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자의 신이 키우는 축구단-251화 (251/422)

251화 데이터로는 알 수 없는 것 (2)

브렌트포드와의 경기가 다가오자, 선덜랜드의 전술가들이 분석실에 모여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브렌트포드는 데이터 분석을 아주 중시하는 팀이죠. 세이버메트릭스 기법을 축구에 응용하기도 하고, 빅데이터 분석도 활용하고 있어요.”

브라이언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 설명은 예전에도 들은 것 같은 느낌인데··· 기분 탓인가?”

사실 기분 탓은 아니었다. 선덜랜드가 챔피언십에 머물던 시절, 두 팀은 리그에서 격돌한 적이 있기 때문에.

물론 브라이언은 당시의 경기를 자세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웸블리에 정신이 팔려, 잠시 분석실로 강등된 사이 치른 경기였기 때문이다.

선덜랜드 스태프 사이에서는 이른바 샐리의 삼일천하로 불리는 시절이다.

샐리가 새침한 미소를 짓는 사이, 이번엔 루벤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사실 브렌트포드 구단 운영은 우리와 아주 닮았습니다. 젊고 유망한 선수, 하지만 아직 유명하지는 않은 선수 위주로 영입한 다음 포텐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음, 그건 확실히 우리와 닮았군. 스쿼드도 젊겠네.”

“네. 젊은 팀입니다. 그리고 분석팀장님 이야기처럼, 독자적인 분석 시스템을 갖춘 팀이고요. 상대에 대한 정보력 싸움에서 이기고 시작하는 축구를 선호합니다.”

“그것도 우리와 닮은 편이네.”

브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루벤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수석코치 출신이 감독으로 승격했습니다. 아마 구단에 오래 몸담으며 팀의 운영 철학을 몸에 익혔기 때문이겠죠.”

“그거 꼭··· 우리 팀 설명 같은걸?”

“물론 우리와의 차이라면, 당연하게도 영입한 선수들이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메시 같은 거물에겐 손을 대지 않는다는 거겠죠.”

“구단주의 재력 차이도 상당하고요.”

줄곧 미소 짓던 샐리가 갑자기 끼어들자, 브라이언이 인상을 썼고, 루벤은 입맛을 다셨다.

“그건 하나 마나 한 이야기잖아? 애초에 우리 브로 재력에 비빌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된다고.”

“그리고 우리 구단주님은 빅 사이닝을 남발하는 타입이 아니니까 재력은 경기력에 별 의미가 없다고 보이는데···.”

두 사람의 반론에도 샐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제 말은, 브렌트포드의 분석 시스템이 우리 구단주님 안목과 동급일 리 없다는 뜻이죠. 만일 그렇다면 그쪽 구단주는 지금보다 훨씬 부유했어야 정상이잖아요?”

“그건 그렇군.”

“세상에 완전무결한 분석은 존재하지 않아요. 경기는 결국 비논리적인 선택과 장면으로 움직이는 거니까요. 즉, 그쪽 분석 시스템을 너무 의식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였어요.”

샐리의 의견에 브라이언은 곧바로 수긍했지만, 루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좋은 말인데, 샐리 네 입에서 나오니 좀 신선하네. 너는 원래 데이터만 믿는 타입 아니었냐?”

“어머, 난 누구처럼 책상물림이 아니라서··· 아주 어릴 때부터 경기장에 다녔거든.”

새침한 미소와 함께 샐리가 반론했다.

“그러니까 알아. 세상에는 논리나 전술, 데이터 같은 것을 뛰어넘는 장면이 있다는 걸. 축구는, 몇 초 전까지는 상상도 못 했던 구도가 갑자기 눈앞에 펼쳐질 때가 제일 짜릿하거든.”

“프리시즌 컵의 메시처럼?”

확실히 브라이언으로서는 상상도 못 했던 구도였다. 선덜랜드의 수비를 한순간에 붕괴시켰던 축구의 신의 마법도, 샐리 같이 성깔 있는 상사 상대로 개드립치는 루벤의 용기도.

