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화 프리시즌의 왕 (4)
선덜랜드가 마침내 프리시즌 컵에서 우승하면서, 경기력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다.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유일한 단점은, 이 팀이 선덜랜드라는 것. @전직_뉴캐슬_9번]
[분명 이변이라 불릴 결과였지만, 기적까지는 아니었다. 홈의 선덜랜드는 무적이니까.]
[경기 내내 우세했고, 찬스도 많이 가져갔다. 득점은 딱 2점에 그쳤지만, 내용은 좋았다.]
비판적인 내용도 있었다. 두 경기에서 두 골에 그친 저조한 득점력, 그리고 그 골 가뭄의 원인으로 지적된 2선의 찬스 메이킹이 주로 도마에 올랐다.
[바스티아노가 부진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마르틴은 여전히 프리미어리그에서 손꼽힐 윙포워드였고, 조커 크리그도 위협적이었다. 다만, 최전방의 창조성은 아쉬웠다.]
[선덜랜드의 플레이메이커는 아직 어리다. 지난 시즌 내내 틀림없는 재능을 보여주었지만, 세계적 빅클럽을 상대하기엔 한 걸음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해리슨의 성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을 버텨줄 즉전감 플레이메이커의 존재도.]
기사를 훑어보던 브라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정당한 비판이지. 좋은 기사야.”
“팀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군.”
“반대로··· 가십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놈들도 있고.”
[프리시즌의 왕? 팬들이 바라는 건 급조한 트로피가 아닌 알짜배기 영입.]
브렌든이 보여준 기사에, 핫도그 사내가 이를 갈았다.
“이것들이 진짜··· 여기 신문사 어디야! 이딴 찌라시, 모조리 수거해서 확 불 질러 버릴 테니.”
“자네가 그러면 농담처럼 안 들리는데.”
“다행이군. 농담이 아니거든.”
씩씩거리는 핫도그 사내를 맥주집 사장이 붙잡는 사이, 브렌든은 재빨리 자신의 스마트폰을 회수했다.
“잠깐, 알림 온다··· 구단 오피셜 떴나 본데?”
핫도그 사내가 언제 화냈냐는 듯 온순한 양처럼 변했고, 맥주집 사장 역시 곧바로 브렌든의 스마트폰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잉글랜드 U-14, 프랑스에 완승! MOM은 ‘클린시트’ 짐 하워드!]
[FC 선덜랜드는 테오도르 헨슨의 청소년대표 데뷔골을 축하합니다.]
브렌든을 시작으로, 브라더스가 차례로 한숨을 쉬었다.
“아··· 이거 좋은 소식은 맞는데···.”
“그렇지. 좋은 소식인데··· 좋지가 않아.”
“틀림없이 깐죽거리는 놈들이 나오겠군.”
아니나 다를까 SNS에서 곧바로 입질이 왔다.
- 아직도 0입ㅋㅋㅋㅋ 프리시즌의 왕ㅋㅋㅋㅋ
- 프리시즌 ㅈ망팀 특 : 유스 소식만 들림.
당장 찾아가 현피 뜨겠다고 벼르는 핫도그 사내를 맥주집 사장이 뜯어말리는 사이, 브렌든이 조용히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됐으니까, 기사나 봐.”
브렌든의 목소리는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반응에 브라더스가 일제히 브렌든을 바라보았다.
“왜, 또 유스는 아니지?”
“거물 플레이메이커 영입인가?”
“···보면 알아.”
브렌든의 스마트폰에는 선덜랜드 데일리의 단독 기사가 떠올라 있었다.
[축구의 신, 투자의 신과 손잡아!]
“FC 선덜랜드는 LM7의 합류를 기쁜 마음으로 발표합니다··· 이거 진짜야? 만우절 지난 거 맞지?”
“맞지! 지났지!”
“가만··· 그런데 LM··· 10이 아니라 7이라고? 확실해?”
잠시 후, SNS가 활활 타올랐다.
* * *
축구의 신이 선덜랜드에 전격 합류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밤새 타오르기 충분한 뉴스였지만, 등번호 또한 충격을 주었다.
그가 데뷔 이후 늘 쓰던 10번 대신 다른 번호를 고른 것도 놀라운데, 하필이면 그게 7번이었기 때문이다.
7번은 원래, 축구의 신의 오랜 라이벌이 은퇴할 때까지 계속 사용하던 번호다. 덕분에 축구팬들이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메시가 원한다면 10번을 달아줄 생각이었다. 10번의 현 주인 마르틴조차 주저 없이 대답했을 정도로.
