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화 벗어던지는 순간 (4)
아침 훈련을 앞두고, 베리가 무심코 혼잣말처럼 물었다.
“구단주님은···.”
그러자 리지가 상냥하게 응대했다.
“썬은 요즘 바쁜 거 같아요. 챔스 결승전 유치도 그렇고, 지역에도 투자하는 중이니까요.”
이번에 이희성은 리미트리스의 명의로 선덜랜드 지역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백화점, 테마파크, 그리고 IT-미디어센터를 짓는다는 발표가 뒤를 이었다.
지역 주민들의 관심은 주로 백화점이나 테마파크에 쏠렸지만, 경제 전문 기자들이 꼽는 핵심은 ‘타인위어 IT-미디어센터’였다.
스탠퍼드 대학 졸업생들이 학교 근처에서 창업한 회사들이 실리콘밸리의 시초가 된 것처럼, 이번 ‘티엠씨’ 역시 영국 내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었다.
인프라가 생기고 자본이 몰리면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이 몰려들기 마련이다. 덩치가 커지면 언젠가 서로 경쟁하게 되겠지만, 초창기에는 서로 시너지가 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에 투자하는 장본인은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투자회사의 사장이니, 성공은 이미 보장된 셈이었다.
“건물도 아직 안 올라갔는데, 입주 문의가 줄을 선다더라고요··· 그리고 썬은 부지런하니까, 기본적으로 투자 상담은 잠깐이라도 만나보고 결정하는 편이죠.”
실제로는 얼굴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지만, 리지가 알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사실 알았더라도 그녀의 평가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지런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을뿐더러, 사진만 보고 돌려보내는 선택보다는, 그래도 얼굴을 보고 잠깐이라도 면접을 보는 게 훨씬 성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대답을 들은 베리가 웃었다.
“구단주님은 몸이 몇 개나 있어도 모자라겠군요. 그런데도 축구 경기는 꼬박꼬박 챙겨 보시는 거고요?”
“네. 홈 경기는 물론, 원정까지 꼭 따라가죠···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그래서 챔스 결승 유치하려는 거라고 농담도 해요. 멀리 가기 싫어서 그런 거라고.”
그때,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페르난데스였다.
“늦어. 내일부터는 5분 빨리 나와.”
“알겠습니다!”
목소리를 높여 페르난데스에게 대답한 베리가, 리지에게 눈인사를 보낸 다음 훈련장에 진입했다. 리지 또한 미소로 베리를 전송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멀리 가기 싫어서 결승전을 유치한다는 의미를, 선수들은 알고 있으려나.”
톰슨이나 하퍼, 크리그 같은 베테랑은 물론, 어쩌면 주장 잭과 요니도 알고 있을 거라고 리지는 생각했다. 하지만, 베리 같은 신인들도 눈치챘는지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2년 안에, 챔스 결승전에 설 수 있는 팀을 만들 거라는 뜻인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리지가 표정을 고쳤다.
“하긴,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나도, 내 업무를 해내야 하니까.”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그리고 아카데미 오브 라이트의 잔디는 이미 영국 최고라는 평가가 자자했지만, 그래도 리지는 알고 있었다. 멈춰서면 즉시 추월당한다는 것을.
게다가, 아직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의 잔디가 유럽 최고라는 평가를 들은 적은 없다.
리지는 고개를 들어 남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스타디우 다 루스의 잔디는 어떠려나.”
* * *
이스타디우 다 루스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 위치한 경기장이었고, 포르투갈 국가대표팀과 벤피카의 홈으로 쓰이는 곳이었다.
2년 뒤 개최될 챔스 결승전 장소 선정을 놓고,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와 경합 중인 후보이기도 했다.
“우선, 우리는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스페인을 비롯한 남유럽의 팬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죠.”
벤피카의 단장, 코스타는 스크린에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띄워둔 채 열변을 토하는 중이었다.
“관광지로서의 메리트도 충분합니다. 리스본의 아름다운 하늘, 그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과 마치 보석처럼 빛나는 경기장은 영국과 비교할 수 없죠.”
잠시 후, 코스타의 얼굴에 장난기가 떠올랐다.
“영국은 상대적으로 촌··· 흠흠, 포르투갈만큼 교통이 편리하다고 볼 수는 없죠. 게다가 선덜랜드의 푸른 하늘은 솔직히 홍보 영상에서나 나오는 거 아시잖아요.”
