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자의 신이 키우는 축구단-240화 (240/422)

240화 프리시즌의 왕 (3)

“알다시피, 이제 그 바이언을 상대하는 거니까 만전의 준비를 해야 해.”

브라이언의 목소리가 분석실에 울리자, 곧바로 루벤과 샐리의 대답이 이어졌다.

“뮌헨은 강적이죠. 2년에 한 번씩 아우디컵을 여는 팀이니까요. 이번 프리시즌 컵 같은 포맷의 대회 한정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경험을 가진 팀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홈에서 남의 잔치 열어 주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말 죽으면 곤란하다··· 문제는, 이대로 가면 정말 누군가 죽을 것 같다. 과로사로.

샐리의 다크서클은 화장으로도 지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브라이언도 상태가 영 피곤해 보인다. 그나마 얼굴빛은 루벤이 제일 좋지만, 그래도 어째 영 시들시들한 느낌이다.

브라이언이나 샐리가 물에 젖은 수건처럼 축축 처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중일 테니.

그런데 루벤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스태프인데?

“혹시 분석실에 무슨 일 있었습니까?”

슬쩍 물어보자 샐리가 우아하게 입을 가리며 웃었다.

“아, 인수인계 중이라서요.”

보아하니 샐리는, 그동안 자기가 만들던 분석자료를 전부 루벤에게 떠넘긴 모양이었다. 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좀 이상하다. 루벤이 파김치가 된 이유는 알겠는데··· 그러면, 하다못해 일을 떠넘긴 샐리는 쌩쌩해야 정상 아니냐?

“감독님 말씀처럼, 뮌헨을 상대하는 거니까요.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뽑고 모의전을 돌려 봐야죠.”

샐리의 일감을 줄여 주면, 그만큼 샐리가 브라이언의 일감을 덜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샐리가 완벽주의자라는 걸 그만 깜빡했다.

지난 시즌에 대비하면, 우리 코칭스태프의 결원은 딱 한 명이었다. 그러니 한 명만 데려오면 일단 인원은 얼추 맞는다고도 생각했었다.

역시 사람의 공백은 쉽게 메워지는 게 아닌가 보다. 문득, 옛 은사의 난 자리가 사무치게 그립다.

시선을 돌리자, 마침 브라이언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는지 눈동자가 살짝 아련하다.

“전술만 짜면 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아야 해.”

* * *

블랙캣츠에서, 톰슨과 단둘이 만났다. 원래는 브라이언도 부를까 했지만··· 지금 브라이언에게 필요한 건 아무리 봐도 대화가 아니라 잠이다.

“우리 팀의 선수 컨디션 관리는 원래 수준급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새로 온 친구가 꽤 재밌더군. 나보고 살을 빼라던데.”

“너한테 뺄 살이 있긴 하고?”

체지방률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톰슨은 거의 보디빌더급이다. 철두철미한 특유의 성격에, 롱런하는 베테랑다운 철저한 관리가 더해졌다.

지방흡입을 해도 별로 빠질 게 없어 보일 정도니까, 이 인간에게서 살을 빼려면 아무리 봐도 도려내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단 말이지.

“나도 똑같이 대답했지. 그랬더니 근육을 빼서라도 체중을 줄이라고 난리야. 뭐, 무릎 내구성에는 몸이 가벼울수록 도움이 되긴 하잖아? 대신 롱 패스의 비거리는 약화되겠지만.”

나는 잠시 침묵했다. 루벤이 톰슨에게 진짜로 요구한 것이 무엇인지 이제 알 것 같아서. 지금까지 해오던 후방의 빌드업 리더 대신, 포백을 보호하고 패스의 연결고리가 되는 역할이다.

톰슨이 웃었다.

“받아들이기로 했어. 이제 팀을 조율하는 역할은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덕분에 재밌는 광경도 봤고.”

“재밌는 광경?”

“샐리가 와서 사과하더라고.”

실화냐. 그거 녹화본 구하고 싶은데.

“신입 스태프가 팀의 베테랑에게 주제넘게 굴었다고. 이런 건 스태프들끼리 먼저 정리한 다음, 감독이 정식으로 이야기했어야 하는 거라며 사과하더라. 분위기 봐서는 루벤 아주 박살 나겠던데.”

“그래도 의견이 틀렸다는 소린 안 하네.”

“그러니까 나도 수용한 거지.”

