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투자의 신이 키우는 축구단-344화 (344/422)

344화 열두 번째 플레이어 (5)

에티하드 스타디움, 원정 팀 드레싱룸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평소였다면 경기 내용의 피드백을 쏟아냈을 코치진은,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120분간 결사적으로 싸운 선수들에 대한 배려였지만, 덕분에 드레싱룸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메디컬팀 스태프만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 주장 잭이 조용히 일어났다.

“뭐 해?”

“믹스드존에 가려고요.”

감독의 목소리에, 잭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비록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평소와 달리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잠시 후, 브라이언에게서 대답이 돌아왔다.

“오늘은 됐어. 그냥 바로 우리 버스에 가 있어.”

“네?”

순간적으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잭이 되물었다. 그러자 감독과 눈이 마주쳤다.

때로는 시선은 말보다 많은 정보를 전한다. 덕분에 잭은, 마음껏 눈빛에 이야기를 담았다. 차마 입에는 담지 못한 이야기, ‘감독님은 마이크워크가 나쁘시잖아요.’를.

지략 싸움으로는, 아마도 축구계에서 한 손에 꼽힐 전술 천재 브라이언은, 마이크워크는 지독하게 형편없기로 유명하다. 세간에서는 전술에 능력치를 몰빵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고, 혹자는 단순한 경험 부족이라고 말했다. 아마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섞여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잭은, 자기 감독의 인터뷰 능력이 왜 별로인지는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잭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하물며 팀이 챔스에서 탈락한 날에는 더욱 그렇다.

그의 관심사는 오직, 오늘의 패전과 주장의 의무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순간 의연하게 버티고 서서 팀을 향해 쏟아지는 모든 날 선 비판을 받아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잭은 감독의 형편없는 마이크워크를 커버하는 역할 또한 자신의 의무에 포함하기로 결심했다.

브라이언이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오늘 졌어. 6관왕 도전도, 트레블도 날아갔지. 감독으로서도 완패했고.”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하려는 찰나, 브라이언이 재빨리 못을 박았다.

“무능한 감독 소리를 들어도 변명하지 않겠어. 결과를 못 냈으니까. 하지만 나는 비겁자가 되고 싶진 않다.”

숨을 고른 다음, 브라이언이 낮은, 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선언했다.

“나를, 지고 나서 선수 등 뒤에 숨는 겁쟁이 감독으로 만들지는 마라.”

드레싱룸을 빠져나가는 브라이언의 등이, 문득 친숙해 보였다. 확실히 닮아 있었다.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심판에게 고의로 시비를 걸어 퇴장당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던 노장의 뒷모습과.

숨소리조차 없이 고요한 드레싱룸 안에, 잇소리가 났다. 잭은 배에 힘을 주었다.

“아직 우리 시즌 안 끝났다. 고개 들어. 감독님 가신다.”

* * *

연장 내내 울먹이던 희주는, 믹스드존에 내려갈 무렵에는 평소 상태를 되찾았다.

얼핏 보니 화장이 번지지도 않았다. 자랑하는 워터프루프의 힘인 모양이다. 비록 눈은 아직도 조금 빨갛지만, 팀이 챔스 탈락한 직후임을 감안하면 다들 아무 말 없이 넘어갈 만한 정도였다.

기운을 차린 희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을까?”

“뭐가.”

“브라이언 씨 말야. 오늘은 믹스드존에 혼자 나간다면서? 원정이라 프롬프터도 없는데.”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평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던 부분이었다. 마이크워크는 감독의 여러 능력 중에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은 영역이고, 일단 계속 이겨나가면 외계어도 천재성이라고 포장하는 게 이 바닥 생리니까.

다만, 희주 말대로 오늘은 조금 불안하긴 하다. 감독의 마이크워크가 빛나는 순간은, 오늘처럼 패배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해야 할 때니까.

여차하면 프레스팀과 조율해 브라이언의 인터뷰를 중단시키고 내가 대신 나서야겠지.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는 사이, 브라이언이 믹스드존에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 앞에 선 브라이언은 무표정했지만, 인터뷰에는 힘이 있었다.