유머러스한 표정과 말투이었지만, 상대의 최대 약점을 찌르는 모습은 인정사정없었다. 아무튼, 그는 현역 시절 포르투갈의 마에스트로라고 불리던 대선수였고, 상대의 빈틈을 찌르는 것쯤은 오히려 특기였다.
“혹시라도 전 지구적 판데믹이 생긴다면, 교통이나 의료, 방역 등 여러 가지 측면 때문에 포르투갈에서밖에 챔스를 열지 못하는 날이 올 겁니다! 장담할 수 있어요.”
싸늘한 반론이 돌아왔다.
“아, 그래서 판데믹 났냐고.”
으르렁거리는 벤피카 감독을 향해, 코스타가 한쪽 눈을 윙크해 보였다.
“안 났죠.”
감독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리모컨을 눌렀고, 단둘뿐이던 프리젠테이션 룸에 불이 들어왔다.
“왜요. 발표 연습 더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지 못한 코스타와 달리, 벤피카 감독의 반응은 진지했다.
“이봐 코스타. 우리도 슬슬 빼야 하는 거 아닐까? 그깟 챔스 결승전, 꼭 우리 홈에서 안 열어도 되잖아. 그냥 포기하자고. 다른 팀들이 꼬리 내리는 것처럼.”
“왜요? 어째서?”
“몰라서 물어? 이번에 선덜랜드 구단주가 아주 대대적으로 나섰더만. 시티 오브 선덜랜드에 심시티를 하겠다고···.”
감독의 우려에, 코스타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시티라 부를 정도도 아닐 겁니다. 트렘 깔고, 백화점 세우고, 테마파크 짓고··· 아, 그리고 무슨 IT, 미디어 센터 같은 걸 짓는다고 하더군요.”
“그게 심시티가 아니라고?”
“감독님은 소싯적에 게임 안 해보셨습니까? 그 정도 가지고는 턱도 없어요.”
“이봐, 코스타. 우리가 지금 게임하는 게 아니잖나?”
“그렇죠··· 그런데 건물 몇 개 세운다고 선덜랜드가 리스본보다 매력적인 도시가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리미트리스가 여름에 유에파 무릎 꿇리는 거, 자네도 봤잖나. 그 정도 힘이면 다른 축구단 밟는 것쯤은 일도 아니겠지. 그래서 다른 후보들이 전부 꼬리 내린 거잖나.”
잔뜩 긴장한 감독과 달리 코스타는 여유로웠다.
“하긴, 유에파가 으깨졌다는 둥, 당장 꼬리 안 내리면 다음은 우리 차례라는 둥, 여기저기서 시끄럽긴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딱히 바뀐 게 있지는 않아요. 오히려 좋아졌죠.”
“좋아졌다고?”
“유에파 내부에서 극단주의자가 싹 쓸려나갔으니까요. 덕분에 챔스를 무슨 48개 팀으로 늘려서 약소 리그에 기회를 늘리겠다는 둥, 경기 수를 어떻게 조절하겠다는 둥, 그런 개소리는 전부 묻혔죠.”
“대신, 이번엔 싹 쓸려나가는 게 우리가 될 수도 있어.”
감독의 얼굴은 살짝 질린 것처럼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코스타는 훨씬 대범했다.
“감독님, 우리 벤피카가 그렇게 약합니까? 선덜랜드가 무서워서 그들과 경쟁하기도 전에 알아서 기어야 할 만큼?”
“사이드라인 안에서라면 벤피카는 선덜랜드에게 지지 않겠지. 하지만 이건 사이드라인 밖의 일이잖나.”
“꼭 그렇지도 않을 겁니다. 선덜랜드의 구단주는 축구 선수 출신이라고 들었거든요.”
“스포츠맨이니까 정정당당하게 할 거라고?”
“···규칙을 이용하거나, 속이는 정도는 당연히 하겠죠. 제 말은, 룰 자체를 무시하지는 않을 거란 뜻입니다. 최소한 경쟁 후보를 무대에서 끌어 내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도 겁먹고 꼬리 내린 팀은, 바보 천치들이죠.”
“자네가 사람을 잘못 본 거라면?”
“그러면, 제가 바보 천치가 되겠죠.”
코스타가 대범하게 웃었고, 감독은 쓴웃음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잠시 감독의 등을 흘긋거린 코스타는, 다시 프리젠테이션 연습에 몰두했다.
“이스타디우 다 루스는 육만 삼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첨단 경기장입니다. 포르투갈의 아름다운 하늘과···.”