“흠···.”

이야기를 듣고 보니, 루벤이 분석실에만 처박혀 있던 건 아닌 모양이다. 하긴, 그러니까 구단에 온 지 사흘 만에 파김치가 되었겠지.

“샐리가 전술 그 자체의 천재라면, 루벤은 전술에 필요한 역할로 선수를 다듬어내는 타입 같아. 길게 보면 분석실보단 피트니스 코치로 쓰는 게 좋겠지. 결정은 구단주가 해야겠지만.”

“괜찮을 것 같네. 선수들을 컨트롤하려면 관록을 조금 더 붙여야겠지만.”

“맞아. 그리고 브라이언의 업무량에는 당분간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더라고···.”

대화의 내용이나 톰슨의 표정으로 미루어 보면, 아마 브라이언도 따로 톰슨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했을 것이다.

“이참에 아예 샐리를 수석코치로 올리는 건 어때? 그만하면 강단도 있고, 팀에서 쌓은 실적도 있잖아? 구단 레전드 따님이라 팀에서의 입지도 탄탄한 편이고.”

“뭐, 나쁜 선택은 아니지. 코치진에서 적어도 한 명은 적극 찬성할 거고.”

스로인 코치, 델랍은 샐리와 같은 아일랜드 출신으로, 샐리의 부친 나이얼과도 친분이 돈독하다. 덕분에 요즘은 샐리 삼촌팬 같은 느낌이 되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여자 수석코치 밑에선 못 해먹겠다’를 운운하면, 곧바로 앵그리 델랍을 상대해야 할 것이다. 현역 시절 인간 투석기로 불리던 거구의 아일랜드 사내를.

나중에 샐리를 정말로 수석코치로 승격시킬 때는, 델랍이 큰 힘이 되어주겠지.

“그래도 올해는 조금 일러. 샐리가 수석코치가 되면 분석팀장 자리가 비거든.”

“하긴, 루벤은 좀 더 배워야 하겠더라.”

“그리고, 기존 선수들이야 샐리가 코치해도 아무 불만 없겠지만, 새로 들어올 선수라면 어떨지 모르지.”

내 대답을 들은 톰슨이 눈을 빛냈다.

“이번엔 어지간히 거물을 영입하려는 모양이다?”

“뭐, 프리시즌 컵이 끝난 다음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사실 우리 스쿼드는 이미 알차게 갖췄다고 생각한다.

톰슨과 크리그, 하퍼 정도를 제외하면, 우리 주전 라인업은 전부 이십 대 초중반의 젊은 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 곧 전성기를 맞이할 나이니까, 앞으로 3, 4년간은 실력을 유지해줄 것이다.

그리고 브라이언에게는 코칭스태프로서 4시즌의 경험치를 먹였다. 위에서 싸우기 위한 준비가 끝난 것이다.

물론, 지금도 부족한 점은 있겠지만, 그건 이번 프리시즌 컵에서 찾아낼 생각이다. 딱 한 조각의 퍼즐을.

그렇게 이 팀에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되어줄 선수를 데려오고 나면.

첫 참가하는 챔스에서 돌풍을 일으켜볼 정도는 충분히 되겠지.

* * *

“인생 모르는 거네요. 서로 이런 모습으로 만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그러게. 나한테 열일곱 골 때려박을 땐 신났겠지.”

“아, 짜릿했죠!”

너스레를 떠는 축구의 신을, 페르난데스는 슬쩍 노려봤다. 현역을 은퇴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실점 이야기는 아직도 조금 분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페르난데스의 얼굴엔 미소가 돌아왔다. 아무튼 그는 이제 현역에서 은퇴한 인물이다. 그리고 허수아비 상대로 골 넣고 짜릿해할 공격수는 없으니, 축구의 신이 말한 ‘짜릿함’은 사실 칭찬이다.

“사무실이 좋네요.”

자신의 사무실을 두리번거리는 축구의 신을 향해, 페르난데스가 담담한 어조로 자랑질을 시작했다.

“아마 손님맞이용으론 선덜랜드에서 가장 좋은 사무실일 거야. 내가 유소년 영입을 담당하거든.”

“의외군요. 보통은 프로 선수를 관리하는 1군 팀 단장실이 가장 좋지 않나요?”

“우리는 그 역할을 구단주님이 직접 하시니까. 그리고 구단주님은 자기 방에 그렇게까지 공을 들이지 않아.”