“나, 10번 양보한다. 신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신이 은퇴하면, 나, 다시 10번이다.”
기분 탓인지, 마르틴이 꼭 ‘부가가치’라고 말한 느낌이 드는데···.
아무튼, 팀에서는 곧바로 그를 위한 10번 유니폼을 준비했지만, 정작 본인이 거부했다.
“전에 듣자니 이 팀 주장은··· 프로로 콜업될 때부터 줄곧 같은 번호를 썼다더군요. 이미 마킹 유니폼을 구입한 팬을 위해 번호를 바꾸지 않겠다고요.”
“하지만···.”
“축구는 오래 했지만, 선덜랜드에선 신입입니다. 그러니 주장의 원칙을 따라야죠. 그러니 비어 있는 번호로 괜찮습니다.”
품격 있는 대답이었다. 주장 잭의 권위를 세워 주면서, 원래 10번을 입던 마르틴에게도 존중을 보여주는 방식이었으니.
잠시 후, 축구의 신은 배번표에서 곧바로 ‘원하는 번호’를 찾아냈다.
“아, 7번이 좋겠군요.”
덕분에, 온 세상이 활활 불타오를 떡밥이 완성된 것이다.
쓴웃음을 짓는 나를 향해, 희주가 슬쩍 귓속말을 했다.
“일부러 고른 거 같지? 날강··· 흠흠, 호날두가 쓰던 번호라서.”
“응. 번호 고를 때 웃음기가 넘치더라.”
대답하면서도, 나는 꼭 그 이유만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 선수 명단과 배번을 대조하던 그의 눈이 옆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7번뿐 아니라 17번도 비어 있었다. 그동안 선덜랜드에서 7번은 그렇게까지 인기 있는 번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곳 선덜랜드에서는 9번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그 밖에도 전통적으로 에이스를 상징하는 10번이나, 주전 골키퍼의 1번이 인기 번호다.
덕분에, 7과 관련된 번호를 쓰던 사람은, 지금까지 딱 한 명뿐이었다.
* * *
선덜랜드 유소년 77번, 테오도르 헨슨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메시의 인터뷰 영상을 응시했다. 어찌나 집중했는지, 얼핏 보면 마네킹으로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마네킹과 달리, 테오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있잖아, 주장. 주장은 1번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어?”
시선조차 맞추지 않는 테오를 향해 쓴웃음을 지어 보인 짐이 천천히 대답했다.
“처음에는 머리랑 얼굴이 간지럽다고 생각했어. 전기 올랐을 때처럼 간질거리고, 조금 따끔거리기도 했어. 그래서 거울을 보니까 소름이 돋아 있더라.”
짐이 웃으며 덧붙였다.
“지금의 너처럼.”
덕분에 테오는 굳이 거울을 확인할 필요 없이 인터뷰 영상을 보고 또 돌려볼 수 있었다.
“그다음엔?”
대답하기 전, 짐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곳이 테오의 기숙사 방이라, 지켜보는 사람 없이 단둘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린 것처럼.
“다짐했지. 내가 1번 유니폼이 어울리는 선수가 되는 건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노력할 거라고. 적어도 이 번호를 물려준 분께 부끄럽지 않게.”
“그렇구나.”
테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TV 옆에 소중히 걸어둔 액자에 담긴, 축구의 신이 사인한 선덜랜드 77번 유소년 유니폼을 향해.
“나 때문에 7번을 골랐다는 건, 내 망상일지도 몰라.”
“응.”
“그래도, 나중에 나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열심히 할 거야.”
“그래.”
테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자, 주장. 연습하러.”
짐이 쓴웃음을 지으며 일어났다. 며칠 전, 프랑스 U-14 상대로 클린시트를 기록했던 잉글랜드 청소년 대표 골키퍼에게도, 테오는 버거운 상대였기에.
* * *
- 메시도 은퇴 직전이라 몸값 많이 내렸나 보네. 선덜랜드가 영입할 정도면.
ㄴ 그래도 주급 장난 아닐 텐데, 감당 되려나? 최소한 미국에서 부르는 만큼은 줬을 거 아니야.
- 이번에야말로 FFP 위반 아닐까?
ㄴ 가능성 있음. 유에파에서 FFP 가지고 신나게 털다가 역관광 당했잖음?
ㄴ 하긴, 이제 당분간 선덜랜드 털 엄두가 안 날 테니, 이럴 때 슬그머니 FFP 어길 찬스지.
SNS 반응을 바라보던 최다미가 미소를 지었다.
