞인 핀잔에, 올리버와 리더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야, 풋볼 스퀘어에서 공연하는 거잖아요. 응원하는 팀 경기장을 무대로 쓰는 건, 축덕에겐 예술의 전당 단독 대관하고도 안 바꿀 쾌거라고요.”

“올리버 말이 맞아요. 잔뜩 자랑할 수 있는 이벤트잖아요?”

“자랑? 누구한테 자랑하려고?”

매니저의 지적에, 리더는 눈을 깜빡였다. 마침 그에게는 SNS에 글을 쓰지 않는 원칙이 있었고, 그의 지인 중 풋볼 스퀘어 공연에 군침을 흘릴 유일한 사람은··· 그와 같이 공연할 예정이니, 부러워할 리가 없다.

누구에게도 자랑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리더가, 살짝 침울한 목소리로, 하지만 프로다운 태도로 답했다.

“괜찮습니다. 우리 일은 꿈을 주는 거지, 우리가 꿈을 꾸는 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자기 만족은 할 수 있으니까.”

* * *

“우리를 환영하려고 해외에서 가수까지 불러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감격한 듯한 베리와 터너에게서 시선을 피하며, 나는 입맛을 다셨다.

사실 전혀 그런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드림스케이프를 부른 것은 어디까지나 구단주 비서의 사리사욕 때문이었고, 섭외 자체는 올여름에 진행했던 거라서 둘의 영입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저, 당시 스케줄이 꽉 차 있었던 드림스케이프는 아무리 빨라도 겨울에나 영국에 올 수 있었을 뿐이지.

욱신거리는 양심에 눈을 돌리자, 만족스럽게 웃는 희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양심 같은 건 진작에 내다 버린 구단주 비서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네, 두 선수가 앞으로 팀의 기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런 핑계가 먹히겠나 싶어서. 조금만 생각해 보면 순 뻥이라는 걸 눈치챌 일이다. 왜냐면 우리는 지금까지 선수를 영입했다는 이유로 가수를 부른 적이 없거든.

“죽도록 뛰겠습니다!”

”이제 선덜랜드 선수니까, 죽을 때까지라고 말해야 하려나요.”

아니, 이게 통한다고!? 그리고 드림스케이프 여러분, 갑자기 어째서 흐뭇한 표정으로 우릴 바라보는 겁니까?

약간의 시간이 지나, 감격을 어느 정도 흘려보낸 베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정말로 제가 11번을 다는 게 맞습니까? 이런 번호는 주장이 써야 되는 거 아닙니까?”

하긴, 잭의 18번은 축구계에서 인기 있는 숫자는 아니다. 유소년에서 콜업된 직후부터 꾸준히 쓰는 번호라서 팬들에게는 어필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응? 나는 번호 절대 안 바꿀 건데?”

“뭔가 사연이 있는 모양이네요. 18번이 특별히 인기 있는 번호는 아니잖아요?”

잭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지만, 대신 요니가 끼어들었다.

“얘는 리그 원 시절부터 마킹 유니폼 엄청 팔아먹었거든. 이제 와서 번호 바꾸면 팬들한테 너무 미안한 짓이지.”

“야, 좀만 더 노력하면 남 일처럼 들리겠다?”

“그래도 나는 너 정도는 아니야.”

누적 굿즈판매 1, 2위를 다투는 유소년 출신 선수들의 다툼에, 주위에서 쓴웃음을 지었고, 베리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입에 담았다.

“그럼 더더욱 번호 바꾸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유니폼 새로 팔아야죠.”

사탄도 고개를 저을 발언이었다. 내가 지금 선수를 사온 건지, 아니면 신상품기획팀 신입을 뽑은 건지 살짝 의심스러울 만큼.

반면 ‘번호를 바꾸면 이미 유니폼을 구입해준 팬들에게 미안하니까.’라는 이유로 18, 19번 유니폼을 고집하는 잭과 요니의 모습은 살짝 눈이 부시고 말이지.

