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자의 신이 키우는 축구단-224화 (224/422)

224화 휘슬이 울린 뒤 (4)

스위스 니옹에 위치한 유에파 본부에서는, 유에파의 새 회장을 향해 보좌관이 태블릿을 내미는 중이었다.

“회장님, 8강전 종료 직후 선덜랜드 주장 잭의 인터뷰입니다.”

[무책임하게 도주한 범인은, 지금이라도 마땅한 대가를 받아야 함다.]

잠시 후, 인터뷰는 짧은 삐- 소리와 함께 끝났다. 회장은 얼마간 눈을 깜빡거린 다음 느릿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걸 왜 보고하는 건가? 내 말은, 이걸 보고하는 이유가 뭐냐는 뜻인데.”

“징계 사유 아닌가요? 원칙적으로는 경기와 아무 상관 없는 내용이고, 심지어 비속어도 사용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유에파 관련 대회의 기자회견장에서는 꽤 빡빡한 룰을 지켜야 한다. 심지어 회견장에 비치된 음료수조차 선수 마음대로 치우지 못하게 되어 있다.

보좌관의 얼굴은 차분했고, 마치 스스로의 답변에 한 치의 의문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회장은 속으로만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선 나를 원칙주의자로 취급하는데··· 여기 나보다 더한 인간이 있었군. 그런데 자네, 혹시 NSN이라는 단어는 들어봤나?”

“아뇨. SNS는 압니다만.”

“너는 눈치도 없냐는 뜻이라는데, 선덜랜드 팬들에게 유행하는 모양이야. 그게 왜 NSN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후 회장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선덜랜드 구단주는 유소년 선수 출신이지. 주장은 로컬 보이고. 그리고 사고당한 아이는 유스팀 킷 입은 지역 팬이야. 그런데··· 지금 잭을 징계하자고? F 워드 좀 썼다고?”

가까스로 회장의 말을 이해한 보좌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잘못 처신하면 극대노한 선덜랜드를 상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선덜랜드를 잘못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는 작년 여름에 유에파의 전임 회장 패거리가 온몸으로 보여준 바 있다.

“그러면 징계 없이 넘어가겠습니다.”

주섬주섬 태블릿을 집어 드는 보좌관을 향해, 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벌금은 먹여. 원칙은 원칙이니까. 그리고 액수는···.”

* * *

[유에파는 미디어 규정을 위반한 선덜랜드 주장 잭에게 벌금 1유로의 징계를 부과합니다.]

“이것들이 정말···!”

이를 가는 희주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지만, 나는 침착했다.

유에파의 지금 회장은 비록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그래도 융통성 없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 회장이 굳이 징계를 먹이는 이유는 무척 뻔한 것이었다.

그것도 높은 벌금을 매긴 다음 정상참작으로 깎아 주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1유로를 먹이는 방식의 의미는··· 알기 쉽지.

“잭 오라고 해.”

잠시 후 잭이 구단주실에 도착했다.

“유에파에서 징계 나왔다. 벌금 1유로 내라던데.”

“죄송함다. 제 주급에서 까 주시겠슴까?”

호출받은 선덜랜드 주장의 얼굴은 어두웠다.

“아니, 내가 낼 거야. 그러기로 했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다음에는.”

“네, 다음부터 조심하겠슴다.”

시무룩하게 대답하는 잭을 향해, 나는 곧바로 지시했다.

“다음에는, 만 유로어치 떠들고 와.”

1유로라는 상징적인 벌금을 매기는 건, 결국 가격을 정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나는, 삐- 한 번에 백 유로씩의 요금이 붙었더라도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었다.

“그리고 얼굴 펴고.”

기분은 알겠지만, 이럴수록 밝게, 태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클라라는 반드시 회복할 거니까.

잭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여전히 안색은 조금 나빴지만, 이 정도면 평소의 8할 정도는 기력을 찾은 것 같다.

그리고 선덜랜드 주장은, 토요일 경기를 앞두고 열린 사전 인터뷰에서 대량의 F 워드를 사용하며 뺑소니범을 규탄했다.

“유에파에서 또 몇 유로쯤 벌금 물리려나?”

“이번엔 파운드일 거야. 토요일 경기는 리그니까.”