“그보다는 선덜랜드가 얼마를 벌었을지를 고민하는 게 빠를 텐데···.”
“그건 나도 궁금하구려.”
로저스의 질문에, 최다미는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유지한 채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전에 왜 슈퍼리그 떡밥이 돈 적이 있었잖아요?”
“그랬었소. 덕분에 썬이 아주 고생했었지. 듣자니 다미 씨도 꽤··· 고생했다던데.”
로저스는 ‘날뛰었다’는 말을 재빨리 고생으로 바꿨지만, 그의 배려는 곧 무의미해지고 말았다. 최다미의 얼굴 가득히 장난기가 떠올랐다.
“그땐 스트레스 해소 제대로 했었죠.”
한 번 어깨를 으쓱해 보인 최다미가 평소의 우아함을 되찾았다.
“아무튼, 유에파에서 나름대로 보고서를 만들 정도였잖아요. 슈퍼리그에 대해서요.”
“그랬지.”
“유에파가 그럴 정도면 당연히 투자회사들도 진작에 계산기 두드렸겠죠? 빅클럽만 모아놓고 전력으로 치고받게 만들면 중계권료가 얼마나 쏟아지는지.”
“리미트리스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군. 역산하면 프리시즌 컵을 만들면 얼마쯤 벌 수 있는지도 알았겠고··· 그 돈의 대부분을 선덜랜드가 상금으로 챙긴 거니까···.”
로저스는 침을 삼켰다. 비록 중계권료 같은 분야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기 때문이다. 선덜랜드는, 메시를 영입한 이번 프리시즌에도 흑자로 마감했다는 것.
“그런데··· 이렇게 하면 리미트리스에는 무슨 이득이 생기는 거요?”
최다미가 부드럽게 웃었다.
“여러 가지 있죠. 사회공헌을 통한 이미지 개선, 광고효과 같은 것들이요.”
최다미의 목소리에는 열의가 빠져 있었고, 덕분에 로저스는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리미트리스는 일반 투자자를 고객으로 받지 않는다. 따라서 홍보는 무의미하다. 그리고 큰돈을 굴릴 사람들 입장에서는 리미트리스의 기업 이미지보다는 수익률에 훨씬 관심이 있을 테니,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도 없다.
즉, 최다미가 들려준 것은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명분’이다.
로저스가 물어보기 전에 최다미가 곧바로 부연했다.
“뭐, 저희 사장님이 그만큼 축구에 진심이신 거죠··· 다만, 그렇다고 리미트리스가 손해를 보지는 않아요. 선덜랜드 지역에 맘대로 투자할 수 있으니까요.”
“하긴, 이제 썬이 선덜랜드 시청 앞 사거리에 석유 시추공을 파겠다고 해도 허가가 나오겠지.”
“덕분에 티엠씨에는 유망한 스타트업이 줄을 서서 투자받으려고 하고요··· 네, 숨어 있는 재능이 튀어나오게 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손해가 아니에요.”
최다미가 웃으며 덧붙였다.
“중요한 건 명분이에요. 재능 있는 사람들과 만날 기회요.”
로저스는 문득 기시감을 느꼈다. ‘중요한 건 명분’이라는 표현은, 선덜랜드 구단주실에서도 수시로 쓰는 표현이기에.
“일단 사장님 눈앞에 데려오기만 하면, 사장님은 옥석을 가리고 재능에 값을 매길 거에요. 그렇게 몇 년쯤 지나면, 투자금은 몇십 배로 불어나는 거고요.”
최다미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표정은 변함없이 우아했지만, 어째서인지 눈빛만은 조금 꿈꾸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로저스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법률적, 실무적 이슈는 전부 리미트리스의 넘버 투가 처리하는 거고···.’
리미트리스의 넘버 투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창 밖을 내다보는 중이었다. 마침 해가 지는 중이라, 노을이 예쁘게 깔려 있었다. 그래서 로저스는 이 방의 창문이 전부 서쪽으로 나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럼 우리도 다시 일해야겠네요.”
“그럽시다. 한국 대회는 이제 32강이었던가? 이쯤 되니 흥미로운 선수가 슬슬 눈에 띄던데···.”
“모로코에도 재밌는 선수가 있다던데요, 조직위원장님? 퍼스트 클래스 준비했어요. 오늘 밤 비행기에요.”
티켓 한 장을 흔들어보이는 최다미를 흘끗 바라보며, 로저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 험하게 쓰는 건 사장이나 부사장이나 똑같구만.”
* * *
“FC 선덜랜드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선덜랜드는 선수와 스태프의 가치를 존중하는 구단이죠.”