둘의 팬서비스 정신은 현역 아이돌에게도 인상적이었는지, 드림스케이프 리더는 잭과 요니의 사인을 각각 세 개씩 받아갔을 정도다. 홈 킷, 어웨이 킷, 서드 킷까지 꼼꼼하게.

프로의 귀감이라며, 앞으로 롤모델로 삼겠다는 멘트는 덤이었다.

그리고 올리버는 내 사인을 여섯 개 뜯어갔는데, 유니폼과 축구공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피규어 박스를 내밀 때는 살짝 무서웠다··· 도대체 얘는 내 한정판 피규어를 어떻게 구한 건지 싶어서.

그렇게 환영회가 저물어갈 무렵, 신인 터너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선덜랜드는 정말 좋은 팀이네요. 곧 떠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이제 일주일 후면 터너는 크로아티아로 임대를 떠나게 된다. 그러니 아쉬움은 당연할 것이다.

크로아티아 출신 센터백, 이고르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시예크도 좋은 팀이다. 스타디온 그라드스키 블트도 아주 멋지지.”

“네. 알아요. 사진 봤거든요··· 사실 어딜 가도 제가 뛰던 웰링턴 로드보다는 훨씬 대단하겠죠.”

세미프로 더스턴의 홈, 천오백 석짜리 웰링턴 로드는 객관적으로 근사한 경기장이라기엔 부족했지만, 그래도 정성껏 관리된 경기장이었고, 홈 팬들과의 사이도 괜찮아 보였다. 잭이 곧바로 끼어들었다.

“웰링턴 로드도 멋진 경기장이던데.”

“그래도 프로 팀 시설엔 비할 바가 아니죠. 저도 잠깐이지만 위틀리 파크에 머문 적이 있어서 아는데···.”

위틀리 파크라는 말에 나는 그만 움찔하고 말았고, 잭과 요니의 표정에 동시에 사나운 미소가 떠올랐다.

“어디라고?”

터너는 아무것도 눈치 못 챈 것처럼 순진하게 대답했다.

“위틀리 파크요. 보름 정도 머물렀어요.”

파크로 끝나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위틀리 파크는 ‘그 팀’ 뉴캐슬의 유소년 아카데미 이름이다. 즉, 터너는 보름 정도 뉴캐슬 유소년 생활을 했었다는 뜻이 된다.

잭과 요니가 서로 고개를 마주했다.

“아니, 왜 그런 악의 소굴에···.”

“얘 나이 보면 알잖아. 뭘 그런 걸 굳이 묻고 그래.”

요니 말대로,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터너가 유소년 선수로 뛸 시절이면, 선덜랜드보다야 뉴캐슬이 나았겠지. 마침 터너는 중립 지역, 게이츠헤드 출신이니까.

그리고, 딱 ‘보름’이라는 기간 동안 머물렀다는 의미는, 당연하게도 재능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하긴, 베리도 그렇지만 터너는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낼 타입의 선수는 아니었다.

나처럼 가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고서야, 내쫓는 게 보통이겠지. 재능이 느껴지지 않는 선수를 발견한 유소년 육성 관계자는, 대부분 그렇게 행동한다.

축구를 빨리 포기할 수 있게, 다른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그··· 아시다시피 뉴캐슬 신인이 페넌트를 내던졌잖아요. 그게 꼭, 제가 내버려진 것 같아서. 기분이 아주···.”

어, 진짜 엿 같았겠네. 슬쩍 보니, 옆에서 베리의 표정도 장난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모처럼 환영식도 해 주셨는데 칙칙한 이야기를 해서···.”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쓰지 마. 하지만 임대 출발은 며칠 늦춰야겠는데.”

“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터너에게서 시선을 떼면서, 나는 희주를 바라보았다.

반사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임대를 딱 일주일 늦추면, 23라운드까지 보고 갈 수 있어.”

혹은, 뛸 수도 있고.

우리의 23라운드 상대가, 바로 ‘그 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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