* * *
“벤피카는 의외로 자진사퇴 안 하네? 이렇게 버티다가 오빠한테 밟히면 어쩌려고···.”
농담처럼 혼잣말하는 희주를 향해, 나는 폐부에서부터 우러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밟긴 뭘 밟아. 내가 무슨 깡패냐?”
이래서 유에파 건드리기 싫었던 거야.
“어, 진짜로 압박 안 해?”
“안 해.”
성격에도 안 맞거니와, 실리도 없다. 한마디로 괜한 바보짓을 하는 거다. 어차피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가 채택될 게 뻔하거든.
“하긴, 굳이 나중에 뒷말 나올 짓을 할 필요는 없겠네.”
“그렇지. 알면 그냥 비서 업무에나 종사하도록.”
“하지만 언론을 추가로 압박하면 뒷말이 나올 소재 자체가···.”
아, 안 한다니까.
물론 희주가 새삼스레 리미트리스의 힘에 취해버린 건 아니고, 그저 날 놀리는 거겠지. 여동생은 오빠에게 까불거리기 위해 태어난 존재니까.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출근하던 길에, 나는 그만 무시무시한 물건을 발견하고 말았다.
“조엘, 저건 뭡니까?”
풋볼 스퀘어 바로 앞, 큰길 건너에 느닷없이 나타난 조형물을 노려보며 묻자, 썩 영양가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네? 그야 구단주님 동상입니다.”
“내 모습인 건 압니다. 문제는 저런 게 왜 경기장 앞에 세워졌냐는 거죠··· 아니, 이유는 안 궁금하니까 일단 치우세요.”
내 서슬 푸른 지시에도 불구하고, 조엘은 동상을 바로 철거하는 대신 살짝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저기는 구단 땅이 아닙니다. 시에서 세운 거라서요.”
순간, 나는 머리를 움켜쥐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그동안 시티 오브 선덜랜드에서는 구단주님 까면 사살이라는 분위기가 있었죠. 팀의 구세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도시 전체의 대대적 투자까지 해 주셨죠. 제가 볼 때는 동상 다섯 개쯤 세워도 모자랍니다.”
조엘의 설명에 따르면 어디까지나 시청에서 세운 거라고 했다. 혹시나 해서 지적도를 확인했지만, 그의 설명대로 동상의 위치는 어디까지나 시의 소유지였다.
자료만 보면 구단에서 관여하지 않았다는 조엘의 이야기도 일견 설득력이 있다. 다만···.
“동상이 꽤 리얼하군요.”
“그러게요. 구단주님 사진을 보고 만들었나 봅니다.”
“이건 사진 몇 장 보고 만든 수준이 아닌데···.”
여러 각도에서 내 사진을 꼼꼼하게 찍어가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닮은 동상을 만들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 결론은 심플했다. 우리 중에 스파이가 있다, 이 말이지. 그래서 며칠간 스파이 색출에 매진했더니, 아침 연습에서 리지에게 한 소리 듣고 말았다.
“썬, 아직도 포기 못 했어요? 이제 그만 받아들이지 그래요?”
“포기하지 않는 건 선덜랜드의 팀 컬러니까요. 구단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죠··· 그건 그렇고.”
아침부터 헤실거리는 리지를 흘끗 바라보며, 나는 짐짓 배신감에 치를 떠는 모습을 연기했다.
“이럴 때 화해를 권유하는 사람이 배신자라던데··· 설마.”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진짜로 저 아닌데요.”
“믿고 싶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리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군요.”
“슬프지만 말씀해보세요.”
슬프다는 말과는 달리, 리지의 태도는 한결같이 명랑했다. 그래서 나도, 반쯤은 장난스럽게 응대할 수 있었다.
“리지는 우리 팀에서 손꼽히는 내 팬이죠. 동상을 세우고 싶은 니즈는 충분했을 겁니다.”
“부정 못 하겠네요. 그래도 배신은 안 했지만요··· 다른 이유는요?”
“동상 얼굴이 너무 리얼합니다. 이 정도로 나를 아는 사람. 구단에 세 명 정도겠죠.”
“어머나!”
용의자라는데 왜 이리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리지를 제외하면 희주와 브라이언 정도가 남겠죠. 그런데 브라이언은 거짓말에 소질이 없고, 시청과 연계해서 동상 만들 수완도 없죠.”
“일리 있는 이야기지만, 그럼 희주 씨는요?”
