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화 프리시즌의 왕 (2)
브리핑 룸에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한창 상영 중이었다. 감독 선임에 대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우리가 준비 중인 또 하나의 무기가.
다행히 브라이언이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여론은 어느 정도 반전된 느낌이 있지만, 새 감독에게 힘을 실어줄 겸 다큐멘터리 제작은 그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4년 전의 브라이언이요? 기억나요. 그때 아마 바에서 칵테일 만들고 있었을걸요.]
[이제 와서 이야기인데, 칵테일은 더럽게 못 만들었어요. 지옥 같은 맛이 났죠.]
내 견해로는 농약 맛이었다.
[가끔 경기장 잔디도 깎는 것 같았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어설펐어요. 대를 이어 잔디를 지켜온 윌리엄슨 가문의 솜씨가 아니었으면,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의 잔디는 4년 전에 전멸했을 겁니다.]
팬들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마침내 샐리마저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솔직히 처음엔 축알못인 줄 알았어요. 아니 글쎄, 축구에서 공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헛소리를 하더라니까요?]
화면 속에서 투덜거리는 샐리를 향해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고, 희주도 한숨을 쉬었다.
“얼마나 이기적으로 태어났으면, 저렇게 얼굴 막 쓰는데도 모델같이 나오는 거지? 진짜 부럽다.”
“저 부분은 편집해야겠는데. 아, 혹시나 해서 말인데, 희주의 불평 때문은 아닙니다. 오해 마시죠.”
오히려 그런 이슈라면, 아예 샐리를 희주하고 나란히 세워서 찍고 싶은 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니면 한국에서 다미를 불러도 좋고··· 샐리도, 다미도 모두 훌륭한 오징어 처형대가 되어줄 테니.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 책임자로 승진한 영상팀원, 헨리가 곧바로 화면을 멈췄다.
“구단주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어느 부분이 미비한지를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샐리가 너무 눈에 띕니다.”
샐리는 축구계에서 엄청나게 희귀한 여성 코칭스태프라 기본적으로 눈에 안 띌 수가 없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사람의 시선을 끌어모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처음엔 우리 골수팬 사이에서도 말이 나왔다. 아무리 구단 레전드의 딸이라지만, 곧바로 전력분석팀장을 달아 주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물론 요즘은 여론이 바뀌었다. 샐리가 얼마나 천재적인 전술가면, 그 이희성이 곧바로 전력분석팀장으로 등용했겠냐는 식으로.
“내 안목을 보여준다는 의도로는 나쁘지 않지만, 잘못하면 브라이언의 존재감이 묻히게 됩니다. 이번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새 감독 브라이언이니까요.”
“알겠습니다. 분석팀장님 씬은 편집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자, 곧바로 영상이 재개되었다.
[감독 데뷔전에서 바르샤를 꺾으며 실력을 입증했지만, 4년 전의 브라이언에게는 아무런 실적도 경력도 없었다. 심지어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바에 처박혀 있었다.]
뭐, 예전 구단주와 전 감독이 저지른 환장의 콜라보였지.
[그렇다면, 투자의 신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브라이언을 등용한 걸까?]
이마를 봤죠. 숫자 300을. 세계적인 감독들에 필적하는 가치를.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좋습니다. 이번 편은 이 정도로 하죠. 샐리 씬만 잘 편집해서 마무리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 * *
<선덜랜드, 프리시즌의 왕>
원고 초안에 자극적인 슬로건을 띄운 채, 새내기 기자 엘렌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선덜랜드가 프리시즌 이적시장 최고의 큰 손은 아니긴 한데 말야···.”
선덜랜드 구단주는 장래성 있는 젊은 신인을 발굴해서 대박을 터트리는 타입이었다. 구단주로서는 최고의 능력이지만, 프리시즌의 지배자로 불릴 스타일은 아니었다.
언론에서 좋아하는, 그리고 팬들이 원하는 프리시즌은 거물 선수를 척척 사들이는 방식이지, 듣보잡 신인을 사재기하는 투자가 아니었기에.
‘가만, 그런데 선덜랜드 구단주가 무조건 신인만 사··· 는 건 아니지 않았나?’
첫 시즌에는 두 베테랑, 페르난데스와 톰슨을 데려왔다. 본격적으로 젊은 선수를 사들인 것은 두 번째 시즌부터였다.