“···죽는다.”

“아무튼, 분석은 별 의미 없지? 데이터를 뛰어넘는 슈퍼 플레이가 승부를 가를 테니까. 그러니 분석팀장님, 오늘은 정시에 퇴근해도 되겠습니까?”

“어림도 없지. 데이터를 뛰어넘는 슈퍼 플레이는 철저한 분석에서 출발하는 법이니까. 자, 일하자!”

샐리가 곧바로 책상 아래에서 드링크 세 캔을 꺼냈다. 누군가의 강력한 건의로 상표가 붉은 소에서 괴물로 변경된 드링크 캔이었다.

얼마간 드링크 캔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루벤이 한숨을 쉬었다.

“괜찮아. 사실 칼퇴는 기대도 안 했어.”

* * *

같은 시각, 브렌트포드의 분석실에서는 신입 데이터분석가 토마스 코헨의 보고가 이어지고 있었다.

“주목할 선수는, 우선 선덜랜드의 주장 잭입니다. 팬들의 지지를 받는 로컬 보이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의 활약은 굉장합니다. 세간에서는 클러치 플레이어로 알려져 있고, 클래식한 타입의 주장입니다.”

축구판에는, 주장직에 대한 두 가지 타입의 해석이 존재한다.

팀 최고의 선수에게 주장 완장을 선사하는 팀이 의외로 적지 않다. 스타플레이어, 혹은 압도적인 실력자를 주장 완장을 통해 표시하고, 그로 인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는 정책이다.

이런 팀은 주장 완장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와 대조적으로, 주장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가 있다. 주장에게 팀을 이끄는 역할을 맡기고, 리더십이나 팀에 대한 헌신 같은 부분을 높게 평가하는 케이스다.

선덜랜드는 전형적인 후자의 팀이었다.

“그렇다면, 아마 잭은 우리와의 경기에서 출전하겠군. 전통적인 주장,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는 홈 경기에 쓰는 게 보통이니까.”

“네, 출전 가능성은 대략 97% 정도로 예측됩니다. 갑작스러운 부상 같은 돌발변수만 아니면 반드시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선수는 당연하게도, 메시입니다. 이 선수는···.”

토마스의 보고를, 브렌트포드 분석팀장이 딱 잘라 끊었다.

“출전하지 않아.”

“네?”

“선덜랜드는 유럽 대항전을 앞둔 리그 경기에서는 반드시 로테이션을 돌리지. 특히 나이 많은 선수 관리에는 아주 철저한 편이야.”

“저는 약 40% 정도로 출전 확률을 예측했습니다만···.”

“0%라고 봐도 될 거야.”

단언하면서, 분석팀장이 느긋하게 덧붙였다.

“아마 구단주 본인이 무릎 부상으로 꿈을 접은 적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선덜랜드는 절대로 선수를 혹사시키지 않지.”

“데이터에는 보이지 않는 요소군요. 다음부터 반영하겠습니다.”

감탄하는 토마스를 향해, 분석팀장이 웃었다.

“맞아. 그런데 우리가 이런 요소를 데이터에 넣지 않는 이유는 뭔지 아나?”

“잘 모르겠습니다.”

“승리에 기여하지 못하는, 무의미한 행동이기 때문이지··· 생각해 봐. 필요할 때 쓸 수 없는 선수를 애지중지 데리고 있으면 뭐 하나? 무슨 애착 인형도 아니고.”

선덜랜드와 아무 관계 없는 토마스조차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신랄한 비난이었다.

“데이터만 따지면 옳으신 말씀입니다만, 축구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

분석팀장은, 토마스의 항변을 듣기 싫다는 듯 단숨에 잘라버렸다.

“자네가 아까 설명한 선덜랜드의 잭 말인데, 클러치 플레이어라는 수식어를 붙였더군?”

“네, 준비한 자료를 보면 아시겠지만, 잭은 팀이 ‘이기고 있지 않을 때’ 득점 비중이 극단적으로 높은 선수입니다.”