[오늘 아쉬운 패배를 맞이하셨습니다. 경기에 대한 코멘트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네, 아쉽습니다. 세상에 아쉽지 않은 패배가 어디 있겠습니까? 선수들이 너무나 잘 싸워줬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는 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옆에서 희주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평소의 브라이언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깔끔한 인터뷰였기 때문에.

“그래도 세상에는, 부끄럽지 않은 패배는 있는 것 같네요.”

기자들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는지, 순간 정적이 흐른 믹스드존에는 브라이언의 목소리만이 또렷하게 울렸다.

“마지막까지 끝까지 싸운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제 자랑스러운 선수들을 꺾은 맨시티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 * *

맨체스터를 떠나, 선덜랜드에 돌아가는 버스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밝았다.

스태프들이 탑승한 차량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선덜랜드 스태프들은 하나같이 프로다웠고, 패배한 직후 선수들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패배, 그리고 챔스 탈락이라는 결과가 쓰리지 않을 리는 없지만, 다들 분위기가 처지지 않도록 최대한 명랑하게 행동하려 노력했다.

[이런 날, 선수 앞에선 심호흡도 조심해야 해. 자칫하면 한숨처럼 들리니까.]

반면 선수단 버스는 스태프용 버스보다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는데, 가장 조용한 사람은 주장, 잭이었다.

‘빌어먹을 맨시티. 또 맨시티야!’

맨시티가 이 팀을 가로막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재작년엔 EFL컵 4강전에서 무릎을 꿇었고, 작년에는 리그 우승을 놓고 정면 승부를 걸었다가 무너졌다. 그리고 올해는 챔스 4강행 티켓을 빼앗겼다.

잭 스스로는, 미드필더의 역량 차이가 패인이라고 분석하는 중이었다. 요니와 로드리게스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지만, 자신의 기량은 시티의 3미들 상대로 부족하다고 느꼈기에.

그때, 잭의 좌석 앞 스크린이 깜빡인다 싶더니, 잠시 후 CS팀 에이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캡틴, 팬들의 요청이 많아서 그런데··· 혹시 괜찮으시면 화면 연결해도 될까요?]

평소였다면 물으나 마나 한 질문이었다. 오히려 CS팀이 연락하기 전에, 잭이 먼저 화상연결을 요구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잠시 화면을 응시하던 잭이 씁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죄송함다. 지금은 좀···.”

그러자 에이미는 예상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네. 컨디션 관리 때문에 쉬고 있다고 전할게요.]

에이미가 화면에서 사라지자, 옆자리의 요니가 쓴웃음을 지었다.

“고생이 많네. 지금 가장 속이 썩어들어가는 건 너일 텐데.”

“요니 너는 괜찮고?”

“그럴 리가 있나.”

고개를 저은 요니가,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

“팬들이 우는 걸 봤는데.”

선수 커리어에 6관왕의 대기록을 추가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 원정까지 따라온 팬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이 두 선수를 더욱 슬프게 만든 것이다.

잭 또한 목소리를 낮추며 대답했다.

“미세스 우드 말이지? 나도 봤어.”

우드 부부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잭과 요니는, 부부의 얼굴은 물론 아들 크리스까지 알고 있었다.

“다행히 그 집 애기는 안 울더라. 애까지 울렸으면 오늘 못 잘 뻔했는데.”

“그러게, 엄청 씩씩하던데. 앞으로 좋은 블랙캣츠가 되겠어.”

“··· 우린 오늘 그런 팬들을 실망시킨 거야.”

둘은 최대한 목소리 낮췄지만, 그렇다고 귓속말을 주고받은 것은 아니었기에 가까운 자리에 앉은 선수들에게는 전해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고개를 끄덕이는 찰나, 좌석에 비치된 스크린에 에이미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어, 여러분. 죄송한데요.]

이번엔 잭의 화면뿐 아니라, 요니, 톰슨··· 선덜랜드 선수 전원의 스크린 앞이었다.

[혹시 괜찮으시면 지금 창밖을 봐 주시겠어요?]

화면 속의 에이미가 능숙한 손짓으로 창가를 가리켰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쪽 방향은 잭에게도 창문이었다.