이번엔 유에파가 아니라 축협의 일이다. 정확히 따지면 리그 사무국 소관이겠지만, 어차피 리그 사무국은 축협 산하의 기관이니까.

그리고 축협에서는 벌금 딱지 대신 메시지를 보냈다.

[FA는 이번 사고를 무척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피해자의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 * *

이번 사건은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 사실 선덜랜드 사람일 확률이 높지 않나? 경기 끝난 직후니까 축구 보고 이동하던 중에 사고 냈을 거야. 그게 자연스럽지.

ㄴ 자그레브 팬일 가능성은?

ㄴ 별로 없음. 자그레브 팬은 비행기 타고 오잖음. 어떻게 차를 타겠음? 그리고 로커 애비뉴는 경기장보다 남쪽이고.

- 내 생각에 범인은 선덜랜드 주민이 아님. 사고 난 여자애는 선덜랜드 팬이잖음?

ㄴ 유니폼만 봐도 뻔하지. 그래서?

ㄴ 그런데 선덜랜드 주민은 전부 선덜랜드 팬임. 선덜랜드 팬이 선덜랜드 팬을 뺑소니할 리가 없으니 주민 아님.

ㄴ 그러다 나중에 범인이 선덜랜드 주민으로 밝혀지면 아주 볼만하겠다.

ㄴ 주민의 정의는 주소지에 거주하는 ‘사람’ 아님?

“이거 기발하네요. 니콜라스 씨. 그렇지. 사람 새끼가 아니면 당연히 주민도 아니지.”

“농담할 분위기 아니잖아요. 도로시 씨.”

니콜라스와 도로시는 둘 다 선덜랜드 스퀘어관리팀 소속 직원이었다. 예전, 암표상 단속 때 맹활약했던 콤비로, 이번엔 클라라의 교통사고를 조사하고 있었다.

“그치만 농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걸요. 열이 뻗쳐서.”

도로시가 툭 내뱉은 이야기에, 니콜라스 또한 내심 동의했다. 확실히 농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열이 뻗쳐서 견딜 수 없다.

둘은 범인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획득한 상태였다.

우선 현장에 남은 타이어 자국. 덕분에 차종을 꽤 좁힐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경찰도 알아낸 사실이지만, 니콜라스와 도로시는 추가적인 정보를 갖고 있었다.

“그 개새끼. 분명히 술 먹었어. 타이어 자국 삐뚤삐뚤한 것 봐.”

“법정에 제시할 근거까진 못 되겠지만··· 합리적인 추측이 되겠죠.”

그에 더해, 둘은 사고 현장 주위를 수소문해서 블랙박스 영상을 상당수 확보할 수 있었다. 비록 사고 장면 자체를 찍지는 못했지만, 당시 근처를 지나다닌 차량에 대한 단서로 쓰기엔 충분했다.

유일한 문제는 일부 영상은 너무 흐릿해서 번호 식별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결국, 둘은 확보한 영상을 선덜랜드 영상팀에 맡겼다.

“필터 좀 팍팍 먹여봐. 그러려고 툴 만든 거 아니야?”

“아뇨. 툴은 경기 영상을 분석하려고 만든 건데···.”

투덜거리면서도, 선덜랜드 영상팀은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덕분에 니콜라스와 도로시는 사고 시간 전후에 근처를 이동한 차량을 대략 특정할 수 있었다.

“차량번호도 확실히 찾았고··· 사람을 중태에 빠트릴 정도의 사고니까 범퍼에 흔적이 남아 있겠죠.”

”혹은 최근에 범퍼를 교체했거나··· 뭐 그것까지는 우리가 나설 영역은 아니겠죠. 슬슬 경찰에 자료 넘기죠.”

“그런데 경찰이 일을 제대로 하려나요?”

만국 공통의 정서,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도로시를 향해 니콜라스가 낮게 웃었다.

“이번에는 잘할 겁니다. 구단주님이 시에다 한 말씀 하신 모양이거든요.”

[제가 이번에 백화점과 테마파크, 그리고 티엠씨에 투자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시티 오브 선덜랜드가 치안이 좋은 도시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어지간히 바보만 아니라면 알아들을 만한 명백한 암시였다. 범인이 안 잡히면 모처럼의 심시티 찬스를 재검토하겠다는. 당연히 시에서는 난리가 났고, 지방경찰청에 무한한 압박을 가하는 중이었다.