그때부터 이희성이 보여준 행보는 그야말로 축구의 신, 아니 공갈의 신 소리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잉글랜드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매김한 에디는 겨우 팔백만 파운드에 합류했고, 이천만 유로에 사온 마르틴은 리그에서 세 손가락에 들 윙포워드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선덜랜드 선수들 몸값은 엄청나게 올랐지만, 정작 선덜랜드가 선수를 팔아서 돈을 번 적은 없다.
“뭔가 이상한데? 재판매가치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왜 젊은 선수에 집착한 거지? 실력에 비해 싼 선수를 살 수 있긴 한데, 실패할 리스크를 감수하게 되잖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데려온 선수가 반드시 성장한다는 확신이 있으면,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니게 된다. 실제로 이희성은 아직 실패한 적도 없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명색이 투자의 신이라 불리는 사내니, 그 정도 안목쯤은 있으리라 넘겨도 그만이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 넘어가긴,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게다가··· 이번 프리시즌엔 이상할 정도로 움직임이 없고···.”
구단 전체로 놓고 보면 이번 프리시즌이 가장 화끈하긴 하다. 프리시즌 컵을 만들어 자체 운영하고, 빅클럽 셋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는 마침내 챔스 결승전을 유치했다. 덕분에 프리미어리그는 이제 빅 7의 시대로 불리며, 선덜랜드 역시 빅클럽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다.
그런데 정작 선수는 데려오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다.
“선덜랜드 구단주가 실수했을 가능성은··· 없겠지.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은, 다른 분야에서도 통찰력이 남다르다고 하니까.”
세세한 디테일 같은 실무에는 약할지도 모르겠지만, 큰 그림이라면 축구계의 누구보다 정확하게 짤 것이다.
그런 사람이 아직까지 선수를 사지 않는 이유를 고민하며, 엘렌은 선덜랜드의 역대 프리시즌 영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엘렌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어, 이거?”
* * *
프리시즌 컵 2차전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뮌헨의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우리는 바르샤에 이어, 뮌헨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운명을 느끼게 하는 매치업이네요!? 4년 전에 우릴 참교육했던 그 빅클럽들과 다시 싸우게 되는 거니까요!”
의욕을 불사르는 희주를 향해, 샐리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축알··· 아니, 비서님. 축구판에 운명 같은 미신은 없어요. 4년 전에 불려온 빅클럽이 빅클럽인 이유는 꾸준히 성적을 내기 때문인 거니까요.”
느닷없는 팩트 폭행을 선보인 샐리는, 희주가 삐지기 전에 재빨리 덧붙였다.
“언론에서는 좋아하겠네요. 프레스팀에 기사로 내라고 하시면 어떨까요?”
샐리의 수법은 꽤 효과적이었다. 희주의 표정이 금방 누그러졌으니까.
“아, 프레스팀하고는 이미 의논했어요. 언론에서는, 왜 올해는 선수 안 사는지를 궁금해한다던데요.”
“아, 그건 저도 좀 궁금하네요.”
눈을 빛내는 샐리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나는 브라이언 쪽을 슬쩍 바라봤다.
“나는 안 궁금해. 브로가 사다 주는 대로 쓰는 게 내 일이야.”
말은 저렇게 하지만, 브라이언의 눈동자도 데구르르 구른다. 안 궁금할 리가 있나. 이제 팀의 감독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입은 프리시즌 컵 이후에 의논하자는 게 방침입니다.”
“어··· 혹시 우승하면 선수 사줄게. 이런 건가요, 구단주님?”
“설마요. 애도 아니고. 다만, 뮌헨 같은 팀을 결승에서 상대해 보면, 승패를 떠나 팀에 무엇이 필요한지 보이게 되니까··· 그때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내 대답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와중에, 샐리가 짓궂은 시선을 브라이언에게 보냈다.
“감독님. 그러면 결승은 참패하는 게 어때요? 그럼 구단주님이 제대로 돈 푸실 것 같은데.”
“그랬다간 내 목이 날아가지 않을까?”
“괜찮아요. 브라이언 감독님의 유지는 제가 이어갈게요.”
“너는 라이센스나 따고 이야기해.”
“내일 나와요. A급.”
“프리미어리그에서 감독하려면 P급 필요한 거 알잖아.”
가볍게 티격태격하는 와중에도 브라이언의 눈은 퀭했다. 샐리도 마찬가지다. 화장으로도 다 감추지 못한 눈가의 다크서클이.
덕분에 이 팀에 당장 필요한 조각이 뭔지는 분명하다. 둘의 짐을 덜어줄 새 코칭스태프가 시급하겠지.