“하긴, 그분은 방을 잘 꾸며놓을 필요가 없겠죠.”

다른 팀이 허름한 단장실로 선수를 불러들이면 ‘혹시 구단 자금 사정이 별로인가?’라고 생각하겠지만, 선덜랜드는 경우가 다르다. 설령 골판지 상자를 책상 대용으로 쓰더라도 ‘검소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구단주님 방이 개판이라는 뜻은 아니야. 어디까지나 재력에 비해 검소하다는 의미지.”

잠시 후, 페르난데스의 얼굴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우리 테오에게 사인해줬다며.”

“테오라는 친구가 77번 말씀이시면··· 네, 그랬습니다.”

“우리가 그거 덮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무뚝뚝하게 말하며, 페르난데스는 책상 위에 사진 한 장을 내던지듯 올렸다. 선덜랜드 유니폼에 사인하는 메시의 사진. 그것도 아주 구도를 악질적으로 편집한 기레기 버전을.

“그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그랬어?”

“사인을 해 달라고 해서 사인을 해 준 건데 어째서 사인을 해 줬느냐고 하시면.”

“그 드라마, 너희 나라에서도 유행했냐?”

뚱한 반응을 보이는 페르난데스를 향해, 축구의 신이 낮게 웃었다.

“그만큼 인상적인 유소년이었다고 생각해 주시면 어떨까요?”

“네가 사인해줄 만큼? 왜, 제2의 메시라도 될 것 같아서?”

페르난데스는 최대한 태연한 얼굴로 농담처럼 답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목소리에 초조함이 담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테오의 재능은 알고 있다. 누가 봐도 테오는 장차 프리미어리그 팀의 주전, 그것도 핵심이 될 그릇이었다.

그래도 기왕이면 좀 더 나은 평가를 원하는 게 관계자의 심리다. 그리고 메시의 입에서 나온 칭찬이라면, 테오의 재능에 대한 가장 확실한 보증이 될 것이다.

정작 축구의 신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지만.

“저는 그 표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으음.”

페르난데스는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과거, 아르헨티나에는 수많은 ‘제2의 마라도나’들이 존재했었고, 메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메시를 제외하면, 그 ‘제2의 마라도나’들이 정말로 마라도나에 비견될 만큼 성장한 사례는 없다.

어린 시절 받았던 과도한 주목이 독이 되었는지, 부담감에 짓눌렸는지, 혹은 단순히 가진 재능의 크기가 부족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당해보면 꽤 괴롭거든요. 다행히 그 친구는 제2의 메시 소리 듣지는 않겠지만. 국적이 다르니까요.”

“하긴, 잉글랜드 유망주에게 아르헨티나 선수를 들먹이면 난리 나겠지. 두 나라 모두에서 돌 맞을지도 몰라··· 그래, 테오는 괜찮을 거란 말이지.”

“이 정도면 답변이 되셨습니까?”

“충분히.”

페르난데스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축구의 신의 얼굴에도 미소가 돌아왔다.

“그럼 저도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세 가지라도 괜찮아.”

“구단주님은 예전에 삼백 가지라도 괜찮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그분은 구단주고, 나는 그 밑에서 육성단장 하는 거야··· 뭔데?”

“행정가 자리도 있고, 1군 팀의 단장도 괜찮았을 겁니다. 레알에 돌아가면 이사 자리를 맡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굳이 여기서 유소년 육성 책임자를 하시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글쎄.”

페르난데스는 잠시 망설였다. 스스로의 뜻은 확고했지만, 대답을 말로 정리하기 조금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마··· 남기고 싶었던 것 같아. 이제 선수로서는 뛸 수 없으니까, 그 대신 나를 닮은 선수, 나를 롤모델이라고 말하는 선수를 그라운드에 남기고 싶었어··· 그렇게 하면, 또 다른 내가 계속 뛰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해서.”

“또 다른 내가 계속 뛰는 거다···?”

“그리고, 이 팀은 또 다른 나를 믿고 맡기기 충분한 팀이라고 느꼈고. 대답이 되었나?”

“네, 덕분에 진로 선택에 꽤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페르난데스 씨는 감독이나 코치가 되어도 좋았을 것 같네요.”

“혹은 상담사가 되어도 괜찮았겠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축구의 신을, 페르난데스는 굳이 일어나지 않은 채 자리에서 배웅했다.