“그 정도면 곧 잡히겠네요. 감방 가기 전에 주먹 한 방만 먹여 주면 좋을 텐데.”

주먹을 우둑우둑 꺾기 시작한 도로시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니콜라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저는 그보다 짐이 더 걱정인데요. 아무리 굳세 보여도 그 애는 이제 겨우 열셋이잖아요.”

* * *

토트넘 유소년 미드필더, 릭은 눈을 의심했다.

‘아니, 이것들이 미쳤나?’

요즘 선덜랜드 유스팀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선덜랜드 1군은 꽤 강팀이 되었지만, 유소년은 아직 평범한 수준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겪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인상적이었다.

우선 포메이션부터 심상치 않았다. 선덜랜드 유스팀은 경기 시작부터 무척이나 공격적인 포진을 꺼냈다. 수비라고는 아예 관심도 없는, 극단적인 2-3-5를.

‘난타전을 해 보겠다고? 나야 좋지.’

전부터 릭은, 선덜랜드 유소년 주장 짐 하워드에게 경쟁의식을 갖고 있었다. 개인적 소감으로는 소문만큼 대단한 골키퍼는 아닌데 과대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했었다.

수비라인 통솔력이나 리더십은 인정하지만, 골키퍼 본연의 방어 능력은 별로라는 게 릭의 소감이었다.

‘뭘 믿고 수비수를 올려보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지휘할 수비수가 줄어들면 넌 그냥 반쪽짜리야. 짐.’

생각이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토트넘의 단독 돌파를, 선덜랜드의 1번이 순간적으로 몸을 날려 막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자식은 무섭지도 않나? 저러다 얼굴 걷어차이면 어쩌려고.’

몸을 아끼지 않는 짐의 모습은, 흔히 허슬 플레이라고 부르는 동작과는 또 느낌이 달랐다. 그보다 훨씬 필사적이었다. 골마우스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짐의 그런 분투에 영향을 받았는지 선덜랜드 선수들은 경기 내내 총공세를 펼쳤다. 유소년 경기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의 집념이었다.

점수는 어느새 세 골 차이로 벌어졌고, 릭은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하지만 릭을 진짜로 좌절시키는 일은, 사이드라인 밖으로 공이 나간 순간에 일어났다.

토트넘의 스로인인데도, 어째서인지 선덜랜드 선수가 공을 가지러 달렸다. 처음엔 공을 건네주지 않고 시간을 끌려고 저러나 싶었는데, 정작 선덜랜드는 곧바로 공을 토트넘에 넘기며 빠른 속행을 종용했다.

‘이기고 있는 놈들이 시간 끄는 게 정상 아니냐?’

릭의 의문을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선덜랜드의 77번 테오가 히죽거렸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경기를 길게 끌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서.”

잠시 후,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선덜랜드 유소년들이 개떼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등 뒤에 서 있는 건, 귀기 서린 얼굴로 전방을 응시하는 녹색 유니폼의 소년이었다.

“라인 올려! 더 압박해! 뚫려도 상관없으니까 압박해! 뛰어! 더 뛰어!”

선덜랜드의 뒷공간은 텅 비어 있었고, 어떻게든 공을 뺏고 수비 두 명만 따돌리면 곧바로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 돌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릭은 이상하게도, 지금의 짐을 상대로 득점에 성공할 자신이 들지 않았다.

약 10분 후 휘슬이 울렸고, 경기는 선덜랜드 유스팀의 3-0 승리로 끝났다.

엉망으로 깨진 릭은 최대한 빨리 아카데미 오브 라이트를 떠나려 했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선덜랜드 선수들이 마치 쫓기기라도 하듯 허둥거렸기 때문이다.

‘쟤들 왜 저러지?’

심지어 옷도 안 갈아입은 채 아카데미를 빠져나가는 골키퍼 짐을 바라보며, 릭은 한참 동안 눈을 깜빡거렸다.

* * *

휘슬이 울린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것은 이제 짐의 일과가 되었다. 행선지는 당연하게도 선덜랜드 로열 병원이었다.

병실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경기를 마친 자신의 몸이 땀과 흙먼지로 뒤덮여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위생적인 측면에서 보면, 환자의 회복에 썩 도움이 못 될 존재다.