“혹시 클러치 골에 가산점을 주는 규칙이 새로 생겼나?”

“아뇨. 하지만 움직임이···.”

토마스가 머뭇거리는 사이 분석팀장의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데이터를 올바르게 해석해야지. 축구는 원래 점수가 많이 나지 않는 스포츠잖나? 대부분의 경기는 기껏해야 한, 두 골 차이로 끝나지. 따라서, 득점은 대부분 ‘이기고 있지 않을 때’ 생긴다는 거야.”

토마스가 입술을 깨무는 동안, 분석팀장이 차갑게 웃었다.

“조금 재미없는 해석인가? 그래도 어쩔 수 없네. 분석은 자네를 즐겁게 하려고 하는 게 아니거든. 팀을 이기게 하려고 하는 거지.”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데이터를 다시 뽑아보도록. 단, 이번에는 정확하게.”

* * *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선덜랜드 대 브렌트포드]

이날,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는 언제나처럼 만석이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선덜랜드 팬들 사이에서 브라더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술집 주인 앞에서 하기엔 좀 미안한 말이지만, 당분간 술은 먹지 말아야겠어.”

3라운드 당시 혹독한 숙취에 시달린 브렌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맥주집 사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괜찮아. 원래 홈 경기는 경기장에서 보는 게 제일 좋지. 그러려고 나도 시즌권을 끊은 거니까.”

그때 핫도그 사내의 입이 묵직하게 열렸다.

“그런데 나는, 오늘따라 이상하게 술 생각이 나는데.”

“이해해. 경기가 답답해서 그럴 거야.”

브라더스의 예상대로라면, 오늘은 손쉬운 승리를 거둬야 할 날이었다. 1부 리그에 승격한 지 얼마 안 된 브렌트포드 상대로, 챔스에도 나가는 선덜랜드가 홈에서 질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쉽게 풀리지 않는 경기 흐름에, 맥주집 사장이 으르렁거렸다.

“브렌트포드 분석팀이 기어이 한 건 해낸 모양인데? 마치 우리 움직임을 전부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대응하잖아.”

선덜랜드도 나름대로 변화를 주기는 했다. 신인 프랭크를 풀백으로 내보냈고, 센터백 자리에는 에디 대신 톰슨이 깜짝 출전했다.

그리고 오늘의 공격진은 바스티아노, 해리슨, 크리그의 쓰리톱 구성인데, 선덜랜드가 올 시즌 들어 처음 꺼내는 조합이었다.

그런데 브렌트포드의 대응이 너무나 편안해 보인다.

“별수 없지. 브렌트포드 분석팀은 굉장히 일 잘하기로 유명하거든.”

한숨을 쉬는 핫도그 사내와 맥주집 사장의 옆에서, 묵묵히 경기를 내려다보던 브렌든이 불쑥 말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

“뭐가?”

“이게 말로 설명하긴 좀 그렇긴 한데··· 감독들 전술 싸움이나 지략 대결을 흔히 체스에 비유하잖아?”

시선을 경기장에 고정한 채 고개를 끄덕이는 브라더스의 곁에서, 브렌든 역시 경기장을 내려다보며 덧붙였다.

“그런데 체스는 내 수만 생각하면 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대응도 있잖아. 그리고 상대의 대응에 다시 내가 대응하고, 대응에 대응에 대응을···.”

“즉, 서로 읽고 있다는 걸 알고서 하는 싸움이라는 말이지?”

“그래. 그 이야기야. 선덜랜드 분석팀은 강하잖아? 그런데 상대에게 모조리 읽히고, 대책은 만들지 않았다는 게 이상해서.”

“그건··· 확실히 이상하군.”

“그래서 술 생각이 난다는 건데!”

맥주집 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핫도그 사내는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두들겼다.

그리고 브렌든은, 줄곧 입 안에서만 맴돌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말인데··· 정말로 데이터를 정확하게 뽑았을까?”

* * *

“완전히 읽히고 있는 느낌이네요.”