“남은 경기 잘해라. 천하의 바르샤가 꼴찌로 떨어질 순 없잖아?”

그러자 조금 미묘한 대답이 돌아왔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프리시즌 컵 3위 결정전, 바르샤 대 인테르는 결승보다 하루 먼저 열렸다. 대회의 흥행을 위한 일정이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바르샤는 또다시 패배하며 인테르에 밀려 4위를 확정했다.

그렇게 바르샤가 꼴찌로 떨어진 날.

축구의 신은,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 * *

[프리시즌 컵 결승전, 선덜랜드 대 뮌헨]

경기는 초반부터 박빙의 승부였다. 우리 코칭스태프가 밤을 새워 가며 경기 준비에 몰두한 성과다.

게다가, 우리는 뮌헨보다 젊은 팀이기도 하고.

“신기하네. 체력이 우리 팀의 장점인 건 알지만, 아직 연장전도 안 갔는데 벌써 차이가 나는 것 같아.”

“그야, 이 컵 대회가 프리시즌 컵이라 그런 거지.”

프리시즌. 한 시즌이 끝나고 새로운 시즌을 앞둔 시기. 다시 말하면, 지난 시즌의 여파가 아직 몸에 조금쯤 남아있을 시기이기도 하다.

“노장과 젊은 선수의 가장 큰 차이가 체력이라고들 하잖아? 그런데 그건, 90분간··· 혹은 120분간 쓸 수 있는 스태미너만을 뜻하는 게 아니야. 경기와 경기 사이에 쌓이는 피로로부터 회복하는 속도도 달라져.”

그러자 희주가 싱긋 웃었다.

“이해했어. 체력적으로 우위인 상황에, 마침 경기장도 우리 홈이니까··· 애초에 지기 힘든 조건이었구나.”

“그런 셈이지.”

“이 시기의 선덜랜드는 무적이다! 나는 신이고.”

뭐지? 이 근본 없는 개드립은? 그리고··· 앞에 한 글자가 빠진 것 같은데?

“무슨 신?”

“행운의 여신! 4년 전부터 검증되었잖아? 마침 딱 뮌헨전부터였네.”

그냥 말을 말자. 경기를 지켜보기에도 바쁘니까.

새로 부주장이 된 요니의 플레이에서 한결 예리함이 느껴진다. 물론 오늘은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오진 않았지만, 부주장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요니의 동기부여에 큰 힘이 된 것 같았다.

역할 변경을 요구받은 톰슨 역시, 팀의 주역이 아닌 보조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는 아예 다른 선수가 되어버리는 우리 주장의 질주도 빼놓을 수 없고.

영원처럼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만족스러운 경기 끝에, 프리시즌 컵은 우리 선덜랜드의 우승으로 끝났다.

[선덜랜드 1 - 0 뮌헨]

“있잖아. 우리 팀··· 정말로 달라졌네?”

“그래.”

4년 전과 똑같은 상대를 같은 장소에 불러들였지만, 내용은 천지 차이였다.

일단 스코어가 다르다. 그리고 결과도.

4년 전, 우리는 바르샤에 참패했고, 뮌헨 상대로 겨우 한 골을 따낸 것만으로도 도시가 떠내려갈 만큼 포효했었다.

지금의 우리는 바르샤를 승부차기 끝에 잡아냈고, 그리고 뮌헨 또한 꺾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경기가 끝난 직후, 선수들이 보여준 태도였다. 4년 전, 홈에서 참패하고도 상대에게 유니폼을 조르듯 기웃거리던 한심한 모습과 달리, 지금의 우리 선수들은 당당하다.

홈 팬들에게 다가가 손을 흔들고, 광고판을 넘어가 포옹하거나··· 가만, 뭘 한다고?

“조엘, 우리 주장하고 부주장 당장 회수하세요.”

[알겠습니다.]

인상을 쓰는 내 옆에서, 희주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전부, 오빠가 만든 거네.”

“같이 만든 거지.”

칠만 석의 경기장에 가득한 팬들의 함성, 귀가 먹먹할 정도의 외침,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처럼 울리는 노랫소리, 그 아래 자랑스럽게 손을 흔드는 우리 선수들.

그 모든 풍경이, 4년간 만들어온 것들의 결실임을 알기에.

나는, 오랜만에 소리 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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