그렇다고 옷을 갈아입고 찾아온다는 선택은 짐에게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클라라는 그날, 바로 이 옷차림으로 나타났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클라라는 아직 의식이 없다.

‘웃어주기로 했는데.’

손의 떨림은 골키퍼 장갑으로 가릴 수 있지만, 눈물을 가리는 장비는 적어도 축구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소녀의 모습을 마주하면,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았다. 아무리 굳세려 노력해도 짐은 이제 겨우 열세 살의 소년이니, 울어버릴 게 뻔하다.

그래서 짐은 병실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대신 병원 앞, 클라라의 병실 창문이 올려다보이는 자리에서 천천히 팻말을 들어 올렸다.

[선덜랜드 U 3 - 0 토트넘 U]

‘오늘도 이겼어. 다음에도 이길 거야.’

팔이 뻐근해질 때까지, 짐은 그렇게 한참 동안 병원 앞에 섰다.

선덜랜드의 골마우스 이외의 것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짐은 선덜랜드 지역 출신이었고, 아주 어릴 때부터 이 팀의 팬이었으며, 이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을 동경해서 축구를 시작한 것이었기에.

붉고 하얀 줄무늬 사이에 섞인, 녹색 골키퍼 유니폼을 소년 짐은 세상 무엇보다 사랑했다.

하지만 지금,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년은 다른 것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실점하지만 않으면. 계속 이긴다면.’

그렇게 한다면, 클라라는 반드시 눈을 뜰 거라고··· 근거는 전혀 없지만, 짐은 그렇게 생각했다.

* * *

리버풀과의 유소년 경기를 앞두고, 페르난데스의 보고를 받았다.

“구단주님, 리버풀 유스팀이 경기 장소를 옮기고 싶다고 하는데요.”

연락을 보낸 사람은 리버풀의 아카데미 총괄 디렉터, 잉글소프였다. 우리 팀에서는 페르난데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사연은 들었습니다.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병원에 간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이번 주 유소년 경기를 커크비 대신 아카데미 오브 라이트에서 하면 어떨까요?]

잉글소프의 요청을 전해 들은 희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마운 이야기잖아요. 페르난데스 단장님이 바로 오케이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희주와 달리, 나는 페르난데스가 왜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지를 알고 있었다.

리버풀의 커크비는 우리의 아카데미 오브 라이트와 마찬가지로, 1군 선수단과 공용으로 사용하는 훈련 시설이기 때문이다.

유소년 경기 때문에 상대 팀 관계자가 드나들면 아무래도 보안상 신경이 쓰일 것이다. 마침 우리와 리버풀은 1군끼리의 경기 또한 앞두고 있으니까.

물론, 나는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고맙다고 회신 보내세요. 그리고 희주 너는, 축협에 연락해서 경기장 바꾼다고 해.”

그리고 나는, 조용히 스마트폰을 꾹꾹 눌렀다.

[고맙다.]

그러자 잠시 후, 헨도에게서 답장이 돌아왔다.

[고맙긴. 이 기회에 아카데미 오브 라이트 정찰하려고 그런 건데.]

나는 피식 웃었다.

애초에 아카데미 오브 라이트는 훈련장인 동시에 우리 유소년 홈 경기장으로 오랫동안 쓰였던 곳이라, 유소년 경기 때마다 상대팀에게 1군 훈련을 정찰 당할 정도로 허술한 구조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와 헨도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함께 유소년 시절을 보냈으니까.

[시치미 떼려면 뭐가, 라고 되묻는 게 나았을 거야.]

[에이, 널 상대로 그런 시도는 시간 낭비지··· 아무튼 힘내. 그래도 경기에선 안 봐줄 거지만.]

[그건 우리가 할 소리고.]

축구에는 몇 가지 격언이 있다. 예를 들자면, 강렬한 감정이 차이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바로 리버풀의 감독 클롭이 했던 말이다.

우리는 지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팬을 위해 심장이 터질 때까지 달릴 선수들이 있으니까. 1군 팀도, 유소년 팀도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로열 병원의 의사들도.

나는 천천히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돌려, 달력을 응시했다.

리버풀과의 유소년 경기가 예정된 금요일.

공교롭게도 그날은, 클라라의 2차 수술 예정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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