샐리의 냉담한 목소리를 들으며, 브라이언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뭐, 서로 마찬가지겠지.”

브렌트포드가 선덜랜드의 라인업을 예상한 것처럼, 선덜랜드 역시 읽고 있었다. 상대가 프랭크의 출전을 읽어냈을 때와 읽지 못했을 때로 구분해, 경우의 수까지 따로 따져 두었던 것이다.

이번 분석 자료는 루벤의 작품이었는데, 공들인 당사자로서는 조금 억울하게도 브라이언과 샐리는 ‘이 정도는 당연히 만들어야’ 하는 자료로 간주한 상태였다.

사실, 루벤이 오기 전까지는 브라이언과 샐리가 당연하게 준비했던 자료다.

“진짜 중요한 건, 서로 읽은 다음의 일이지. 결국 분석은 전술을 짜기 위한 사전 작업이니까."

브라이언의 혼잣말에, 샐리가 호응했다.

“그리고 전술은 팀을 지휘하기 위한 준비죠.”

세상에는, 혁명적인 전술가인데도 감독으로 대성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존재한다.

예를 들면 펩의 전술 멘토, 후안마 리요같은 인물이 그렇다. 펩에게 존경받을 정도의 대전술가인데도, 정작 스스로는 감독으로서 썩 대단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덕분에 지금은, 맨시티에서 수석 코치를 맡고 있는 모양이다.

‘좋은 감독은, 전술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니까.’

좋은 감독을 구성하는 요소는 전술 이외에도 다양한 것이 존재한다. 선수단을 장악하는 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 코칭 능력과, 현장에서의 임기응변 또한 중시된다.

그리고, 복잡하고 세련된 전술을 선수들에게 최소한의 지시로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전달력 또한 명장의 미덕이다.

‘로저스 감독님은 그 점에서 아주 뛰어나셨지. 아마 유소년 감독으로 오래 계셔서 그렇겠지만···.’

프로 선수라면 비교적 복잡한 설명도 잘 알아듣는 편이지만, 유소년 선수에게는 그런 축구 지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소년 감독은, 대부분 쉽고 명료한 지시를 선호한다.

샐리가 은퇴한 노장의 뒷모습을 떠올리는 사이, 브라이언이 성큼성큼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섰다.

“요니! 아래로 내려와!”

브라이언의 지시에, 선덜랜드 벤치에서 루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방금 지시는 무슨 의미인데?”

“요니가 아래로 움직이면 중원에 공간이 생기겠지? 마침 오늘은 톰슨이 센터백으로 나간 상태고··· 이 정도면 너 같은 축알못도 알겠지?”

“어··· 우리 주장이 전진하겠구나.”

당연하게도 브라이언의 외침은 브렌트포드 코치진에게도 들린다. 그러니 순진하게 잭에게 올라가라고 지시하는 것보다는, 요니를 끌어내리는 편이 낫다.

“네가 눈치챘을 정도니까, 저쪽에서도 곧 눈치채겠지만···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을 거야.”

“스티븐! 더 넓게 벌려!”

브라이언의 지시를 들으며, 샐리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지시의 의미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이제 스티븐이 측면에서 수비를 끌어낼 것이다. 그리고 요니가 아래로 내려오고, 잭이 전진하는 사이에 걸리는 약간의 시차는 중원에 잠깐의 공백을 만들어낼 것이다.

“수비를 부수는 건 언제나 선수의 개인 능력이야. 한순간의 반짝임, 재능 같은 거라서··· 우리는 관여할 수 없어. 예상조차 할 수 없지.”

혼잣말처럼 말하며, 샐리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어쩐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브라이언의 뒷모습이 친숙해 보였다. 그녀가 4년간 지켜보았던 선덜랜드의 감독은, 항상 지금과 똑같은 뒷모습으로 서 있었다.

“다만··· 판을 만들어줄 수는 있겠지.”

한순간의 자유를 얻은 선덜랜드의 어린 플레이메이커, 해리슨의 모습을 발견한 샐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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