마침 내일은 A급 라이센스가 나오는 날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아직 1부리그 감독이 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감독이 되길 원하는 우수한 인재가 대량으로 풀려난다는 이야기지.
“내일 수여식엔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뭐라고요? 구단주님이 라이센스 수여식에 오시겠다고요? 아니, 무슨 학예회에 따라오는 부모도 아니고··· 우리 아빠도 안 오는데.”
투덜거리면서도, 샐리의 입가엔 자랑스런 미소가 매달려 있었다. 원인은 성적이었다.
샐리는 이번 A급 이론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는데, 이는 축구 역사상 세 번째의 쾌거였다··· 예전에 브라이언은 1점 깎였다는 것 같은데.
“아버님은 안 가셔도 되겠지만, 나는 가야 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구단 일이니까요.”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네, 오셔도 괜찮아요. 꽃다발 필요 없고요. 기념사진도 안 찍어요. 그냥 조용히 와서 내빈석에 앉아 계세요. 아셨죠?”
특유의 새침한 표정를 짓는 샐리를 바라보며, 옆에서 희주와 리지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꽃다발 준비해야겠네.”
“당연히 영상팀도 움직여야 하겠죠.”
두 사람의 의견에 나도 덧붙였다.
“버스 퍼레이드까지는 좀 그렇고, 선덜랜드 로드스터 정도는 동원해야겠군요. 리지, 운전 부탁합니다.”
이런 작당 모의를 들은 샐리의 아름다운 얼굴이 살짝 빨갛게 변했지만, 딱히 거부하지는 않았다.
* * *
식장에서는 샐리가 가장 주목받았다. 시선을 잡아끄는 외모도 그렇거니와, 일단 성적이 압도적이었던 게 주된 원인이었다.
하지만 내 시선은 그 옆의 수수한 청년에게 향하고 만다. 좀 더 정확히는 청년의 이마에 붙은, 샐리와 거의 대등한 숫자에.
이름은 루벤, 이번에는 차석으로 통과했다고 한다. 같은 기수의 샐리가 역사상 3명밖에 없는 만점자였음을 고려한다면, 평상시였으면 수석이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실력자였다.
“저 친구 데려가려는 경쟁이 치열하겠는데요.”
“꼭 그렇지도 않을 겁니다. 듣자니 조금 극단적인 구석이 있는 친구라서···.”
“극단적?”
마침 루벤은 샐리와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딱히 밀담은 아니었기에, 둘의 대화가 잘 들린다.
“전술가로서 샐리 네가 나보다 낫다는 건 인정해. 만약에 우리가 완벽히 똑같은 선수 열한 명을 쓴다고 치면 네가 이기겠지. 51 대 49로.”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은데? 6 대 4는 될 거야.”
“아무튼 네가 이긴다 치고 대충 넘어가자. 어차피 서로 완벽히 똑같은 선수를 쓸 수는 없을 테니까. 내가 맡은 선수가 훨씬 좋을 거야.”
둘의 대화를 듣고 있으니, 어떤 의미에서 ‘극단’적인 사람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피지컬주의자구나.”
“피지컬? 무슨 뜻이야?”
희주의 의문에, 모처럼 친절하게 답해주기로 했다.
“전술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는 거야. 특히 요즘은 분석 기술도 좋아져서, 좋은 전술을 따라잡기 쉬워졌으니까··· 그런데 너도나도 좋은 전술을 쓴다면, 뭐가 남겠어?”
“선수빨?”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리 정도는 좀 가렸으면 좋겠는데. 여긴 축구계 지도자를 키우는 자리니까.
하다못해 운동능력이라고 하면 얼마나 좋아.
덕분에 주위의 시선이 이쪽에 쏠렸다. 샐리와 루벤도 마찬가지였다.
눈이 마주치자 루벤이 담담하게 말했다.
“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전술보다는 선수가 훨씬 중요하죠.”
그리고, 그 선수를 관리하는 게 코칭스태프의 본분이란 말이지. 흥미로운 친구다.
“70년대라면 모를까, 현대 축구에는 수많은 분석 도구가 있습니다. 영상도 넘쳐나고, ETPS도 있죠. 지구 반대편의 경기를 생중계하고, 심지어 기록까지 뽑아줍니다.”
나름의 열변을 토하는 와중에도 루벤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축구관 자체는 조금 극단적인 느낌이지만, 성격 자체는 꽤 점잖아 보인다.