희주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술술 읊자, 축구의 신이 미소를 지었다.
“직원 복지가 판타지라는 소문은 들었습니다.”
“선수 복지도 마찬가지죠. 새로 합류한 선수는 구단주가 직접 안내드릴 정도로요!”
그러자 메시가 내 쪽을 흘끗거리며 농담으로 응수했다.
“확실히··· 판타지급 복지네요. 세계에서 제일 비싼 가이드를 붙여 주신 거니까요.”
“축구의 신은 그렇게 대접받을 가치가 있다는 거죠··· 그리고 이곳이 아카데미 오브 라이트가 자랑하는 브리핑 룸이에요!”
메시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그런데 저 방은 뭐죠?”
메시가 가리킨 곳에서는,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원인은 짐작이 간다. 희주가 재빨리 말꼬리를 돌렸다.
“분석실이죠. 지금은 보안 관계상 나중에 안내할게요. 탑 시크릿이거든요.”
뭐, 탑 시크릿은 탑 시크릿이지. 지금 저 안에 늘어져 있는 파김치 셋은 절대로, 절대로 들키면 안 된다.
희주가 설명하는 사이, 나는 슬쩍 분석실 문을 닫았다. 다행히 메시는 분석실의 상황을 눈치채지는 못했다.
“톰슨 선수는 무릎 관리를 아주 잘 받았다고 하더군요. 선수 본인은 원래 서른쯤에 은퇴를 고려했다고 하던데···.”
“서른에 은퇴요? 어림도··· 흠흠. 그러긴 너무 아깝잖아요. 선수 재능이요.”
마치 ‘죽어서도 봉사하라!’ 같은 대사를 읊을 것 같단 말이지. 아무리 봐도 희주 쟤는 사람 갈아넣는 데 소질이 있다··· 누굴 닮아서 저러는지.
나는 메시가 한 마흔까지만 여기서 뛰어 주길 원한··· 너무 양심이 없었나.
그런 내 속내를 눈치챈 것처럼, 메시가 웃었다.
“안심하시죠. 저도 오래 뛰고 싶습니다··· 그래서 옮긴 겁니다.”
메시는 이제 서른여섯이고, 머지 않아 서른일곱이 된다. 대부분의 선수가 은퇴를 선택할 나이다.
요즘은 스포츠 과학의 발달로 선수 수명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메시 또한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그리고 아무리 우리 구단의 선수 관리 능력이 출중하다고 하지만, 이 나이의 메시가 전성기의 자신에 미치지 못한다는 자연의 법칙까지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그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낼지도 모른다. 아직 아름다울 때 떠나라고. 축구의 신으로 남으라고.
하지만, 그래도 역시 대부분의 축구 팬은 생각하겠지. 이 선수가, 은퇴하기 전에 챔스 트로피 하나쯤 더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희주가 명랑하게 외쳤다.
“다음엔 메가스토어로 안내해 드릴게요. 북동부에서 가장 큰 메가스토어를 지었거든요. 팬 서비스가 우리 경영 신조니까요!”
희주 말대로, 우리 경영 신조는 팬 서비스다. 그러니까··· 팬들의 소망을 이루어 줘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노라니, 희주와 메시가 동시에 나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구단주님, 갑자기 왜 웃으십니까?”
“아뇨.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가···.”
“하긴, 그땐··· 아무도 지금의 풍경을 상상하지 못했겠군요.”
축구의 신이 꼼꼼하게 우리를 밟아놓던 첫 번째 프리시즌. 그때, 우리가 5년 안에 챔스에 나갈 거라고 말하면 아마 미친놈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당연하다는 듯 챔스 우승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축구의 신은 우리 유니폼을 입고 있고.
그러니까··· 조금 더 욕심을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프리시즌의 왕이, 챔스의 왕이 될 수 있기를.
이제부터의 목표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힘든 길이라는 걸 안다. 지금까지의 우리가 빅클럽이 되기 위해 싸웠다면,이제부터는 빅클럽 중 가장 최고의 자리에 서기 위해 싸워야 하기에.
그래도 우리는 극복해낼 것이다. 몇 년간 호흡을 맞추며 함께 성장해온 선수단에, 이제 마지막 퍼즐까지 더해졌으니.
비록 전성기의 모습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법을 만들어 내는 사내가 미소를 지었다.
“아마 이번에도 이루어질 겁니다.”
마치 내 속내를 읽은 것처럼, 축구의 신은 그렇게 웃으며 덧붙였다.
“구단주님은 항상, 매 시즌 기적을 만드셨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