[This is Sunderland]

길가에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처음엔 구단에서 준비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깔끔한 인쇄물이 아니라, 현수막용 천에 라커와 페인트로 쓴 손글씨였으니까. 얼마나 급히 준비했는지, 페인트가 살짝 흘러내린 자국까지 보였다.

[부끄럽지 않은 패배. 자랑스러운 선수들.]

[시티 오브 선덜랜드의 영웅들, 가슴 펴고 돌아오세요.]

개중에는 미리 준비한 ‘6관왕’ 위에 줄을 긋고 5관왕 가자고 고쳐 쓴 현수막이 쓴웃음을 유발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버스가 조금 더 선덜랜드 도심 쪽에 다가가자, 길가에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경기가 이미 끝났는데도, 여전히 유니폼을 갖춰 입은 팬들이 원정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팬들 사이에는 선수단보다 먼저 출발한, 그래서 선덜랜드에 먼저 도착한 우드 부부의 모습도 보였다.

마일즈와 크리스가 힘차게 손을 흔들었고, 수잔도 언제 울었냐는 듯 환한 미소로 그들을 반겼다. 브라더스는 응원용 머플러와 깃발을 휘두른다.

길가의 행렬, 팬들의 물결은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앞, 풋볼 스퀘어까지 이어졌다.

열두 번째 플레이어는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만 있는 존재가 아님을, 도시 전체가 팀의 열두 번째 플레이어임을 각인시키는 순간이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이번 일에 CS팀은 물론 구단 스태프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어요. 팬분들의 자발적인 행동이에요.”

“그래도 되는 검까? 저는, 팬분들의 사랑에 아무것도 보답하지 못했는데···.”

[그럴지도 모르죠. 졌으니까요.]

화면 너머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났다. CS팀의 누군가가 기겁하는 소리다. 오늘 패배라는 단어를 선수 앞에서 쓰지 못하게 못을 박은 장본인, 에이미 본인이 아예 화상통화로 ‘졌다’고 말해 버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정작 에이미는, 그런 건 조금도 신경 안 쓴다는 것처럼 태연했다.

[그치만 캡틴. 궁금한 게 있어요. 캡틴이 유스팀에 입단했을 때 우리 팀 형편은 썩 좋지 않았잖아요?]

그때도 훌륭했다고 대답하려는 찰나, 에이미가 선수를 쳤다.

[적어도 지금 정도는 아니었죠. 그쵸? 그래서 유소년 동기들도 캡틴과 요니 선수 말고는 싹 옮겼고요.]

“잘 아심다. 에이미 씨 일하기 전의 일인데.”

[그야, 우리 같은 동네 살았잖아요···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넘어가죠. 캡틴은 왜 남았어요? 보답을 바랐던 건가요? 언젠가 구단주님이 와주실 걸 미리 알아서?]

“그럴 리가 없잖슴까?”

발끈하는 잭을 달래듯, 에이미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럼 왜, 팬들은 보답을 기대한다고 생각하세요?]

한 방 먹은 기분에, 잭은 그만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그사이 에이미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팬들이 캡틴을 원하는 이유는, 자주 이겨서가 아니에요. 누구보다 팀을 사랑하고, 헌신하고, 팬들을 아끼는 선수이기 때문인 거죠. 그래서 사랑하는 거예요.]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되게 단언하심다? 혹시 CS팀에서 따로 조사하신 검까?”

잭의 질문에, 에이미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피었다.

[아뇨, 조사 안 해도 알아요. 저도 선덜랜드의 팬이니까요.]

* * *

3연전이 끝난 직후, SNS가 뜨거워졌다.

정작 맨시티 팬들은 조용했다. 이번 3연전에서, 맨시티 또한 많은 것을 희생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맨체스터 쪽 일간지에서는 아예 ‘피로스의 승리’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로.

“4강 진출권 이외의 모든 것을 선덜랜드에 내줬는데, 팀의 소모가 너무 커서 챔스 4강전이 벌써부터 걱정이라는데? 참 나, 그러면 우리한테 도로 반납하든가."

희주는 아직도 뒤끝이 남은 모양이지만, 우리와 맨시티 사이는 비교적 깔끔하고 드라이한 편이었다.