전형적인 모범생 타입 같다.
“다른 종목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이버메트릭스 같은 게 활성화되었죠. 축구는 종목 특성상 야구에 비해 데이터가 부정확하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언젠가는 전부 분석될 겁니다.”
여기까지는 샐리의 사고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 또한 데이터와 통계를 다루는 분석관으로 일하니까. 그래서 샐리는 아직 반박조차 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있다.
둘의 축구관에 차이가 생기는 건 이다음부터의 이야기지만.
“데이터의 시대에, 사람의 지략이나 직관 같은 것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체스나 바둑도 전부 인공지능에 무너진 것처럼, 전술이라는 것도 결국 그렇게 될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알파사커 같은 게 나오지 않겠습니까?”
“신성한 축구를 두고, 사커라니.”
샐리가 인상을 썼다. 정작 본인이 즐기는 축구 게임이 사커 매니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기로 한 모양이다.
루벤은 샐리의 불평을 가볍게 받아넘겼다.
“게임도, 인공지능도 미국 친구들이 잘 만들잖아. 걔들은 틀림없이 사커라고 부를걸.”
“그래서, 결국 선수빨만 남는다고?”
“자명하지.”
“그럼 너는 코치 라이센스는 뭐 하러 땄어?”
“선수 관리는 누군가 해야 하니까. 메디컬 스태프의 일이라고 맡겨두기만 하면 안 돼.”
나로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의견이지만, 솔직히 이쯤 되면 루벤이 A급 라이센스를 무사히 딴 게 신기할 정도다. 미심쩍은 시선을 눈치챈 관계자가 재빨리 부연했다.
“그런 부분에서, 저희는 의외로 열려 있는 편입니다. 이번 수석의 레포트도 참신하기로는 만만치 않았거든요.”
수석이라면 당연히 샐리 이야기다. 가뜩이나 고집이 센 샐리인데, 관계자가 ‘참신하다’고 평가했으니 대체 무슨 짓을 했을지 살짝 불안해져서,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내용이···.”
“감독이 벌어주는 기대승점이 얼마인지인데, 우수한 명장들이 대충 4점 정도라고 계산했습니다.”
4점, 그 정도면 많이 버는 것 아닌가 싶은데.
“여담으로 특급 선수는 혼자 8점에서 9점을 벌어들인다고 계산했더군요.”
관계자의 설명에, 곧바로 희주가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샐리 씨 계산대로면 명장을 데려올 필요가 없는 것 아니야?”
“아니지. 특급 선수는 약팀에 절대 오지 않지만, 명장은 약팀에 와주는 경우도 흔하거든.”
게다가 선수는 오래 뛰어야 서른 중후반이 고작이지만, 감독은 예순 넘을 때까지 써먹을 수 있다. 팀에 머무는 기간까지 고려한다면, 좋은 코칭스태프는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니까 내 결론은요. 일단 브라이언은 종신시킨다는 거다. 가급적 샐리도 오래오래 머무르게 하고 싶고.
그렇게 하려면, 둘의 부담을 덜어줄, 우수한 중간관리자가 필요하겠지··· 마침 한 명 있네.
“루벤 씨. 다음 일자리는 정해졌습니까?”
“아직입니다.”
“선덜랜드는 어떻습니까?”
그러자 곧바로 샐리가 대신 대답했다.
“구단주님!? 전 반대하고 싶···.”
“채용된다면, 분석팀 부팀장이 될 겁니다.”
“···지만 새로운 인재는 언제나 환영이죠. 부팀장이요? 괜찮겠네요.”
자기 부하로 오는 거라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표정을 보니 마구 부려먹겠다는 심산이 역력하다. 옆에선 희주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쯤 되면 선덜랜드 전통이네. 브라이언 씨도 샐리 씨 뽑을 때 엄청 반발했잖아.”
그리고, 정작 데려와서는 엄청 부려먹었고.
“그래서 루벤 씨는 분석팀 부팀장 자리, 괜찮습니까?”
“네, 저는 샐리에게 졌으니까요··· 괜찮습니다. 뒤집을 기회도 남아 있으니까요. P급 라이센스때는 이길 겁니다.”
“꿈 깨. 그때도 내가 이길 거니까.”
조용히 의욕을 불태우는 루벤과, 의기양양하게 받아치는 샐리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여러분, 그 승부욕은 제발 뮌헨 상대로 발휘해주지 않겠습니까? 뮌헨전이 끝나야 선수를 산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