“사실 걔가 제일 의심스럽지만, 동상 생긴 게 너무 정상적이라서요. 아니, 실물보다 살짝 미화된 것도 같고···.”
만일 희주가 개입했다면 동상은 지금보다 훨씬 코믹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여동생은 오빠에게 까불거리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내 이야기를 들은 리지가 웃었다.
“썬, 혹시 구단 관계자가 관여한 게 아니라면, 철거 안 하실 건가요?”
“그러죠. 어차피 관여했을 테니···.”
흔쾌히 대답하는 내 얼굴을 바라보던 리지의 눈이 가늘어졌다.
“혹시 문제의 그 동상 얼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요?”
“네. 매일 거울로 보죠.”
“아뇨. 본인 얼굴 말고요.”
리지는 메가스토어를 가리켰고, 나는 아차 싶은 마음에 혀를 찼다.
메가스토어에서는 현재 ‘구단주 피규어’를 팔고 있다. 입체니까 동상 제작에 참고하기도 좋고, 선덜랜드 오피셜 굿즈라서 공식적으로 내 외모와 똑같다··· 즉, 시에서는 피규어를 사다가 참고했다는 이야기다.
“사실, 저는 한눈에 보고 알았어요. 눈꼬리가 피규어와 똑같았거든요. 그래도 스포츠맨답게 룰을 지켜주실 거죠?”
“···그러죠.”
이후, 나는 시청에 대량의 로비를 통해 동상 위치를 변경하는 딜을 시도했다. 압박은 이럴 때 하는 거니까. 리지와의 약속 때문에 철거는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풋볼 스퀘어 바로 앞은 인간적으로 너무했거든.
[알겠습니다. 옮기겠습니다. 아, 그리고 왕실에서 조만간 구단주님께 훈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하던데···.]
아, 쫌!
* * *
그런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아무튼 나는 축구를 볼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
넥타이 풀고, 리미트리스 사장이라는 신분 또한 벗어던진 채 익스클루시브 박스에서 축구 보는 순간이 가장 짜릿하단 말이지. 물론, 팀의 경기력에 비례해 행복지수가 오른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테고.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 행복지수는 최상이었다. 동상 해프닝이나, 죽도록 바빴던 일정의 피로를 싹 날려버리기 충분할 만큼.
리그에서는 무패를 이어 나갔고, 컵 대회에서도 준수하게 활약했기 때문이다.
유로파리그 16강, 우리는 바젤을 홈 어웨이 모두에서 격파하며, 깔끔하게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이어진 FA컵 4라운드에서는 루턴 타운을 원정에서 잡아내며, 5라운드 티켓을 확보했다.
결과도 좋았지만, 내용도 좋았다. 경기력은 완벽했고, 베리가 마침내 어시스트를 기록했다는 것도 기뻤다.
같이 경기를 지켜보던 희주가 감개무량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래 걸렸네··· 왜 우리 팀 공격수들은 항상 애먹이는 느낌이 들지?”
“그야 별수 없지. 골 폭죽을 시원하게 터트리는 공격수는 절대로 싸지 않거든··· 생각해 봐. 베리가 1부, 2부리그 팀 상대로 시원하게 골 폭격 퍼붓는 선수 같으면 더스턴에 남아 있었겠냐? 진작에 다른 팀이 채갔겠지?”
특히, 눈에 보이는 가치보다 무조건 싸게 데려온다는 내 철학까지 따지면, 내가 데려오는 공격수는 당장 결과를 못 내는 선수일 가능성이 높다.
바스티아노가 그랬던 것처럼.
“흐음. 난 또 오빠가 골 못 넣는 공격수를 키우는 데 재미 들린 줄 알았어.”
너어는 진짜.
하지만,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는 경기가 끝난 뒤에야 확인하게 되었다.
FA컵 5라운드. 우리의 상대는 ‘그 팀’으로 결정되었다. 장소는, 세인트 제임스 파크였다.
최근 우리의 경기력을 고려하면, 손쉬운 승리가 될 게 뻔했다. 그리고 더비 라이벌에게 이기는 건 언제나 새로운 기분이다.
기세로 보면, 베리가 한 골쯤 넣어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도 고무적이었다. 베리에게 유니폼 세레머니라도 당하면, ‘그 팀’ 관계자는 피가 거꾸로 솟겠지.
그리고 우리의 유로파리그 8강 상대는···.
“오빠, 정말로 추첨 맞아? 이쯤 되면, 주최 측에서 일부러 붙여 주는 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벤피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