언론에서도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쳤고, 접전 끝에 서로에게 더 절실한 트로피를 향해 갈라섰다. 위대한 두 팀에게 리스펙.] 같은 느낌으로 이번 3연전을 다루고 있다.

정작 우리 패배를 갖고 신나게 떠드는 놈들은 따로 있다··· 조르디와 보로, 그러니까 ‘그 팀’과 미들즈브러 서포터들이다.

- 부고! 자칭 유럽의 왕 사망!

- 세계 챔피언이라고 까불더니··· ㅉㅉ

ㄴ 세계 챔피언한테 이긴 팀을 우리가 이기면 우리가 최강자 되는 거임?

적나라한 조르디의 반응을 지켜보던 희주가 냉소했다.

“설마 얘들, 우리를 위해서 맨시티를 잡아주겠다 이런 뜻이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이거 FA컵 이야기야.”

FA컵 4강전은 맨시티 대 뉴캐슬, 선덜랜드 대 첼시로 굳어졌다. 희주도 진작에 파악한 일정인데, 아무래도 현실감이 없어서 자꾸 까먹는 모양이다.

“미안, 오빠. ‘그 팀’이 FA컵 4강이라니 믿기지가 않아서 자꾸 까먹네.”

“이해해. 나도 솔직히 믿기지가 않으니까.”

머리로 생각하면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다. 뉴캐슬은 올 시즌, 이적시장에 돈 폭탄을 뿌렸으니까. 우리는 그래도 내가 투자한 회사를 스폰서로 삼는 정도로 멈췄는데, 그 팀은 아예 대놓고 자회사를 스폰서로 삼아 FFP 걱정 없이 자금을 조달해댄 것이다.

- 선덜랜드 여러분. 챔스 탈락 얼마나 애통하십니까? 조르디 일동.

희주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얼마나 애통하시냐고? 오히려 우리가 물어야 할 판국인데? 그렇게 쓰고도 니들은 FA컵 4강이 끝이고, 내년에도 챔스 못 나오는 게 확정이잖아.”

팩폭 멈춰. 애들 울겠다.

한편, 전통의 라이벌 미들즈브러는, 뉴캐슬과는 조금 다른 노선을 펼쳤다. 지역 언론을 내세워 위로하는 척, 염려하는 척 코스프레를 시도한 것이다.

“챔스 탈락의 충격으로 리그에서 주춤하는 경우가 많다는 둥, 조심해야 한다는 둥··· 아주 난리네. 오빠, 보로 얘들 우리 35라운드 대전 상대 아니었어?”

“맞아. 이번엔 우리 홈에서 붙지.”

그러자 희주가 속이 뚫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 그럼 우리가 보로를 직접 때려잡고 우승할 수도 있다는 뜻이네? 맞지?”

“맞아. 혹은, 그 전에 우승을 확정하고 가드 오브 아너를 받을 수도 있지.”

어느 쪽이 더 짜릿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번 맨체스터 원정에서 돌아오는 길, 나는 꿈에 그리던 풍경을 보았다. 도시 초입부터 풋볼 스퀘어까지 이어진 팬들의 모습, 그 붉은 물결은 트로피 못지않은 가치가 있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팬들과 하나 되길 시도했었다. 경기에서는 최대한 이기려고 노력했고, 전술적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사이드라인 밖에서는 다양한 팬서비스를 퍼부었다. 하지만, 지고 돌아온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우린 졌으니까. 실망한 팬들에게 서비스를 해 봐야, 반감만 사지 않을까 걱정했으니까.

CS팀의 보고로는, 오히려 그날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팬들이 길거리에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평소 펍에서, 혹은 집에서 경기를 보던 팬들까지 모조리 뛰쳐나온 것이다.

[당연한 거잖아요? 서포터는 열두 번째 플레이어니까.]

[선수단이 가장 힘들 때 하는 게 진짜 응원이지!]

저 팬들은, 80년 만의 리그 우승을 즐길 권리가 있다. 더비 라이벌에게 가드 오브 아너를 받는 우승이든, 더비 라이벌을 때려잡고 확정하는 우승이든, 어느 쪽이든.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 아니, 무엇이든 해 줄 것이다.

우리를 지탱하는, 열두 번째 플레이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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